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새벽에 ‘쾅’…반복되는 낚싯배 사고 이유는?

입력 2019.01.14 (08:31) 수정 2019.01.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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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금요일,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14명이 탄 낚싯배가 전복됐습니다.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는데요.

캄캄한 새벽에 3천 톤급 화물선과 충돌해 전복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요즘 들어 늘어난 낚시 인구에 배낚시도 많이들 나가고 있는데요.

사고도 잇따르고 있어 안전불감증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지난 10일 오후 1시쯤, 배 한 척이 전남 여수의 한 항구를 빠져나갑니다.

낚시꾼 등 모두 14명이 탄 9.7톤급 무적호였습니다.

갈치 낚시를 위해 출항한 지 15시간이 넘은 다음 날 새벽, 한 화물선에서 해경에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최초 신고자/무선 내용/음성변조 : "200m 앞에 있는데 사람들이 물에 빠진 게 다 보입니다."]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앞서 보셨던 무적호가 뒤집혔다는 겁니다.

사고 직후, 바닥만 보이는 무적호가 간신히 물 위에 떠 있었습니다.

해경이 출동하고 인근에서 항해 중이던 민간 선박까지 나서 구조 활동을 벌였는데요.

뒤집힌 배 안의 에어포켓에 남아있던 생존자들은 3시간여 끝에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해경구조대/생존자 : "생존자 사람 있어요? (예.) 몇 명이에요? (두 명.) 두 명? 숨을 쉬세요, 숨을. (공기호흡기) 이걸로. 입으로 숨을 쉬고. 코로 불어요, 코로."]

이 사고로 57살 선장을 포함해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는데요.

무적호는 왜 갑자기 뒤집히게 됐을까요?

[무적호 선원/음성변조 : "갑자기 가는 도중에 그랬기 때문에 큰 상선이 받아 버렸기 때문에…. 바로 그냥 1분도 안 돼서 넘어졌어요."]

큰 배가 무적호와 충돌했다는 건데요,

하지만, 화물선의 신고에선 충돌했다는 얘기는 없었습니다.

[최초 신고자/무선 내용/음성변조 : "익수자가 발생했습니다. 본선이 지금 구조하고 살리려 하고 있는데…."]

해경 수사 결과, 새벽 4시 28분 3천 톤급 화물선과 무적호가 충돌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김수옥/통영해양경찰서 수사과장 : "그 상황에서 (화물선 선원이) 탄식을 하게 됩니다. '아이 씨'라고요. 다 녹화(항해기록장치)가 돼 있습니다."]

화물선의 왼쪽 부분엔 충돌한 듯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뒤늦게 사고를 인정한 겁니다.

항해 기록장치 분석 결과 화물선과 무적호 모두 충돌하기 바로 직전에서야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수옥/통영해양경찰서 수사과장 : "양방과실입니다. 상대 서로 간에 피해 갈 것이라고 믿고 계속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화물선의 신고 시각은 4시 57분, 그러니까 충돌 후 30분이나 흐른 뒤였습니다.

결국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인데요

[김수옥/통영해양경찰서 수사과장 : "27분 (늦게 신고한 것에) 대해서 자기들은 수색을 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 지금 조사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화물선의 경우 선장은 잠을 자고 있었고, 필리핀 당직 선원이 운항을 총괄했는데, 현재 경찰이 입건해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무적호에서 숨진 3명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사고도 사고지만, 인명 피해는 과연 막을 수 없었을까요?

불과 1년 전에도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15명이 숨진 낚싯배 충돌 사고가 있었는데요.

서로 근접하는 배끼리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은 운항 등도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다 실제 낚시 시간이 긴 배낚시의 경우 중간중간 구명조끼를 벗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상대적으로 안전 문제가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낚싯배 승객/음성변조 : "잠자고 할 땐 벗기도 하고 그러죠. 대부분 벗고 있죠."]

[낚싯배 선장/음성변조 : "어떤 위험사고가 생길지 모르니까 낚시 도중에도 구명조끼 탈의하지 말라고 해도 승객들이 말 안 들어요. '해경도 없고 낚시하는데 귀찮다.' 그런 식으로 말을 하거든요. 손님들이 성질냅니다. 그러면 싸움이 나고 하기 때문에…."]

