[글로벌 리포트] 아르헨티나 한국땅 41년…매각? 개발?

입력 2019.01.05 (22:08) 수정 2019.01.05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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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미 아르헨티나에 우리나라 국유지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면적도 서울시의 3분의 1크기에 달하는데요.

하지만 40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활용도 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선지, 이재환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천 킬로미터 떨어진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주입니다.

잡목과 수풀이 우거진 광활한 땅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마리오/야따마우까 농장 관리인 : "여기부터 한국 농장입니다. 옛날에 이 옆에 펌프가 있어서 물을 공급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한국땅 야따마우까 농장입니다.

인디오 말로 '옛 마을', 이곳에서는 '깜포 코레아', 한국 농장으로 불립니다.

1978년 한국 정부가 남미 아르헨티나 농업 이민을 위해 210만 달러, 당시 환율로 12억 원을 들여 매입한 땅입니다.

2만여 헥타르, 서울시 면적의 3분의1, 여의도의 79배 규모입니다.

하지만,40년이 지나도록 이 한국땅은 방치돼 있습니다.

코이카 '국제협력단' 소유지라는 간판만 걸려 있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설치된 경계 말뚝만이 한국땅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총길이가 100 킬로미터에 이릅니다.

규모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정권이 바뀔때 마다 이 땅의 관리부처를 두고 논란이 돼왔지만 땅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연간 수만 달러의 관리비와 토지세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마리오/야따마우까 농장 관리인 : "관리하지 않는다면 땅은 버려지고 파괴될 겁니다. 지금까지 쓴 비용이 헛된 것이 되는거죠."]

3년 전 코이카는 이 땅에 소 등 가축을 기르고 소먹이 풀을 재배하겠다는 계획서를 주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주 정부는 계획을 승인했지만, 이후 구체적 실행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빅토르 로살레스/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주 산림보호청장 : "주 정부가 2016년 축산 계획을 승인했지만 2017년까지 어떤 진행도 없었습니다."]

최근 1500헥타르 면적에 불이 나면서 주 정부는 화재 원인 조사와 복구 계획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유지 안에는 5가구의 농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돼지와 닭 등 가축을 기르고 일부 땅에는 옥수수와 수박 등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농가 인근에는 폭이 5미터 정도의 강이 흐릅니다.

메마른 땅에 이 강물은 중요한 수자원입니다.

이들이 어떻게 한국 국유지안에 살고 있는 것일까?

[파블로 아란다/국유지 거주 농민 : "할아버지때부터 돼지를 키우고 작물을 길렀습니다."]

한국 정부가 땅을 매입하기 전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는 겁니다.

국내 언론들은 2년 전, 한국 정부가 이 5가구에 땅을 무상으로 불하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코이카측과 5가구 주민 중 한명인 파블로 씨가 작성하고 서명한 서류입니다.

파블로 씨는 거주지를 인정 받는 대신에 더 이상의 땅을 침범하지 않기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땅의 정확한 구획도도 없는 양측의 동의서일 뿐 소유권을 넘기는 양도 계약서는 아니었던 겁니다.

[동의서 작성 당시 통역사/음성변조 : "계약서가 아니고 동의서라는 것만 말씀드릴 수 있고요. 그 사람한테 땅을 준다는 계약서를 써야지만 그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지금은 국유지 자체입니다."]

즉,코이카가 땅 개발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현지 법에 따라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거주민의 동의가 필요했던 겁니다.

[파블로 아란다/국유지 거주 농민 : "여기서 계속 살고 싶습니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동의서안에는 5가족이 살고 있는 면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약 100 헥타르 정도 면적에서 각종 농작물과 가축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한가지 궁금한 점은 수도에서 항공기를 이용할 만큼 멀고 메마른 이 땅을 한국 정부가 왜 매입했을까 하는 겁니다.

야따마우까 농장 바로 옆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기차역이 있습니다.

선로는 부서지고 끊겼습니다.

1970년대 중반쯤까지 열차가 운행되다 중단된 겁니다.

1970년대 인근에 도로가 없을 당시에 이 철로를 이용해 이곳에서 생산되는 숯과 소, 그리고 승객들을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실어 날랐습니다.

[마을 주민 : "그 당시에는 여기에 집도 많았고 사람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지금은 없지만요."]

흙 먼지를 내며 우리로 돌아오는 백여 마리의 소떼, 한국 국유지 바로 옆,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농장입니다.

올해 아르헨티나 소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농장에는 활기가 넘칩니다.

물이 부족해 2곳의 우물을 파고 곳곳에 관을 연결했습니다.

[자미르/수의사 : "하지만 건조한 해에는 소를 먹일 풀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평균적으로 2헥타르에 소 한 마리를 키울 수 있어요."]

지난해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국유지 타당성 조사 결과에서도 농사보다는 축산업이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온 뒤 아직도 농업에 종사하는 교민은 20가구, 최근 이들은 이 땅을 최초 매입 목적인 영농에 활용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했습니다.

[양상모/아르헨티나 한인 농업협회장 : "농업 이민 장려라는 최초 구입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합리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해 주시기를 건의합니다."]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 재외공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 땅을 매각하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정부 주도의 개발이냐, 한인 영농인들에게 위탁할 것이냐 아니면 땅을 매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속에 매입 41년을 맞았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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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아르헨티나 한국땅 41년…매각? 개발?
    • 입력 2019-01-05 22:30:12
    • 수정2019-01-05 22: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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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미 아르헨티나에 우리나라 국유지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면적도 서울시의 3분의 1크기에 달하는데요.

