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한 해 여는 정책 청사진…‘신년사’의 변천사

입력 2019.01.12 (08:07) 수정 2019.01.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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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 첫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여느 해처럼 TV에 등장해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주 동안 북한 전역에서는 이 신년사 내용을 숙지하고, 제시된 과제와 목표들을 달성하자는 각종 결의대회와 토론 모임 등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데요.

북한에서 최고권력자의 ‘신년사’는 대체 무엇이기에 온 나라가 이렇게 신년사에 매달리고 있는 걸까요.

또, 신년사는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요.

북한에서 신년사는 어떤 의미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봅니다.

[리포트]

지난 4일 평양 김일성 광장.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곳곳에 내걸린 대형 선전문구 아래 구호를 외치는 주민들.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하신 강령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자! (관철하자! 관철하자!)"]

청년과 지식인, 여성 등 각계를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신년사를 충실히 이행하자며 결의를 다지는 대규모 군중대회다.

[김능오/평양시당위원회 위원장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의 신년사는 사회주의건설의 전 전선에서 혁명적 앙양을 일으키기 위한 진로를 휘황히 밝혀준 전투적 기치입니다!"]

이 같은 대규모 군중대회와 크고 작은 궐기모임은 수도 평양을 시작으로 북한 전역에서 며칠간 계속됐다.

신년사 내용을 숙지하는 각종 ‘학습 모임’도 진행됐다.

[장광섭/교육위원회 부국장 부교수 : "올해 신년사를 뼈에 새기고 경제 강국 건설에 실질적으로 이바지 할 수 있는 더 많은 가치 있는 연구 성과들을 내 올 결심입니다."]

각 기관과 기업소, 건설 현장 등 북한 주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신년사 관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체제가 갖는 독특한 특성일 겁니다 아마. 수령, 소위 말해서 최고 지도자의 어떤 절대적인 위치 이런 것을 이런 것 때문에 최고 지도자가 얘기하는 것이 곧 정책이자 그 한 해를 결정짓는 중요한 발언이죠. 그래서 아무래도 다른 국가의 정치 문화라든가 시스템과 다르게 절대적인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체제에서 갖는 독특한 특성 이것이 신년사라는 것이 갖는 비중을 조금 더 크게 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봅니다."]

1946년, 김일성 주석이 ‘신년을 맞으며 전국 인민들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으로 연설하면서 시작된 북한의 신년사.

이후 북한의 신년사는 당·정·군이 한 해 동안 추진해야 할 주요 정책이자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최고 권력자의 교시로 여겨져 왔다.

실제 김일성 주석은 1994년 사망한 바로 그 해까지 거의 해마다 육성 신년사를 했을 만큼 신년사를 중요시했다.

그리고 최고 지도자의 육성으로 전달되는 신년사에는 북한 내부의 정책 뿐 아니라 대남메시지, 대외 정책까지 담겨있었다.

[KBS 뉴스9/1990년 9월 30일 : "두 나라가 수교하게 되면 한국과 소련은 구한말인 지난 1904년 한러 통상조약 폐기 이후 86년 만에 양국관계가 정상화 되는 것입니다."]

1980년대 말 공산권의 붕괴와 1990년 10월 독일의 통일을 지켜봤던 김일성 주석.

석 달 뒤, 1991년 신년사에는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과 북한의 수세적인 외교정책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일성/1991년 신년사 : "최근 다른 나라의 흡수통일 방식에 현혹된 남조선 당국자들은 북방정책을 내걸고 청탁외교를 벌이면서 남의 힘을 빌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방식을 실현해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육성 신년사는 20년 가까이 자취를 감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권 기간 내내 '노동신문'과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3개 신문의 공동 사설 형식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있었던 이듬해에도 방송 진행자의 대독이 있을 뿐이었다.

[2001년 신년사/아나운서 대독 : "지난해에는 조국통일위업 수행에서 새로운 전환적 국면이 열린 뜻깊은 해였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3개의 신문에 공동사설 형태로 해서 주로 게재를 했죠. 주로 그 내용들이 굉장히 추상적인 내용들이 많고 사상이라든가 철학 그런 체계를 담아서 그 해의 정책 방향들을 뒤에 열거하는 방식으로 구성이 됐었는데 지도자가 갖는 통치 스타일의 문제도 있을 겁니다. 좀 더 조용하게 은둔형 형태로 해서 뒤에서 막후에서 뭔가 자신의 수령의 어떤 신비스러움을 갖고 통치하는 어떤 스타일이 있을 수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2013년 신년사 : "친애하는 동지들 영용한 인민군장병들과 사랑하는 온 나라 전체 인민들 그리운 동포 형제여러분! 원대한포부와 최후 승리에 대한 신심에 넘쳐 새해 2013년을 맞이합니다."]