또, 낚싯배가 낚시가 금지된 공해상까지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 업체는 금어기를 제외한 1년 내내 갈치잡이 배낚시를 운영해 왔다는데요.

시즌이 아닌 기간에 갈치 낚시를 하려다 보니 평소보다 멀리 나갔을 거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배낚시 업체/음성변조 : "12월 중순에 보통 마무리해요. (사고가 난 업체는) 계속해요. 1년 내내. 고기가 가까운 데 없으니까, 3시간 거리에 없으니까 멀리 공해상까지 나갈 수밖에 없어요. 갈치 따라가니까…."]

사고 하루 뒤, 사망자들의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자주 배낚시를 떠나곤 하던 아버지가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은 채 돌아가셨다는 얘기에 딸들은 허망하기만 한데요.

[사망자 딸/음성변조 : "주무셨을 것 같아요. '잘 때 아빠 그래도 구명조끼는 입어. 일단 배 타면 다 구명조끼는 입어야 돼.' 라고 했을 때 알았다고는 했는데…."]

잡아 온 갈치는 항상 자식들의 몫이었다는데요,

먼 바다에 나가는 아버지를 미처 말리지 못한 게 후회와 안타까움으로 남았습니다.

[사망자 딸/음성변조 : "다 키워 놓고 고생은 고생대로 해 놓고 이제 조금 편안해질 때 이러니까 좀 아프죠. 가슴이."]

실종자 2명에 대한 수색도 진행되는 가운데, 가족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음성변조 : "한 번 낚시 갔다 오면 시골 노인정에 갖다 드리고 자기가 다 안 먹어요. 전부 다 나눠 주고 그랬어요. 기다리는 건 한 시간이 며칠 되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알면 어머니 쓰러진다고 말을 못 하게 하고 있고…."]

해경은 집중 수색 기간을 늘리고, 해안가 일대 육상 수색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예인된 낚싯배의 항적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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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새벽에 ‘쾅’…반복되는 낚싯배 사고 이유는?
    • 입력 2019-01-14 08:38:09
    • 수정2019-01-14 14: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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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금요일,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14명이 탄 낚싯배가 전복됐습니다.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는데요.

캄캄한 새벽에 3천 톤급 화물선과 충돌해 전복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요즘 들어 늘어난 낚시 인구에 배낚시도 많이들 나가고 있는데요.

사고도 잇따르고 있어 안전불감증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지난 10일 오후 1시쯤, 배 한 척이 전남 여수의 한 항구를 빠져나갑니다.

낚시꾼 등 모두 14명이 탄 9.7톤급 무적호였습니다.

갈치 낚시를 위해 출항한 지 15시간이 넘은 다음 날 새벽, 한 화물선에서 해경에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최초 신고자/무선 내용/음성변조 : "200m 앞에 있는데 사람들이 물에 빠진 게 다 보입니다."]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앞서 보셨던 무적호가 뒤집혔다는 겁니다.

사고 직후, 바닥만 보이는 무적호가 간신히 물 위에 떠 있었습니다.

해경이 출동하고 인근에서 항해 중이던 민간 선박까지 나서 구조 활동을 벌였는데요.

뒤집힌 배 안의 에어포켓에 남아있던 생존자들은 3시간여 끝에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해경구조대/생존자 : "생존자 사람 있어요? (예.) 몇 명이에요? (두 명.) 두 명? 숨을 쉬세요, 숨을. (공기호흡기) 이걸로. 입으로 숨을 쉬고. 코로 불어요, 코로."]

이 사고로 57살 선장을 포함해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는데요.

무적호는 왜 갑자기 뒤집히게 됐을까요?

[무적호 선원/음성변조 : "갑자기 가는 도중에 그랬기 때문에 큰 상선이 받아 버렸기 때문에…. 바로 그냥 1분도 안 돼서 넘어졌어요."]

큰 배가 무적호와 충돌했다는 건데요,

하지만, 화물선의 신고에선 충돌했다는 얘기는 없었습니다.

