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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주선양 남북총영사 공식 접촉 무산…중국 당국 ‘불허’
입력 2019.01.13 (08:29) 수정 2019.01.13 (16:13)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주선양 남북총영사 공식 접촉 무산…중국 당국 ‘불허’
어제 저녁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선 선양시조선족연의회 창립 30주년 기념식 겸 선양시조선족기업가협회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조선족연의회는 우리의 한인회와 성격이 비슷한 단체다. 30주년 기념식인 만큼 중국 각지에서 달려온 조선족 동포들로 행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는 귀빈 축사와 상패 수여, 문예 공연, 만찬 순으로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선양시조선족연의회 측은 애초 임병진 주선양 한국총영사와 구영혁 주선양 북한총영사도 함께 귀빈으로 초청했다. 경색됐던 남북 관계가 지난해부터 개선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남북한 총영사가 공식 석상에서 만나 잇따라 축사를 하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랴오닝성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임병진 주선양 한국총영사(좌), 구영혁 주선양 북한총영사(우)임병진 주선양 한국총영사(좌), 구영혁 주선양 북한총영사(우)

中 랴오닝성 정부 "남북한 총영사 마주치지 않게 해라"

행사를 일주일 앞두고 중국 랴오닝성 정부는 남북한 총영사들이 행사장에서 마주치지 않게 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같이 참석하는데 남북한 총영사들을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남북한 총영사들을 함께 행사에 초청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랴오닝성 정부의 지침은 먼저 주선양 북한총영사관에 전달됐다. 애초 북한총영사관은 행사 초청을 받고 적극적인 참석 의지를 보였었다. 평양에 행사를 보고하고 허가 절차를 밟고 있던 와중에 돌연 행사 초청이 취소된 것이다. 이번 행사 참석이 무산되면서 북한총영사관에서 크게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랴오닝성 정부는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은 축사를 자제해 달라는 뜻도 전달했다. 결국, 임병진 한국총영사도 축사를 할 수 없는 행사에 굳이 참석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행사 참석을 취소했다. 한국총영사관에서는 이경덕 부총영사와 2명의 영사가 행사에 참석했다.

 
공로패 수상하는 선양시조선족기업가협회 임원들공로패 수상하는 선양시조선족기업가협회 임원들

"민감한 상황이다"…中 당국 진짜 속내는?

중국 랴오닝성 정부는 민감한 상황이라는 이유를 들어 남북한 총영사들의 공식 석상 접촉을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시 정부는 남북한 총영사들의 행사 참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상급 기관인 랴오닝성 정부는 상반된 입장이었다. 중국 중앙 정부의 결정을 랴오닝성 정부가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당국이 거론한 민감한 상황은 무엇일까?

중국 당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잠적과 망명 요청으로 한반도 정세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중이 예정된 상황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한 총영사들은 지난해 9월 말 랴오닝성 정부 주최로 열린 국경절 리셉션 행사에도 함께 참석해 주빈석에서 마주 앉은 적이 있었다. 아무리 민감한 상황이라도 중국 당국이 이번 행사에서 남북한 총영사의 공식 접촉을 무산시킨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반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중국 조선족 행사에 남북한 총영사들이 함께 참석했다면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됐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지한다는 중국 당국의 거듭된 표현이 빈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 [특파원리포트] 주선양 남북총영사 공식 접촉 무산…중국 당국 ‘불허’
    • 입력 2019.01.13 (08:29)
    • 수정 2019.01.13 (16:13)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주선양 남북총영사 공식 접촉 무산…중국 당국 ‘불허’
어제 저녁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선 선양시조선족연의회 창립 30주년 기념식 겸 선양시조선족기업가협회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조선족연의회는 우리의 한인회와 성격이 비슷한 단체다. 30주년 기념식인 만큼 중국 각지에서 달려온 조선족 동포들로 행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는 귀빈 축사와 상패 수여, 문예 공연, 만찬 순으로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선양시조선족연의회 측은 애초 임병진 주선양 한국총영사와 구영혁 주선양 북한총영사도 함께 귀빈으로 초청했다. 경색됐던 남북 관계가 지난해부터 개선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남북한 총영사가 공식 석상에서 만나 잇따라 축사를 하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랴오닝성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임병진 주선양 한국총영사(좌), 구영혁 주선양 북한총영사(우)임병진 주선양 한국총영사(좌), 구영혁 주선양 북한총영사(우)

中 랴오닝성 정부 "남북한 총영사 마주치지 않게 해라"

행사를 일주일 앞두고 중국 랴오닝성 정부는 남북한 총영사들이 행사장에서 마주치지 않게 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같이 참석하는데 남북한 총영사들을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남북한 총영사들을 함께 행사에 초청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랴오닝성 정부의 지침은 먼저 주선양 북한총영사관에 전달됐다. 애초 북한총영사관은 행사 초청을 받고 적극적인 참석 의지를 보였었다. 평양에 행사를 보고하고 허가 절차를 밟고 있던 와중에 돌연 행사 초청이 취소된 것이다. 이번 행사 참석이 무산되면서 북한총영사관에서 크게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랴오닝성 정부는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은 축사를 자제해 달라는 뜻도 전달했다. 결국, 임병진 한국총영사도 축사를 할 수 없는 행사에 굳이 참석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행사 참석을 취소했다. 한국총영사관에서는 이경덕 부총영사와 2명의 영사가 행사에 참석했다.

 
공로패 수상하는 선양시조선족기업가협회 임원들공로패 수상하는 선양시조선족기업가협회 임원들

"민감한 상황이다"…中 당국 진짜 속내는?

중국 랴오닝성 정부는 민감한 상황이라는 이유를 들어 남북한 총영사들의 공식 석상 접촉을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시 정부는 남북한 총영사들의 행사 참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상급 기관인 랴오닝성 정부는 상반된 입장이었다. 중국 중앙 정부의 결정을 랴오닝성 정부가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당국이 거론한 민감한 상황은 무엇일까?

중국 당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잠적과 망명 요청으로 한반도 정세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중이 예정된 상황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한 총영사들은 지난해 9월 말 랴오닝성 정부 주최로 열린 국경절 리셉션 행사에도 함께 참석해 주빈석에서 마주 앉은 적이 있었다. 아무리 민감한 상황이라도 중국 당국이 이번 행사에서 남북한 총영사의 공식 접촉을 무산시킨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반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중국 조선족 행사에 남북한 총영사들이 함께 참석했다면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됐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지한다는 중국 당국의 거듭된 표현이 빈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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