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베트남 ‘택시 vs 카풀’ 갈등…법정 다툼 승자는?

입력 2019.01.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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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17개 택시 조합 vs 카풀 서비스 '그랩' 갈등
□ 호찌민 법원, "그랩, 택시업계에 손해 배상하라" 판결…그랩 항소
□ 그랩, '정보통신업 vs 운송업' 모호
□ 소비자 "그랩, 결제 편한 확정 요금과 생활서비스 만족"

동남아시아에서는 택시만큼이나 차량 공유 서비스가 대중적입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은 2017년 6월부터 베트남에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랩은 지난해 경쟁업체인 '우버'를 인수하고 빠르게 성장했고,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 4,500만 명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그랩'은 얼핏, 시장에 안착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랩과 택시업계와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카카오 카풀' 도입을 앞두고 갈등하는 국내 택시 업계와도 닮은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랩, 2억 3천만 원 배상하라" 택시 업계 손들어준 베트남 법원

지난해 12월, 베트남 호찌민 법원은 그랩이 택시 회사에 입힌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베트남 최대 규모 택시 회사 '비나선'이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며 그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입니다. 법원은 48억 동, 우리 돈으로 약 2억 3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그랩이 불공정 경쟁에 버금가는 많은 행위로 비나선의 영업에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비나선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줄었습니다. 810억 동, 우리 돈으로 약 39억 원 넘는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법원은 택시업계의 이런 손실이 그랩 때문이라는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그랩에 일부 손해 배상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랩의 등장과 택시업계의 손실, 그 인과관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일부 인정한 셈입니다.


●그랩, "기술 혁신 경쟁 대신 소송을 제기한 나쁜 선례" 항소

지난 12일, 그랩은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호찌민 법원에 항소했습니다. 그랩이 택시업계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한 것입니다. 또, "기술 혁신 경쟁에 몰두하는 대신 소송을 제기한 나쁜 선례"라고 비판했습니다.

초기, 그랩에 등록된 차량은 300대 남짓이었습니다. 지난해 2만 3,000대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3월 26일, 우버 주식의 27.5%를 매입한 그랩은 빠르게 성장합니다. 소송과는 별도로 '비나선'을 포함한 17개 택시 업계는 조합을 결성해 그랩을 견제하고 나섰습니다.


●'그랩' 찾는 소비자들…"저렴한 요금, 편리한 생활 서비스"

현지 교통 환경을 따져보면 베트남에서 그랩이 급성장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체 기술로 차량 생산이 지난해에야 가능해진 베트남에서 차 값은 무척 비쌉니다. 그래서 자차 소유 비율은 전체 가구의 10%에도 못 미칩니다. 차량 공유 필요성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랩은 택시와 달리 미터기 요금 기준을 따르지 않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도착지까지 지도상 거리 기준으로 요금이 매겨집니다. 이 거리 기준은 실제 이동 거리 비용보다 저렴합니다. 현지 교통 체증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막히는 곳을 피해 가까운 길보다 멀리 돌아가야 목적지에 일찍 도착합니다.

그랩은 도착지를 입력하면 탑승 전 요금이 앱에 표시됩니다. 탑승 전 확인한 비용을 내릴 때 내면 됩니다. 그래서 이른바 '바가지' 요금을 피하려는 손님에게도 그랩이 택시보다 더 매력적입니다. 이동 위치가 애플리케이션에 표시되어 여행객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비상 상황이 생기면 앱의 Emergency 버튼을 눌러 신고할 수 있습니다. 그랩은 4억 원 상당의 차량 보장 보험을 자체 부담으로 제공합니다.


베트남엔 카드 결제기가 없는 택시도 많은 점을 감안하면, 결제가 편리한 것도 그랩의 장점입니다. 10달러의 가치가 약 23만 동으로 화폐 단위가 큰 베트남에서 그랩은 지폐 대신 자체 애플리케이션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경쟁업체였던 우버를 인수해 덩치를 키운 그랩은 사업 영역을 늘리고 있습니다. 기존 차량 공유 플랫폼 제공 외에도 오토바이 카풀, 음식 배달과 택배 서비스업도 진출했습니다.

●운송업 법망 피하는 그랩... "규제 개선 필요"

그랩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법원은 베트남 당국에 그랩을 통신 기술 사업이 아닌 운송 산업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현재 그랩의 차량 공유 서비스는 운송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그랩은 운송업이 아닌 전자 결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는 베트남 교통부에서도 승인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서비스 질과 업계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랩이 운송업으로 구분되어야 하고, 교통세법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카풀vs택시, 시장의 최종 승자는?

기사 면허나 허가가 덜 까다로운 나라일수록 운송업계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베트남에서도 개인 소유 차량만 있으면 그랩 기사 등록이 비교적 간편합니다. 이 때문에 기사 검증 문제나 안전사고 위험 등, 차량 공유 서비스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더 편리하고 더 좋은 질을 제공하는 공급자를 찾아 재빨리 돌아서고 있습니다.

