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유기견 함부로 죽이지 마라”…‘살처분 제로’ 히로시마의 기적

입력 2019.01.14 (16:13) 수정 2019.01.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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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0만 마리 살처분 ... 일본 '동물 대학살'의 악몽
▶ 히로시마, '유기동물 지옥'에서 탈출하다
▶ "아무나 길러선 안 된다"…반려동물 입양의 원칙
▶ "입양 불가능해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비영리 동물보호단체의 힘
'살처분 제로'의 힘은 깨어 있는 시민의식에서

동물복지에 민감한 사람들은 유기동물 문제의 해법으로 일본 히로시마 사례를 주목한다. 살처분 제로 지역으로 알려진 덕분이다. 엄밀히 말하면,‘인위적 살처분 제로’가 더 적확한 표현이다. 인도적 목적의 안락사와 방역 목적의 살처분 등을 제외하면, 보호시설의 개체수 조절 목적으로 건강한 개체까지 살처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히로시마의 변화도 혁명적이지만, 일본 정부 차원에서 진작부터 살처분 최소화에 노력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연 100만 마리 살처분 ... 일본도 '동물 대학살' 경험 ]

환경성 연례 통계를 분석해보면, 일본에서도 대량학살 수준의 유기동물 살처분이 실시됐었다. 현 일왕이 즉위한 1989 년에만 100여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살처분됐다. 1995 년엔 73만여 마리, 2000 년 53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버려지거나 떠도는 개· 고양이는 포획·살처분하는 것이 관행이다시피 했다.

일본 정부는 2006년 '동물애호관리법'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기본지침을 마련하고, 2023년까지 동물 유기와 살처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2014 년에는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 실현 프로젝트'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살처분 최소화를 위한 시범 사업을 전국 16개 지자체에서 실시했다. 입양 촉진과 유기 방지를 위한 교육·홍보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올바른 반려견 문화가 없다면, 처벌과 규제만으로 '구매->애완->방치·학대->유기->구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살처분 규모는 계속 줄었다. 2005 년 약 36만 마리, 2010년 20만 마리, 2015년엔 8만 3천 마리, 2016년 5만 6천 마리, 그리고 2017년에는 4만 3천 마리까지 줄었다. 특히 살처분 동물 중 유기견 비율이 급속히 줄었다. 2017년 살처분된 4만 3천 마리 중 고양이는 약 3만 5천 마리, 개는 약 8천 마리로 집계됐다.

[ 히로시마, '유기동물 지옥' 탈출의 비결 ]

나카무라 미츠루 히로시마 현 식품생활위생과 식품위생 담당, 모든 종류의 살처분이 전혀 없는 것처럼 확대해석되는 것은 부담스러워 했다.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회복이 어렵고 고통만 극심한 동물의 경우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히로시마의 유기동물 보호정책이 극적인 변화를 겪은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히로시마의 동물 살처분 숫자는 1990년 2만 천 마리에서 2000년 만 6천 마리, 2010년 9천여 마리로 줄었고, 2015년엔 천900여 마리로 급감했다. 2016년엔 650여 마리로 집계돼, 처음으로 천 마리 아래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고양이는 510여 마리, 개는 130여 마리에 그쳤다.

히로시마는 한 때 유기동물의 지옥으로 여겨졌다. 2010년 무렵까지 유기동물 살처분이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불명예에 충격을 받은 현 당국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댔다. 당국은 유기동물 수거와 살처분 중심의 정책을 포기했다. 시민사회와의 협력과 평생 돌봄 운동으로 정책 중심을 바꿨다. 지자체 시설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동물보호단체가 양도받아 입양과 보호 책임을 이어갔다.

