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로 둘러본 한반도 상공…이번주 내내 안좋다

입력 2019.01.14 (21:01) 수정 2019.01.1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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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 대부분 지역이 짙은 미세먼지에 포위돼 답답하고 힘겨운 하루였습니다.

오늘은(14일) 2003년 이후 최악의 미세먼지로 기록됐습니다.

이틀째 이어진 비상저감조치로 수도권 공공기관 주차장은 전면 폐쇄됐고, 내일은(15일) 충청과 호남,부산 등 전국 10개 시도로 이 조치가 확대됩니다.

이정훈 기자가 KBS 헬기를 타고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짙은 스모그를 뚫고 이륙해 맞은 서울 하늘.

온통 회색빛에 휩싸여 빌딩도 거리도 분간이 안 갑니다.

동행한 강원대 연구팀이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봤습니다.

300m 상공인데도 100마이크로그램에 육박해 '매우 나쁨' 수준입니다.

고도를 높여 천 3백m 상공에 도달했습니다.

회색 먼지층 위로 선명히 구분되는 은빛 구름이 펼쳐집니다.

역전층 안에 갇힌 오염 물질이 며칠째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인 겁니다.

이 층을 경계로 초미세먼지 농도는 10배 넘게 차이 났습니다.

기수를 남서쪽으로 돌려 도착한 서해 상공.

해안선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뿌옇습니다.

[이용희/강원대 대기질예측연구실 : "서해 상공인데도 불구하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의 1.5배 정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국발 미세먼지 띠가 북서풍을 타고 서해를 뒤덮은 겁니다.

방향을 내륙으로 돌려봤습니다.

공기 중으로 굴뚝에서 내뿜는 오염 물질이 더해집니다.

화력발전소와 산업 단지가 밀집된 이곳 충남 상공에 도달하자 초미세먼지 농도가 순간적으로 30% 이상 높아졌습니다.

중국과 국내 오염 물질이 뒤섞여 더 많은 미세먼지를 만든 겁니다.

수도권의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소 5배에 달했고, 서울은 16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이틀째 이어진 비상저감조치로 수도권 공공 기관 주차장은 전면 폐쇄됐습니다.

비상저감조치는 내일(15일) 충청과 호남, 부산 등 전국 10개 시도로 확대됩니다.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차가운 북서풍이 불면서 내일(15일) 오후부터 차차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최악’ 베이징 미세먼지…오늘밤부터 바람타고 이동

[앵커]

서해를 타고 넘어오고 있는 중국쪽 스모그 상황도 극히 좋지 않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14일) 매우 심한 스모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이고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지, 베이징 강민수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부터 중국 내륙 곳곳에서 미세먼지 수치가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12일 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522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았습니다.

당시 촬영한 화면을 보면 마치 짙은 안개처럼 보입니다.

베이징시 환경관측센터는 베이징의 공기질이 무려 11시간 동안 최악의 등급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14일) 오후까지도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200을 넘었습니다.

중국 환경 당국의 강력한 대기오염 저감 정책으로, 대기질이 많이 좋아졌는데, 올겨울 들어 처음 있는 현상입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바람과 온도를 주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1월 10일부터 내륙도시의 평균 풍속이 급격히 낮아졌고, 지표면이 더워지는 이른바 기온역전 현상으로 발생한 습기가 정체된 미세먼지와 결합해 2차 미세먼지를 생성했다는 분석입니다.

중국 내륙 공장지대와 겨울철 석탄 난방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이 축적됐고, 이것이 남풍을 타고 베이징까지 올라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대기 오염이 진행되다가 차가운 북풍과 함께 개선되는 양상이 반복돼오고 있습니다.

중국 기상국은 오늘(14일) 밤부터 차가운 북풍과 함께 내륙의 대기오염이 차차 사라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쓸려나간 오염물질 일부는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베이징에서 KBS 뉴스 강민수입니다.

▼ 미세먼지 줄인다더니…노후 발전소 수명 연장?

[앵커]

이렇게 미세먼지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아서 긴급조치로 화력발전소 발전량을 이틀째 줄였습니다.

