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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포츠계 성폭력
[취재K] 스카이 캐슬보다 더 끔찍한 스포츠 캐슬
입력 2019.01.16 (17:58) 취재K
[취재K] 스카이 캐슬보다 더 끔찍한 스포츠 캐슬
스포츠계의 성폭력 문제로 사회 전체가 분노하고 있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도저히 믿기 힘든 폭력과 성폭력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학생이 아니라 '운동기계'로 전락한 아이들은 대학 진학과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위해 노예 같은 청춘을 보내고 있다. 도대체 이런 일들이 어떻게 현실 세계에서 가능한 것인지 물어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또 다른 화제는 특권층 가정의 대학입시 현실을 다룬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다. 명문대 진학이라는 맹목적인 목표가 만들어 낸 입시지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공부기계'로 전락한 아이들은 몸과 영혼을 갉아먹는 입시지옥에서 방황한다.

'스카이 캐슬' vs '스포츠 캐슬' 다른 듯 같은 현실

운동기계로 전락한 학생 선수들과 공부기계로 전락한 수험생들의 현실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다르다. 한쪽은 학교 수업조차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오직 운동에만 매달린다. 다른 한쪽은 운동은커녕 24시간 공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맹목적인 목표 때문에 삶의 균형과 행복을 잃어버렸다는 면에서 운동기계와 공부기계의 삶은 동일하다.

드라마 속 입시 코디네이터는 적어도 대학입시가 끝날 때까지 절대권력자로 등장한다. 아이들의 생각과 시간 그리고 영혼까지 조정한다. 대한민국 상위 1% 부모라도 자식을 맡기는 순간 '을'로 추락한다. 입시 코디네이터가 아이들을 극단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을 가능성을 인지한 뒤에도 눈앞의 대학입시를 위해 부모들은 눈을 감는다.

현실 세계 속 코치는 드라마 속 입시 코디네이터 못지 않은 권력자로 군림한다. 스포츠계 성폭력 피해자의 상당수는 어릴 때부터 가족처럼 따랐던 코치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다. 대부분의 경우 처음 피해는 가벼운 폭력에서 시작됐다. 놀라운 것은 부모들이 코치의 폭력을 알면서도 대학진학이나 금메달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현실이다. 또 대부분의 코치는 합숙과 전지훈련을 통해 학생선수들의 24시간을 철저히 통제한다. 코치의 명령을 거역하는 순간 가혹한 구타는 물론 대회 출전을 포기해야 하고 당연히 대학 진학과 취업도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학생 선수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수업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는 순간 돌아갈 길이 없다. 운동을 그만두고 다시 보통 학생처럼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 세계 속 '스포츠 캐슬'은 드라마 속 '스카이 캐슬'보다 더 벗어나기 힘든 철옹성인지 모른다.

1% '운동기계'와 99% '공부기계' 잘못된 제도의 피해자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제도와 시스템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운동기계'학생선수들과 '공부기계'학생들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체육특기자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현재의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이 고착되면서 대한민국의 학교체육은 끝없이 추락했다. 체육 특기자제도는 학생 운동 선수가 대학에 진학할 때 학업성적과 무관하게 운동 성적만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줬다.

체육특기자 제도 도입 이후 학생 선수와 일반 학생의 삶은 극단적으로 달라졌다. 현재 약 600여만 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초중고 학생 중 학생 선수는 대략 전체 1% 정도인 6만여 명 정도다. 지난 50여 년 동안 정부의 예산과 인력이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되면서 정작 99%에 가까운 일반 학생들의 체육 활동은 사실상 방치돼 왔다.

