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훼손하며 개발 나선 ‘부산대’…국립공원 추진 ‘엇박자’

입력 2019.01.11 (15:18) 수정 2019.01.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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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국립 특수학교 예정지인 대운동장 뒤쪽


부산대학교는 국립 특수학교를 유치해 놓고 지을 땅이 없어 애를 먹었다. 고민 끝에 학교 터로 점찍은 곳이 바로 금정산 자락. 산림 훼손도 문제지만 당장 금정산 국립공원화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65만㎡ 규모의 부산대 부산캠퍼스. 캠퍼스 위쪽 해발 200~400m 금정산 자락에는 수령 50년이 넘은 소나무가 빼곡하다. 부산대 소유 국유지지만 근린공원으로 묶여 지금껏 개발이 안 된 곳이다. 그런데 이 일대 만 6천㎡의 터에 국립 특수학교를 짓기로 부산대가 잠정 확정했다.

부산대는 애당초 경암체육관 서쪽을 특수학교 건립 후보지로 잡았다가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히자 몇 차례 후보지를 바꾼 끝에 금정산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재식 부산대 캠퍼스기획과장은 "모든 분들이 걱정하는 게 수목이다. 울창한 소나무를 그냥 훼손하는 건 학교로서도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저 나무를 이식하는 방법을 조경학과 교수님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학교는 2021년 개교 예정이다. 중·고등학교 21개 학급에 장애 학생 140명가량이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특수학교 예정지인 장전동 산 30번지가 여전히 자연녹지·'근린공원'으로 묶여 있다는 점. 형질을 바꿔야만 첫 삽을 뜰 수 있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소나무가 울창한 부산의 진산 금정산소나무가 울창한 부산의 진산 금정산

무엇보다 근린공원 해제를 위해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를 통과하더라도 지역민과 학내 구성원의 '합의' 역시 이끌어내야 한다. 금정산 자락의 소나무숲 개발에 사회적 반감이 워낙 커서 앞으로 부산대의 심의나 합의 절차는 험난할 수밖에 없다.

유진철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생태국장은 "부산대학교는 금정산 보존에 신경 안 쓰고 자기 목적만 달성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계속 개발을 추진한다면 대한민국 NGO(비정부기구)가 연대해서라도 강력하게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대규모 벌목, 자연녹지 훼손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시 공원운영과 관계자는 "소나무가 꽉 들어차 있는 그 부지를 개발하겠다는 건데, 부산대가 상상을 초월하는 생각을 한다. 신청이 들어온다 해도 심의 안건으로 상정될지도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부산대 특수학교 설립 문제는 금정산 국립공원화 사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명산을 훼손하면서까지 특수학교를 세우려는 부산대, 혹시, 속내가 따로 있는 걸까.

부산대는 금정산 토지를 소유한 대지주 3곳 중 1곳이다. 120만 제곱미터를 갖고 있다. 부산대가 가진 이 금정산 땅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필지가 바로 특수학교 건립 후보지인 '장전동 산 30번지'. 크기가 108만 6천여 제곱미터에 달한다. 이 땅이 얼마나 크냐면, 부산시민공원의 2배가 넘고, 해운대 동백섬의 8배에 이른다. 이 땅은 용도상 '자연녹지'이면서 도시계획시설상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있는데, 즉, 산림 보존을 위해 함부로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해 두었다는 뜻이다.

그린벨트 구역 내에 건립된 대학 캠퍼스 건물들그린벨트 구역 내에 건립된 대학 캠퍼스 건물들

KBS 취재 결과, 부산대는 개발이 금지된 그린벨트 구역 내에서 지난 30년 동안 쉬지 않고 건물을 쌓아 올렸다. 부산대 학생회관을 기준으로 줄지어 들어선 학교 건물. 이 땅은 '개발제한구역'이다. 어떻게 이 건물들이 들어선 걸까.

1980년대,부산대는 당시 정부로부터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 허가를 받았다. 교육토지로 형질을 바꿔 건축 행위가 가능하도록 한 것. 1986년, 그린벨트 구역 내에 제2사범관이 처음 들어섰다. 그리고 2년 뒤 학생회관이, 뒤이어 기숙사와 체육관 등이 줄줄이 생겼다. 1986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7개의 건물이 금정산 자락을 타고 올랐다.


장전동 캠퍼스 전체 108만여 제곱미터 땅 중에서 이런 식으로 형질이 변경된 땅은 무려 20만 7천 제곱미터. 약 20%가 '녹지 보호'라는 애초 목적과 달리 캠퍼스 확장에 쓰인 것이다.

이번 특수학교 건립도 명분 좋은 캠퍼스 확장 시도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허탁 금정산지킴이단장은 "부산대학교가 지금까지 관리해 왔던 국유지의 소나무들을 결국은 마구잡이로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생명 그 자체의 상징인 자연 숲을 망가뜨리고 거기에다가 특수교육 시설을 만든다고 하는데, 과연 제대로 된 취지에 부합하는 시설이 되겠냐"고 비판했다.

특수학교 건립이 부산대의 본격적인 캠퍼스 확장,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부산대 캠퍼스 근처 10~15만 평 정도에 창업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또 대학본부는 누차 "부산대가 가진 땅 중에서 3분의 1밖에 쓰지 못하고 있어 캠퍼스 활용에 애를 먹는다"고 말해왔다.

