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삽도 못뜬 공사 이익 환수?” vs “지엽말단 보고 말꼬리 잡기”

입력 2019.01.13 (08:01) 수정 2019.01.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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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선거 당일 삽도 못뜬 공사...개발 이익 환수했다고?"
■이 지사 "지지율 격차 큰데 왜 속여...선거비용 보전하려면 파산"
■변호인 "차량 계약만 해도 '차 샀다' 말해...'지엽말단'만 봤다"
■검찰 "전체 맥락 봤을 때 오히려 명확히 허위사실 공표 해당"
■증거 목록 두고도 검찰-변호인 실랑이...초반 기싸움 '팽팽'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첫 재판이 10일 막을 올렸습니다. 1분 30초짜리 방송용 리포트에서는 담지 못하는 검찰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을 꼼꼼하게 복기해서 전해드립니다.

첫 재판에 나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습니다. 법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던 지지자들에게 미소를 띄우며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조용히 해달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습니다. 법정 출석 직전 인터뷰에서 주요 혐의 3가지에 대해 10분 넘게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조목조목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정 안에서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판부가 심리를 시작하며 인적사항을 묻자 곧바로 벌떡 일어나 대답하려다 '앉아서 하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습니다. 재판 내내 피고인석에서 정자세로 앉아 재판부의 말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였습니다.

재판부는 이 지사가 받고 있는 혐의 3가지 가운데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사건을 우선 다루기로 했습니다. '창과 방패' 대결의 포문을 연 검찰은 그간 날카롭게 벼려온 창끝을 거침없이 휘둘렀습니다.

검찰 "선거 당일 삽도 못뜬 공사...개발 이익 환수했다고?"

공판 검사는 준비해온 PPT 화면을 대형 스크린에 띄우고 대장동 건의 혐의를 조목조목 짚어갔습니다. 이 지사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선거 공보물과 유세 발언을 통해 대장동 개발로 5503억 원을 환수했다고 주장했지만, 대장동 개발의 현실은 달랐다는 겁니다. 환수했다던 이익은 사업자 간 계약서 상의 약정일 뿐이었고, 이익규모도 추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지방선거 당일에는 착공도 못하고, 삽조차 뜨지 못했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이재명 지사 "지지율 격차 큰데 왜 속여...선거비용 보전하려면 개인 파산"

이에, '방패' 역할로 처음 나선 이는 이재명 지사였습니다. 변호인은 "대장동 개발 사업은 복잡한 사업 구조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익을 귀속시키려는 보장책 등과 현재 상태에 대해 피고인이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만큼 직접 설명하는 게 낫겠다"며 발언권을 넘겼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말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며 대장동 개발 사업의 경과를 과외라도 하듯 알기 쉽게 찬찬히 풀어갔습니다. 특히, "지난 선거는 지지율 격차가 커서 속여서 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허위사실 공표로 당선 무효가 되면 선거비용 38억 원을 물어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개인적으로 파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생명을 잃는 것 이상이었다"며 그만큼 더 조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변호인 "차량 계약만 해도 '차 샀다' 말해...'지엽말단'만 봤다"

이 지사의 '셀프 변론'이 마무리되자, 변호인인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종근 변호사도 어시스트에 가담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자료를 살펴볼 때 나중에 분쟁이 발생할까봐 '부제소 특약 확약서'까지 만들어둔걸 보며 누가 이런 장치를 만들었나 싶었는데, 이 지사 작품이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듯 말을 이어갔습니다. "차를 구입할 때 계약서를 쓰는데 법률상으로는 차량 취득이 아니지만, 통상 '차를 샀다'고 하지 않냐"며 "'환수'라는 표현도 민간에게 갈 이익을 시민의 것으로 되돌렸다는 뜻"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 측이 표현 자체의 의미를 파악하지 않고 지엽말단만 보고 말꼬리를 잡은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검찰 "전체 맥락 봤을 때 오히려 명확히 허위사실 공표 해당"

검찰 측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바로 선거 공보물 등의 표현을 문제삼으며 "유권자 입장에서는 5503억 원을 귀속시켜 썼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전체 맥락을 봤을 때 오히려 명확히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맞받았습니다.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데 이익이 환수, 귀속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익을 지출해 사용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변호인이 "이익이 환수될 예정인 건 인정하느냐"고 묻자 검사는 "예정과 관계 없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답했고, 변호인이 "돈으로 환수가 안됐다는 의미냐"고 재차 묻자 "돈 뿐만 아니라 사업 자체가 안됐다"고 거듭 반박했습니다.

