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20년①] KBO 연봉 5배…계약후 시즌 70%가 규정 이닝·타석 미달

입력 2019.01.09 (10:17) 수정 2019.01.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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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탈여우'에서 '린의지' 된 양의지…최정 192억 원, 강민호 155억 원

프로야구 양의지 선수는 별명이 '곰탈여우, 곰의 탈을 쓴 여우' 였다. 소속팀 두산 베어스의 상징인 곰처럼 우직해 보이지만 막상 경기에 출전하면 영리한 볼 배합으로 타자들의 허를 찔렀기 때문이다. 여기에 빼어난 타격 실력까지 겸비해 이번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혔다.

양의지 선수가 어제(8일) 오후 경남 창원 사보이호텔에서 열린 NC다이노스 입단식에서 김종문 단장과 악수하고 있다양의지 선수가 어제(8일) 오후 경남 창원 사보이호텔에서 열린 NC다이노스 입단식에서 김종문 단장과 악수하고 있다

그런 양의지 선수의 별명이 '린의지'로 바뀌었다. 두산을 떠나 새로 계약을 맺은 NC 다이노스의 모기업 NC 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와 이름이 비슷해 붙은 별명이다. NC가 양의지에게 지불하는 돈은 4년 간 125억 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롯데 이대호 등 '해외 유턴파' 들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 액수이다.

여기에 2번째 FA 자격을 얻은 SK 와이번스 최정 선수는 소속팀과 6년간 최대 106억 원에 다시 계약을 했는데 첫 번째 계약인 4년간 86억 원을 합치면 구단으로부터 받는 돈이 10년간 192억 원이다.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선수는 2014년에 4년간 75억 원, 지난해엔 4년간 80억 원에 FA 계약을 해 8년 동안 연봉과 계약금이 155억 원이다.

MLB 스탠튼 3,668억 원 … 이강철, 김동수 '3년 8억 원' 이후 20년

프로야구 FA(Free Agent)란 규정이닝 또는 타석을 2/3 이상 채운 시즌이 9번 이상이면 다른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물론 FA를 신청했는데 계약하겠다는 팀이 없어 전년 연봉보다 깎인 액수로 기존 팀과 계약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쟁이 붙고 다년 계약이 가능해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 메이저리그는 1976년에 이 제도가 도입돼 마이애미 말린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튼 선수가 13년간 총액 3억 2,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668억 원에 계약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엔 2000년 시즌부터 도입돼 올해로 벌써 20년을 맞았는데 첫 계약은 당시 우승을 노리던 삼성 라이온즈가 해태 투수 이강철과 LG 포수 김동수를 동시에 영입한 것이다. 둘 다 3년에 8억 원의 조건이었는데 지금 기준에서 보면 액수가 작아 보이지만 당시 연봉 1위였던 투수 정명원이 1억 5,400만 원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큰 돈이었다.

역대 FA 투수 62명, 타자 105명…총 201회 계약 분석

KBS 데이터 저널리즘팀은 제도 도입 20년을 맞아 2000년부터 2018년 시즌까지 프로야구 FA 계약과 선수들의 성적을 분석해봤다. 2019년 시즌 FA 계약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아 분석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금까지 FA 자격을 한 번이라도 얻어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은 투수가 62명, 타자 105명으로 총 167명이었다. 이대호, 김현수, 황재균, 윤석민 등 FA 자격을 얻었을 때 해외에 진출했다가 돌아와 국내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이 9명이 있는데 이들은 제외했다.

2008년 11월 LG 트윈스와 첫 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이진영, 정성훈 선수의 입단식 모습2008년 11월 LG 트윈스와 첫 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이진영, 정성훈 선수의 입단식 모습

이 가운데 2번 이상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31명이었는데 투수는 5명에 불과했고 타자가 2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인성, 정성훈, 이진영 선수 3명은 FA 계약을 3번이나 체결했다. 따라서 2018년 시즌까지 FA 계약 횟수는 201회로 집계됐다.

만 33.27세에 첫 계약, 투수가 취득 좀 늦어… 평균 기간 2.85년

FA 계약을 할 때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어느 정도 였을까? 2번 혹은 3번째 계약을 맺은 선수도 있어 첫 계약 167회만 따져보았다. 전체 평균은 만 33.27세. 투수가 만 33.68세로 만 33.03세인 타자보다 첫 FA을 조금 더 늦게 취득했다. 계약기간은 201회 전체를 살펴보니 평균 2.85년으로 투수와 타자 모두 비슷했다.

