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폭력의 경계…교남학교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19.01.16 (12:18) 수정 2019.01.1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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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특수학교인 서울 교남학교에서 교사들이 장애학생을 집단 폭행했던 사건, 기억하십니까.

검찰이 최근 일부 교사만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는데요.

피해 학생 측은 봐주기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KBS가 폭행 당시 CCTV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또 검찰 수사에 문제는 없는 건지, 이 사건 취재했던 사회부 최유경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교남학교에서 어떤 학대가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석 달 동안 총 12번의 폭행이 확인됐습니다.

CCTV를 한 번 보시면요,

이렇게 교사 여러 명이 아이를 둘러싸고 바닥에 질질 끌고 오는 모습도 확인되고요.

불 꺼진 교실에서 집단으로 폭행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의자를 던지거나, 빗자루를 때리는 등 상습적인 폭행도 이어졌습니다.

굉장히 일상적으로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굉장히 심각한 수준의 학대로 보이는데, 경찰과 검찰은 어떻게 결론을 냈나요?

[기자]

경찰은 CCTV 영상을 통해 폭행 사실을 확인하고, 이 학교 교사 1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중 4명만 기소하고, 8명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했는데요.

폭행 정도가 가장 심했던 담임교사 이 모 씨는 이미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고요.

지난달 12일에 교사 3명이 추가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앵커]

검찰이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있을 텐데... 8명은 왜 무혐의 처리된 건가요?

[기자]

검찰도 정말 고심이 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학대와 폭행이 발생한 곳이 장애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아동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이 참석하는 회의까지 열어 거듭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렸는데요.

담당 검사도 이렇게까지 각계 각층의 입장을 들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검찰은 우선 '아동학대사건 관리회의'를 열고,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와 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 특수학교 학부모 등과 함께 영상을 보고 학대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이 회의엔 총 8명이 참석했는데 만장일치로 학대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장애학교의 특수성 때문이었습니다.

돌발 행동이 잦은 장애학생의 특성상 어느 정도 물리적인 제지는 불가피하다는 건데요.

소위 멱살만 잡아도 폭행죄가 성립되는 비장애인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겁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검찰 시민위원회'더 열었는데요,

여기서도 시민 11명 중 10명이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지만 피해 학생 학부모의 입장은 또 다를 수 있을 거 같은데... 반응이 어떤가요?

[기자]

피해 학생 학부모는 검찰 수사 결과에 반발하며 지난달 14일,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냈습니다.

불기소 처분을 받은 교사들 중 일부에 대해서 재수사를 요구한 거죠.

분명히 아이를 같이 잡아끌었고 폭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함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또 저희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 결과는 장애 학교에서의 폭행을 사실상 허가해준 셈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누구도 신고하지 않게 될 거다, 그게 가장 두렵고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럼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둔 다른 학부모들은 생각이 어떤가요?

다들 선생님들을 강력 처벌해달라, 이런 입장인가요?

[기자]

이 부분이 정말 의외인데요.

이 학교 다른 학부모들은 대부분 교사들의 처벌을 원치 않습니다.

물론, 심각한 학대를 저지른 몇몇 선생님들은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현재 기소된 교사 4명 중에서도 일부는 처벌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데요.

이미 54명이 넘는 학부모들이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이 학교 학생이 총 105명인 걸 고려했을 때, 절반이 넘는 학부모가 탄원서까지 내가며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하고 있는 거죠.

[앵커]

선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다른 학부모들은 대체 왜 처벌을 원치 않는 겁니까?

[기자]

한마디로 말하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는 건데요.

피해 학생의 특수성, 또 장애학교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해당 피해 학생이 평소 공격성을 지닌 학생이었고, 초등학생이긴 하지만 성인과 비슷한 몸집이라 제어하기가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또 이 학교 선생님이 모두 31명인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수사를 받고 있으니 학교가 정상 운영될 리가 없겠죠.

한 학부모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 학교가 피해 학생 하나만을 위해 돌아가는 것 같다", "다른 100여 명의 학생들이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지난해부터 특수학교의 폭행, 학대 문제가 계소되고 있는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특수학교에서 제어하기 힘든 학생이 생기면 교사들이 물리력을 가합니다.

그러면 피해 학생측은 폭행과 학대로 경찰에 고소하고요.

이 문제가 보도되고 시끄러워지면 다른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또 힘겨워합니다.

교육부가 문제행동 중재 지침을 만들어서 특수학교에 배포하긴 하는데,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분석하라고 돼 있는데 정작 통제 불가능한 순간에 교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제시가 안되고, 교사에 대한 교육도 충분치 않은 상황입니다.

