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北·美정상 회담 장소…동남아 뜨는 이유

입력 2019.01.07 (16:28) 수정 2019.01.0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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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원활한 이동...안전 보장
트럼프 "싱가포르는 아니고 비행거리 가능한 곳 3곳 압축"
북미간 마주앉을 준비됐는지는 미지수

2차 북미회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회담 장소를 정하는 일은 의제 못지 않게 난제다. 미 CNN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DMZ 등을 후보지로 거론했다. 북한은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다. 공개적인 접촉이 없었던 북미간에 어느 정도 협의가 진전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장소를 준비하고 초청장을 보낼 것인지는 모호하다. 어떤 상황이든 몇 가지 고려 대상은 추론할 수 있다.

북미 2차 정상회담 장소 '비행기'로 갈 '역세권'은?

참매1호기서 내리는 김정은참매1호기서 내리는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G20 귀국길에 전용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기는 내년 1~2월, 장소는 3곳으로 압축했다. 그러면서 "비행기로 갈 수 있는 거리"라고 답했다.

미국의 '에어포스 원'이나, 비행기로 못 가는 곳이 있겠느냐고 생각해보면, 비행 거리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1호' 기종 IL-62의 최대 항속거리는 9,000㎞가 넘는다. 수치만 보자면 동유럽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1차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중국 전용기를 이용했다. 북중관계를 과시하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이용한 중국 전용기싱가포르 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이용한 중국 전용기

김정은 위원장의 안전…키워드는 중국, 북한 공관

1차 싱가포르 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중국 전용기를 이용해 중국 내륙을 통과한 뒤 싱가포르로 향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모든 적대국가들의 레이더 조준을 받을 것이고, 동유럽이나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중국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여러 국가의 영토를 지나야 한다.

지금까지 북미간 대화는 1992년 뉴욕을 비롯해 스위스 제네바와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로마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에서 진행됐다. 양국의 대사관이나 대표부 등 공관이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의전이나 사전 정보 교환 등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거론

베트남을 방문한 폼페이오 (지난해 7월)베트남을 방문한 폼페이오 (지난해 7월)

베트남 총리와 만난 리용호 북 외무상 (지난해 12월)베트남 총리와 만난 리용호 북 외무상 (지난해 12월)

미 CNN이 거론한 장소들은 앞서 말한 조건에 대부분 부합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행기 발언이 있은 후 베트남이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길 원한다는 보도를 했다. 비슷한 시기 이용호 외무상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에 베트남 여성을 끌어들인 것에 대해 북한이 베트남에게 비공식적이나마 사과했다는 기사가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3차 방북 후 베트남을 찾아 북한의 미래를 언급했다.

싱가포르처럼 외교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인도네시아는 지난 북미 정상회담 장소 제공도 제안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1964년 북한과 수교했다. 김일성 주석은 1965년 4월 비동맹 운동 차원에서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바 있다. 미국에 굴하지 않는 중립지대로의 인도네시아 역시 북한에겐 부담 없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카터 전 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1979년 남북미 화해 회담을 열려고 한 바 있다.

트럼프의 '쇼맨십'도 고려대상?

주지하다시피,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미국 동부의 프라임 시간대에 진행됐다.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이번 만남이 앞선 1차 때처럼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진 않겠지만, 트럼프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때문에 지난 1차 회담 장소로 거론됐던 일부 국가들은 숙식문제와 방송인프라 부재로 인해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 장소 역시 이 문제들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 언급...북한 멍석 깔아주기? 내부 정치용?

