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유산, 여자 탓만 할 순 없다

입력 2019.01.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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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유산이 정자 결함과 관련 있다는 연구
반복 유산 남편, 정자 DNA 손상 2배


자연유산이란 임신 20주 전에 배아 또는 태아가 죽는 경우를 말한다. 임신 소식에 기뻐하던 부부가 자연 유산 판정을 받을 때 크게 실망하곤 한다.

더 심각한 건 재발성 유산(recurrent miscarriage)이다. 재발성 자연유산은 3회 이상 자연 유산 경험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약 2%에 해당하는 부부가 2번의 자연 유산 경험이 있으며, 부부 300쌍 가운데 한 쌍 정도는 3번의 자연유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렇게 자연유산이 반복되는 재발성 유산(recurrent miscarriage)은 그동안 여성의 건강 탓으로 여겨져 왔다. 산모의 나이 혹은 임신 여성의 감염 또는 면역체계 문제 등 모체의 문제점이 집중 부각돼 왔다.

그런데 이 재발성 유산이 남성의 건강, 즉 정자의 결함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정자 상태가 문제

메디컬 익스프레스 보도에 의하면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ICL) 의대 내분비내과 전문의 챈나 제이아세나 박사 연구팀은 3회 이상 연속 자연 유산한 여성의 남편 50명의 정자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또, 자연 유산한 적이 없는 여성의 남편 60명의 정자 건강 상태도 조사해 비교했다.

이 결과 자연유산이 반복되는 여성의 남편은 그렇지 않은 남편에 비해 정자의 DNA 손상이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복 유산이 정자의 건강 상태와도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제이아세나 박사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재발성 유산은 모체의 탓으로만 여겨져 왔는데, 남성의 건강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인 것이다.

또 이 연구에서는 반복 유산 여성의 남편들은 활성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가 대조군 남편에 비해 무려 4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정자의 DNA 손상이 활성산소의 증가에 의해 유발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신체의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는 세포의 단백질, 지질, DNA에 손상을 입혀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불안정 유해 산소분자이다.

반복 유산 여성의 남편들은 요도에 발생하는 클라미디아 감염 같은 진행 중인 감염질환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과거 전립선염 등을 겪었을 때의 박테리아가 일부 남아 잠복해 있으면서 정자에 활성산소를 증가시킨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재발성 유산 여성의 남편들은 평균 연령이 37세로 대조군 남편의 30세보다 많았고 약간 과체중이었다. 이것이 활성산소를 증가시킨 요인인지도 연구팀은 살펴보고 있다. 추가 연구를 통해 재발성 유산이 활성산소 증가 때문임이 확인된다면 활성산소를 줄이는 치료로 유산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임상 화학학회 학술지 '임상 화학'(Clinical Chemis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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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관성 유산, 여자 탓만 할 순 없다
    • 입력 2019-01-07 14:15:21
    취재K
반복 유산이 정자 결함과 관련 있다는 연구
반복 유산 남편, 정자 DNA 손상 2배


자연유산이란 임신 20주 전에 배아 또는 태아가 죽는 경우를 말한다. 임신 소식에 기뻐하던 부부가 자연 유산 판정을 받을 때 크게 실망하곤 한다.

더 심각한 건 재발성 유산(recurrent miscarriage)이다. 재발성 자연유산은 3회 이상 자연 유산 경험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약 2%에 해당하는 부부가 2번의 자연 유산 경험이 있으며, 부부 300쌍 가운데 한 쌍 정도는 3번의 자연유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렇게 자연유산이 반복되는 재발성 유산(recurrent miscarriage)은 그동안 여성의 건강 탓으로 여겨져 왔다. 산모의 나이 혹은 임신 여성의 감염 또는 면역체계 문제 등 모체의 문제점이 집중 부각돼 왔다.

그런데 이 재발성 유산이 남성의 건강, 즉 정자의 결함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정자 상태가 문제

메디컬 익스프레스 보도에 의하면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ICL) 의대 내분비내과 전문의 챈나 제이아세나 박사 연구팀은 3회 이상 연속 자연 유산한 여성의 남편 50명의 정자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또, 자연 유산한 적이 없는 여성의 남편 60명의 정자 건강 상태도 조사해 비교했다.

이 결과 자연유산이 반복되는 여성의 남편은 그렇지 않은 남편에 비해 정자의 DNA 손상이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복 유산이 정자의 건강 상태와도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제이아세나 박사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재발성 유산은 모체의 탓으로만 여겨져 왔는데, 남성의 건강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인 것이다.

또 이 연구에서는 반복 유산 여성의 남편들은 활성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가 대조군 남편에 비해 무려 4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정자의 DNA 손상이 활성산소의 증가에 의해 유발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신체의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는 세포의 단백질, 지질, DNA에 손상을 입혀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불안정 유해 산소분자이다.

반복 유산 여성의 남편들은 요도에 발생하는 클라미디아 감염 같은 진행 중인 감염질환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과거 전립선염 등을 겪었을 때의 박테리아가 일부 남아 잠복해 있으면서 정자에 활성산소를 증가시킨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재발성 유산 여성의 남편들은 평균 연령이 37세로 대조군 남편의 30세보다 많았고 약간 과체중이었다. 이것이 활성산소를 증가시킨 요인인지도 연구팀은 살펴보고 있다. 추가 연구를 통해 재발성 유산이 활성산소 증가 때문임이 확인된다면 활성산소를 줄이는 치료로 유산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임상 화학학회 학술지 '임상 화학'(Clinical Chemis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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