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언유착은 없다”…비판에도 반복되는 ‘폴리널리스트’ 논란

입력 2019.01.10 (21:08) 수정 2019.01.1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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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언유착(權言癒着) 관계는 지금 정부에서는 전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장. 배석한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불과 지난달 말까지 MBC에서 기자로 근무하던 윤도한 신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입니다. 여현호 한겨레 기자도 사표를 낸 지 불과 이틀 만에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 기자가 작심한 듯 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현직 언론인이 사실상 곧바로 청와대로 직행하는 인사가 반복되면 언론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비판한다면 그 비판을 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언론 영역에서 공공성을 살려온 분들이 역시 공공성을 제대로 살려야 할 청와대로 와서 청와대의 공공성을 잘 지킬 수 있게 해준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권력은) 특혜를 주고 언론은 정권을 비호하고, 그런 '권언유착'의 일환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비판한 바 있지만, 지금 정부에서는 그런 '권언유착' 관계가 전혀 없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설명이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별도로 배포한 보충답변을 통해 "윤도한 수석과 여현호 비서관 두 언론인 출신들은 평소에 보도와 기사를 관심있게 지켜봐왔고 주변의 평판도 들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친분이 없고 일대일로 마주 앉아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직 언론인이 권부(權部)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잘못된 행태"

현직 언론인이 사직한 뒤 얼마되지 않아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는 건 비단 이번 정부만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민경욱 KBS 문화부장은 오전 보도국 편집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에 청와대 대변인 내정이 발표됐고, 후임인 정연국 대변인 또한 MBC 시사제작국장에서 청와대로 곧바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YTN 출신의 윤두현 전 홍보수석, SBS 출신인 이남기 전 홍보수석도 언론인의 옷을 벗은지 얼마 되지 않아 청와대에 들어갔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MBC 김은혜 기자가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고, 기자 출신의 홍상표 YTN 이사가 홍보수석으로 임명되는 등 언론인의 청와대 입성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그 때마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민경욱 당시 문화부장이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자 KBS 기자협회는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냈습니다. "말문이 막혔고, 부끄러웠고 참담했다"면서 "KBS에서 청와대로, 기자에서 대변인으로, 하루 사이에 옮긴 위치에 KBS는, KBS 뉴스는, KBS 기자는 '공영'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호소를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가"라고 적었습니다.

당시 야당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연국 MBC 기자의 대변인 임명에 "'권언유착'이 우려스럽다"면서 "권력의 잘못을 비판해야 할 책무를 가진 현직 언론이 권부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잘못된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 언론사를 대표하는 시사 토론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MBC의 공신력에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청와대가 민경욱 전 대변인에 이어 또다시 현직 언론인을 대변인에 임명한 것도 자칫 잘못된 관행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권력에 유화적인 언론 문화가 정착된다면 이는 '권언유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정연국 내정자 내정은 매우 부적절한 인사임을 지적한다"고 호되게 비판했습니다.

이는 2015년 10월 김영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의 논평입니다. 이때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었습니다.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에 비판의 날을 벼르던 당시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요?

"모범이 되어온 선배 언론인이었다…매우 유감스럽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판은 터져나왔습니다. 전국언론조노 MBC 본부는 윤도한 전 기자의 국민소통수석 임명에 "사실상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에 직행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도한 수석은 방송 독립과 공정방송 투쟁에서 언제나 모범이 되어온 선배 언론인이었다"면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권력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던 분이 다른 자리도 아닌, 청와대를 대표해 홍보하는 자리로 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다"고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한겨레 또한 "여현호 전 선임기자가 사실상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이직한 것은 한겨레신문사가 견지해온 원칙, 임직원과 독자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청와대 역시 인사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가치와 언론인의 윤리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언론인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사회의 불합리한 면을 찾아내 고발하던 기자가 '감시자' 역할에 한계를 느껴 이를 직접 개선할 수 있는 자리로 옮긴다면 전체 사회의 공공선(公共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보듯 우리나라 언론의 뉴스 신뢰도는 세계에서도 하위권 수준입니다(한국인의 뉴스 신뢰도 25% / 세계 평균 44%). 언론이 얼마나 정직하게 권력을 감시하고 있느냐는 그 언론의 신뢰와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권언유착' 여부는 언론의 소비자이자 주권자인 국민이 결과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청와대에 입성한 언론인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청와대의 공공성을 잘 지킬 수 있게" 역할을 할지 "시민적인 관점, 비판론적인 관점을 끊임없이 제공" 할지도 차후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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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0 21:08:09
    • 수정2019-01-10 22:24:35
    취재K
"권언유착(權言癒着) 관계는 지금 정부에서는 전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장. 배석한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불과 지난달 말까지 MBC에서 기자로 근무하던 윤도한 신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입니다. 여현호 한겨레 기자도 사표를 낸 지 불과 이틀 만에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 기자가 작심한 듯 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현직 언론인이 사실상 곧바로 청와대로 직행하는 인사가 반복되면 언론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비판한다면 그 비판을 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언론 영역에서 공공성을 살려온 분들이 역시 공공성을 제대로 살려야 할 청와대로 와서 청와대의 공공성을 잘 지킬 수 있게 해준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권력은) 특혜를 주고 언론은 정권을 비호하고, 그런 '권언유착'의 일환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비판한 바 있지만, 지금 정부에서는 그런 '권언유착' 관계가 전혀 없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설명이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별도로 배포한 보충답변을 통해 "윤도한 수석과 여현호 비서관 두 언론인 출신들은 평소에 보도와 기사를 관심있게 지켜봐왔고 주변의 평판도 들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친분이 없고 일대일로 마주 앉아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직 언론인이 권부(權部)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잘못된 행태"