2013년 1월 1일, 북한 최고 지도자의 육성 신년사가 19년 만에 다시 전파를 탔다.

집권 2년차를 맞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신년사를 발표한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모습을 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무/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신년사로 직접 나타났는데 그 모습이 정확하게 김일성 자기 할아버지하고 똑같은 모양을 하고 나타났다는 거죠. 머리 모양부터 양복 입은 거부터 모든 것을 똑같이 했다. 그래서 아, 북한이 김정일은 1990년대 최악의 경제난을 맞으면서 북한의 인민들을 사실상 굉장히 못 살게 만들었다라는 어떤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과거 영광스러웠던 어떤 할아버지 이미지를 차용해옴으로써 새로운 지도자상을 김정은에게 입힐려고 하는 어떤 그런 의도다 그렇게 분석을 했죠."]

주민들의 반응 역시 상당히 고무적이었다고 한다.

[강윤서/2014년 탈북 : "진짜 놀랐어요. 왜냐면 저희는 김정일 음성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김정일 때는 신문으로 발표하고 영상으로 그냥 사진 몇 장으로 컷으로 보여줬는데 김정은은 육성으로 실시간으로 내보내니까 뭔가 이분은 조금 뭔가는 다르다. 우리 인민들 앞으로 좀 다가올려는 그게 있다. 조금 더 친근했던 거 같아요."]

더욱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해를 거듭 할수록‘할아버지 따라하기’를 넘어선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2017년 신년사 : "하루하루를 격동적인 투쟁의 날과 날로 빛낸 2016년을 보내고 새해 2017년을 맞이합니다."]

가장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 것은 2017년이다.

선대를 언급하는 빈도수가 확연히 줄었고, 수소탄, 핵탄두, 대륙간탄도로켓 등의 핵실험에 관한 구체적인 단어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2017년 신년사 : "첫 수소탄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대륙간 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

그리고 그해 김정은 위원장은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조선중앙TV/2017년 11월 29일 :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북한 당국이 핵무력 완성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화성 15형의 시험발사까지 강행한 2017년. 2018년을 불과 얼마 앞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우려되던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상황 반전에 나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2018년 신년사 : "북남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여야 합니다. 민족적 화해와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분위기를 적극 조성하여야 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남북 당국의 대화 제안, 멈출 줄 모르던 북한의 핵질주로 위기가 고조됐던 한반도 정세가 북한의 신년사를 필두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남북관계에 관련된 내용들은 거의 파격에 가까웠죠. 굉장히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하겠다라는 어떤 그냥 단순한 어떤 의사만 밝힌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군사적인 신뢰 조성을 하겠다 등등 해서 다양한 아이템들을 갖다 구체적 적시하는 방식으로 가서 내용 구성에 있어서 상당히 파격적인 부분이 있었고..."]

[김진무/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신년사에 나와있던 어떤 남북관계 개선이라든가 동계올림픽 참가 그거를 통해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어떤 전향적인 협상 용의 이런 표현들이 결국 그대로 실천이 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국면이 전환되는 과정으로 거쳤거든요."]

이후 우리와 미국 정부가 화답하면서 18년만의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까지 잇따라 열렸다.

올해 역시 북한의 신년사는 내용과 형식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위원장이 노동당 청사를 입장하는 모습, 단상이 아닌 집무실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읽는 모습 등 달라진 외형은 공개 즉시 화제로 떠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2019년 신년사 :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 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북미 협상에 대한 메시지 분석은 그 어느 때 보다 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우리가 주목 하는 만큼 북한도 신년사 작성에 과거 보다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북한의 신년사로 촉발된 국면전환이 계기가 됐을 거라는 것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작년에 그런 국면전환에 한번 경험을 신 년사 통해서 처음으로 경험하고 나서 아, 이런 신년사의 내용인 만큼 올해가 이렇게 변화될 수 있구나. 그래서 그런 전략적 고민들을 어떻게 신년사에 녹여내서 담아서 그것이 미국에게도 긍정적 메시지로 가고 남측이 거기에 대해서 나름대로 전략적 중재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을 굉장히 아주 고민했을 겁니다."]

북한 정책의 한 해 목표가 총 망라되어 있는 신년사.

