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천년고도’ 경주 신라시대 다리 청나라식으로 복원?

입력 2019.01.16 (21:25) 수정 2019.01.1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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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재 부실 복원 연속 보도, 오늘은(16일) 마지막으로 엉터리 고증 문제를 짚어봅니다.

천년 고도 경주에서 마구잡이식 복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통일신라 다리를 복원하면서, 천 년 뒤에 지어진 청나라 다리를 본뜨는 황당한 복원 사업에, 국가 예산 수백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현장 K, 장혁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통일신라 시대 왕궁 월성과 남산을 이어주던 경주 월정교입니다.

국가예산 51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통일신라 시대에도 이런 모습의 나무다리였을까?

발굴 조사 당시 석재 난간이 발견돼 돌다리일 가능성도 꽤 높았습니다.

[염준정·박수지/서울시 강서구 : "복원이 완전히 잘돼 있다는 느낌은 솔직히 잘 안 드는 거 같아요. 새로 만든 다리라고 해도..."]

고증 과정에서 몇 안 되는 문헌 기록조차 무시했습니다.

고려 명종 시기 문신 김극기는 월정교를 둘러본 뒤 "무지개다리가 거꾸로 강물에 비친다"고 시를 남겼습니다.

무지개라는 표현을 보면 다리가 아치 모양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누각에 맞는 일직선의 들보교로 복원했습니다.

중국 호남성의 다리를 베낀 겁니다.

[손진립/경북 경주시 왕경조성과 신라왕경1팀장 :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목조(다리)는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동아시아 건축물에 대한 조사를 해 본 거죠."]

8세기 통일신라 문화재를 복원하면서 18세기 청나라 다리를 본뜬 겁니다.

[이희봉/중앙대 건축학부 명예교수 : "마치 드라마 세트처럼 그냥 웅장하게 그렇게 창작을 한 거죠. 가능하면 으리으리하게 그래서 관광객이 와서 보게 그렇게 해서 가짜를 만든다 이겁니다."]

또 안압지로 불리는 동궁과월지는 어떤 형태의 건물이 있었는지 기록조차 없습니다.

그런데도 국적 불명의 전각을 짓겠다는 계획안이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강우방/前 국립경주박물관장 : "고증 없이 지어 놓으면 후대 사람들은 잘 모르거든요. 연구할 수 있는 기회, 또 제대로 복원할 수 있는 기회 그걸 다 빼앗는 거죠."]

경주시는 9천 4백억 원을 들여 8개 핵심 유적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철저한 고증 없이 복원할 경우 원형 보존이라는 가치를 훼손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마저 흔들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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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천년고도’ 경주 신라시대 다리 청나라식으로 복원?
    • 입력 2019-01-16 21:28:05
    • 수정2019-01-16 21: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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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재 부실 복원 연속 보도, 오늘은(16일) 마지막으로 엉터리 고증 문제를 짚어봅니다.

천년 고도 경주에서 마구잡이식 복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통일신라 다리를 복원하면서, 천 년 뒤에 지어진 청나라 다리를 본뜨는 황당한 복원 사업에, 국가 예산 수백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현장 K, 장혁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통일신라 시대 왕궁 월성과 남산을 이어주던 경주 월정교입니다.

국가예산 51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통일신라 시대에도 이런 모습의 나무다리였을까?

발굴 조사 당시 석재 난간이 발견돼 돌다리일 가능성도 꽤 높았습니다.

[염준정·박수지/서울시 강서구 : "복원이 완전히 잘돼 있다는 느낌은 솔직히 잘 안 드는 거 같아요. 새로 만든 다리라고 해도..."]

고증 과정에서 몇 안 되는 문헌 기록조차 무시했습니다.

고려 명종 시기 문신 김극기는 월정교를 둘러본 뒤 "무지개다리가 거꾸로 강물에 비친다"고 시를 남겼습니다.

무지개라는 표현을 보면 다리가 아치 모양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누각에 맞는 일직선의 들보교로 복원했습니다.

중국 호남성의 다리를 베낀 겁니다.

[손진립/경북 경주시 왕경조성과 신라왕경1팀장 :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목조(다리)는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동아시아 건축물에 대한 조사를 해 본 거죠."]

8세기 통일신라 문화재를 복원하면서 18세기 청나라 다리를 본뜬 겁니다.

[이희봉/중앙대 건축학부 명예교수 : "마치 드라마 세트처럼 그냥 웅장하게 그렇게 창작을 한 거죠. 가능하면 으리으리하게 그래서 관광객이 와서 보게 그렇게 해서 가짜를 만든다 이겁니다."]

또 안압지로 불리는 동궁과월지는 어떤 형태의 건물이 있었는지 기록조차 없습니다.

그런데도 국적 불명의 전각을 짓겠다는 계획안이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강우방/前 국립경주박물관장 : "고증 없이 지어 놓으면 후대 사람들은 잘 모르거든요. 연구할 수 있는 기회, 또 제대로 복원할 수 있는 기회 그걸 다 빼앗는 거죠."]

경주시는 9천 4백억 원을 들여 8개 핵심 유적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철저한 고증 없이 복원할 경우 원형 보존이라는 가치를 훼손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마저 흔들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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