정말로 교육당국과 학교측, 학부모가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책이 무언지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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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육과 폭력의 경계…교남학교에선 무슨 일이?
    • 입력 2019-01-16 12:25:00
    • 수정2019-01-16 13:03:09
    뉴스 12
[앵커]

특수학교인 서울 교남학교에서 교사들이 장애학생을 집단 폭행했던 사건, 기억하십니까.

검찰이 최근 일부 교사만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는데요.

피해 학생 측은 봐주기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KBS가 폭행 당시 CCTV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또 검찰 수사에 문제는 없는 건지, 이 사건 취재했던 사회부 최유경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교남학교에서 어떤 학대가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석 달 동안 총 12번의 폭행이 확인됐습니다.

CCTV를 한 번 보시면요,

이렇게 교사 여러 명이 아이를 둘러싸고 바닥에 질질 끌고 오는 모습도 확인되고요.

불 꺼진 교실에서 집단으로 폭행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의자를 던지거나, 빗자루를 때리는 등 상습적인 폭행도 이어졌습니다.

굉장히 일상적으로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굉장히 심각한 수준의 학대로 보이는데, 경찰과 검찰은 어떻게 결론을 냈나요?

[기자]

경찰은 CCTV 영상을 통해 폭행 사실을 확인하고, 이 학교 교사 1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중 4명만 기소하고, 8명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했는데요.

폭행 정도가 가장 심했던 담임교사 이 모 씨는 이미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고요.

지난달 12일에 교사 3명이 추가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앵커]

검찰이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있을 텐데... 8명은 왜 무혐의 처리된 건가요?

[기자]

검찰도 정말 고심이 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학대와 폭행이 발생한 곳이 장애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아동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이 참석하는 회의까지 열어 거듭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렸는데요.

담당 검사도 이렇게까지 각계 각층의 입장을 들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검찰은 우선 '아동학대사건 관리회의'를 열고,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와 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 특수학교 학부모 등과 함께 영상을 보고 학대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이 회의엔 총 8명이 참석했는데 만장일치로 학대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장애학교의 특수성 때문이었습니다.

돌발 행동이 잦은 장애학생의 특성상 어느 정도 물리적인 제지는 불가피하다는 건데요.

소위 멱살만 잡아도 폭행죄가 성립되는 비장애인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겁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검찰 시민위원회'더 열었는데요,

여기서도 시민 11명 중 10명이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지만 피해 학생 학부모의 입장은 또 다를 수 있을 거 같은데... 반응이 어떤가요?

[기자]

피해 학생 학부모는 검찰 수사 결과에 반발하며 지난달 14일,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냈습니다.

불기소 처분을 받은 교사들 중 일부에 대해서 재수사를 요구한 거죠.

분명히 아이를 같이 잡아끌었고 폭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함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또 저희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 결과는 장애 학교에서의 폭행을 사실상 허가해준 셈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누구도 신고하지 않게 될 거다, 그게 가장 두렵고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럼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둔 다른 학부모들은 생각이 어떤가요?

다들 선생님들을 강력 처벌해달라, 이런 입장인가요?

[기자]

이 부분이 정말 의외인데요.

이 학교 다른 학부모들은 대부분 교사들의 처벌을 원치 않습니다.

물론, 심각한 학대를 저지른 몇몇 선생님들은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현재 기소된 교사 4명 중에서도 일부는 처벌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데요.

이미 54명이 넘는 학부모들이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이 학교 학생이 총 105명인 걸 고려했을 때, 절반이 넘는 학부모가 탄원서까지 내가며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하고 있는 거죠.

[앵커]

선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다른 학부모들은 대체 왜 처벌을 원치 않는 겁니까?

[기자]

한마디로 말하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는 건데요.

피해 학생의 특수성, 또 장애학교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해당 피해 학생이 평소 공격성을 지닌 학생이었고, 초등학생이긴 하지만 성인과 비슷한 몸집이라 제어하기가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또 이 학교 선생님이 모두 31명인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수사를 받고 있으니 학교가 정상 운영될 리가 없겠죠.

한 학부모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 학교가 피해 학생 하나만을 위해 돌아가는 것 같다", "다른 100여 명의 학생들이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지난해부터 특수학교의 폭행, 학대 문제가 계소되고 있는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특수학교에서 제어하기 힘든 학생이 생기면 교사들이 물리력을 가합니다.

그러면 피해 학생측은 폭행과 학대로 경찰에 고소하고요.

이 문제가 보도되고 시끄러워지면 다른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또 힘겨워합니다.

교육부가 문제행동 중재 지침을 만들어서 특수학교에 배포하긴 하는데,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분석하라고 돼 있는데 정작 통제 불가능한 순간에 교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제시가 안되고, 교사에 대한 교육도 충분치 않은 상황입니다.

정말로 교육당국과 학교측, 학부모가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책이 무언지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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