물론 신년사로 북한 정권의 전체 흐름을 모두 전망 할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 최고 지도자의 입장이 담긴 만큼 2019 북한의 신년사는 올해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첫 번째 풍향계로 주목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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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한 해 여는 정책 청사진…‘신년사’의 변천사
    • 입력 2019-01-12 08:16:20
    • 수정2019-01-12 10: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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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 첫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여느 해처럼 TV에 등장해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주 동안 북한 전역에서는 이 신년사 내용을 숙지하고, 제시된 과제와 목표들을 달성하자는 각종 결의대회와 토론 모임 등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데요.

북한에서 최고권력자의 ‘신년사’는 대체 무엇이기에 온 나라가 이렇게 신년사에 매달리고 있는 걸까요.

또, 신년사는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요.

북한에서 신년사는 어떤 의미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봅니다.

[리포트]

지난 4일 평양 김일성 광장.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곳곳에 내걸린 대형 선전문구 아래 구호를 외치는 주민들.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하신 강령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자! (관철하자! 관철하자!)"]

청년과 지식인, 여성 등 각계를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신년사를 충실히 이행하자며 결의를 다지는 대규모 군중대회다.

[김능오/평양시당위원회 위원장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의 신년사는 사회주의건설의 전 전선에서 혁명적 앙양을 일으키기 위한 진로를 휘황히 밝혀준 전투적 기치입니다!"]

이 같은 대규모 군중대회와 크고 작은 궐기모임은 수도 평양을 시작으로 북한 전역에서 며칠간 계속됐다.

신년사 내용을 숙지하는 각종 ‘학습 모임’도 진행됐다.

[장광섭/교육위원회 부국장 부교수 : "올해 신년사를 뼈에 새기고 경제 강국 건설에 실질적으로 이바지 할 수 있는 더 많은 가치 있는 연구 성과들을 내 올 결심입니다."]

각 기관과 기업소, 건설 현장 등 북한 주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신년사 관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체제가 갖는 독특한 특성일 겁니다 아마. 수령, 소위 말해서 최고 지도자의 어떤 절대적인 위치 이런 것을 이런 것 때문에 최고 지도자가 얘기하는 것이 곧 정책이자 그 한 해를 결정짓는 중요한 발언이죠. 그래서 아무래도 다른 국가의 정치 문화라든가 시스템과 다르게 절대적인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체제에서 갖는 독특한 특성 이것이 신년사라는 것이 갖는 비중을 조금 더 크게 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봅니다."]

1946년, 김일성 주석이 ‘신년을 맞으며 전국 인민들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으로 연설하면서 시작된 북한의 신년사.

이후 북한의 신년사는 당·정·군이 한 해 동안 추진해야 할 주요 정책이자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최고 권력자의 교시로 여겨져 왔다.

실제 김일성 주석은 1994년 사망한 바로 그 해까지 거의 해마다 육성 신년사를 했을 만큼 신년사를 중요시했다.

그리고 최고 지도자의 육성으로 전달되는 신년사에는 북한 내부의 정책 뿐 아니라 대남메시지, 대외 정책까지 담겨있었다.

[KBS 뉴스9/1990년 9월 30일 : "두 나라가 수교하게 되면 한국과 소련은 구한말인 지난 1904년 한러 통상조약 폐기 이후 86년 만에 양국관계가 정상화 되는 것입니다."]

1980년대 말 공산권의 붕괴와 1990년 10월 독일의 통일을 지켜봤던 김일성 주석.

석 달 뒤, 1991년 신년사에는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과 북한의 수세적인 외교정책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일성/1991년 신년사 : "최근 다른 나라의 흡수통일 방식에 현혹된 남조선 당국자들은 북방정책을 내걸고 청탁외교를 벌이면서 남의 힘을 빌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방식을 실현해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육성 신년사는 20년 가까이 자취를 감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권 기간 내내 '노동신문'과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3개 신문의 공동 사설 형식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있었던 이듬해에도 방송 진행자의 대독이 있을 뿐이었다.

[2001년 신년사/아나운서 대독 : "지난해에는 조국통일위업 수행에서 새로운 전환적 국면이 열린 뜻깊은 해였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3개의 신문에 공동사설 형태로 해서 주로 게재를 했죠. 주로 그 내용들이 굉장히 추상적인 내용들이 많고 사상이라든가 철학 그런 체계를 담아서 그 해의 정책 방향들을 뒤에 열거하는 방식으로 구성이 됐었는데 지도자가 갖는 통치 스타일의 문제도 있을 겁니다. 좀 더 조용하게 은둔형 형태로 해서 뒤에서 막후에서 뭔가 자신의 수령의 어떤 신비스러움을 갖고 통치하는 어떤 스타일이 있을 수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2013년 신년사 : "친애하는 동지들 영용한 인민군장병들과 사랑하는 온 나라 전체 인민들 그리운 동포 형제여러분! 원대한포부와 최후 승리에 대한 신심에 넘쳐 새해 2013년을 맞이합니다."]