택시업계가 그랩과 갈등하는 사이 베트남에서는 Fast Go, Goviet 등 새로운 카풀 서비스 플랫폼들이 등장했습니다. 택시 업계의 경쟁 상대가 더 많아진 겁니다. 이 카풀 서비스들은 각종 할인 쿠폰과 이벤트 등으로 초기 고객 확보에 나섰습니다. 법원이 2심 판결에서 어떤 업계의 손을 들어줄지, 시장에서 어떤 서비스가 최종적으로 남게 될지 전문가들의 예측은 분분합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선택이, 결국, 시장의 최종 승자를 결정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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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베트남 ‘택시 vs 카풀’ 갈등…법정 다툼 승자는?
    • 입력 2019-01-14 09:22:18
    특파원 리포트
□ 베트남 17개 택시 조합 vs 카풀 서비스 '그랩' 갈등
□ 호찌민 법원, "그랩, 택시업계에 손해 배상하라" 판결…그랩 항소
□ 그랩, '정보통신업 vs 운송업' 모호
□ 소비자 "그랩, 결제 편한 확정 요금과 생활서비스 만족"

동남아시아에서는 택시만큼이나 차량 공유 서비스가 대중적입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은 2017년 6월부터 베트남에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랩은 지난해 경쟁업체인 '우버'를 인수하고 빠르게 성장했고,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 4,500만 명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그랩'은 얼핏, 시장에 안착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랩과 택시업계와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카카오 카풀' 도입을 앞두고 갈등하는 국내 택시 업계와도 닮은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랩, 2억 3천만 원 배상하라" 택시 업계 손들어준 베트남 법원

지난해 12월, 베트남 호찌민 법원은 그랩이 택시 회사에 입힌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베트남 최대 규모 택시 회사 '비나선'이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며 그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입니다. 법원은 48억 동, 우리 돈으로 약 2억 3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그랩이 불공정 경쟁에 버금가는 많은 행위로 비나선의 영업에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비나선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줄었습니다. 810억 동, 우리 돈으로 약 39억 원 넘는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법원은 택시업계의 이런 손실이 그랩 때문이라는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그랩에 일부 손해 배상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랩의 등장과 택시업계의 손실, 그 인과관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일부 인정한 셈입니다.


●그랩, "기술 혁신 경쟁 대신 소송을 제기한 나쁜 선례" 항소

지난 12일, 그랩은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호찌민 법원에 항소했습니다. 그랩이 택시업계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한 것입니다. 또, "기술 혁신 경쟁에 몰두하는 대신 소송을 제기한 나쁜 선례"라고 비판했습니다.

초기, 그랩에 등록된 차량은 300대 남짓이었습니다. 지난해 2만 3,000대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3월 26일, 우버 주식의 27.5%를 매입한 그랩은 빠르게 성장합니다. 소송과는 별도로 '비나선'을 포함한 17개 택시 업계는 조합을 결성해 그랩을 견제하고 나섰습니다.


●'그랩' 찾는 소비자들…"저렴한 요금, 편리한 생활 서비스"

현지 교통 환경을 따져보면 베트남에서 그랩이 급성장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체 기술로 차량 생산이 지난해에야 가능해진 베트남에서 차 값은 무척 비쌉니다. 그래서 자차 소유 비율은 전체 가구의 10%에도 못 미칩니다. 차량 공유 필요성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랩은 택시와 달리 미터기 요금 기준을 따르지 않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도착지까지 지도상 거리 기준으로 요금이 매겨집니다. 이 거리 기준은 실제 이동 거리 비용보다 저렴합니다. 현지 교통 체증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막히는 곳을 피해 가까운 길보다 멀리 돌아가야 목적지에 일찍 도착합니다.

그랩은 도착지를 입력하면 탑승 전 요금이 앱에 표시됩니다. 탑승 전 확인한 비용을 내릴 때 내면 됩니다. 그래서 이른바 '바가지' 요금을 피하려는 손님에게도 그랩이 택시보다 더 매력적입니다. 이동 위치가 애플리케이션에 표시되어 여행객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비상 상황이 생기면 앱의 Emergency 버튼을 눌러 신고할 수 있습니다. 그랩은 4억 원 상당의 차량 보장 보험을 자체 부담으로 제공합니다.


베트남엔 카드 결제기가 없는 택시도 많은 점을 감안하면, 결제가 편리한 것도 그랩의 장점입니다. 10달러의 가치가 약 23만 동으로 화폐 단위가 큰 베트남에서 그랩은 지폐 대신 자체 애플리케이션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경쟁업체였던 우버를 인수해 덩치를 키운 그랩은 사업 영역을 늘리고 있습니다. 기존 차량 공유 플랫폼 제공 외에도 오토바이 카풀, 음식 배달과 택배 서비스업도 진출했습니다.

●운송업 법망 피하는 그랩... "규제 개선 필요"

그랩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법원은 베트남 당국에 그랩을 통신 기술 사업이 아닌 운송 산업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현재 그랩의 차량 공유 서비스는 운송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그랩은 운송업이 아닌 전자 결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는 베트남 교통부에서도 승인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서비스 질과 업계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랩이 운송업으로 구분되어야 하고, 교통세법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카풀vs택시, 시장의 최종 승자는?

기사 면허나 허가가 덜 까다로운 나라일수록 운송업계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베트남에서도 개인 소유 차량만 있으면 그랩 기사 등록이 비교적 간편합니다. 이 때문에 기사 검증 문제나 안전사고 위험 등, 차량 공유 서비스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더 편리하고 더 좋은 질을 제공하는 공급자를 찾아 재빨리 돌아서고 있습니다.

택시업계가 그랩과 갈등하는 사이 베트남에서는 Fast Go, Goviet 등 새로운 카풀 서비스 플랫폼들이 등장했습니다. 택시 업계의 경쟁 상대가 더 많아진 겁니다. 이 카풀 서비스들은 각종 할인 쿠폰과 이벤트 등으로 초기 고객 확보에 나섰습니다. 법원이 2심 판결에서 어떤 업계의 손을 들어줄지, 시장에서 어떤 서비스가 최종적으로 남게 될지 전문가들의 예측은 분분합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선택이, 결국, 시장의 최종 승자를 결정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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