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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놀이터에서, 일하던 ‘놀이터’에서…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입력 2019.01.12 (16:12) 수정 2019.01.12 (16:13) 취재K
집 앞 놀이터에서, 일하던 ‘놀이터’에서…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 어제(11일) 대법원 앞 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자회견


■양승태 전 대법원장 두 번의 기자회견...따져 보니 모두 '놀이터'
■"검찰에 소환되는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기자회견 한다고 한 적 있나?"

"이 모든 것이 저희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으로,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11일)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과 검찰 출석으로 하루 종일 뜨거웠습니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물어 달라'며 대국민 사과를 한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이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고, 모든 언론사가 톱 뉴스로 다뤘습니다.

■ 양승태는 누구?

사법농단 수사가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양 전 대법원장은 누구일까요?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제15대 대법원장을 지냈습니다. 대법원장은 3부 요인이자 국가 의전서열 3위로, 대통령, 국회의장 다음입니다. 의전서열 1위인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모습은 오히려 우리에게 익숙하죠. 하지만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197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75년부터 판사 생활을 시작한 양 전 대법원장은 42년을 법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법원에 대한 애정도, 특권 의식도 남다릅니다. 지난해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집 앞에서 열었던 첫 기자회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이란 조직은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건전한 조직이라고 저는 확신한다"며 법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덧붙여 "대법원의 재판은 정말 순수하고 신성한 것이다. 그걸 함부로 폄하하는 걸 저는 견딜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죠.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에게 우리 법관들을 믿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며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전두환 골목성명보다 더 하다"... 양승태의 '놀이터 기자회견'

어제 열린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은 며칠 전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변호인을 통해 검찰 포토라인이 아닌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알려 왔기 때문인데요. 대법원은 난색을 표했습니다. 법원노조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청사 진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필사적으로 막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에 들어가지 못한 채 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해야 했습니다. 기자회견장은 시위대와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양승태를 구속하라"는 시위자들의 구호 속에 4분 30초 동안 기자회견을 한 뒤 차량을 타고 검찰청으로 이동했습니다. 한 여당 의원은 "전두환의 골목성명보다 더 하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습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청사 안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자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나오면서 청와대에서 기자회견 하겠다고 하는 꼴"이라고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6월 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집 앞 놀이터 기자회견지난해 6월 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집 앞 놀이터 기자회견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 장소로 선택한 자리를 살펴 봤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놀이터'였다는 겁니다. 지난해 6월 1일 양 전 대법원장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집 앞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그 후로도 수많은 취재진이 양 전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자택을 찾아갔지만,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지인 집에서 머물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했습니다.

"대부분의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 과정에서 법원을 한번 들렀다가 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어제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도,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양 전 대법원장의 '놀이터'에서 이뤄졌습니다.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무려 12년을 법관으로 일한 곳입니다. 한때 자신이 사법부 수장이었단 점을 과시했다고도 볼 수 있겠죠. 그러면서 검찰청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은 '패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더니, 검찰 조사에서는 "실무진이 한 일을 어떻게 다 알겠냐"며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포토라인 ‘패싱(passing)’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검찰 포토라인 ‘패싱(passing)’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 양승태 영장, 전담 재판부 산 넘을까?

앞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요? '피의자'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워낙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양 전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법률가'이기 때문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법적 혐의는 여러 개인데요. 대표적인 게 직권남용죄입니다. 하지만 이게 인정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검찰은 "사법농단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상하 관계에 따른 조직 범죄"라는 건데, 양 전 대법원장의 방어 논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였고, 불법을 저지르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전략입니다. 어제 조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주로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과연 구속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검찰은 모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 내부 문건을 빼내고 이를 파기한 혐의를 받은 유해용 전 재판연구관이 첫 대상이었지만, 법원은 영장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전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이 구속영장도 기각됐죠. 구속된 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일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관심도 검찰 출석보다는 영장에 더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몇 차례 더 비공개 소환해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사법농단 수사가 처음 시작됐을 무렵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의 90%를 기각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도 검찰과 법원의 기 싸움은 끊이지 않았는데요. 지난 7개월 동안 검찰이 먼 길을 돌아온 이유입니다. '사법농단 주범'으로 지목돼 검찰 조사라는 불명예를 안은 양 전 대법원장, 과연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집 앞 놀이터에서, 일하던 ‘놀이터’에서…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 입력 2019.01.12 (16:12)
    • 수정 2019.01.12 (16:13)
    취재K
집 앞 놀이터에서, 일하던 ‘놀이터’에서…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 어제(11일) 대법원 앞 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자회견


■양승태 전 대법원장 두 번의 기자회견...따져 보니 모두 '놀이터'
■"검찰에 소환되는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기자회견 한다고 한 적 있나?"

