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훈육과 폭행 사이…‘닮은꼴’ 장애학교 폭행 사건

입력 2019.01.17 (15:34) 수정 2019.01.17 (15: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지난해 7월 3일, 서울 교남학교 CCTV 영상

사례 1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특수학교인 A 학교의 교사들이 장애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교내 CCTV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9월과 10월 CCTV에선 아이를 교실에 가두고 친구들 앞에서 소변을 보게 하는 등 교사가 정서적 학대를 가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실이 경찰과 검찰 수사를 통해 알려지고 언론에 보도되자, A 학교 학부모회와 학교는 "평소 해당 학생의 공격적인 돌발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 학교 학부모회는 CCTV 영상을 담은 방송이 나간 이틀 뒤 긴급총회를 열고 "우리 아이가 피해자"라며 아이들의 학습권과 몇몇 무고한 선생님들의 명예를 되찾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사례 2

지난해 1월과 2017년 4월, 특수학교인 B 학교의 교사와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교내 CCTV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학교 측은 교사가 학생의 폭력 행동을 제지하려고 물리력을 행사하다 상처를 낸 것이며, 사회복무요원도 폭력 행동을 막으려고 한 것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B 학교 학부모회와 학교는 "평소 해당 학생의 공격 행동이 심해 이를 제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B 학교 학부모회는 방송이 나간 다음 날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로 지목됐던 교직원을 옹호하는 한편 "우리 아이가 피해자"라며 방송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위 두 사례, 정말 비슷하지 않나요, A 학교는 서울 교남학교, B 학교는 세종 누리학교입니다. 지난해 장애학생 폭행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학교들이죠. 그런데 사건이 흘러가는 모습이 놀라울 만큼 판박이입니다. 장애 학생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폭행, 피해 학생 측의 고소, 이후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며 나서는 다른 학부모들까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그거 아세요? 진짜 피해자는 우리예요.”

[연관기사] [뉴스9] 문 막고 잡아끌어도…교남학교 교사 8명 ‘불기소’

지난해 10월 18일, 세종누리학교 학부모회 회원 40여 명은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지난해 10월 18일, 세종누리학교 학부모회 회원 40여 명은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교남학교 CCTV 영상을 보도한 뒤, 학부모들의 연락이 빗발쳤습니다. 요지는 간단했습니다. 진짜 피해자는 폭행을 당한 학생이 아니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른 학생과 학부모라는 겁니다.

"같은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를 때리는 걸 용납할 사람은 없을 테지만, 피해 학생이 얼마나 공격적인 아이인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폭력성이 짙은 이 아이 때문에 다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다른 학생이나 교사가 많은데, 한쪽 입장만 너무 일방적으로 보도하시면 안 됩니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고한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학교를 이대로 그냥 놔두다간 우리 학부모들이 전부 폭력을 허용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학부모들은 오늘(17일) 오후 5시, 교남학교에서 긴급총회를 열고 앞으로의 대응 방침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학부모들과 기자들을 초대해 '진실'을 알리겠다는 겁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집니다. 이 사건이 빠르게 마무리되고, 학교가 다시 제대로 운영되는 것. 물론 심한 폭행을 저지른 교사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던 무고한 교사들은 더는 수사하지 말고 교육 현장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겁니다.

선뜻 이해가 잘되지 않습니다. 내 아이가 다닌 학교에서 폭행 사건이 벌어졌는데, 왜 더 철저하고 꼼꼼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원하지 않을까. 학부모들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게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현실입니다.”

서울남부지검이 이 사건을 수사하며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개최한 '아동학대사건 관리회의'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2명과 검찰 관계자 2명, 중앙장애아동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 2명, 특수학교협의회 관계자, 그리고 교남학교의 학부모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8명이 모인 가운데 영상 하나가 상영됐고, 현장은 숙연해졌습니다. 영상에는 폭행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발버둥 치는 아이의 몸 위에 올라타 짓누르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조차 아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어, 온몸으로 힘을 써서 누르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겁니다.

