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잡스의 유산(遺産) 포기한 애플, 삼성 TV에 들어간 이유는?

입력 2019.01.07 (16:38) 수정 2019.01.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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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창업주 故 스티브 잡스 (2011년 10월 타계)


애플 창업자 잡스의 유산(遺産) 버리는 팀 쿡 CEO

애플의 창업자였던 혁신의 아이콘, 故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3.5인치 아이폰을 고집했다. 스마트폰 화면 크기에 과도할 정도로 집착했는데 "아이폰은 반드시 한 손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며 대화면 제품에 극도의 반감을 보였다. 이 때문에 애플은 잡스가 세상을 떠난 2011년까지 모든 아이폰에 3.5인치 화면을 고수했다.

워낙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던 잡스를 꺾을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혁신적인 디자인에 강한 신념을 지녔던 잡스는 애플의 주력 제품인 아이폰(iPhone)과 맥(MAC) 컴퓨터, 아이패드(iPad), 음악과 영화 등 디지털 미디어 플레이어 서비스 '아이튠즈(iTunes)'등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독창적이고 고유한 철학을 제품에 담아내는 방법으로 프리미엄(Premium) 가격 전략을 유지했다.

반면에 같은 해 삼성전자는 5.3인치 갤럭시노트를 처음 출시하면서 대화면 스마트폰 사장을 개척해 나갔다.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대화면을 선호하는 쪽으로 기울면서 중국 후발업체들은 대화면 개발로 기술개발 전략을 수정했다.

결국, 애플도 잡스가 사망한 다음 해인 2012년부터 별도의 발표 없이 슬그머니 아이폰 화면을 4인치로 살짝 키웠고 그다음에는 과감하게 5.5인치로 그리고 다시 5.8인치로 키워 나갔다.

애플, 새 아이폰 3종 공개 (2018년 9월 12일)애플, 새 아이폰 3종 공개 (2018년 9월 12일)

'혁신' 대신 '대화면' 택한 아이폰...시장 반응은 '냉랭'
애플, 지난해 6월 삼성전자와 특허침해 7년 소송 '화해'

그리고 지난해 9월 애플은 6인치대 대화면 스마트폰을 시장에 선보였다. 삼성전자를 따라간 것인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총 3종의 새 아이폰을 선보였는데 6.5인치 제품을 포함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 화면 크기는 삼성전자가 공개할 예정이었던 갤럭시노트9의 6.4인치보다 0.1인치를 더 키운 것이었다. 이로써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첫 출시한 이후 11년 만에 스마트폰 크기에서 삼성을 넘어섰다. 창업자인 잡스의 유산(遺産)이 사라지는 신호탄이었을까?

애플은 지난해 6월에는 삼성전자와 7년을 끌어온 디자인 특허 침해 분쟁을 전격적인 화해(settlement)로 종결했다. 잡스는 생전에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과도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며 소송을 진두지휘했다. 7년이나 끌어온 삼성전자와의 특허 침해 소송도 생전에 잡스가 드라이브를 걸었다. 잡스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선두주자인 삼성의 갤럭시폰이 아이폰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삼성을 '카피캣(copycat)'이라고 부르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고 세계 9개국에서 동시다발적인 특허 소송전을 벌였다. 스마트폰의 양대 운영 체계(Operating System)인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경쟁에서 잡스는 승리하고 싶어했다.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까지 했다. 잡스가 특허 소송을 처음 제기한 2011년 4월은 그가 췌장암으로 숨지기 불과 6개월 전이었다.

애플-삼성전자 특허 침해 소송 화해 (2018년 6월 27일)애플-삼성전자 특허 침해 소송 화해 (2018년 6월 27일)

하지만 잡스에 이어 애플 왕국의 최고수장에 오른 팀 국 CEO(최고경영자)은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만인 2014년 미국 이외 국가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데 삼성과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27일 자로 삼성과 7년 소송을 끝낸 것이다.

삼성, 애플 '아이튠즈'·'에어플레이2' 스마트TV에 탑재 발표
스마트폰 업계 1,2위 상생 위한 협력 본격 시작

삼성전자는 현지시간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19' 개막 직전에 경쟁사인 애플과 협력해 업계 최초로 삼성 스마트TV에 '아이튠즈 무비 & TV쇼(iTunes Movies & TV Shows)'와 '에어플레이2(AirPlay2)'를 동시에 탑재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애플의 대표적인 미디어 플랫폼인 아이튠즈가 애플 이외 다른 회사 기기에 탑재되는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iOS 기기의 콘텐츠를 삼성TV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애플이 아마존 알렉사에 연동되는 에코 스피커 등에 애플뮤직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한 적은 있지만 아이튠즈가 타사 제품 속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다.

