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00년 사찰에도 ‘시멘트 복원’…엉터리 공사 부르는 ‘복원 기준’

입력 2019.01.10 (16:38) 수정 2019.01.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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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공사를 하면서 시멘트를 쓴 ‘흥천사 대방’(등록문화재 583호)


경복궁 흥복전에 이어 600년 전통을 가진 조선시대 사찰을 복원하는 과정에서도 시멘트 시공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있는 등록문화재 583호 '흥천사 대방' 해체·보수 공사 과정에서 바닥과 벽체 내부 등에 백시멘트를 섞어 쓴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서울 흥천사는 조선 태조 시기에 조성된 '원찰'로 정조 때 현재 위치로 옮겨졌으며, 1865년에 건립된 대방 건물은 조선 후기 대표적인 불교 건축물이자 흥선대원군이 현판 글씨를 직접 썼을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흥천사 공사를 맡은 업체 측은 "대방은 근대문화재로 분류돼 시멘트를 쓰더라도 복원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사진 자료가 남아있는 1960년대를 기준으로 복원한 것으로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해 시멘트 시공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성북구청이 관리·감독하는 흥천사 공사에는 4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시공상 편의적 이유로 시멘트 사용을 일부 허용하고 있는 문화재수리표준시방서와 표준품셈 자체가 근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화재청이 문화재의 보수·정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표준시방서와 표준품셈은 담장과 돌벽, 줄눈 등 7개 품목에 시멘트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희봉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표준시방서로 인해 전통 재료·기법에 대한 연구가 무시된 채 전국의 모든 문화재가 획일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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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0 16:38:25
    • 수정2019-01-10 17: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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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공사를 하면서 시멘트를 쓴 ‘흥천사 대방’(등록문화재 583호)


경복궁 흥복전에 이어 600년 전통을 가진 조선시대 사찰을 복원하는 과정에서도 시멘트 시공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있는 등록문화재 583호 '흥천사 대방' 해체·보수 공사 과정에서 바닥과 벽체 내부 등에 백시멘트를 섞어 쓴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서울 흥천사는 조선 태조 시기에 조성된 '원찰'로 정조 때 현재 위치로 옮겨졌으며, 1865년에 건립된 대방 건물은 조선 후기 대표적인 불교 건축물이자 흥선대원군이 현판 글씨를 직접 썼을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흥천사 공사를 맡은 업체 측은 "대방은 근대문화재로 분류돼 시멘트를 쓰더라도 복원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사진 자료가 남아있는 1960년대를 기준으로 복원한 것으로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해 시멘트 시공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성북구청이 관리·감독하는 흥천사 공사에는 4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시공상 편의적 이유로 시멘트 사용을 일부 허용하고 있는 문화재수리표준시방서와 표준품셈 자체가 근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화재청이 문화재의 보수·정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표준시방서와 표준품셈은 담장과 돌벽, 줄눈 등 7개 품목에 시멘트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희봉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표준시방서로 인해 전통 재료·기법에 대한 연구가 무시된 채 전국의 모든 문화재가 획일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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