과거에는 유기동물 수거차량들이 관할 지역을 순회하면서 사육포기 동물들을 수거해왔다. 주민들은 큰 고민 없이 입양 또는 구매하고 죄의식 없이 내다 버리는데 익숙해졌다. 현 당국은 유기동물 정례 수거사업을 중단했다. 대신, 대대적인 교육·홍보에 나섰다. 신중하게 입양할 것, 입양하면 끝까지 책임질 것, 동물의 특성을 이해할 것, 이웃에게 피해 주지 말 것 등 간과했던 상식을 일깨웠고, 유기동물 입양운동도 강화했다. 보호동물 중 절반 이상이 새 주인을 찾아갔다. 현 당국은 동물복지 강화가 궁극적으로는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아무나 길러선 안 된다"…반려동물 입양의 원칙 ]

히로시마 현 동물애호센터. 20여 기초지자체를 관할한다.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취재진이 도착하자마자,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움츠린 강아지가 케이지에 실려 들어왔다. 시선을 피했다. 주인 없이 거리를 떠돌던 개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시선을 피한다. 2주 동안 원래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입양 대상 목록에 올린다. 건강한 개체를 수용시설의 한계 등으로 살처분하는 일은 없다.



동물애호센터는 입양운동의 중심이다. 검역과 치료, 사회화 교육을 통해 입양 가능한 판단이 내려진 동물은 인터넷을 통해 입양 신청을 받는다. 입양 희망자는 센터에서 동물의 특성, 먹이 주는 법, 산보하는 법, 교육시키는 법 등을 배워야 한다.

기쿠치 가즈코 동물애호센터 지도과장은 “단지 강아지나 고양이를 원하다고 해서 무조건 입양을 보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희망자의 사육 환경 등을 살펴보고, 방임·학대·유기 방지 등의 서약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으로 판단된 사람에게만 동물을 양도한다.

건강이 극히 나쁘거나 공격성이 극심한 동물, 심하게 짓는 등 문제 행동이 심각한 동물은 동물보호단체로 이관한다. 살처분을 중단해도 유기동물 관련 예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입양 불가능해도 살처분 안한다"…비영리 동물보호단체의 활약]

현 정부와 협조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은 원칙적으로 평생 돌봄을 지향한다. 질병 등으로 고통이 극심한 동물의 경우 수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의해 안락사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애호동물 관리법 기준에 따라 고통을 최소하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비영리 법인 동물보호단체 '견묘 고아 구원대'. 연 5천 마리를 돌보고 있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형 보호시설을 갖췄다. 갖가지 사연의 동물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번식 분양업자가 사육을 포기한 소형견 품종견 수십 마리가 취재진을 격하게 반겼다. 꼬리를 흔들며 짓다가, 사람이 가까이 가면 앞발을 모아 들고 애교를 부리며 살갑게 굴었다. 잇몸을 드러내고 맹렬히 짖는 대형견들, 공격성향이 강해 현실적으로 입양이 어렵다. 사나운 습성을 갖게 된 개들은 나름대로 아픈 사연이 있다. 지진이나 쓰나미 등 대재난 지역에 방치됐다가 구조된 개와 소도 있다. 이들 모두 자연사할 때까지 이곳에서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다.

[ '살처분 제로'의 숨은 힘은 깨어 있는 시민의식에서 ]

동물보호 시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자체 소유 토지로 임대료 부담은 덜었지만, 사료비와 인건비 등이 큰 문제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에게 동물을 맡기지 않는다. 방문시간과 인원이 유동적이고, 사육자가 자주 바뀌면 동물들이 불안해져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전문성을 갖춘 전일제 상근자 10명을 포함한 직원 30명이 동물 돌봄을 전담하고 있다. 최저임금과 사회보장, 연금, 건강진단 등을 여느 회사처럼 보장하지만, 노동 강도가 높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남게 된다.

재정이 빠듯해도 정부의 예산지원은 받지 않는다. 한 달에 1,2만 원 씩 보내오는 자발적 후원금 중심으로 연 15억 원을 충당한다. 사료와 영양제 등 전국에서 보내오는 후원물품도 큰 힘이 된다.