[최초 신고자/무선 내용/음성변조 : "익수자가 발생했습니다. 본선이 지금 구조하고 살리려 하고 있는데…."]

해경 수사 결과, 새벽 4시 28분 3천 톤급 화물선과 무적호가 충돌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김수옥/통영해양경찰서 수사과장 : "그 상황에서 (화물선 선원이) 탄식을 하게 됩니다. '아이 씨'라고요. 다 녹화(항해기록장치)가 돼 있습니다."]

화물선의 왼쪽 부분엔 충돌한 듯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뒤늦게 사고를 인정한 겁니다.

항해 기록장치 분석 결과 화물선과 무적호 모두 충돌하기 바로 직전에서야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수옥/통영해양경찰서 수사과장 : "양방과실입니다. 상대 서로 간에 피해 갈 것이라고 믿고 계속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화물선의 신고 시각은 4시 57분, 그러니까 충돌 후 30분이나 흐른 뒤였습니다.

결국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인데요

[김수옥/통영해양경찰서 수사과장 : "27분 (늦게 신고한 것에) 대해서 자기들은 수색을 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 지금 조사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화물선의 경우 선장은 잠을 자고 있었고, 필리핀 당직 선원이 운항을 총괄했는데, 현재 경찰이 입건해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무적호에서 숨진 3명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사고도 사고지만, 인명 피해는 과연 막을 수 없었을까요?

불과 1년 전에도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15명이 숨진 낚싯배 충돌 사고가 있었는데요.

서로 근접하는 배끼리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은 운항 등도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다 실제 낚시 시간이 긴 배낚시의 경우 중간중간 구명조끼를 벗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상대적으로 안전 문제가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낚싯배 승객/음성변조 : "잠자고 할 땐 벗기도 하고 그러죠. 대부분 벗고 있죠."]

[낚싯배 선장/음성변조 : "어떤 위험사고가 생길지 모르니까 낚시 도중에도 구명조끼 탈의하지 말라고 해도 승객들이 말 안 들어요. '해경도 없고 낚시하는데 귀찮다.' 그런 식으로 말을 하거든요. 손님들이 성질냅니다. 그러면 싸움이 나고 하기 때문에…."]

또, 낚싯배가 낚시가 금지된 공해상까지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 업체는 금어기를 제외한 1년 내내 갈치잡이 배낚시를 운영해 왔다는데요.

시즌이 아닌 기간에 갈치 낚시를 하려다 보니 평소보다 멀리 나갔을 거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배낚시 업체/음성변조 : "12월 중순에 보통 마무리해요. (사고가 난 업체는) 계속해요. 1년 내내. 고기가 가까운 데 없으니까, 3시간 거리에 없으니까 멀리 공해상까지 나갈 수밖에 없어요. 갈치 따라가니까…."]

사고 하루 뒤, 사망자들의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자주 배낚시를 떠나곤 하던 아버지가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은 채 돌아가셨다는 얘기에 딸들은 허망하기만 한데요.

[사망자 딸/음성변조 : "주무셨을 것 같아요. '잘 때 아빠 그래도 구명조끼는 입어. 일단 배 타면 다 구명조끼는 입어야 돼.' 라고 했을 때 알았다고는 했는데…."]

잡아 온 갈치는 항상 자식들의 몫이었다는데요,

먼 바다에 나가는 아버지를 미처 말리지 못한 게 후회와 안타까움으로 남았습니다.

[사망자 딸/음성변조 : "다 키워 놓고 고생은 고생대로 해 놓고 이제 조금 편안해질 때 이러니까 좀 아프죠. 가슴이."]

실종자 2명에 대한 수색도 진행되는 가운데, 가족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음성변조 : "한 번 낚시 갔다 오면 시골 노인정에 갖다 드리고 자기가 다 안 먹어요. 전부 다 나눠 주고 그랬어요. 기다리는 건 한 시간이 며칠 되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알면 어머니 쓰러진다고 말을 못 하게 하고 있고…."]

해경은 집중 수색 기간을 늘리고, 해안가 일대 육상 수색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예인된 낚싯배의 항적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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