증거 목록 두고도 검찰-변호인 실랑이...초반 기싸움 '팽팽'

검찰이 제출한 증거 목록을 두고도 변호인단과 기싸움은 팽팽했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수사 보고서 대부분을 변호인이 '부동의'한 것에 대해 검찰 측은 정확히 어떤 부분을 부동의하는 것인지 따져 물으며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변호인 측은 "관행적으로 수사 보고서를 그대로 동의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전화조사로 대체했다든가 해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 등을 꼼꼼하게 살펴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 측 변호인에게 첫날 재판에 대한 내부 평가를 물었습니다.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재명 지사가 잘 아는 분야여서 설명을 잘한 것 같다"며 "변호인단이 준비를 많이 했고, 변론에 나선 김종근 변호사가 노련하게 잘 끌어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재명 지사도 법원을 나서면서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환담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이 지사의 첫 재판 평가도 "열심히 설명했다"며 "합리적 결론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다음 재판은 14일(월요일) 오후 2시에 열립니다. 재판부에서 미리 가르마를 탄 대로 '대장동 개발 업적 과정' 건이 우선 다뤄지는데요, 이날에는 검찰 측이 신청한 대장동 개발을 맡은 공사 측 직원 등 3명을 상대로 신문이 진행됩니다. 이후 비교적 쟁점이 적은 '검사 사칭'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됩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건은 자료 검토 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변호인 의견에 따라 28일 이후부터 다뤄질 전망입니다. 검찰과 변호인, 창과 방패가 일단 일합을 겨뤄본 셈인데요, 첫 재판에선 우세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팽팽한 양상을 이어갔는데, 다음 재판에서는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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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재판] “삽도 못뜬 공사 이익 환수?” vs “지엽말단 보고 말꼬리 잡기”
    • 입력 2019-01-13 08:01:36
    • 수정2019-01-13 08:10:52
    취재K
■검찰 "선거 당일 삽도 못뜬 공사...개발 이익 환수했다고?"
■이 지사 "지지율 격차 큰데 왜 속여...선거비용 보전하려면 파산"
■변호인 "차량 계약만 해도 '차 샀다' 말해...'지엽말단'만 봤다"
■검찰 "전체 맥락 봤을 때 오히려 명확히 허위사실 공표 해당"
■증거 목록 두고도 검찰-변호인 실랑이...초반 기싸움 '팽팽'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첫 재판이 10일 막을 올렸습니다. 1분 30초짜리 방송용 리포트에서는 담지 못하는 검찰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을 꼼꼼하게 복기해서 전해드립니다.

첫 재판에 나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습니다. 법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던 지지자들에게 미소를 띄우며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조용히 해달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습니다. 법정 출석 직전 인터뷰에서 주요 혐의 3가지에 대해 10분 넘게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조목조목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정 안에서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판부가 심리를 시작하며 인적사항을 묻자 곧바로 벌떡 일어나 대답하려다 '앉아서 하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습니다. 재판 내내 피고인석에서 정자세로 앉아 재판부의 말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였습니다.

재판부는 이 지사가 받고 있는 혐의 3가지 가운데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사건을 우선 다루기로 했습니다. '창과 방패' 대결의 포문을 연 검찰은 그간 날카롭게 벼려온 창끝을 거침없이 휘둘렀습니다.

검찰 "선거 당일 삽도 못뜬 공사...개발 이익 환수했다고?"