"이 모든 것이 저희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으로,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11일)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과 검찰 출석으로 하루 종일 뜨거웠습니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물어 달라'며 대국민 사과를 한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이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고, 모든 언론사가 톱 뉴스로 다뤘습니다.

■ 양승태는 누구?

사법농단 수사가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양 전 대법원장은 누구일까요?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제15대 대법원장을 지냈습니다. 대법원장은 3부 요인이자 국가 의전서열 3위로, 대통령, 국회의장 다음입니다. 의전서열 1위인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모습은 오히려 우리에게 익숙하죠. 하지만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197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75년부터 판사 생활을 시작한 양 전 대법원장은 42년을 법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법원에 대한 애정도, 특권 의식도 남다릅니다. 지난해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집 앞에서 열었던 첫 기자회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이란 조직은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건전한 조직이라고 저는 확신한다"며 법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덧붙여 "대법원의 재판은 정말 순수하고 신성한 것이다. 그걸 함부로 폄하하는 걸 저는 견딜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죠.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에게 우리 법관들을 믿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며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전두환 골목성명보다 더 하다"... 양승태의 '놀이터 기자회견'

어제 열린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은 며칠 전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변호인을 통해 검찰 포토라인이 아닌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알려 왔기 때문인데요. 대법원은 난색을 표했습니다. 법원노조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청사 진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필사적으로 막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에 들어가지 못한 채 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해야 했습니다. 기자회견장은 시위대와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양승태를 구속하라"는 시위자들의 구호 속에 4분 30초 동안 기자회견을 한 뒤 차량을 타고 검찰청으로 이동했습니다. 한 여당 의원은 "전두환의 골목성명보다 더 하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습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청사 안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자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나오면서 청와대에서 기자회견 하겠다고 하는 꼴"이라고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6월 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집 앞 놀이터 기자회견지난해 6월 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집 앞 놀이터 기자회견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 장소로 선택한 자리를 살펴 봤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놀이터'였다는 겁니다. 지난해 6월 1일 양 전 대법원장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집 앞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그 후로도 수많은 취재진이 양 전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자택을 찾아갔지만,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지인 집에서 머물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했습니다.

"대부분의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 과정에서 법원을 한번 들렀다가 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어제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도,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양 전 대법원장의 '놀이터'에서 이뤄졌습니다.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무려 12년을 법관으로 일한 곳입니다. 한때 자신이 사법부 수장이었단 점을 과시했다고도 볼 수 있겠죠. 그러면서 검찰청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은 '패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더니, 검찰 조사에서는 "실무진이 한 일을 어떻게 다 알겠냐"며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포토라인 ‘패싱(passing)’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검찰 포토라인 ‘패싱(passing)’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 양승태 영장, 전담 재판부 산 넘을까?

앞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요? '피의자'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워낙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양 전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법률가'이기 때문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법적 혐의는 여러 개인데요. 대표적인 게 직권남용죄입니다. 하지만 이게 인정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검찰은 "사법농단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상하 관계에 따른 조직 범죄"라는 건데, 양 전 대법원장의 방어 논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였고, 불법을 저지르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전략입니다. 어제 조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주로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과연 구속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검찰은 모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 내부 문건을 빼내고 이를 파기한 혐의를 받은 유해용 전 재판연구관이 첫 대상이었지만, 법원은 영장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전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이 구속영장도 기각됐죠. 구속된 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일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관심도 검찰 출석보다는 영장에 더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몇 차례 더 비공개 소환해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사법농단 수사가 처음 시작됐을 무렵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의 90%를 기각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도 검찰과 법원의 기 싸움은 끊이지 않았는데요. 지난 7개월 동안 검찰이 먼 길을 돌아온 이유입니다. '사법농단 주범'으로 지목돼 검찰 조사라는 불명예를 안은 양 전 대법원장, 과연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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