계약 당시에 가장 나이가 어렸던 선수는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팀을 옮긴 정수근 선수였다. 2004년 만 27살의 나이로 6년, 40억 6천만 원에 계약했다. 최고령 선수는 2018년에 한화 이글스에 잔류하며 2년에 7억 5천만 원 조건으로 FA계약을 한 박정진 선수였다. 당시 나이는 만 42세 였다.

2003년 11월 롯데 자이언츠 입단식에 참석한 정수근 선수2003년 11월 롯데 자이언츠 입단식에 참석한 정수근 선수

단일 계약기간이 가장 길었던 선수도 최연소 FA 계약자였던 정수근이었다. 최근 SK와 재계약한 최정 선수와 마찬가지로 6년이었다. 그 다음으론 4년이 가장 긴 계약기간인데 투수가 22명, 타자 51명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도 종종 나오지만 우리나라 팀들은 이런 형태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민호, 이택근, 박용택, 김민재 선수는 4년 단위 계약을 두 번 체결해 합친 계약기간은 8년이었다. 또 최근에 박용택 선수는 구단과 금액은 확정하지 못하고 2년 계약을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세 번째 FA 계약을 체결한다면 총 10년이 된다. 3번의 FA 계약을 맺은 조인성, 이진영, 정성훈 선수는 합친 계약기간이 각각 9년과 7년, 6년 이었다.

물가반영 연 평균 7억 7,281만 원 … 2018년 KBO 평균 연봉의 5배

FA 계약금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전체 평균 금액은 22억 5,300만 원이었는데 투수가 22억 2,743만 원, 타자가 22억 6,574만 원이었다.


도입 첫 해인 2000년의 물가와 지금은 차이가 많이 난다. 때문에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해 2018년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FA 선수들은 1년 평균 7억 7,281만 원에 계약을 했다. 투수가 7억 6,831만 원이었고 타자가 7억 7,506만 원으로 투수가 금액이 조금 컸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지난해 1월말 선수등록을 마친 KBO 소속 선수 609명 가운데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513명의 평균 연봉은 1억 5,026만 원. FA 선수들은 이보다 약 5.14배 많은 돈을 받은 것이다.

물가지수를 적용한 연 평균 금액으로 따지면 최형우 선수가 25억 3,861만 원으로 1위였고 박석민과 손아섭, 차우찬, 양현종 등 순이었다. 대부분 2010년 이후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인데 프로야구 관중이 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계약금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수마다 계약금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준석 선수는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계약하겠다는 팀이 없어서 1년에 5천 5백만 원을 받고 NC로 이적했다. KBO 평균 연봉의 1/3 수준밖에 받지 못한 것이다. 최형우 선수의 물가지수 반영 연 평균 계약금과 비교하면 2%에 불과하다.


물가지수를 반영한 연 평균 계약금을 계약별로 하나씩 나열해보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가를 반영한 연 평균 최고 금액과 최저 금액을 가지고 표준편차를 구해서 연도별로 나열해 보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단 2011년엔 FA 계약을 한 선수가 둘 뿐인데다 연 평균 금액도 같아 표준편차가 '0'으로 계산됐다.

FA 계약 맺은 뒤 규정이닝·타석 못 채운 시즌이 70%

프로야구에선 규정이닝과 타석을 채워야 공식 기록으로 인정을 받는다. 투수는 전체 시즌 '경기수 × 1' 만큼 이닝을 소화하고 타자는 '경기수 × 3.1' 만큼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시즌내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투수가 방어율 0.00으로 1위를 차지하거나 한 경기에서 5타수 2안타를 친 타자가 타율 4할로 타격왕이 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이다.

규정 이닝과 타석을 채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해 성적을 냈다는 성실성의 척도이기도 하다. 지난해 투수는 25명, 타자는 62명이 규정타석을 채웠다. 그렇다면 FA 계약을 맺은 이후 규정이닝이나 타석을 채우지 못한 시즌은 어느 정도나 될까?


총 201회 FA 계약에 해당하는 기간은 모두 572년인데 이 가운데 64년은 아직 2019년 시즌 이후 계약이 포함돼 있어서 규정 이닝 또는 타석을 충족하는지 판단할 수가 없다. 때문에 이미 계약에 따라서 시즌이 진행된 511년만 살펴보았다.