충남의 6기를 포함해 석탄 화력발전소 10기의 출력을 평소의 80%로 낮춘 겁니다.

그만큼 석탄 화력이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단일 오염원 가운데서 말이죠.

이건 증명이 된 사실입니다.

지난해 노후 석탄발전소 5기를 넉 달 동안 가동 중단했더니, 충남 지역 초미세먼지가 하루 최대 18% 이상 줄었습니다.

정부도 이미 3년 전 30년이 지난 오래된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석탄발전소들은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노후 석탄발전소를 더 오래 가동하기 위해서 조 단위의 돈을 들여 대대적인 설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손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짙은 스모그 속으로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충남 석탄화력발전소 일대입니다.

2000년 전후 완공된 당진 1에서 4호기는 2030년쯤 폐쇄될 예정입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은 통상 30년 정도로 잡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동서발전이 최근 1조 5천억 원을 투자해 설비 교체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환경 설비를 개선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정말 그런지 사업계획서를 입수해 따져 봤습니다.

예산의 절반 이상이 보일러와 터빈 등 성능 개선에 들어갑니다.

탈질, 탈황 등 환경 설비 개선 비용은 28%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소영/기후솔루션 변호사 : "본질이 환경 개선이 아니라 발전소 성능 개선 사업입니다. 미세먼지 대응을 핑계로 설비 개선 사업과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 근거로 제시한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입니다.

폐쇄 시점을 애초 계획보다 10년 연장하고, 현재 이용률을 유지한다는 점을 가정해 사업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수명 연장은 정부 계획과는 다른 겁니다.

문제는 폐쇄를 앞둔 다른 석탄화력발전소들까지 환경 개선을 한다며 수조 원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이런 정도의 돈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발전사업자 입장에선 계속 가동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겠죠. 성능이 좋아졌는데 조금 더 가동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전문가들은 설비 개선으로 인한 저감 효과보다 노후 발전소의 수명 연장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 피해가 훨씬 크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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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기로 둘러본 한반도 상공…이번주 내내 안좋다
    • 입력 2019-01-14 21:00:48
    • 수정2019-01-14 21:22:03
[앵커]

전국 대부분 지역이 짙은 미세먼지에 포위돼 답답하고 힘겨운 하루였습니다.

오늘은(14일) 2003년 이후 최악의 미세먼지로 기록됐습니다.

이틀째 이어진 비상저감조치로 수도권 공공기관 주차장은 전면 폐쇄됐고, 내일은(15일) 충청과 호남,부산 등 전국 10개 시도로 이 조치가 확대됩니다.

이정훈 기자가 KBS 헬기를 타고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짙은 스모그를 뚫고 이륙해 맞은 서울 하늘.

온통 회색빛에 휩싸여 빌딩도 거리도 분간이 안 갑니다.

동행한 강원대 연구팀이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봤습니다.

300m 상공인데도 100마이크로그램에 육박해 '매우 나쁨' 수준입니다.

고도를 높여 천 3백m 상공에 도달했습니다.

회색 먼지층 위로 선명히 구분되는 은빛 구름이 펼쳐집니다.

역전층 안에 갇힌 오염 물질이 며칠째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인 겁니다.

이 층을 경계로 초미세먼지 농도는 10배 넘게 차이 났습니다.

기수를 남서쪽으로 돌려 도착한 서해 상공.

해안선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뿌옇습니다.

[이용희/강원대 대기질예측연구실 : "서해 상공인데도 불구하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의 1.5배 정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국발 미세먼지 띠가 북서풍을 타고 서해를 뒤덮은 겁니다.

방향을 내륙으로 돌려봤습니다.

공기 중으로 굴뚝에서 내뿜는 오염 물질이 더해집니다.

화력발전소와 산업 단지가 밀집된 이곳 충남 상공에 도달하자 초미세먼지 농도가 순간적으로 30% 이상 높아졌습니다.

중국과 국내 오염 물질이 뒤섞여 더 많은 미세먼지를 만든 겁니다.