근본적 대책 없으면 실패 반복

지난 2008년 첫 번째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패했다. 현실에선 10여 년 전 급조해서 발표했다 실패했던 엉성한 대책들만 다시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과거 나열했던 대책들을 복사해서 다시 붙인 '복붙'대책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10년의 세월을 두고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근본적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 10년 뒤 또다시 같은 비극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우리의 아이들을 '스카이 캐슬'과 '스포츠 캐슬'에 가둬 놓고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 학교체육을 정상화시킬 근본적인 대책을 반드시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 [취재K] 스카이 캐슬보다 더 끔찍한 스포츠 캐슬
    • 입력 2019.01.16 (17:58)
    취재K
[취재K] 스카이 캐슬보다 더 끔찍한 스포츠 캐슬
스포츠계의 성폭력 문제로 사회 전체가 분노하고 있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도저히 믿기 힘든 폭력과 성폭력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학생이 아니라 '운동기계'로 전락한 아이들은 대학 진학과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위해 노예 같은 청춘을 보내고 있다. 도대체 이런 일들이 어떻게 현실 세계에서 가능한 것인지 물어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또 다른 화제는 특권층 가정의 대학입시 현실을 다룬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다. 명문대 진학이라는 맹목적인 목표가 만들어 낸 입시지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공부기계'로 전락한 아이들은 몸과 영혼을 갉아먹는 입시지옥에서 방황한다.

'스카이 캐슬' vs '스포츠 캐슬' 다른 듯 같은 현실

운동기계로 전락한 학생 선수들과 공부기계로 전락한 수험생들의 현실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다르다. 한쪽은 학교 수업조차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오직 운동에만 매달린다. 다른 한쪽은 운동은커녕 24시간 공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맹목적인 목표 때문에 삶의 균형과 행복을 잃어버렸다는 면에서 운동기계와 공부기계의 삶은 동일하다.

드라마 속 입시 코디네이터는 적어도 대학입시가 끝날 때까지 절대권력자로 등장한다. 아이들의 생각과 시간 그리고 영혼까지 조정한다. 대한민국 상위 1% 부모라도 자식을 맡기는 순간 '을'로 추락한다. 입시 코디네이터가 아이들을 극단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을 가능성을 인지한 뒤에도 눈앞의 대학입시를 위해 부모들은 눈을 감는다.

현실 세계 속 코치는 드라마 속 입시 코디네이터 못지 않은 권력자로 군림한다. 스포츠계 성폭력 피해자의 상당수는 어릴 때부터 가족처럼 따랐던 코치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다. 대부분의 경우 처음 피해는 가벼운 폭력에서 시작됐다. 놀라운 것은 부모들이 코치의 폭력을 알면서도 대학진학이나 금메달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현실이다. 또 대부분의 코치는 합숙과 전지훈련을 통해 학생선수들의 24시간을 철저히 통제한다. 코치의 명령을 거역하는 순간 가혹한 구타는 물론 대회 출전을 포기해야 하고 당연히 대학 진학과 취업도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학생 선수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수업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는 순간 돌아갈 길이 없다. 운동을 그만두고 다시 보통 학생처럼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 세계 속 '스포츠 캐슬'은 드라마 속 '스카이 캐슬'보다 더 벗어나기 힘든 철옹성인지 모른다.

1% '운동기계'와 99% '공부기계' 잘못된 제도의 피해자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제도와 시스템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운동기계'학생선수들과 '공부기계'학생들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체육특기자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현재의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이 고착되면서 대한민국의 학교체육은 끝없이 추락했다. 체육 특기자제도는 학생 운동 선수가 대학에 진학할 때 학업성적과 무관하게 운동 성적만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줬다.

체육특기자 제도 도입 이후 학생 선수와 일반 학생의 삶은 극단적으로 달라졌다. 현재 약 600여만 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초중고 학생 중 학생 선수는 대략 전체 1% 정도인 6만여 명 정도다. 지난 50여 년 동안 정부의 예산과 인력이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되면서 정작 99%에 가까운 일반 학생들의 체육 활동은 사실상 방치돼 왔다.

근본적 대책 없으면 실패 반복

지난 2008년 첫 번째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패했다. 현실에선 10여 년 전 급조해서 발표했다 실패했던 엉성한 대책들만 다시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과거 나열했던 대책들을 복사해서 다시 붙인 '복붙'대책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10년의 세월을 두고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근본적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 10년 뒤 또다시 같은 비극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우리의 아이들을 '스카이 캐슬'과 '스포츠 캐슬'에 가둬 놓고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 학교체육을 정상화시킬 근본적인 대책을 반드시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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