이 경우 511년 가운데 368년은 계약 선수들이 규정이닝 또는 타석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율로 따지면 70%가 넘는다. 투수가 비율이 88% 였고 타자는 62.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이 가운데 투수 10명, 타자 14명은 계약 기간 동안 한 시즌 이상을 통째로 출전하지 못했다. 부상으로 수술을 받거나 치료 때문에 쉰 경우가 9명이었고,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가 6명, 부진 때문에 1군 출전 기회를 못 얻은 선수가 4명, 자발적 은퇴를 선택한 선수가 3명, 형사 입건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가 2명이었다.

FA 계약 이후 등판 이닝·출전 타석…투수 24.1% ↓ 타자 18.0% ↓

계약 전과 비교해 투수는 등판 이닝, 타자는 출전 타석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살펴보았다. 예를 들어 2003년 시즌을 앞두고 4년 계약을 한 선수가 있다면 1999 ~ 2002년, 4년의 기록과 2003 ~ 2006년, 4년의 기록을 비교했다. 2번 이상 FA를 체결한 선수는 기간 차이가 있어 제외시켰다.


투수는 계약 전엔 연 평균 79.9 이닝을 던졌지만 이후엔 평균 60.7 이닝을 던져 24.1%가 감소했다. 타자는 계약 전엔 연 평균 154.8 타석에 들어섰지만 이후엔 126.8 타석에 들어서 18%가 줄어 투수보단 감소폭이 적었다. 구단들은 과연 이런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선수들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속설처럼 나태해진 것일까?

여기엔 다소 설명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프로야구에 발을 들일 때 각 구단의 지명을 받고 입단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감수해야 하는데, FA 제도는 오랫동안 팀을 위해 헌신하며 일정 수준의 성적을 낸 선수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갖고 있다. 또 FA 계약에서 대박을 노리고 임박한 시즌에 선수들이 평소보다 무리를 하거나 부상을 숨기고 뛰는 경우도 많다. FA 체결 당시 평균 나이가 상대적으로 고령인 만 33.27 세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 기사에선 FA 계약을 전후한 좀 더 구체적인 성적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홈런이나 삼진처럼 보직 및 선수 특성에 따라 갈리는 기록보다는 방어율과 타율 등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한 수치를 살펴볼 계획이다.

데이터 수집·분석 장슬기 seul@kbs.co.kr
인포그래픽 임유나 imyu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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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 20년①] KBO 연봉 5배…계약후 시즌 70%가 규정 이닝·타석 미달
    • 입력 2019-01-09 10:17:52
    • 수정2019-01-15 16: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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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탈여우'에서 '린의지' 된 양의지…최정 192억 원, 강민호 155억 원

프로야구 양의지 선수는 별명이 '곰탈여우, 곰의 탈을 쓴 여우' 였다. 소속팀 두산 베어스의 상징인 곰처럼 우직해 보이지만 막상 경기에 출전하면 영리한 볼 배합으로 타자들의 허를 찔렀기 때문이다. 여기에 빼어난 타격 실력까지 겸비해 이번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혔다.

양의지 선수가 어제(8일) 오후 경남 창원 사보이호텔에서 열린 NC다이노스 입단식에서 김종문 단장과 악수하고 있다
그런 양의지 선수의 별명이 '린의지'로 바뀌었다. 두산을 떠나 새로 계약을 맺은 NC 다이노스의 모기업 NC 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와 이름이 비슷해 붙은 별명이다. NC가 양의지에게 지불하는 돈은 4년 간 125억 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롯데 이대호 등 '해외 유턴파' 들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 액수이다.

여기에 2번째 FA 자격을 얻은 SK 와이번스 최정 선수는 소속팀과 6년간 최대 106억 원에 다시 계약을 했는데 첫 번째 계약인 4년간 86억 원을 합치면 구단으로부터 받는 돈이 10년간 192억 원이다.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선수는 2014년에 4년간 75억 원, 지난해엔 4년간 80억 원에 FA 계약을 해 8년 동안 연봉과 계약금이 155억 원이다.