CNN은 그 외에도 하와이와 DMZ 등도 후보지로 거론했다. 회담이 어디서 열리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그만큼 장소가 거론되는 건 회담의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물밑접촉이 상당 수준 진전됐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상태가 북미가 마주앉기로 하고 약속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상회담의 의제는 '톱다운'으로 하더라도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모임은 공식적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뉴욕에서 북한 외교라인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대행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준비하기에는 벅차다라는 평가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간 정상회담에 대한 진정성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현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정치용으로 북미관계를 과시하고자 일방적으로 끌고나가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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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北·美정상 회담 장소…동남아 뜨는 이유
    • 입력 2019-01-07 16:28:09
    • 수정2019-01-07 16:35:19
    취재K
김정은 위원장의 원활한 이동...안전 보장
트럼프 "싱가포르는 아니고 비행거리 가능한 곳 3곳 압축"
북미간 마주앉을 준비됐는지는 미지수

2차 북미회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회담 장소를 정하는 일은 의제 못지 않게 난제다. 미 CNN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DMZ 등을 후보지로 거론했다. 북한은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다. 공개적인 접촉이 없었던 북미간에 어느 정도 협의가 진전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장소를 준비하고 초청장을 보낼 것인지는 모호하다. 어떤 상황이든 몇 가지 고려 대상은 추론할 수 있다.

북미 2차 정상회담 장소 '비행기'로 갈 '역세권'은?

참매1호기서 내리는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G20 귀국길에 전용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기는 내년 1~2월, 장소는 3곳으로 압축했다. 그러면서 "비행기로 갈 수 있는 거리"라고 답했다.

미국의 '에어포스 원'이나, 비행기로 못 가는 곳이 있겠느냐고 생각해보면, 비행 거리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1호' 기종 IL-62의 최대 항속거리는 9,000㎞가 넘는다. 수치만 보자면 동유럽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1차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중국 전용기를 이용했다. 북중관계를 과시하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이용한 중국 전용기
김정은 위원장의 안전…키워드는 중국, 북한 공관

1차 싱가포르 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중국 전용기를 이용해 중국 내륙을 통과한 뒤 싱가포르로 향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모든 적대국가들의 레이더 조준을 받을 것이고, 동유럽이나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중국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여러 국가의 영토를 지나야 한다.

지금까지 북미간 대화는 1992년 뉴욕을 비롯해 스위스 제네바와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로마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에서 진행됐다. 양국의 대사관이나 대표부 등 공관이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의전이나 사전 정보 교환 등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거론

베트남을 방문한 폼페이오 (지난해 7월)
베트남 총리와 만난 리용호 북 외무상 (지난해 12월)
미 CNN이 거론한 장소들은 앞서 말한 조건에 대부분 부합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행기 발언이 있은 후 베트남이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길 원한다는 보도를 했다. 비슷한 시기 이용호 외무상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에 베트남 여성을 끌어들인 것에 대해 북한이 베트남에게 비공식적이나마 사과했다는 기사가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3차 방북 후 베트남을 찾아 북한의 미래를 언급했다.

싱가포르처럼 외교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인도네시아는 지난 북미 정상회담 장소 제공도 제안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1964년 북한과 수교했다. 김일성 주석은 1965년 4월 비동맹 운동 차원에서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바 있다. 미국에 굴하지 않는 중립지대로의 인도네시아 역시 북한에겐 부담 없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카터 전 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1979년 남북미 화해 회담을 열려고 한 바 있다.

트럼프의 '쇼맨십'도 고려대상?

주지하다시피,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미국 동부의 프라임 시간대에 진행됐다.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이번 만남이 앞선 1차 때처럼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진 않겠지만, 트럼프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때문에 지난 1차 회담 장소로 거론됐던 일부 국가들은 숙식문제와 방송인프라 부재로 인해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 장소 역시 이 문제들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 언급...북한 멍석 깔아주기? 내부 정치용?

CNN은 그 외에도 하와이와 DMZ 등도 후보지로 거론했다. 회담이 어디서 열리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그만큼 장소가 거론되는 건 회담의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물밑접촉이 상당 수준 진전됐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상태가 북미가 마주앉기로 하고 약속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상회담의 의제는 '톱다운'으로 하더라도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모임은 공식적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뉴욕에서 북한 외교라인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대행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준비하기에는 벅차다라는 평가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간 정상회담에 대한 진정성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현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정치용으로 북미관계를 과시하고자 일방적으로 끌고나가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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