이번 협업에 따라 새로게 출시되는 삼성 스마트 TV나 2018년 출시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은 삼성 스마트 TV를 보유한 글로벌 사용자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아이튠스와 에어플레이2 기능을 별도의 기기 연결 없이도 TV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삼성 스마트 TV 사용자들은 아이튠즈 비디오 앱을 통해 아이튠스 스토어(iTumes Stroe)가 보유한 4K HDR 영화를 비롯해 수만 편에 이르는 다채로운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구매해 TV 대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이튠즈 무비와 TV쇼는 애플이 2019년 상반기 출시하는 비디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애플 아이튠즈·에어플레이2 서비스 삼성 스마트TV 탑재애플 아이튠즈·에어플레이2 서비스 삼성 스마트TV 탑재

특히 애플 고객들이 개인 아이튠즈 라이브러리에 저장된 콘텐츠를 손쉽게 TV와 연동해 시청할 수 있다. 또 아이튠즈는 유니버셜 가이드(Universal Guide), 뉴 빅스비(New Bixby) 등 삼성 스마트 TV 자체 기능과도 연계돼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콘텐츠를 검색해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삼성 "OS(운영체계) 관계없이 모든 기기와 연결 추구"
애플 "대형 TV 스크린 통해 콘텐츠 즐길 수 있게 돼"

삼성은 "이번 애플과의 협력은 그동안 사용자 편의를 위해 스마트 TV에 오픈 소스 플랫폼인 타이젠을 탑재하고 OS(운영체계)에 관계없이 모든 기기와의 연결성을 추구해온 결과"라고 밝혔다.

애플의 애디 큐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전 세계의 삼성 스마트 TV 사용자에게 아이튠스와 에어플레이2 경험을 제공하게 돼 기대가 크다"면서 "아이폰·아이패드·맥북 사용자들은 가정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이른바 폐쇄형 프리미엄 전략을 사실상 포기하고 삼성과 손을 잡은 것은 최근의 실적 부진과 새로 출시한 아이폰 시리즈가 시장에서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주당 233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 4일 주당 148달러까지 추락했다. 웬만한 악재에도 끄떡없던 애플의 주가가 석 달 새 35% 폭락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말 시가총액이 1조 1,000억 달러에 달해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에 올랐지만, 순식간에 7,000억 달러도 안 되는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애플, 16년 만에 최초로 판매전망치 하락 조정
팀 쿡 CEO, "중국 시장 부진이 가장 큰 원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시각 2일 투자자들에 보내는 서한에서 애플의 2019 회계연도 1분기 판매전망을 890억~930억 달러(100조~105조 원)에서 840억 달러로 5.6%~9.7% 낮췄다. 애플이 매출 전망을 낮춘 것은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2018년 3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 업체별 점유율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2018년 3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 업체별 점유율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플 부진의 단기적이고 표면적인 원인은 팀 쿡 CEO가 밝혔듯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탓이다. 2015년 12.5%였던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8%로 떨어졌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중국 내 반미 감정이 확산하면서 올해는 애플의 중국시장 매출이 사상 최악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혁신 빠진 고가 정책'이 부진 진짜 이유"

그런데 애플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을 미국 현지 언론은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애플의 모토인 '혁신이 빠진 고가 정책'이 지금의 부진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애플은 애플 제품과 고유한 플랫폼 내에서 열광적인 지지층인 '팬덤'을 바탕으로 고가 정책을 고수해왔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아이폰 평균 판매단가는 852달러, 약 95만 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최소 7% 이상 상승했다. 이는 아이폰 총 판매량의 20%인 6,200만대 이상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이폰의 대당 평균 도매가격(ASP)은 2010년 666달러에서 지난해 796달러로 올랐고, 최근에는 852달러까지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나 중국 화웨이 등이 200~300달러에 생산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애플은 이 같은 정책을 바탕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수익의 6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애플이 약 300조 원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된 배경이다.