시설 대표 나카타니 유리 씨는 의미 심장한 말을 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세금 투입은 사람이 우선이다. 히로시마에도 보호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노인, 유치원에 못 다니는 아이,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 어려운 사람이 존재하는 한, 동물에게 세금은 돌아가지 않는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기부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대형 단체에 기부해도 일선까지 닿지 않는 것을 경험했다. 실제로 일하는 단체에 기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우리 같은 단체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유기견묘 살처분 중단 등 동물보호 정책의 혁신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의지가 중요한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시민 의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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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4 16:13:07
    • 수정2019-01-14 16: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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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0만 마리 살처분 ... 일본 '동물 대학살'의 악몽
▶ 히로시마, '유기동물 지옥'에서 탈출하다
▶ "아무나 길러선 안 된다"…반려동물 입양의 원칙
▶ "입양 불가능해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비영리 동물보호단체의 힘
'살처분 제로'의 힘은 깨어 있는 시민의식에서

동물복지에 민감한 사람들은 유기동물 문제의 해법으로 일본 히로시마 사례를 주목한다. 살처분 제로 지역으로 알려진 덕분이다. 엄밀히 말하면,‘인위적 살처분 제로’가 더 적확한 표현이다. 인도적 목적의 안락사와 방역 목적의 살처분 등을 제외하면, 보호시설의 개체수 조절 목적으로 건강한 개체까지 살처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히로시마의 변화도 혁명적이지만, 일본 정부 차원에서 진작부터 살처분 최소화에 노력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연 100만 마리 살처분 ... 일본도 '동물 대학살' 경험 ]

환경성 연례 통계를 분석해보면, 일본에서도 대량학살 수준의 유기동물 살처분이 실시됐었다. 현 일왕이 즉위한 1989 년에만 100여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살처분됐다. 1995 년엔 73만여 마리, 2000 년 53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버려지거나 떠도는 개· 고양이는 포획·살처분하는 것이 관행이다시피 했다.

일본 정부는 2006년 '동물애호관리법'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기본지침을 마련하고, 2023년까지 동물 유기와 살처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2014 년에는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 실현 프로젝트'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살처분 최소화를 위한 시범 사업을 전국 16개 지자체에서 실시했다. 입양 촉진과 유기 방지를 위한 교육·홍보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올바른 반려견 문화가 없다면, 처벌과 규제만으로 '구매->애완->방치·학대->유기->구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살처분 규모는 계속 줄었다. 2005 년 약 36만 마리, 2010년 20만 마리, 2015년엔 8만 3천 마리, 2016년 5만 6천 마리, 그리고 2017년에는 4만 3천 마리까지 줄었다. 특히 살처분 동물 중 유기견 비율이 급속히 줄었다. 2017년 살처분된 4만 3천 마리 중 고양이는 약 3만 5천 마리, 개는 약 8천 마리로 집계됐다.

[ 히로시마, '유기동물 지옥' 탈출의 비결 ]

나카무라 미츠루 히로시마 현 식품생활위생과 식품위생 담당, 모든 종류의 살처분이 전혀 없는 것처럼 확대해석되는 것은 부담스러워 했다.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회복이 어렵고 고통만 극심한 동물의 경우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히로시마의 유기동물 보호정책이 극적인 변화를 겪은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히로시마의 동물 살처분 숫자는 1990년 2만 천 마리에서 2000년 만 6천 마리, 2010년 9천여 마리로 줄었고, 2015년엔 천900여 마리로 급감했다. 2016년엔 650여 마리로 집계돼, 처음으로 천 마리 아래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고양이는 510여 마리, 개는 130여 마리에 그쳤다.

히로시마는 한 때 유기동물의 지옥으로 여겨졌다. 2010년 무렵까지 유기동물 살처분이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불명예에 충격을 받은 현 당국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댔다. 당국은 유기동물 수거와 살처분 중심의 정책을 포기했다. 시민사회와의 협력과 평생 돌봄 운동으로 정책 중심을 바꿨다. 지자체 시설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동물보호단체가 양도받아 입양과 보호 책임을 이어갔다.