현직 언론인이 사직한 뒤 얼마되지 않아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는 건 비단 이번 정부만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민경욱 KBS 문화부장은 오전 보도국 편집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에 청와대 대변인 내정이 발표됐고, 후임인 정연국 대변인 또한 MBC 시사제작국장에서 청와대로 곧바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YTN 출신의 윤두현 전 홍보수석, SBS 출신인 이남기 전 홍보수석도 언론인의 옷을 벗은지 얼마 되지 않아 청와대에 들어갔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MBC 김은혜 기자가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고, 기자 출신의 홍상표 YTN 이사가 홍보수석으로 임명되는 등 언론인의 청와대 입성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그 때마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민경욱 당시 문화부장이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자 KBS 기자협회는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냈습니다. "말문이 막혔고, 부끄러웠고 참담했다"면서 "KBS에서 청와대로, 기자에서 대변인으로, 하루 사이에 옮긴 위치에 KBS는, KBS 뉴스는, KBS 기자는 '공영'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호소를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가"라고 적었습니다.

당시 야당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연국 MBC 기자의 대변인 임명에 "'권언유착'이 우려스럽다"면서 "권력의 잘못을 비판해야 할 책무를 가진 현직 언론이 권부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잘못된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 언론사를 대표하는 시사 토론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MBC의 공신력에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청와대가 민경욱 전 대변인에 이어 또다시 현직 언론인을 대변인에 임명한 것도 자칫 잘못된 관행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권력에 유화적인 언론 문화가 정착된다면 이는 '권언유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정연국 내정자 내정은 매우 부적절한 인사임을 지적한다"고 호되게 비판했습니다.

이는 2015년 10월 김영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의 논평입니다. 이때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었습니다.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에 비판의 날을 벼르던 당시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요?

"모범이 되어온 선배 언론인이었다…매우 유감스럽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판은 터져나왔습니다. 전국언론조노 MBC 본부는 윤도한 전 기자의 국민소통수석 임명에 "사실상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에 직행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도한 수석은 방송 독립과 공정방송 투쟁에서 언제나 모범이 되어온 선배 언론인이었다"면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권력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던 분이 다른 자리도 아닌, 청와대를 대표해 홍보하는 자리로 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다"고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한겨레 또한 "여현호 전 선임기자가 사실상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이직한 것은 한겨레신문사가 견지해온 원칙, 임직원과 독자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청와대 역시 인사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가치와 언론인의 윤리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언론인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사회의 불합리한 면을 찾아내 고발하던 기자가 '감시자' 역할에 한계를 느껴 이를 직접 개선할 수 있는 자리로 옮긴다면 전체 사회의 공공선(公共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보듯 우리나라 언론의 뉴스 신뢰도는 세계에서도 하위권 수준입니다(한국인의 뉴스 신뢰도 25% / 세계 평균 44%). 언론이 얼마나 정직하게 권력을 감시하고 있느냐는 그 언론의 신뢰와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권언유착' 여부는 언론의 소비자이자 주권자인 국민이 결과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청와대에 입성한 언론인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청와대의 공공성을 잘 지킬 수 있게" 역할을 할지 "시민적인 관점, 비판론적인 관점을 끊임없이 제공" 할지도 차후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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