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 성범죄 재범 막을 수 있다? 없다?

입력 2019.01.15 (08:04) 수정 2019.01.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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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받은 성범죄자들의 보호관찰기간 재범률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이들이 보호관찰기간 동안 다시 성범죄를 일으킨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해 작성한 '성충동 약물치료의 성과 및 발전방안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바로가기]'성충동 약물치료의 성과 및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 공개 웹사이트
[링크] https://bit.ly/2D87ko1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25명에 대한 기록을 수집해 재범 여부 및 재범기간을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성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까지 대상자의 성충동 약물치료 기간 중 재범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성충동 약물치료가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012년 첫 시행 이후 '화학적 거세' 집행 27명


성범죄자의 성충동을 약물로 억제하는 '화학적 거세'는 2011년 7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시작됐다. 법이 시행된 이듬해부터 약물치료 시행자가 나왔고, 지난해 9월까지 총 27명이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화학적 거세는 형집행을 마치거나 치료감호소에서 나온 후 보호관찰 기간에 이뤄진다. 국립법무병원 등 지역별 거점병원에서 월 1회 약물투여 등 치료가 진행되는데, 약물치료와 함께 월 2회 심리상담 등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이 병행된다.

성충동 약물치료 25명 보호관찰기간 중 재범률 0%

연구진은 27명의 치료대상자 중 치료명령 취소처분, 집행정지 등을 통해 치료가 취소된 2명을 제외한 25명의 보호관찰 기간 중 재범 여부를 조사했다. 약물치료는 보통 3년간 받게 되는데 25명 중 7명은 현재 약물치료가 종료됐고, 18명은 현재 약물치료가 진행 중이다.

이렇게 치료가 종료(최대 3년)됐거나 치료가 진행 중인 이들의 약물치료 기간은 평균 22.3개월.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성범죄자 25명이 평균 22.3개월 동안 동종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 25명 중 9명은 치료를 받기 전 과거에는 동종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다. 동종재범이 발생하기까지의 기간을 따져보니 동종재범 사건 중 절반은 성범죄자 출소 후 14.8개월 안에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효과는 법원이 약물치료 청구를 기각한 성범죄자 6명 중 3명이 보호관찰 기간에 재범을 일으켰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2011년 7월 제도 시행 후 53건의 성충동 약물치료 청구가 있었는데, 법원은 23건의 약물치료 판결을 내리면서 27건을 기각했다. 기각된 27건 중 자료접근이 가능했던 20명을 살펴본 결과 14명은 아직 치료감호소나 교도소에 수감돼 있어 보호관찰을 받지 않았다.

나머지 6명의 보호관찰기간 동종재범 여부를 조사해보니 법원이 청구를 기각해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6명 중 3명은 보호관찰 기간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3명은 출소 후 평균 14.6개월 만에 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기까지 6.2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재범 억제효과 분명하지만 연구 한계도 고려해야"

이처럼 '화학적 거세'의 효과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화학적 거세'만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우선 재범률 0%를 만든 것이 약물치료만의 고유한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 연구위원은 “약물치료 전문의들은 대부분 '약물투여 외에도 주기적인 심리치료와 보호관찰 등이 재범예방에 복합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약물치료와 함께 병행되는 심리치료 등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박 연구위원은 "상당수 유럽은 대부분 치료대상자가 동의할 때에만 약물치료가 진행돼 동의에 의한 '치료'가 되고 있는데, 우리는 동의 없이 명령으로 약물치료가 진행돼 일종의 '형벌'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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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적 거세’ 성범죄 재범 막을 수 있다? 없다?
    • 입력 2019-01-15 08:04:34
    • 수정2019-01-15 15:14:22
    취재K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받은 성범죄자들의 보호관찰기간 재범률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이들이 보호관찰기간 동안 다시 성범죄를 일으킨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해 작성한 '성충동 약물치료의 성과 및 발전방안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바로가기]'성충동 약물치료의 성과 및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 공개 웹사이트
[링크] https://bit.ly/2D87ko1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25명에 대한 기록을 수집해 재범 여부 및 재범기간을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성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까지 대상자의 성충동 약물치료 기간 중 재범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성충동 약물치료가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012년 첫 시행 이후 '화학적 거세' 집행 27명


성범죄자의 성충동을 약물로 억제하는 '화학적 거세'는 2011년 7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시작됐다. 법이 시행된 이듬해부터 약물치료 시행자가 나왔고, 지난해 9월까지 총 27명이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화학적 거세는 형집행을 마치거나 치료감호소에서 나온 후 보호관찰 기간에 이뤄진다. 국립법무병원 등 지역별 거점병원에서 월 1회 약물투여 등 치료가 진행되는데, 약물치료와 함께 월 2회 심리상담 등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이 병행된다.

성충동 약물치료 25명 보호관찰기간 중 재범률 0%

연구진은 27명의 치료대상자 중 치료명령 취소처분, 집행정지 등을 통해 치료가 취소된 2명을 제외한 25명의 보호관찰 기간 중 재범 여부를 조사했다. 약물치료는 보통 3년간 받게 되는데 25명 중 7명은 현재 약물치료가 종료됐고, 18명은 현재 약물치료가 진행 중이다.

이렇게 치료가 종료(최대 3년)됐거나 치료가 진행 중인 이들의 약물치료 기간은 평균 22.3개월.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성범죄자 25명이 평균 22.3개월 동안 동종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 25명 중 9명은 치료를 받기 전 과거에는 동종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다. 동종재범이 발생하기까지의 기간을 따져보니 동종재범 사건 중 절반은 성범죄자 출소 후 14.8개월 안에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효과는 법원이 약물치료 청구를 기각한 성범죄자 6명 중 3명이 보호관찰 기간에 재범을 일으켰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2011년 7월 제도 시행 후 53건의 성충동 약물치료 청구가 있었는데, 법원은 23건의 약물치료 판결을 내리면서 27건을 기각했다. 기각된 27건 중 자료접근이 가능했던 20명을 살펴본 결과 14명은 아직 치료감호소나 교도소에 수감돼 있어 보호관찰을 받지 않았다.

나머지 6명의 보호관찰기간 동종재범 여부를 조사해보니 법원이 청구를 기각해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6명 중 3명은 보호관찰 기간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3명은 출소 후 평균 14.6개월 만에 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기까지 6.2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재범 억제효과 분명하지만 연구 한계도 고려해야"

이처럼 '화학적 거세'의 효과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화학적 거세'만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우선 재범률 0%를 만든 것이 약물치료만의 고유한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 연구위원은 “약물치료 전문의들은 대부분 '약물투여 외에도 주기적인 심리치료와 보호관찰 등이 재범예방에 복합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약물치료와 함께 병행되는 심리치료 등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박 연구위원은 "상당수 유럽은 대부분 치료대상자가 동의할 때에만 약물치료가 진행돼 동의에 의한 '치료'가 되고 있는데, 우리는 동의 없이 명령으로 약물치료가 진행돼 일종의 '형벌'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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