문제는 이런 고가 정책이 최근 2~3년간 애플이 혁신 없는 제품을 출시할 때도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애플은 2017년 출시된 아이폰텐(X)과 유사한 아이폰텐에스(XS)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20% 가까이 올렸다. 최고가 200만 원에 이르는 제품도 출시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쿡 CEO는 중국 수요 둔화를 탓하지만, 우리 의견으로는 아이폰의 평균 판매단가 상승이 애플에 드리운 최대 그림자"라며 "혁신을 보여주지도 않고 판매단가만 올린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WSJ "'차이나 쇼크' 애플...삼성 반면교사로 삼아야"
뉴욕타임스 "시장 포화·애플 혁신 역량 한계에 봉착" 진단
中 환구시보 "애플의 기술 혁신 능력 부족이 원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른바 '차이나 쇼크'에 직면한 애플에게 삼성전자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충고했다. WSJ은 현지시각 4일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는 중국에서의 고전 속에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며 중국 톈진 공장을 철수하면서 인도와 같은 성장하는 시장에 맞춰 중급(middle-tier) 휴대폰에 최고의 새로운 하드웨어를 장착했으며, 특히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인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7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3일 '애플 시대의 종언인가'라는 칼럼을 통해 "스마트폰 확산이라는 마지막 혁신의 대폭발이 분명히 끝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혁신 기술은 별로 없는 데다 배터리 교체 비용이 떨어지고 이동통신사 보조금이 줄면서 아이폰 교체 주기가 2015년 약 2년에서 지난해는 약 3년으로 늘어난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팀 쿡 CEO도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서한에서 "선진국 시장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수요가 기대보다 적었다고"고 인정했다.

미국 백악관은 애플의 부진을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설득력은 높지 않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6일 사평에서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애플의 실적하락과 관련해 중국이 애플의 기술을 채 갔을 수도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중국을 비방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애플 실적하락의 원인은 전략적 실패에 기인한다"면서 "애플의 기술 혁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대국이 계속해서 암울한 심리 상태로 주변 경쟁국을 대하는 것은 이미 심리적으로 쇠퇴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보통 심리적으로 쇠퇴한다는 것은 실력의 쇠퇴를 가속화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글로벌화된 기업 가운데 하나이다. 세계시장에서 어떤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나비효과처럼 발생한 충격을 피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이 5G 시대를 맞아 세계 최대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와 ZTE를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정리해가고 있다면 미국의 최대 기업인 애플도 떨어진 자체 혁신동력과 세계 시장이라는 외부적 환경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 1, 2위인 애플과 삼성의 상생을 위한 협력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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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7 16:38:54
    • 수정2019-01-07 16: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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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창업주 故 스티브 잡스 (2011년 10월 타계)


애플 창업자 잡스의 유산(遺産) 버리는 팀 쿡 CEO

애플의 창업자였던 혁신의 아이콘, 故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3.5인치 아이폰을 고집했다. 스마트폰 화면 크기에 과도할 정도로 집착했는데 "아이폰은 반드시 한 손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며 대화면 제품에 극도의 반감을 보였다. 이 때문에 애플은 잡스가 세상을 떠난 2011년까지 모든 아이폰에 3.5인치 화면을 고수했다.

워낙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던 잡스를 꺾을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혁신적인 디자인에 강한 신념을 지녔던 잡스는 애플의 주력 제품인 아이폰(iPhone)과 맥(MAC) 컴퓨터, 아이패드(iPad), 음악과 영화 등 디지털 미디어 플레이어 서비스 '아이튠즈(iTunes)'등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독창적이고 고유한 철학을 제품에 담아내는 방법으로 프리미엄(Premium) 가격 전략을 유지했다.

반면에 같은 해 삼성전자는 5.3인치 갤럭시노트를 처음 출시하면서 대화면 스마트폰 사장을 개척해 나갔다.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대화면을 선호하는 쪽으로 기울면서 중국 후발업체들은 대화면 개발로 기술개발 전략을 수정했다.

결국, 애플도 잡스가 사망한 다음 해인 2012년부터 별도의 발표 없이 슬그머니 아이폰 화면을 4인치로 살짝 키웠고 그다음에는 과감하게 5.5인치로 그리고 다시 5.8인치로 키워 나갔다.