하지만 40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활용도 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선지, 이재환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천 킬로미터 떨어진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주입니다.

잡목과 수풀이 우거진 광활한 땅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마리오/야따마우까 농장 관리인 : "여기부터 한국 농장입니다. 옛날에 이 옆에 펌프가 있어서 물을 공급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한국땅 야따마우까 농장입니다.

인디오 말로 '옛 마을', 이곳에서는 '깜포 코레아', 한국 농장으로 불립니다.

1978년 한국 정부가 남미 아르헨티나 농업 이민을 위해 210만 달러, 당시 환율로 12억 원을 들여 매입한 땅입니다.

2만여 헥타르, 서울시 면적의 3분의1, 여의도의 79배 규모입니다.

하지만,40년이 지나도록 이 한국땅은 방치돼 있습니다.

코이카 '국제협력단' 소유지라는 간판만 걸려 있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설치된 경계 말뚝만이 한국땅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총길이가 100 킬로미터에 이릅니다.

규모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정권이 바뀔때 마다 이 땅의 관리부처를 두고 논란이 돼왔지만 땅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연간 수만 달러의 관리비와 토지세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마리오/야따마우까 농장 관리인 : "관리하지 않는다면 땅은 버려지고 파괴될 겁니다. 지금까지 쓴 비용이 헛된 것이 되는거죠."]

3년 전 코이카는 이 땅에 소 등 가축을 기르고 소먹이 풀을 재배하겠다는 계획서를 주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주 정부는 계획을 승인했지만, 이후 구체적 실행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빅토르 로살레스/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주 산림보호청장 : "주 정부가 2016년 축산 계획을 승인했지만 2017년까지 어떤 진행도 없었습니다."]

최근 1500헥타르 면적에 불이 나면서 주 정부는 화재 원인 조사와 복구 계획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유지 안에는 5가구의 농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돼지와 닭 등 가축을 기르고 일부 땅에는 옥수수와 수박 등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농가 인근에는 폭이 5미터 정도의 강이 흐릅니다.

메마른 땅에 이 강물은 중요한 수자원입니다.

이들이 어떻게 한국 국유지안에 살고 있는 것일까?

[파블로 아란다/국유지 거주 농민 : "할아버지때부터 돼지를 키우고 작물을 길렀습니다."]

한국 정부가 땅을 매입하기 전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는 겁니다.

국내 언론들은 2년 전, 한국 정부가 이 5가구에 땅을 무상으로 불하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코이카측과 5가구 주민 중 한명인 파블로 씨가 작성하고 서명한 서류입니다.

파블로 씨는 거주지를 인정 받는 대신에 더 이상의 땅을 침범하지 않기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땅의 정확한 구획도도 없는 양측의 동의서일 뿐 소유권을 넘기는 양도 계약서는 아니었던 겁니다.

[동의서 작성 당시 통역사/음성변조 : "계약서가 아니고 동의서라는 것만 말씀드릴 수 있고요. 그 사람한테 땅을 준다는 계약서를 써야지만 그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지금은 국유지 자체입니다."]

즉,코이카가 땅 개발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현지 법에 따라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거주민의 동의가 필요했던 겁니다.

[파블로 아란다/국유지 거주 농민 : "여기서 계속 살고 싶습니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동의서안에는 5가족이 살고 있는 면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약 100 헥타르 정도 면적에서 각종 농작물과 가축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한가지 궁금한 점은 수도에서 항공기를 이용할 만큼 멀고 메마른 이 땅을 한국 정부가 왜 매입했을까 하는 겁니다.

야따마우까 농장 바로 옆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기차역이 있습니다.

선로는 부서지고 끊겼습니다.

1970년대 중반쯤까지 열차가 운행되다 중단된 겁니다.

1970년대 인근에 도로가 없을 당시에 이 철로를 이용해 이곳에서 생산되는 숯과 소, 그리고 승객들을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실어 날랐습니다.

[마을 주민 : "그 당시에는 여기에 집도 많았고 사람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지금은 없지만요."]

흙 먼지를 내며 우리로 돌아오는 백여 마리의 소떼, 한국 국유지 바로 옆,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농장입니다.

올해 아르헨티나 소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농장에는 활기가 넘칩니다.

물이 부족해 2곳의 우물을 파고 곳곳에 관을 연결했습니다.

[자미르/수의사 : "하지만 건조한 해에는 소를 먹일 풀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평균적으로 2헥타르에 소 한 마리를 키울 수 있어요."]

지난해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국유지 타당성 조사 결과에서도 농사보다는 축산업이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온 뒤 아직도 농업에 종사하는 교민은 20가구, 최근 이들은 이 땅을 최초 매입 목적인 영농에 활용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했습니다.

[양상모/아르헨티나 한인 농업협회장 : "농업 이민 장려라는 최초 구입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합리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해 주시기를 건의합니다."]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 재외공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 땅을 매각하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정부 주도의 개발이냐, 한인 영농인들에게 위탁할 것이냐 아니면 땅을 매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속에 매입 41년을 맞았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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