내년 7월 '공원일몰제'가 시행되면 장전동 산 30번지 일대는 근린공원 해제 가시권에 들어간다. 특수학교 건립을 신호탄으로, 근린공원 해제 규모를 늘려나가는 게 부산대의 속내가 아니겠느냐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자료조사 : 탁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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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1 15:18:17
    • 수정2019-01-11 15:19:51
    취재K
▲부산대 국립 특수학교 예정지인 대운동장 뒤쪽


부산대학교는 국립 특수학교를 유치해 놓고 지을 땅이 없어 애를 먹었다. 고민 끝에 학교 터로 점찍은 곳이 바로 금정산 자락. 산림 훼손도 문제지만 당장 금정산 국립공원화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65만㎡ 규모의 부산대 부산캠퍼스. 캠퍼스 위쪽 해발 200~400m 금정산 자락에는 수령 50년이 넘은 소나무가 빼곡하다. 부산대 소유 국유지지만 근린공원으로 묶여 지금껏 개발이 안 된 곳이다. 그런데 이 일대 만 6천㎡의 터에 국립 특수학교를 짓기로 부산대가 잠정 확정했다.

부산대는 애당초 경암체육관 서쪽을 특수학교 건립 후보지로 잡았다가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히자 몇 차례 후보지를 바꾼 끝에 금정산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재식 부산대 캠퍼스기획과장은 "모든 분들이 걱정하는 게 수목이다. 울창한 소나무를 그냥 훼손하는 건 학교로서도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저 나무를 이식하는 방법을 조경학과 교수님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학교는 2021년 개교 예정이다. 중·고등학교 21개 학급에 장애 학생 140명가량이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특수학교 예정지인 장전동 산 30번지가 여전히 자연녹지·'근린공원'으로 묶여 있다는 점. 형질을 바꿔야만 첫 삽을 뜰 수 있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소나무가 울창한 부산의 진산 금정산
무엇보다 근린공원 해제를 위해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를 통과하더라도 지역민과 학내 구성원의 '합의' 역시 이끌어내야 한다. 금정산 자락의 소나무숲 개발에 사회적 반감이 워낙 커서 앞으로 부산대의 심의나 합의 절차는 험난할 수밖에 없다.

유진철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생태국장은 "부산대학교는 금정산 보존에 신경 안 쓰고 자기 목적만 달성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계속 개발을 추진한다면 대한민국 NGO(비정부기구)가 연대해서라도 강력하게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대규모 벌목, 자연녹지 훼손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시 공원운영과 관계자는 "소나무가 꽉 들어차 있는 그 부지를 개발하겠다는 건데, 부산대가 상상을 초월하는 생각을 한다. 신청이 들어온다 해도 심의 안건으로 상정될지도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부산대 특수학교 설립 문제는 금정산 국립공원화 사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명산을 훼손하면서까지 특수학교를 세우려는 부산대, 혹시, 속내가 따로 있는 걸까.

부산대는 금정산 토지를 소유한 대지주 3곳 중 1곳이다. 120만 제곱미터를 갖고 있다. 부산대가 가진 이 금정산 땅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필지가 바로 특수학교 건립 후보지인 '장전동 산 30번지'. 크기가 108만 6천여 제곱미터에 달한다. 이 땅이 얼마나 크냐면, 부산시민공원의 2배가 넘고, 해운대 동백섬의 8배에 이른다. 이 땅은 용도상 '자연녹지'이면서 도시계획시설상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있는데, 즉, 산림 보존을 위해 함부로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해 두었다는 뜻이다.

그린벨트 구역 내에 건립된 대학 캠퍼스 건물들
KBS 취재 결과, 부산대는 개발이 금지된 그린벨트 구역 내에서 지난 30년 동안 쉬지 않고 건물을 쌓아 올렸다. 부산대 학생회관을 기준으로 줄지어 들어선 학교 건물. 이 땅은 '개발제한구역'이다. 어떻게 이 건물들이 들어선 걸까.

1980년대,부산대는 당시 정부로부터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 허가를 받았다. 교육토지로 형질을 바꿔 건축 행위가 가능하도록 한 것. 1986년, 그린벨트 구역 내에 제2사범관이 처음 들어섰다. 그리고 2년 뒤 학생회관이, 뒤이어 기숙사와 체육관 등이 줄줄이 생겼다. 1986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7개의 건물이 금정산 자락을 타고 올랐다.


장전동 캠퍼스 전체 108만여 제곱미터 땅 중에서 이런 식으로 형질이 변경된 땅은 무려 20만 7천 제곱미터. 약 20%가 '녹지 보호'라는 애초 목적과 달리 캠퍼스 확장에 쓰인 것이다.

이번 특수학교 건립도 명분 좋은 캠퍼스 확장 시도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허탁 금정산지킴이단장은 "부산대학교가 지금까지 관리해 왔던 국유지의 소나무들을 결국은 마구잡이로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생명 그 자체의 상징인 자연 숲을 망가뜨리고 거기에다가 특수교육 시설을 만든다고 하는데, 과연 제대로 된 취지에 부합하는 시설이 되겠냐"고 비판했다.

특수학교 건립이 부산대의 본격적인 캠퍼스 확장,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부산대 캠퍼스 근처 10~15만 평 정도에 창업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또 대학본부는 누차 "부산대가 가진 땅 중에서 3분의 1밖에 쓰지 못하고 있어 캠퍼스 활용에 애를 먹는다"고 말해왔다.

내년 7월 '공원일몰제'가 시행되면 장전동 산 30번지 일대는 근린공원 해제 가시권에 들어간다. 특수학교 건립을 신호탄으로, 근린공원 해제 규모를 늘려나가는 게 부산대의 속내가 아니겠느냐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자료조사 : 탁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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