영상을 본 교남학교의 학부모 대표는 속상한 마음에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저렇게 통제가 어려운 아이를 돌보는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같은 장애 아이를 둔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현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교남학교의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장애 아이들을 통제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겪을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겁니다. 검찰과 학부모들은 돌발 행동이 잦은 장애학생의 특성상 어느 정도 물리적인 제지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이가 타인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니 문제 행동을 하는 즉시 행동을 저지할 필요가 있겠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말로만 타이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이의 몸집이 크거나 힘이 셀 경우, 강한 물리력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조언은, 장애 아이를 돌보는 이들에겐 그저 ‘공자님 말씀’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훈육과 폭행 사이… 반복되는 ‘닮은꼴’ 학대 사건

지난해 10월 2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교남학교 담임교사 46살 이 모 씨가 구속 영장 실질 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지난해 10월 2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교남학교 담임교사 46살 이 모 씨가 구속 영장 실질 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남학교의 일부 교사들은 훈육의 범위를 넘어서는 폭행을 저질렀습니다. 기소와 불기소를 가른 검찰의 판단 기준은 해당 교사의 물리력 행사가 '아이의 돌발 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느냐, 아니면 그 수준을 넘어서는 감정적인 폭행이었느냐'였습니다. 검찰은 현재 재판에 넘겨진 4명의 교사들이 교육 목적 이상의 폭력을 가했다고 봤습니다.

교사들의 변명은 비슷했습니다. 아이의 폭력적인 행동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겁니다. 도대체 우리는 훈육과 폭행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교육부는 문제 행동에 대한 중재 지침을 만들어서 특수학교에 배포했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는 논란이 있습니다. 지침에는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분석하라고 돼 있는데 정작 통제 불가능한 순간에 교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유난히 돌발 행동이 많은 학생을 집중적으로 돌봐줄 교사가 충분치 않다는 점도 문젭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에게 만이라도 교사 여러 명을 배정해 더욱 부드럽고 주의 깊게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교남학교의 경우, 교사 31명이 학생 105명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교사 하나가 세 명 이상의 학생을 돌봐야 하는 겁니다. 충분한 돌봄이 이뤄지기엔 부족했습니다.

■학교에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이유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특수학교는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국에 175개뿐입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아직 특수학교가 없는 곳이 8곳이나 됩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총 2만 5천여 명으로,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중 29%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데,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전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특수학교에 보내고 싶어 합니다.

어쩌면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부모들에게 특수학교는 너무나 소중한 곳입니다. 아이에게 사회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이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터지고 학교 운영이 마비됐을 때, 학교의 정상화를 절박하게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도 마찬가집니다. 무작정 학교를 떠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학교에 그대로 머물기도 힘든 상황에서 전전긍긍하게 되는 겁니다.

만약 학교의 수가 더 많고 교사도 충분했다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면, 학부모들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이들의 대응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이 사건을 한 폭력 교사의 일탈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훈육과 폭행 사이…‘닮은꼴’ 장애학교 폭행 사건
    • 입력 2019-01-17 15:34:32
    • 수정2019-01-17 15:34:39
    취재후·사건후
▲ 지난해 7월 3일, 서울 교남학교 CCTV 영상

사례 1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특수학교인 A 학교의 교사들이 장애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교내 CCTV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9월과 10월 CCTV에선 아이를 교실에 가두고 친구들 앞에서 소변을 보게 하는 등 교사가 정서적 학대를 가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실이 경찰과 검찰 수사를 통해 알려지고 언론에 보도되자, A 학교 학부모회와 학교는 "평소 해당 학생의 공격적인 돌발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 학교 학부모회는 CCTV 영상을 담은 방송이 나간 이틀 뒤 긴급총회를 열고 "우리 아이가 피해자"라며 아이들의 학습권과 몇몇 무고한 선생님들의 명예를 되찾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사례 2

지난해 1월과 2017년 4월, 특수학교인 B 학교의 교사와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교내 CCTV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학교 측은 교사가 학생의 폭력 행동을 제지하려고 물리력을 행사하다 상처를 낸 것이며, 사회복무요원도 폭력 행동을 막으려고 한 것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B 학교 학부모회와 학교는 "평소 해당 학생의 공격 행동이 심해 이를 제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B 학교 학부모회는 방송이 나간 다음 날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로 지목됐던 교직원을 옹호하는 한편 "우리 아이가 피해자"라며 방송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위 두 사례, 정말 비슷하지 않나요, A 학교는 서울 교남학교, B 학교는 세종 누리학교입니다. 지난해 장애학생 폭행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학교들이죠. 그런데 사건이 흘러가는 모습이 놀라울 만큼 판박이입니다. 장애 학생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폭행, 피해 학생 측의 고소, 이후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며 나서는 다른 학부모들까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그거 아세요? 진짜 피해자는 우리예요.”

[연관기사] [뉴스9] 문 막고 잡아끌어도…교남학교 교사 8명 ‘불기소’

지난해 10월 18일, 세종누리학교 학부모회 회원 40여 명은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교남학교 CCTV 영상을 보도한 뒤, 학부모들의 연락이 빗발쳤습니다. 요지는 간단했습니다. 진짜 피해자는 폭행을 당한 학생이 아니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른 학생과 학부모라는 겁니다.