MLB 스탠튼 3,668억 원 … 이강철, 김동수 '3년 8억 원' 이후 20년

프로야구 FA(Free Agent)란 규정이닝 또는 타석을 2/3 이상 채운 시즌이 9번 이상이면 다른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물론 FA를 신청했는데 계약하겠다는 팀이 없어 전년 연봉보다 깎인 액수로 기존 팀과 계약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쟁이 붙고 다년 계약이 가능해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 메이저리그는 1976년에 이 제도가 도입돼 마이애미 말린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튼 선수가 13년간 총액 3억 2,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668억 원에 계약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엔 2000년 시즌부터 도입돼 올해로 벌써 20년을 맞았는데 첫 계약은 당시 우승을 노리던 삼성 라이온즈가 해태 투수 이강철과 LG 포수 김동수를 동시에 영입한 것이다. 둘 다 3년에 8억 원의 조건이었는데 지금 기준에서 보면 액수가 작아 보이지만 당시 연봉 1위였던 투수 정명원이 1억 5,400만 원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큰 돈이었다.

역대 FA 투수 62명, 타자 105명…총 201회 계약 분석

KBS 데이터 저널리즘팀은 제도 도입 20년을 맞아 2000년부터 2018년 시즌까지 프로야구 FA 계약과 선수들의 성적을 분석해봤다. 2019년 시즌 FA 계약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아 분석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금까지 FA 자격을 한 번이라도 얻어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은 투수가 62명, 타자 105명으로 총 167명이었다. 이대호, 김현수, 황재균, 윤석민 등 FA 자격을 얻었을 때 해외에 진출했다가 돌아와 국내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이 9명이 있는데 이들은 제외했다.

2008년 11월 LG 트윈스와 첫 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이진영, 정성훈 선수의 입단식 모습
이 가운데 2번 이상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31명이었는데 투수는 5명에 불과했고 타자가 2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인성, 정성훈, 이진영 선수 3명은 FA 계약을 3번이나 체결했다. 따라서 2018년 시즌까지 FA 계약 횟수는 201회로 집계됐다.

만 33.27세에 첫 계약, 투수가 취득 좀 늦어… 평균 기간 2.85년

FA 계약을 할 때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어느 정도 였을까? 2번 혹은 3번째 계약을 맺은 선수도 있어 첫 계약 167회만 따져보았다. 전체 평균은 만 33.27세. 투수가 만 33.68세로 만 33.03세인 타자보다 첫 FA을 조금 더 늦게 취득했다. 계약기간은 201회 전체를 살펴보니 평균 2.85년으로 투수와 타자 모두 비슷했다.

계약 당시에 가장 나이가 어렸던 선수는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팀을 옮긴 정수근 선수였다. 2004년 만 27살의 나이로 6년, 40억 6천만 원에 계약했다. 최고령 선수는 2018년에 한화 이글스에 잔류하며 2년에 7억 5천만 원 조건으로 FA계약을 한 박정진 선수였다. 당시 나이는 만 42세 였다.

2003년 11월 롯데 자이언츠 입단식에 참석한 정수근 선수
단일 계약기간이 가장 길었던 선수도 최연소 FA 계약자였던 정수근이었다. 최근 SK와 재계약한 최정 선수와 마찬가지로 6년이었다. 그 다음으론 4년이 가장 긴 계약기간인데 투수가 22명, 타자 51명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도 종종 나오지만 우리나라 팀들은 이런 형태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민호, 이택근, 박용택, 김민재 선수는 4년 단위 계약을 두 번 체결해 합친 계약기간은 8년이었다. 또 최근에 박용택 선수는 구단과 금액은 확정하지 못하고 2년 계약을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세 번째 FA 계약을 체결한다면 총 10년이 된다. 3번의 FA 계약을 맺은 조인성, 이진영, 정성훈 선수는 합친 계약기간이 각각 9년과 7년, 6년 이었다.

물가반영 연 평균 7억 7,281만 원 … 2018년 KBO 평균 연봉의 5배

FA 계약금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전체 평균 금액은 22억 5,300만 원이었는데 투수가 22억 2,743만 원, 타자가 22억 6,574만 원이었다.


도입 첫 해인 2000년의 물가와 지금은 차이가 많이 난다. 때문에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해 2018년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FA 선수들은 1년 평균 7억 7,281만 원에 계약을 했다. 투수가 7억 6,831만 원이었고 타자가 7억 7,506만 원으로 투수가 금액이 조금 컸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지난해 1월말 선수등록을 마친 KBO 소속 선수 609명 가운데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513명의 평균 연봉은 1억 5,026만 원. FA 선수들은 이보다 약 5.14배 많은 돈을 받은 것이다.

