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과의 대화, 삼성은 되고 부영은 안되는 이유?

입력 2019.01.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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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 130여 명이 오늘(15일) 청와대에서 만났습니다. 경제계와 소통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습니다.


초대받지 못한 자, 한진·부영·대림

대기업의 경우 자산순위 25위까지가 초청대상이었다는 게 청와대 설명입니다. 하지만 14위 한진그룹, 16위 부영그룹, 18위 대림은 빠졌습니다.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 모녀의 갑질 사건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부영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중근 회장이 지난해 11월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림은 '운전기사 갑질 논란' 이해욱 회장이 2017년 벌금 1,500만 원 처분을 받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브리핑에서 "일부 대기업이 제외된 것은 (명단을 선정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사회적 여론, 논란이 부각될 경우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그런데 이런 기준이 일괄적으로 적용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재계순위 3위 SK그룹 최태원 회장. 계열사 자금 60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을 받았습니다.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도 연루됐습니다.

재계순위 5위 롯데의 신동빈 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롯데면세점 사업권 재승인을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 씨 측에 70억 원을 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올해 3심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재계 8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화려한 경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보복폭행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하지만 대통령과 나란히 서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24위 한국투자금융 측의 해외 출장으로 초청 막차를 탄 26위 효성그룹.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연이어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현준 회장 대신 김규영 대표이사가 참석합니다. 회장의 '개인 사정' 때문이라네요. 괜히 언론에 오르내리기 싫다는 심모원려가 엿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겸 피고인

가장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건 재계 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수감됐습니다. 뇌물액수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조만간 3심을 앞둔 피고인 신분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오늘까지, 문재인 대통령과는 4번이나 만났습니다. 지난해 6월 인도에서 독대했습니다. 9월에는 평양에도 함께 다녀왔습니다. 지난 2일에는 신년인사회에서도 만났습니다. 3심 재판부는 '대통령의 파트너'인 '피고인 이재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대마(大馬)는 죽지 않는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은 국정농단 재판에 연루돼 있습니다. 3심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위에 언급된 기업인들은 한진·부영·대림 측보다 '죄질'이 더 나쁩니다. 그런데도 청와대에 초대받았습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 '원칙이 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농단 재판에 청와대가 앞장서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명단 작성의 주체가 대한상공회의소라 자세한 것은 대한상의에 물어보라"고 해명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청와대보다 높은 곳인가요?

봄이 오면 국정농단 재판의 최종 결과가 줄줄이 나올 전망입니다.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 등의 거취도 확정되겠지요. 재판 결과가 나오는 날, 오늘 청와대에서의 만남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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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인과의 대화, 삼성은 되고 부영은 안되는 이유?
    • 입력 2019-01-15 15:00:11
    취재K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 130여 명이 오늘(15일) 청와대에서 만났습니다. 경제계와 소통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습니다.


초대받지 못한 자, 한진·부영·대림

대기업의 경우 자산순위 25위까지가 초청대상이었다는 게 청와대 설명입니다. 하지만 14위 한진그룹, 16위 부영그룹, 18위 대림은 빠졌습니다.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 모녀의 갑질 사건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부영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중근 회장이 지난해 11월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림은 '운전기사 갑질 논란' 이해욱 회장이 2017년 벌금 1,500만 원 처분을 받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브리핑에서 "일부 대기업이 제외된 것은 (명단을 선정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사회적 여론, 논란이 부각될 경우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그런데 이런 기준이 일괄적으로 적용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재계순위 3위 SK그룹 최태원 회장. 계열사 자금 60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을 받았습니다.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도 연루됐습니다.

재계순위 5위 롯데의 신동빈 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롯데면세점 사업권 재승인을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 씨 측에 70억 원을 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올해 3심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재계 8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화려한 경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보복폭행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하지만 대통령과 나란히 서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24위 한국투자금융 측의 해외 출장으로 초청 막차를 탄 26위 효성그룹.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연이어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현준 회장 대신 김규영 대표이사가 참석합니다. 회장의 '개인 사정' 때문이라네요. 괜히 언론에 오르내리기 싫다는 심모원려가 엿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겸 피고인

가장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건 재계 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수감됐습니다. 뇌물액수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조만간 3심을 앞둔 피고인 신분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오늘까지, 문재인 대통령과는 4번이나 만났습니다. 지난해 6월 인도에서 독대했습니다. 9월에는 평양에도 함께 다녀왔습니다. 지난 2일에는 신년인사회에서도 만났습니다. 3심 재판부는 '대통령의 파트너'인 '피고인 이재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대마(大馬)는 죽지 않는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은 국정농단 재판에 연루돼 있습니다. 3심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위에 언급된 기업인들은 한진·부영·대림 측보다 '죄질'이 더 나쁩니다. 그런데도 청와대에 초대받았습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 '원칙이 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농단 재판에 청와대가 앞장서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명단 작성의 주체가 대한상공회의소라 자세한 것은 대한상의에 물어보라"고 해명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청와대보다 높은 곳인가요?

봄이 오면 국정농단 재판의 최종 결과가 줄줄이 나올 전망입니다.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 등의 거취도 확정되겠지요. 재판 결과가 나오는 날, 오늘 청와대에서의 만남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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