2013년 1월 1일, 북한 최고 지도자의 육성 신년사가 19년 만에 다시 전파를 탔다.

집권 2년차를 맞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신년사를 발표한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모습을 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무/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신년사로 직접 나타났는데 그 모습이 정확하게 김일성 자기 할아버지하고 똑같은 모양을 하고 나타났다는 거죠. 머리 모양부터 양복 입은 거부터 모든 것을 똑같이 했다. 그래서 아, 북한이 김정일은 1990년대 최악의 경제난을 맞으면서 북한의 인민들을 사실상 굉장히 못 살게 만들었다라는 어떤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과거 영광스러웠던 어떤 할아버지 이미지를 차용해옴으로써 새로운 지도자상을 김정은에게 입힐려고 하는 어떤 그런 의도다 그렇게 분석을 했죠."]

주민들의 반응 역시 상당히 고무적이었다고 한다.

[강윤서/2014년 탈북 : "진짜 놀랐어요. 왜냐면 저희는 김정일 음성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김정일 때는 신문으로 발표하고 영상으로 그냥 사진 몇 장으로 컷으로 보여줬는데 김정은은 육성으로 실시간으로 내보내니까 뭔가 이분은 조금 뭔가는 다르다. 우리 인민들 앞으로 좀 다가올려는 그게 있다. 조금 더 친근했던 거 같아요."]

더욱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해를 거듭 할수록‘할아버지 따라하기’를 넘어선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2017년 신년사 : "하루하루를 격동적인 투쟁의 날과 날로 빛낸 2016년을 보내고 새해 2017년을 맞이합니다."]

가장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 것은 2017년이다.

선대를 언급하는 빈도수가 확연히 줄었고, 수소탄, 핵탄두, 대륙간탄도로켓 등의 핵실험에 관한 구체적인 단어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2017년 신년사 : "첫 수소탄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대륙간 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

그리고 그해 김정은 위원장은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조선중앙TV/2017년 11월 29일 :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북한 당국이 핵무력 완성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화성 15형의 시험발사까지 강행한 2017년. 2018년을 불과 얼마 앞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우려되던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상황 반전에 나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2018년 신년사 : "북남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여야 합니다. 민족적 화해와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분위기를 적극 조성하여야 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남북 당국의 대화 제안, 멈출 줄 모르던 북한의 핵질주로 위기가 고조됐던 한반도 정세가 북한의 신년사를 필두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남북관계에 관련된 내용들은 거의 파격에 가까웠죠. 굉장히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하겠다라는 어떤 그냥 단순한 어떤 의사만 밝힌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군사적인 신뢰 조성을 하겠다 등등 해서 다양한 아이템들을 갖다 구체적 적시하는 방식으로 가서 내용 구성에 있어서 상당히 파격적인 부분이 있었고..."]

[김진무/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신년사에 나와있던 어떤 남북관계 개선이라든가 동계올림픽 참가 그거를 통해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어떤 전향적인 협상 용의 이런 표현들이 결국 그대로 실천이 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국면이 전환되는 과정으로 거쳤거든요."]

이후 우리와 미국 정부가 화답하면서 18년만의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까지 잇따라 열렸다.

올해 역시 북한의 신년사는 내용과 형식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위원장이 노동당 청사를 입장하는 모습, 단상이 아닌 집무실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읽는 모습 등 달라진 외형은 공개 즉시 화제로 떠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2019년 신년사 :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 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북미 협상에 대한 메시지 분석은 그 어느 때 보다 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우리가 주목 하는 만큼 북한도 신년사 작성에 과거 보다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북한의 신년사로 촉발된 국면전환이 계기가 됐을 거라는 것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작년에 그런 국면전환에 한번 경험을 신 년사 통해서 처음으로 경험하고 나서 아, 이런 신년사의 내용인 만큼 올해가 이렇게 변화될 수 있구나. 그래서 그런 전략적 고민들을 어떻게 신년사에 녹여내서 담아서 그것이 미국에게도 긍정적 메시지로 가고 남측이 거기에 대해서 나름대로 전략적 중재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을 굉장히 아주 고민했을 겁니다."]

북한 정책의 한 해 목표가 총 망라되어 있는 신년사.

물론 신년사로 북한 정권의 전체 흐름을 모두 전망 할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 최고 지도자의 입장이 담긴 만큼 2019 북한의 신년사는 올해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첫 번째 풍향계로 주목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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