물가지수를 적용한 연 평균 금액으로 따지면 최형우 선수가 25억 3,861만 원으로 1위였고 박석민과 손아섭, 차우찬, 양현종 등 순이었다. 대부분 2010년 이후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인데 프로야구 관중이 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계약금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수마다 계약금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준석 선수는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계약하겠다는 팀이 없어서 1년에 5천 5백만 원을 받고 NC로 이적했다. KBO 평균 연봉의 1/3 수준밖에 받지 못한 것이다. 최형우 선수의 물가지수 반영 연 평균 계약금과 비교하면 2%에 불과하다.


물가지수를 반영한 연 평균 계약금을 계약별로 하나씩 나열해보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가를 반영한 연 평균 최고 금액과 최저 금액을 가지고 표준편차를 구해서 연도별로 나열해 보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단 2011년엔 FA 계약을 한 선수가 둘 뿐인데다 연 평균 금액도 같아 표준편차가 '0'으로 계산됐다.

FA 계약 맺은 뒤 규정이닝·타석 못 채운 시즌이 70%

프로야구에선 규정이닝과 타석을 채워야 공식 기록으로 인정을 받는다. 투수는 전체 시즌 '경기수 × 1' 만큼 이닝을 소화하고 타자는 '경기수 × 3.1' 만큼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시즌내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투수가 방어율 0.00으로 1위를 차지하거나 한 경기에서 5타수 2안타를 친 타자가 타율 4할로 타격왕이 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이다.

규정 이닝과 타석을 채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해 성적을 냈다는 성실성의 척도이기도 하다. 지난해 투수는 25명, 타자는 62명이 규정타석을 채웠다. 그렇다면 FA 계약을 맺은 이후 규정이닝이나 타석을 채우지 못한 시즌은 어느 정도나 될까?


총 201회 FA 계약에 해당하는 기간은 모두 572년인데 이 가운데 64년은 아직 2019년 시즌 이후 계약이 포함돼 있어서 규정 이닝 또는 타석을 충족하는지 판단할 수가 없다. 때문에 이미 계약에 따라서 시즌이 진행된 511년만 살펴보았다.

이 경우 511년 가운데 368년은 계약 선수들이 규정이닝 또는 타석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율로 따지면 70%가 넘는다. 투수가 비율이 88% 였고 타자는 62.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이 가운데 투수 10명, 타자 14명은 계약 기간 동안 한 시즌 이상을 통째로 출전하지 못했다. 부상으로 수술을 받거나 치료 때문에 쉰 경우가 9명이었고,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가 6명, 부진 때문에 1군 출전 기회를 못 얻은 선수가 4명, 자발적 은퇴를 선택한 선수가 3명, 형사 입건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가 2명이었다.

FA 계약 이후 등판 이닝·출전 타석…투수 24.1% ↓ 타자 18.0% ↓

계약 전과 비교해 투수는 등판 이닝, 타자는 출전 타석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살펴보았다. 예를 들어 2003년 시즌을 앞두고 4년 계약을 한 선수가 있다면 1999 ~ 2002년, 4년의 기록과 2003 ~ 2006년, 4년의 기록을 비교했다. 2번 이상 FA를 체결한 선수는 기간 차이가 있어 제외시켰다.


투수는 계약 전엔 연 평균 79.9 이닝을 던졌지만 이후엔 평균 60.7 이닝을 던져 24.1%가 감소했다. 타자는 계약 전엔 연 평균 154.8 타석에 들어섰지만 이후엔 126.8 타석에 들어서 18%가 줄어 투수보단 감소폭이 적었다. 구단들은 과연 이런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선수들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속설처럼 나태해진 것일까?

여기엔 다소 설명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프로야구에 발을 들일 때 각 구단의 지명을 받고 입단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감수해야 하는데, FA 제도는 오랫동안 팀을 위해 헌신하며 일정 수준의 성적을 낸 선수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갖고 있다. 또 FA 계약에서 대박을 노리고 임박한 시즌에 선수들이 평소보다 무리를 하거나 부상을 숨기고 뛰는 경우도 많다. FA 체결 당시 평균 나이가 상대적으로 고령인 만 33.27 세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 기사에선 FA 계약을 전후한 좀 더 구체적인 성적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홈런이나 삼진처럼 보직 및 선수 특성에 따라 갈리는 기록보다는 방어율과 타율 등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한 수치를 살펴볼 계획이다.

데이터 수집·분석 장슬기 seul@kbs.co.kr
인포그래픽 임유나 imyu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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