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버린 천륜에 기생한 심부름업자’ 막장 거래의 끝은?

입력 2019.01.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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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명문 중학교의 교사 31살 A 씨는 지난해 11월 인터넷 검색창에 '심부름센터'를 쳤습니다. 여러 차례 검색 끝에 '무엇이든 다 해결해준다'는 심부름센터 업자 B 씨에게 연락이 닿았고 A 씨는 경악할 제안을 건넵니다.

어머니 살해 청부..곧 계획 수립에 착수

이 교사는 심부름 업자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해 달라고 의뢰했고 곧 실행 계획까지 논의합니다. 둘은 여러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A 씨는 B 씨에게 어머니의 주소와 집 비밀번호까지 넘겼습니다. 사고사로 위장해 조용히 처리해 줄 것도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친모 살해 제안을 받아들인 업자 B 씨는 사실 처음부터 실제로 살해할 마음은 없었습니다. 황당한 제안을 해 온 A 씨를 이용해 돈을 뜯어낼 생각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심부름업자가 실제 살인을 준비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B 씨는 살인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A 씨를 속였습니다. "아무 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을 더 고용해야 한다"며 A 씨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건넨 돈만 13차례에 걸쳐 6천5백만 원. 자식은 천륜에 등을 돌렸고 심부름업자는 이를 이용해 사기극을 벌인 겁니다.

이 비극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드러났습니다. 새로운 인물이 나왔습니다. A 씨의 남편인 C 씨는 평소 자기의 부인이 외도하고 있다고 의심하면서, A 씨의 이메일을 몰래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부인의 이메일을 엿보던 C씨는 우연히 이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A 씨와 B 씨가 주고받은 메일이 한두 통이 아니었던 것이죠.

놀란 C 씨는 경찰에 부인의 친모 살해 계획을 신고했고, 둘은 덜미가 잡혔습니다.

딸은 도대체 왜 이런 부탁을 한 것일까?

검찰 조사에서 A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어머니와 자기 사이에는 끔찍한 기억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어머니의 폭언과 학대는 시작됐고, 어린 시절은 그렇게 불우했던 기억만 가득했다는 겁니다.

어머니와의 갈등은 A 씨가 성장하고 난 뒤에도 계속됐습니다. A 씨는 결혼해 독립된 가정을 꾸린 뒤에도 어머니의 간섭이 여전했고, 갈등이 계속 쌓여가면서 결국 어느 순간 어머니를 더는 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검찰은 결국 친모를 살해하려던 A 씨를 '존속살해예비혐의'로 구속기소 했습니다.

이 비극 속에서 한 몫 챙겨보려 했던 심부름 업자 B 씨는 어떻게 됐을까요? 검찰은 어머니를 살해하겠다는 딸을 이용한 이 심부름 업자 역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실제로 살해를 준비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살인 공모 혐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부모 자식간 천륜에 등돌린 딸과 이를 이용하려한 시기꾼은 결국 구속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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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버린 천륜에 기생한 심부름업자’ 막장 거래의 끝은?
    • 입력 2019-01-15 17:05:03
    취재K
서울의 한 명문 중학교의 교사 31살 A 씨는 지난해 11월 인터넷 검색창에 '심부름센터'를 쳤습니다. 여러 차례 검색 끝에 '무엇이든 다 해결해준다'는 심부름센터 업자 B 씨에게 연락이 닿았고 A 씨는 경악할 제안을 건넵니다.

어머니 살해 청부..곧 계획 수립에 착수

이 교사는 심부름 업자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해 달라고 의뢰했고 곧 실행 계획까지 논의합니다. 둘은 여러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A 씨는 B 씨에게 어머니의 주소와 집 비밀번호까지 넘겼습니다. 사고사로 위장해 조용히 처리해 줄 것도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친모 살해 제안을 받아들인 업자 B 씨는 사실 처음부터 실제로 살해할 마음은 없었습니다. 황당한 제안을 해 온 A 씨를 이용해 돈을 뜯어낼 생각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심부름업자가 실제 살인을 준비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B 씨는 살인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A 씨를 속였습니다. "아무 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을 더 고용해야 한다"며 A 씨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건넨 돈만 13차례에 걸쳐 6천5백만 원. 자식은 천륜에 등을 돌렸고 심부름업자는 이를 이용해 사기극을 벌인 겁니다.

이 비극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드러났습니다. 새로운 인물이 나왔습니다. A 씨의 남편인 C 씨는 평소 자기의 부인이 외도하고 있다고 의심하면서, A 씨의 이메일을 몰래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부인의 이메일을 엿보던 C씨는 우연히 이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A 씨와 B 씨가 주고받은 메일이 한두 통이 아니었던 것이죠.

놀란 C 씨는 경찰에 부인의 친모 살해 계획을 신고했고, 둘은 덜미가 잡혔습니다.

딸은 도대체 왜 이런 부탁을 한 것일까?

검찰 조사에서 A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어머니와 자기 사이에는 끔찍한 기억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어머니의 폭언과 학대는 시작됐고, 어린 시절은 그렇게 불우했던 기억만 가득했다는 겁니다.

어머니와의 갈등은 A 씨가 성장하고 난 뒤에도 계속됐습니다. A 씨는 결혼해 독립된 가정을 꾸린 뒤에도 어머니의 간섭이 여전했고, 갈등이 계속 쌓여가면서 결국 어느 순간 어머니를 더는 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검찰은 결국 친모를 살해하려던 A 씨를 '존속살해예비혐의'로 구속기소 했습니다.

이 비극 속에서 한 몫 챙겨보려 했던 심부름 업자 B 씨는 어떻게 됐을까요? 검찰은 어머니를 살해하겠다는 딸을 이용한 이 심부름 업자 역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실제로 살해를 준비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살인 공모 혐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부모 자식간 천륜에 등돌린 딸과 이를 이용하려한 시기꾼은 결국 구속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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