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오도독] 조선일보를 칭찬합니다

입력 2019.01.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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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칭찬’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극단적 정파성을 노정시키며 최저임금때문에 한국경제가 망할 것처럼 기사를 써온 조선일보에서 그나마 상식적인 기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4일 조선비즈 인터넷 기사입니다. 기사 제목이 이렇습니다.
CJ·신세계, 빕스·올반 고객 줄어 문 닫으며 '최저임금' 탓

기사 제목부터 남다릅니다. 고객이 줄어서 문 닫으면서 왜 최저임금 탓만 하느냐고 CJ, 신세계를 꾸짖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도 제목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매장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말 그럴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기사 본론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어 매장 운영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1. 한식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은 이미 몇 년전부터 손님이 줄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 메뉴에 변화를 주지 못해 위기를 좌조했다
3. 식생활 외식 트렌드도 변했다
4. 가정 간편식과 배달음식 성장도 발목을 잡았다
5. 1인 가정 증가로 혼밥족이 늘어서 가족 단위 패밀리 레스토랑은 예전부터 위기였다고 시장의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트렌드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을 만족)로 이미 옮겨가고 있는데 이런 추세에 대기업들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매장 일부 폐쇄의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외식업 불황에도 1인당 7-8만원 웃도는 고급 뷔페는 주말마다 만석이고, 음식이 맛있기로 입소문이 난 골목길 허름한 맛집에 손님이 몰리는 이유도 이 때문(가심비의 트렌드)라고 설명하고 있지요.

또, 한식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의 부진은 경영실패와 포화된 시장이 빚어낸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고도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탓만 할 수 있을까요”라고 기사에서 되묻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소비자들은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더 비싼 음식값을 지불하는데 소비자가 만족할 만큼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직원에 대한 처우도 달라야 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는 사실상 임금을 올려서라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 전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놀랍지요? 제가 그동안 “한국언론 오도독”을 통해 제기해 온 문제도 이런 상식적인 기사가 왜 잘 나오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기업이나 국가 경제의 흥망성쇠에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며, 환경적인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의 본질입니다. 특히 위 조선비즈의 기자가 말한 것처럼 외식업은 트렌드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면 대기업이라도 생존, 번영하기가 힘들지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조선일보같은 정파적 상업지들은 이런 제반 요인들을 다 무시해버리고 자사가 반대하는 정부의 정책 하나 때문에, 예를 들어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모든 경제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해 왔습니다.

그런 점에 비춰 보자면 조선비즈의 이 인터넷 기사는 조선일보도 ‘정상 언론’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보인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합니다. 북한도 정상국가로 변하기 위해서 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조선일보도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이면 상식적인 기사를 계속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조선일보의 한계는 아직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해당 기사는 인터넷으로만 출고되고, 지면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정작 지면에 실린 기사는, “계절밥상 11곳 폐점...새해 첫날 알바 200명 일자리 잃어”(조선일보 1월 2일 A3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기업마저도 최저임금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식의 내용이었습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기업이 망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 기사는 같은 날 TV조선에도 등장했습니다.

대기업 외식업체마저…'최저임금 직격탄'에 도미노 폐점(TV조선, 1월 2일)

“탄탄하던 대기업 외식 업계도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란 이 기사의 클로징 멘트에서 알 수 있듯 TV조선의 기사는 조선일보 같은 날 지면 기사보다도 더 단순, 무지하게 쓰여졌습니다. 과거 어버이연합 집회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들을 연상케할 정도지요.

이렇게 따져놓고 보면 이틀 후인 1월 4일 제가 모두에 언급한 조선비즈의 위 인터넷 기사, CJ·신세계, 빕스·올반 고객 줄어 문 닫으며 '최저임금 탓'이라는 이 기사가 조선미디어그룹이라는 한 바구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특히 이 기사속에서 수많은 구조적 요인들을 언급하며 CJ등 외식업계가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 일부 매장의 문을 닫으면서 어떻게 최저임금 탓만 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 기사 속 질문은 곧바로 조선일보와 TV조선의 편집국 간부들에게 향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사만 가지고는 "조선일보가 달라졌어요"라고는 말할 수 없겠습니다. 다만, 인터넷 기사에라도 상식적인 기사가 나왔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가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서 오프라인 지면이나 방송을 통해서도 저널리즘의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기준내에 들어올만한 기사들을 양산해 주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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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언론 오도독] 조선일보를 칭찬합니다
    • 입력 2019-01-15 07:05:34
    한국언론 오도독
조선일보를 ‘칭찬’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극단적 정파성을 노정시키며 최저임금때문에 한국경제가 망할 것처럼 기사를 써온 조선일보에서 그나마 상식적인 기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4일 조선비즈 인터넷 기사입니다. 기사 제목이 이렇습니다.
CJ·신세계, 빕스·올반 고객 줄어 문 닫으며 '최저임금' 탓

