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국방백서…우리의 ‘적(敵)’은 누구?

입력 2019.01.15 (14:35) 수정 2019.01.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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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첫 '2018년 국방백서' 발간
"북한은 적"이라는 직접적 표현은 삭제
"대한민국 주권 등 위협하는 모든 세력은 적"
주적(主敵)→위협→적(敵)…'북한' 표현의 변천사는?


2018 국방백서 표지, 목차2018 국방백서 표지, 목차

■ 2018 국방백서 속 적(敵)은 누구?

2018년 국방백서가 발간됐습니다. 국방백서는 국방부가 2년에 한 번씩 내는 책으로, 우리 국방 정책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역시 북한에 대한 표현입니다. 북한을 어떤 존재로 서술하는지가 현재의 남북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대한민국에 있어 단순한 위협인지, 직접적인 위협인지, 적(敵)인지, 아니면 주적(主敵)인지, 그 표현은 해마다 달라졌습니다.

■ “대한민국의 주권·국민·재산 위협하는 세력이 적”

그렇다면 오늘 나온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어떻게 표현됐을까요? 일단 "북한은 적"이란 직접적인 표현은 사라졌습니다. 국방백서는 먼저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뿐 아니라 국제 테러조직, 넓게는 일본과 중국까지도 우리를 위협하면 적이라는 의미로 분석됩니다. 최근 한일 '초계기 갈등'이나 한중 '카디즈(KADIZ) 갈등' 등 변화된 안보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2018 국방백서2018 국방백서

물론 이 중에서도 핵심은 북한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합니다. 국방백서를 보면 "남북이 정상회담 등을 통해 평화 정착을 위한 안보 환경을 조성했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남북 관계를 고려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등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겠다"고 적고 있습니다.

■ ‘북한’ 표현의 변천사…주적(主敵)→위협→적(敵)

그렇다면 그동안 북한에 대한 표현은 어떻게 바뀌어왔을까요? 국방백서는 1967년부터 간헐적으로 발간됐는데,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으로 '주적(主敵)'이란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1994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문제를 놓고 열린 남북 회담에서 북한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한 게 계기였습니다. 이후 2000년까지 '주적'이란 표현은 쭉 이어졌습니다.

2000년 국방백서2000년 국방백서

그런데 2000년 6월,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북한 측은 국방백서가 변화된 남북 관계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반발했고, 우리 내부에서도 북한이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바뀐 만큼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결국, 2004년 국방백서에서 '주적'이란 말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북한을 '직접적 군사위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2002년 2차 남북 정상회담과 그 이후 남북 간 교류 확대, 그로 인한 화해 분위기 조성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주적' 표현이 사라진 것을 두고 보수-진보 간엔 큰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2004년 국방백서2004년 국방백서

그리고 상황은 또 바뀌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났습니다. 2010년 11월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해 민간인 2명 등이 숨졌습니다. 이러한 북측의 도발 때문에 2010년 국방백서에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다시 '적(敵)'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국방백서에까지 '적' 표현은 이어졌습니다.

2010년 국방백서2010년 국방백서

■ “북한은 적(敵)” 대신 “잠재적 위협”

그리고 2018년, 문재인 정부 들어 발간된 첫 국방백서. 이번엔 2018년 있었던 3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안보 환경이 조성된 점을 반영해 다시 "북한은 적(敵)"이란 표현은 사라졌습니다.

다만 북한의 여전한 위협과 보수층의 반발을 고려해 북한을 포함한 대한민국 주권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적(敵)'이고 표현했습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교류와 협력은 이어가면서도, 안보 태세 유지는 강조하려는 국방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표현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국방부는 다른 나라에도 백서에 적(敵)을 규정한 나라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1985년 서독 국방백서는 '동독 및 소련'을 '군사적 위협'으로, 2002년 대만은 중국을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2006년 중국은 '대만'을 '대만독립분열세력'으로 표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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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 첫 국방백서…우리의 ‘적(敵)’은 누구?
    • 입력 2019-01-15 14:35:46
    • 수정2019-01-15 14:42:37
    취재K
문재인 정부 첫 '2018년 국방백서' 발간
"북한은 적"이라는 직접적 표현은 삭제
"대한민국 주권 등 위협하는 모든 세력은 적"
주적(主敵)→위협→적(敵)…'북한' 표현의 변천사는?


2018 국방백서 표지, 목차
■ 2018 국방백서 속 적(敵)은 누구?

2018년 국방백서가 발간됐습니다. 국방백서는 국방부가 2년에 한 번씩 내는 책으로, 우리 국방 정책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역시 북한에 대한 표현입니다. 북한을 어떤 존재로 서술하는지가 현재의 남북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대한민국에 있어 단순한 위협인지, 직접적인 위협인지, 적(敵)인지, 아니면 주적(主敵)인지, 그 표현은 해마다 달라졌습니다.

■ “대한민국의 주권·국민·재산 위협하는 세력이 적”

그렇다면 오늘 나온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어떻게 표현됐을까요? 일단 "북한은 적"이란 직접적인 표현은 사라졌습니다. 국방백서는 먼저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뿐 아니라 국제 테러조직, 넓게는 일본과 중국까지도 우리를 위협하면 적이라는 의미로 분석됩니다. 최근 한일 '초계기 갈등'이나 한중 '카디즈(KADIZ) 갈등' 등 변화된 안보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2018 국방백서
물론 이 중에서도 핵심은 북한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합니다. 국방백서를 보면 "남북이 정상회담 등을 통해 평화 정착을 위한 안보 환경을 조성했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남북 관계를 고려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등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겠다"고 적고 있습니다.

■ ‘북한’ 표현의 변천사…주적(主敵)→위협→적(敵)

그렇다면 그동안 북한에 대한 표현은 어떻게 바뀌어왔을까요? 국방백서는 1967년부터 간헐적으로 발간됐는데,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으로 '주적(主敵)'이란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1994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문제를 놓고 열린 남북 회담에서 북한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한 게 계기였습니다. 이후 2000년까지 '주적'이란 표현은 쭉 이어졌습니다.

2000년 국방백서
그런데 2000년 6월,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북한 측은 국방백서가 변화된 남북 관계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반발했고, 우리 내부에서도 북한이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바뀐 만큼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결국, 2004년 국방백서에서 '주적'이란 말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북한을 '직접적 군사위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2002년 2차 남북 정상회담과 그 이후 남북 간 교류 확대, 그로 인한 화해 분위기 조성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주적' 표현이 사라진 것을 두고 보수-진보 간엔 큰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2004년 국방백서
그리고 상황은 또 바뀌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났습니다. 2010년 11월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해 민간인 2명 등이 숨졌습니다. 이러한 북측의 도발 때문에 2010년 국방백서에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다시 '적(敵)'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국방백서에까지 '적' 표현은 이어졌습니다.

2010년 국방백서
■ “북한은 적(敵)” 대신 “잠재적 위협”

그리고 2018년, 문재인 정부 들어 발간된 첫 국방백서. 이번엔 2018년 있었던 3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안보 환경이 조성된 점을 반영해 다시 "북한은 적(敵)"이란 표현은 사라졌습니다.

다만 북한의 여전한 위협과 보수층의 반발을 고려해 북한을 포함한 대한민국 주권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적(敵)'이고 표현했습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교류와 협력은 이어가면서도, 안보 태세 유지는 강조하려는 국방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표현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국방부는 다른 나라에도 백서에 적(敵)을 규정한 나라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1985년 서독 국방백서는 '동독 및 소련'을 '군사적 위협'으로, 2002년 대만은 중국을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2006년 중국은 '대만'을 '대만독립분열세력'으로 표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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