과거에는 유기동물 수거차량들이 관할 지역을 순회하면서 사육포기 동물들을 수거해왔다. 주민들은 큰 고민 없이 입양 또는 구매하고 죄의식 없이 내다 버리는데 익숙해졌다. 현 당국은 유기동물 정례 수거사업을 중단했다. 대신, 대대적인 교육·홍보에 나섰다. 신중하게 입양할 것, 입양하면 끝까지 책임질 것, 동물의 특성을 이해할 것, 이웃에게 피해 주지 말 것 등 간과했던 상식을 일깨웠고, 유기동물 입양운동도 강화했다. 보호동물 중 절반 이상이 새 주인을 찾아갔다. 현 당국은 동물복지 강화가 궁극적으로는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아무나 길러선 안 된다"…반려동물 입양의 원칙 ]

히로시마 현 동물애호센터. 20여 기초지자체를 관할한다.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취재진이 도착하자마자,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움츠린 강아지가 케이지에 실려 들어왔다. 시선을 피했다. 주인 없이 거리를 떠돌던 개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시선을 피한다. 2주 동안 원래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입양 대상 목록에 올린다. 건강한 개체를 수용시설의 한계 등으로 살처분하는 일은 없다.



동물애호센터는 입양운동의 중심이다. 검역과 치료, 사회화 교육을 통해 입양 가능한 판단이 내려진 동물은 인터넷을 통해 입양 신청을 받는다. 입양 희망자는 센터에서 동물의 특성, 먹이 주는 법, 산보하는 법, 교육시키는 법 등을 배워야 한다.

기쿠치 가즈코 동물애호센터 지도과장은 “단지 강아지나 고양이를 원하다고 해서 무조건 입양을 보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희망자의 사육 환경 등을 살펴보고, 방임·학대·유기 방지 등의 서약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으로 판단된 사람에게만 동물을 양도한다.

건강이 극히 나쁘거나 공격성이 극심한 동물, 심하게 짓는 등 문제 행동이 심각한 동물은 동물보호단체로 이관한다. 살처분을 중단해도 유기동물 관련 예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입양 불가능해도 살처분 안한다"…비영리 동물보호단체의 활약]

현 정부와 협조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은 원칙적으로 평생 돌봄을 지향한다. 질병 등으로 고통이 극심한 동물의 경우 수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의해 안락사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애호동물 관리법 기준에 따라 고통을 최소하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비영리 법인 동물보호단체 '견묘 고아 구원대'. 연 5천 마리를 돌보고 있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형 보호시설을 갖췄다. 갖가지 사연의 동물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번식 분양업자가 사육을 포기한 소형견 품종견 수십 마리가 취재진을 격하게 반겼다. 꼬리를 흔들며 짓다가, 사람이 가까이 가면 앞발을 모아 들고 애교를 부리며 살갑게 굴었다. 잇몸을 드러내고 맹렬히 짖는 대형견들, 공격성향이 강해 현실적으로 입양이 어렵다. 사나운 습성을 갖게 된 개들은 나름대로 아픈 사연이 있다. 지진이나 쓰나미 등 대재난 지역에 방치됐다가 구조된 개와 소도 있다. 이들 모두 자연사할 때까지 이곳에서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다.

[ '살처분 제로'의 숨은 힘은 깨어 있는 시민의식에서 ]

동물보호 시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자체 소유 토지로 임대료 부담은 덜었지만, 사료비와 인건비 등이 큰 문제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에게 동물을 맡기지 않는다. 방문시간과 인원이 유동적이고, 사육자가 자주 바뀌면 동물들이 불안해져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전문성을 갖춘 전일제 상근자 10명을 포함한 직원 30명이 동물 돌봄을 전담하고 있다. 최저임금과 사회보장, 연금, 건강진단 등을 여느 회사처럼 보장하지만, 노동 강도가 높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남게 된다.

재정이 빠듯해도 정부의 예산지원은 받지 않는다. 한 달에 1,2만 원 씩 보내오는 자발적 후원금 중심으로 연 15억 원을 충당한다. 사료와 영양제 등 전국에서 보내오는 후원물품도 큰 힘이 된다.

시설 대표 나카타니 유리 씨는 의미 심장한 말을 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세금 투입은 사람이 우선이다. 히로시마에도 보호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노인, 유치원에 못 다니는 아이,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 어려운 사람이 존재하는 한, 동물에게 세금은 돌아가지 않는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기부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대형 단체에 기부해도 일선까지 닿지 않는 것을 경험했다. 실제로 일하는 단체에 기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우리 같은 단체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유기견묘 살처분 중단 등 동물보호 정책의 혁신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의지가 중요한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시민 의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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