애플, 새 아이폰 3종 공개 (2018년 9월 12일)
'혁신' 대신 '대화면' 택한 아이폰...시장 반응은 '냉랭'
애플, 지난해 6월 삼성전자와 특허침해 7년 소송 '화해'

그리고 지난해 9월 애플은 6인치대 대화면 스마트폰을 시장에 선보였다. 삼성전자를 따라간 것인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총 3종의 새 아이폰을 선보였는데 6.5인치 제품을 포함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 화면 크기는 삼성전자가 공개할 예정이었던 갤럭시노트9의 6.4인치보다 0.1인치를 더 키운 것이었다. 이로써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첫 출시한 이후 11년 만에 스마트폰 크기에서 삼성을 넘어섰다. 창업자인 잡스의 유산(遺産)이 사라지는 신호탄이었을까?

애플은 지난해 6월에는 삼성전자와 7년을 끌어온 디자인 특허 침해 분쟁을 전격적인 화해(settlement)로 종결했다. 잡스는 생전에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과도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며 소송을 진두지휘했다. 7년이나 끌어온 삼성전자와의 특허 침해 소송도 생전에 잡스가 드라이브를 걸었다. 잡스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선두주자인 삼성의 갤럭시폰이 아이폰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삼성을 '카피캣(copycat)'이라고 부르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고 세계 9개국에서 동시다발적인 특허 소송전을 벌였다. 스마트폰의 양대 운영 체계(Operating System)인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경쟁에서 잡스는 승리하고 싶어했다.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까지 했다. 잡스가 특허 소송을 처음 제기한 2011년 4월은 그가 췌장암으로 숨지기 불과 6개월 전이었다.

애플-삼성전자 특허 침해 소송 화해 (2018년 6월 27일)
하지만 잡스에 이어 애플 왕국의 최고수장에 오른 팀 국 CEO(최고경영자)은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만인 2014년 미국 이외 국가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데 삼성과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27일 자로 삼성과 7년 소송을 끝낸 것이다.

삼성, 애플 '아이튠즈'·'에어플레이2' 스마트TV에 탑재 발표
스마트폰 업계 1,2위 상생 위한 협력 본격 시작

삼성전자는 현지시간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19' 개막 직전에 경쟁사인 애플과 협력해 업계 최초로 삼성 스마트TV에 '아이튠즈 무비 & TV쇼(iTunes Movies & TV Shows)'와 '에어플레이2(AirPlay2)'를 동시에 탑재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애플의 대표적인 미디어 플랫폼인 아이튠즈가 애플 이외 다른 회사 기기에 탑재되는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iOS 기기의 콘텐츠를 삼성TV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애플이 아마존 알렉사에 연동되는 에코 스피커 등에 애플뮤직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한 적은 있지만 아이튠즈가 타사 제품 속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다.

이번 협업에 따라 새로게 출시되는 삼성 스마트 TV나 2018년 출시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은 삼성 스마트 TV를 보유한 글로벌 사용자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아이튠스와 에어플레이2 기능을 별도의 기기 연결 없이도 TV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삼성 스마트 TV 사용자들은 아이튠즈 비디오 앱을 통해 아이튠스 스토어(iTumes Stroe)가 보유한 4K HDR 영화를 비롯해 수만 편에 이르는 다채로운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구매해 TV 대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이튠즈 무비와 TV쇼는 애플이 2019년 상반기 출시하는 비디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애플 아이튠즈·에어플레이2 서비스 삼성 스마트TV 탑재
특히 애플 고객들이 개인 아이튠즈 라이브러리에 저장된 콘텐츠를 손쉽게 TV와 연동해 시청할 수 있다. 또 아이튠즈는 유니버셜 가이드(Universal Guide), 뉴 빅스비(New Bixby) 등 삼성 스마트 TV 자체 기능과도 연계돼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콘텐츠를 검색해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삼성 "OS(운영체계) 관계없이 모든 기기와 연결 추구"
애플 "대형 TV 스크린 통해 콘텐츠 즐길 수 있게 돼"

삼성은 "이번 애플과의 협력은 그동안 사용자 편의를 위해 스마트 TV에 오픈 소스 플랫폼인 타이젠을 탑재하고 OS(운영체계)에 관계없이 모든 기기와의 연결성을 추구해온 결과"라고 밝혔다.