수도권의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소 5배에 달했고, 서울은 16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이틀째 이어진 비상저감조치로 수도권 공공 기관 주차장은 전면 폐쇄됐습니다.

비상저감조치는 내일(15일) 충청과 호남, 부산 등 전국 10개 시도로 확대됩니다.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차가운 북서풍이 불면서 내일(15일) 오후부터 차차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최악’ 베이징 미세먼지…오늘밤부터 바람타고 이동

[앵커]

서해를 타고 넘어오고 있는 중국쪽 스모그 상황도 극히 좋지 않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14일) 매우 심한 스모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이고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지, 베이징 강민수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부터 중국 내륙 곳곳에서 미세먼지 수치가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12일 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522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았습니다.

당시 촬영한 화면을 보면 마치 짙은 안개처럼 보입니다.

베이징시 환경관측센터는 베이징의 공기질이 무려 11시간 동안 최악의 등급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14일) 오후까지도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200을 넘었습니다.

중국 환경 당국의 강력한 대기오염 저감 정책으로, 대기질이 많이 좋아졌는데, 올겨울 들어 처음 있는 현상입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바람과 온도를 주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1월 10일부터 내륙도시의 평균 풍속이 급격히 낮아졌고, 지표면이 더워지는 이른바 기온역전 현상으로 발생한 습기가 정체된 미세먼지와 결합해 2차 미세먼지를 생성했다는 분석입니다.

중국 내륙 공장지대와 겨울철 석탄 난방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이 축적됐고, 이것이 남풍을 타고 베이징까지 올라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대기 오염이 진행되다가 차가운 북풍과 함께 개선되는 양상이 반복돼오고 있습니다.

중국 기상국은 오늘(14일) 밤부터 차가운 북풍과 함께 내륙의 대기오염이 차차 사라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쓸려나간 오염물질 일부는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베이징에서 KBS 뉴스 강민수입니다.

▼ 미세먼지 줄인다더니…노후 발전소 수명 연장?

[앵커]

이렇게 미세먼지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아서 긴급조치로 화력발전소 발전량을 이틀째 줄였습니다.

충남의 6기를 포함해 석탄 화력발전소 10기의 출력을 평소의 80%로 낮춘 겁니다.

그만큼 석탄 화력이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단일 오염원 가운데서 말이죠.

이건 증명이 된 사실입니다.

지난해 노후 석탄발전소 5기를 넉 달 동안 가동 중단했더니, 충남 지역 초미세먼지가 하루 최대 18% 이상 줄었습니다.

정부도 이미 3년 전 30년이 지난 오래된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석탄발전소들은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노후 석탄발전소를 더 오래 가동하기 위해서 조 단위의 돈을 들여 대대적인 설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손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짙은 스모그 속으로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충남 석탄화력발전소 일대입니다.

2000년 전후 완공된 당진 1에서 4호기는 2030년쯤 폐쇄될 예정입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은 통상 30년 정도로 잡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동서발전이 최근 1조 5천억 원을 투자해 설비 교체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환경 설비를 개선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정말 그런지 사업계획서를 입수해 따져 봤습니다.

예산의 절반 이상이 보일러와 터빈 등 성능 개선에 들어갑니다.

탈질, 탈황 등 환경 설비 개선 비용은 28%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소영/기후솔루션 변호사 : "본질이 환경 개선이 아니라 발전소 성능 개선 사업입니다. 미세먼지 대응을 핑계로 설비 개선 사업과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 근거로 제시한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입니다.

폐쇄 시점을 애초 계획보다 10년 연장하고, 현재 이용률을 유지한다는 점을 가정해 사업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수명 연장은 정부 계획과는 다른 겁니다.

문제는 폐쇄를 앞둔 다른 석탄화력발전소들까지 환경 개선을 한다며 수조 원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이런 정도의 돈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발전사업자 입장에선 계속 가동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겠죠. 성능이 좋아졌는데 조금 더 가동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전문가들은 설비 개선으로 인한 저감 효과보다 노후 발전소의 수명 연장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 피해가 훨씬 크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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