기사 제목부터 남다릅니다. 고객이 줄어서 문 닫으면서 왜 최저임금 탓만 하느냐고 CJ, 신세계를 꾸짖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도 제목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매장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말 그럴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기사 본론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어 매장 운영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1. 한식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은 이미 몇 년전부터 손님이 줄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 메뉴에 변화를 주지 못해 위기를 좌조했다
3. 식생활 외식 트렌드도 변했다
4. 가정 간편식과 배달음식 성장도 발목을 잡았다
5. 1인 가정 증가로 혼밥족이 늘어서 가족 단위 패밀리 레스토랑은 예전부터 위기였다고 시장의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트렌드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을 만족)로 이미 옮겨가고 있는데 이런 추세에 대기업들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매장 일부 폐쇄의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외식업 불황에도 1인당 7-8만원 웃도는 고급 뷔페는 주말마다 만석이고, 음식이 맛있기로 입소문이 난 골목길 허름한 맛집에 손님이 몰리는 이유도 이 때문(가심비의 트렌드)라고 설명하고 있지요.

또, 한식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의 부진은 경영실패와 포화된 시장이 빚어낸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고도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탓만 할 수 있을까요”라고 기사에서 되묻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소비자들은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더 비싼 음식값을 지불하는데 소비자가 만족할 만큼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직원에 대한 처우도 달라야 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는 사실상 임금을 올려서라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 전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놀랍지요? 제가 그동안 “한국언론 오도독”을 통해 제기해 온 문제도 이런 상식적인 기사가 왜 잘 나오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기업이나 국가 경제의 흥망성쇠에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며, 환경적인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의 본질입니다. 특히 위 조선비즈의 기자가 말한 것처럼 외식업은 트렌드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면 대기업이라도 생존, 번영하기가 힘들지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조선일보같은 정파적 상업지들은 이런 제반 요인들을 다 무시해버리고 자사가 반대하는 정부의 정책 하나 때문에, 예를 들어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모든 경제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해 왔습니다.

그런 점에 비춰 보자면 조선비즈의 이 인터넷 기사는 조선일보도 ‘정상 언론’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보인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합니다. 북한도 정상국가로 변하기 위해서 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조선일보도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이면 상식적인 기사를 계속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조선일보의 한계는 아직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해당 기사는 인터넷으로만 출고되고, 지면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정작 지면에 실린 기사는, “계절밥상 11곳 폐점...새해 첫날 알바 200명 일자리 잃어”(조선일보 1월 2일 A3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기업마저도 최저임금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식의 내용이었습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기업이 망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 기사는 같은 날 TV조선에도 등장했습니다.

대기업 외식업체마저…'최저임금 직격탄'에 도미노 폐점(TV조선, 1월 2일)

“탄탄하던 대기업 외식 업계도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란 이 기사의 클로징 멘트에서 알 수 있듯 TV조선의 기사는 조선일보 같은 날 지면 기사보다도 더 단순, 무지하게 쓰여졌습니다. 과거 어버이연합 집회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들을 연상케할 정도지요.

이렇게 따져놓고 보면 이틀 후인 1월 4일 제가 모두에 언급한 조선비즈의 위 인터넷 기사, CJ·신세계, 빕스·올반 고객 줄어 문 닫으며 '최저임금 탓'이라는 이 기사가 조선미디어그룹이라는 한 바구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특히 이 기사속에서 수많은 구조적 요인들을 언급하며 CJ등 외식업계가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 일부 매장의 문을 닫으면서 어떻게 최저임금 탓만 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 기사 속 질문은 곧바로 조선일보와 TV조선의 편집국 간부들에게 향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사만 가지고는 "조선일보가 달라졌어요"라고는 말할 수 없겠습니다. 다만, 인터넷 기사에라도 상식적인 기사가 나왔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가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서 오프라인 지면이나 방송을 통해서도 저널리즘의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기준내에 들어올만한 기사들을 양산해 주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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