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피의자 스마트폰 잠금 해제 강요 안돼”…美 법원 영장 기각

입력 2019.01.1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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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게임 한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40년 지기 친구들 부부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모인 자리. 갑자기 각자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꺼내 놓고 메시지나 통화 내용을 공개하자는 제의에 모두 깜짝 놀라지만 '숨길 것이 없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마지못해 게임은 시작된다.

지난해 연말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에선 이처럼 모든 비밀을 간직한 스마트폰을 공개하면서 친구 간, 부부 간의 얽힌 그들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 '판도라의 상자' 스마트폰…"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어"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스마트폰. 너무 많은 비밀이 담겨 있는 현대판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이 스마트폰을 과연 당신도 공개할 수 있을까?

최근 검찰이나 경찰에서 수사를 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바로 피의자의 스마트폰과 현장의 CCTV다. 먼저, 스마트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범죄의 정황과 단서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범죄의 단서와 증거로 이 스마트폰 통화 내역이나 문자 메시지 등이 채택되기도 한다.

출처 : getty출처 : getty

□ 미국 법원 "수사과정에 스마트폰 지문인식 잠금해제 강요 안 돼"

하지만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과정에서 스마트폰의 잠금 해제를 위해 피의자에게 얼굴이나 지문을 스마트폰에 갖다 대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현지시각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법원의 캔디스 웨스트모어 치안판사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한 피해자 협박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요청한 오클랜드 경찰의 수색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민망한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용의자 두 명의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영장에는 이 용의자들의 주택을 수색하기에 앞서 용의자들의 스마트폰 잠금장치인 얼굴과 지문, 홍채 인식 등도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웨스트모어 판사는 이에 대해 "피의자가 비밀번호를 말하도록 강요당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권력이 피의자의 손가락을 강제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갖다 대도록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웨스트모어 판사는 지문인식뿐 아니라 홍채를 이용한 안면 인식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수사의 공익성보다는 정부로부터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우선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경찰은 지문이나 안면 인식, 홍채 스캔 등의 생체 요소를 동원한 전자기기 잠금 해제를 모두 허락하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확대한 법률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연방수사관들이 강제로 용의자에게 비밀번호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는 경찰이 애플 아이폰의 생체잠금장치인 지문, 얼굴, 홍채 인식을 강제로 풀 수 있도록 법원이 허용해왔었다.

이와 관련해 웨스트모어 판사는 이번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기기를 강제로 풀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또 페이스북 대화내용을 입수하고 싶다면 수사기관은 페이스북에 직접 연락할 수 있다면서, 이전 판결들이 생체잠금 장치 해제를 정당화시킬 수 없고 생체잠금 기능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한 수정헌법 5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웨스트모어 판사는 판결문에 이번 수색 요청은 "너무 폭이 넓다"면서 "특정인이나 특정 기기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라고 밝혔고, "특정 인물이나 특정 인물의 기기만을 해제시킬 것이라면 다시 수색영장 신청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수색영장이 적시한 상황과 대상, 인물에 따라 강제로 스마트폰 잠금해제를 할 수 없다는 이번 판결은 첨단 기술이 오래된 법규와 어떻게 충돌하는지 시사점을 보여준다. 더불어 발전하는 첨단 기기의 '생물학적 보안 요소'에 대한 보호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계속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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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6 10:14:23
    특파원 리포트
"우리 게임 한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40년 지기 친구들 부부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모인 자리. 갑자기 각자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꺼내 놓고 메시지나 통화 내용을 공개하자는 제의에 모두 깜짝 놀라지만 '숨길 것이 없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마지못해 게임은 시작된다.

지난해 연말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에선 이처럼 모든 비밀을 간직한 스마트폰을 공개하면서 친구 간, 부부 간의 얽힌 그들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 '판도라의 상자' 스마트폰…"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어"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스마트폰. 너무 많은 비밀이 담겨 있는 현대판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이 스마트폰을 과연 당신도 공개할 수 있을까?

최근 검찰이나 경찰에서 수사를 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바로 피의자의 스마트폰과 현장의 CCTV다. 먼저, 스마트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범죄의 정황과 단서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범죄의 단서와 증거로 이 스마트폰 통화 내역이나 문자 메시지 등이 채택되기도 한다.

출처 : getty
□ 미국 법원 "수사과정에 스마트폰 지문인식 잠금해제 강요 안 돼"

하지만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과정에서 스마트폰의 잠금 해제를 위해 피의자에게 얼굴이나 지문을 스마트폰에 갖다 대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현지시각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법원의 캔디스 웨스트모어 치안판사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한 피해자 협박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요청한 오클랜드 경찰의 수색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민망한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용의자 두 명의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영장에는 이 용의자들의 주택을 수색하기에 앞서 용의자들의 스마트폰 잠금장치인 얼굴과 지문, 홍채 인식 등도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웨스트모어 판사는 이에 대해 "피의자가 비밀번호를 말하도록 강요당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권력이 피의자의 손가락을 강제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갖다 대도록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웨스트모어 판사는 지문인식뿐 아니라 홍채를 이용한 안면 인식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수사의 공익성보다는 정부로부터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우선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경찰은 지문이나 안면 인식, 홍채 스캔 등의 생체 요소를 동원한 전자기기 잠금 해제를 모두 허락하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확대한 법률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연방수사관들이 강제로 용의자에게 비밀번호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는 경찰이 애플 아이폰의 생체잠금장치인 지문, 얼굴, 홍채 인식을 강제로 풀 수 있도록 법원이 허용해왔었다.

이와 관련해 웨스트모어 판사는 이번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기기를 강제로 풀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또 페이스북 대화내용을 입수하고 싶다면 수사기관은 페이스북에 직접 연락할 수 있다면서, 이전 판결들이 생체잠금 장치 해제를 정당화시킬 수 없고 생체잠금 기능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한 수정헌법 5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웨스트모어 판사는 판결문에 이번 수색 요청은 "너무 폭이 넓다"면서 "특정인이나 특정 기기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라고 밝혔고, "특정 인물이나 특정 인물의 기기만을 해제시킬 것이라면 다시 수색영장 신청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수색영장이 적시한 상황과 대상, 인물에 따라 강제로 스마트폰 잠금해제를 할 수 없다는 이번 판결은 첨단 기술이 오래된 법규와 어떻게 충돌하는지 시사점을 보여준다. 더불어 발전하는 첨단 기기의 '생물학적 보안 요소'에 대한 보호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계속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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