공판 검사는 준비해온 PPT 화면을 대형 스크린에 띄우고 대장동 건의 혐의를 조목조목 짚어갔습니다. 이 지사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선거 공보물과 유세 발언을 통해 대장동 개발로 5503억 원을 환수했다고 주장했지만, 대장동 개발의 현실은 달랐다는 겁니다. 환수했다던 이익은 사업자 간 계약서 상의 약정일 뿐이었고, 이익규모도 추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지방선거 당일에는 착공도 못하고, 삽조차 뜨지 못했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이재명 지사 "지지율 격차 큰데 왜 속여...선거비용 보전하려면 개인 파산"

이에, '방패' 역할로 처음 나선 이는 이재명 지사였습니다. 변호인은 "대장동 개발 사업은 복잡한 사업 구조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익을 귀속시키려는 보장책 등과 현재 상태에 대해 피고인이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만큼 직접 설명하는 게 낫겠다"며 발언권을 넘겼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말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며 대장동 개발 사업의 경과를 과외라도 하듯 알기 쉽게 찬찬히 풀어갔습니다. 특히, "지난 선거는 지지율 격차가 커서 속여서 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허위사실 공표로 당선 무효가 되면 선거비용 38억 원을 물어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개인적으로 파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생명을 잃는 것 이상이었다"며 그만큼 더 조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변호인 "차량 계약만 해도 '차 샀다' 말해...'지엽말단'만 봤다"

이 지사의 '셀프 변론'이 마무리되자, 변호인인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종근 변호사도 어시스트에 가담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자료를 살펴볼 때 나중에 분쟁이 발생할까봐 '부제소 특약 확약서'까지 만들어둔걸 보며 누가 이런 장치를 만들었나 싶었는데, 이 지사 작품이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듯 말을 이어갔습니다. "차를 구입할 때 계약서를 쓰는데 법률상으로는 차량 취득이 아니지만, 통상 '차를 샀다'고 하지 않냐"며 "'환수'라는 표현도 민간에게 갈 이익을 시민의 것으로 되돌렸다는 뜻"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 측이 표현 자체의 의미를 파악하지 않고 지엽말단만 보고 말꼬리를 잡은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검찰 "전체 맥락 봤을 때 오히려 명확히 허위사실 공표 해당"

검찰 측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바로 선거 공보물 등의 표현을 문제삼으며 "유권자 입장에서는 5503억 원을 귀속시켜 썼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전체 맥락을 봤을 때 오히려 명확히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맞받았습니다.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데 이익이 환수, 귀속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익을 지출해 사용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변호인이 "이익이 환수될 예정인 건 인정하느냐"고 묻자 검사는 "예정과 관계 없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답했고, 변호인이 "돈으로 환수가 안됐다는 의미냐"고 재차 묻자 "돈 뿐만 아니라 사업 자체가 안됐다"고 거듭 반박했습니다.

증거 목록 두고도 검찰-변호인 실랑이...초반 기싸움 '팽팽'

검찰이 제출한 증거 목록을 두고도 변호인단과 기싸움은 팽팽했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수사 보고서 대부분을 변호인이 '부동의'한 것에 대해 검찰 측은 정확히 어떤 부분을 부동의하는 것인지 따져 물으며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변호인 측은 "관행적으로 수사 보고서를 그대로 동의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전화조사로 대체했다든가 해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 등을 꼼꼼하게 살펴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 측 변호인에게 첫날 재판에 대한 내부 평가를 물었습니다.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재명 지사가 잘 아는 분야여서 설명을 잘한 것 같다"며 "변호인단이 준비를 많이 했고, 변론에 나선 김종근 변호사가 노련하게 잘 끌어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재명 지사도 법원을 나서면서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환담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이 지사의 첫 재판 평가도 "열심히 설명했다"며 "합리적 결론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다음 재판은 14일(월요일) 오후 2시에 열립니다. 재판부에서 미리 가르마를 탄 대로 '대장동 개발 업적 과정' 건이 우선 다뤄지는데요, 이날에는 검찰 측이 신청한 대장동 개발을 맡은 공사 측 직원 등 3명을 상대로 신문이 진행됩니다. 이후 비교적 쟁점이 적은 '검사 사칭'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됩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건은 자료 검토 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변호인 의견에 따라 28일 이후부터 다뤄질 전망입니다. 검찰과 변호인, 창과 방패가 일단 일합을 겨뤄본 셈인데요, 첫 재판에선 우세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팽팽한 양상을 이어갔는데, 다음 재판에서는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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