애플의 애디 큐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전 세계의 삼성 스마트 TV 사용자에게 아이튠스와 에어플레이2 경험을 제공하게 돼 기대가 크다"면서 "아이폰·아이패드·맥북 사용자들은 가정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이른바 폐쇄형 프리미엄 전략을 사실상 포기하고 삼성과 손을 잡은 것은 최근의 실적 부진과 새로 출시한 아이폰 시리즈가 시장에서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주당 233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 4일 주당 148달러까지 추락했다. 웬만한 악재에도 끄떡없던 애플의 주가가 석 달 새 35% 폭락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말 시가총액이 1조 1,000억 달러에 달해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에 올랐지만, 순식간에 7,000억 달러도 안 되는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애플, 16년 만에 최초로 판매전망치 하락 조정
팀 쿡 CEO, "중국 시장 부진이 가장 큰 원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시각 2일 투자자들에 보내는 서한에서 애플의 2019 회계연도 1분기 판매전망을 890억~930억 달러(100조~105조 원)에서 840억 달러로 5.6%~9.7% 낮췄다. 애플이 매출 전망을 낮춘 것은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2018년 3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 업체별 점유율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플 부진의 단기적이고 표면적인 원인은 팀 쿡 CEO가 밝혔듯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탓이다. 2015년 12.5%였던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8%로 떨어졌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중국 내 반미 감정이 확산하면서 올해는 애플의 중국시장 매출이 사상 최악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혁신 빠진 고가 정책'이 부진 진짜 이유"

그런데 애플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을 미국 현지 언론은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애플의 모토인 '혁신이 빠진 고가 정책'이 지금의 부진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애플은 애플 제품과 고유한 플랫폼 내에서 열광적인 지지층인 '팬덤'을 바탕으로 고가 정책을 고수해왔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아이폰 평균 판매단가는 852달러, 약 95만 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최소 7% 이상 상승했다. 이는 아이폰 총 판매량의 20%인 6,200만대 이상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이폰의 대당 평균 도매가격(ASP)은 2010년 666달러에서 지난해 796달러로 올랐고, 최근에는 852달러까지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나 중국 화웨이 등이 200~300달러에 생산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애플은 이 같은 정책을 바탕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수익의 6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애플이 약 300조 원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된 배경이다.

문제는 이런 고가 정책이 최근 2~3년간 애플이 혁신 없는 제품을 출시할 때도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애플은 2017년 출시된 아이폰텐(X)과 유사한 아이폰텐에스(XS)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20% 가까이 올렸다. 최고가 200만 원에 이르는 제품도 출시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쿡 CEO는 중국 수요 둔화를 탓하지만, 우리 의견으로는 아이폰의 평균 판매단가 상승이 애플에 드리운 최대 그림자"라며 "혁신을 보여주지도 않고 판매단가만 올린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WSJ "'차이나 쇼크' 애플...삼성 반면교사로 삼아야"
뉴욕타임스 "시장 포화·애플 혁신 역량 한계에 봉착" 진단
中 환구시보 "애플의 기술 혁신 능력 부족이 원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른바 '차이나 쇼크'에 직면한 애플에게 삼성전자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충고했다. WSJ은 현지시각 4일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는 중국에서의 고전 속에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며 중국 톈진 공장을 철수하면서 인도와 같은 성장하는 시장에 맞춰 중급(middle-tier) 휴대폰에 최고의 새로운 하드웨어를 장착했으며, 특히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인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7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3일 '애플 시대의 종언인가'라는 칼럼을 통해 "스마트폰 확산이라는 마지막 혁신의 대폭발이 분명히 끝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혁신 기술은 별로 없는 데다 배터리 교체 비용이 떨어지고 이동통신사 보조금이 줄면서 아이폰 교체 주기가 2015년 약 2년에서 지난해는 약 3년으로 늘어난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팀 쿡 CEO도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서한에서 "선진국 시장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수요가 기대보다 적었다고"고 인정했다.

미국 백악관은 애플의 부진을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설득력은 높지 않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6일 사평에서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애플의 실적하락과 관련해 중국이 애플의 기술을 채 갔을 수도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중국을 비방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애플 실적하락의 원인은 전략적 실패에 기인한다"면서 "애플의 기술 혁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대국이 계속해서 암울한 심리 상태로 주변 경쟁국을 대하는 것은 이미 심리적으로 쇠퇴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보통 심리적으로 쇠퇴한다는 것은 실력의 쇠퇴를 가속화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글로벌화된 기업 가운데 하나이다. 세계시장에서 어떤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나비효과처럼 발생한 충격을 피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이 5G 시대를 맞아 세계 최대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와 ZTE를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정리해가고 있다면 미국의 최대 기업인 애플도 떨어진 자체 혁신동력과 세계 시장이라는 외부적 환경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 1, 2위인 애플과 삼성의 상생을 위한 협력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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