"같은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를 때리는 걸 용납할 사람은 없을 테지만, 피해 학생이 얼마나 공격적인 아이인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폭력성이 짙은 이 아이 때문에 다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다른 학생이나 교사가 많은데, 한쪽 입장만 너무 일방적으로 보도하시면 안 됩니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고한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학교를 이대로 그냥 놔두다간 우리 학부모들이 전부 폭력을 허용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학부모들은 오늘(17일) 오후 5시, 교남학교에서 긴급총회를 열고 앞으로의 대응 방침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학부모들과 기자들을 초대해 '진실'을 알리겠다는 겁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집니다. 이 사건이 빠르게 마무리되고, 학교가 다시 제대로 운영되는 것. 물론 심한 폭행을 저지른 교사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던 무고한 교사들은 더는 수사하지 말고 교육 현장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겁니다.

선뜻 이해가 잘되지 않습니다. 내 아이가 다닌 학교에서 폭행 사건이 벌어졌는데, 왜 더 철저하고 꼼꼼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원하지 않을까. 학부모들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게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현실입니다.”

서울남부지검이 이 사건을 수사하며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개최한 '아동학대사건 관리회의'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2명과 검찰 관계자 2명, 중앙장애아동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 2명, 특수학교협의회 관계자, 그리고 교남학교의 학부모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8명이 모인 가운데 영상 하나가 상영됐고, 현장은 숙연해졌습니다. 영상에는 폭행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발버둥 치는 아이의 몸 위에 올라타 짓누르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조차 아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어, 온몸으로 힘을 써서 누르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겁니다.

영상을 본 교남학교의 학부모 대표는 속상한 마음에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저렇게 통제가 어려운 아이를 돌보는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같은 장애 아이를 둔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현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교남학교의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장애 아이들을 통제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겪을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겁니다. 검찰과 학부모들은 돌발 행동이 잦은 장애학생의 특성상 어느 정도 물리적인 제지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이가 타인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니 문제 행동을 하는 즉시 행동을 저지할 필요가 있겠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말로만 타이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이의 몸집이 크거나 힘이 셀 경우, 강한 물리력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조언은, 장애 아이를 돌보는 이들에겐 그저 ‘공자님 말씀’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훈육과 폭행 사이… 반복되는 ‘닮은꼴’ 학대 사건

지난해 10월 2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교남학교 담임교사 46살 이 모 씨가 구속 영장 실질 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남학교의 일부 교사들은 훈육의 범위를 넘어서는 폭행을 저질렀습니다. 기소와 불기소를 가른 검찰의 판단 기준은 해당 교사의 물리력 행사가 '아이의 돌발 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느냐, 아니면 그 수준을 넘어서는 감정적인 폭행이었느냐'였습니다. 검찰은 현재 재판에 넘겨진 4명의 교사들이 교육 목적 이상의 폭력을 가했다고 봤습니다.

교사들의 변명은 비슷했습니다. 아이의 폭력적인 행동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겁니다. 도대체 우리는 훈육과 폭행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교육부는 문제 행동에 대한 중재 지침을 만들어서 특수학교에 배포했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는 논란이 있습니다. 지침에는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분석하라고 돼 있는데 정작 통제 불가능한 순간에 교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유난히 돌발 행동이 많은 학생을 집중적으로 돌봐줄 교사가 충분치 않다는 점도 문젭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에게 만이라도 교사 여러 명을 배정해 더욱 부드럽고 주의 깊게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교남학교의 경우, 교사 31명이 학생 105명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교사 하나가 세 명 이상의 학생을 돌봐야 하는 겁니다. 충분한 돌봄이 이뤄지기엔 부족했습니다.

■학교에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이유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특수학교는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국에 175개뿐입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아직 특수학교가 없는 곳이 8곳이나 됩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총 2만 5천여 명으로,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중 29%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데,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전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특수학교에 보내고 싶어 합니다.

어쩌면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부모들에게 특수학교는 너무나 소중한 곳입니다. 아이에게 사회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이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터지고 학교 운영이 마비됐을 때, 학교의 정상화를 절박하게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도 마찬가집니다. 무작정 학교를 떠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학교에 그대로 머물기도 힘든 상황에서 전전긍긍하게 되는 겁니다.

만약 학교의 수가 더 많고 교사도 충분했다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면, 학부모들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이들의 대응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이 사건을 한 폭력 교사의 일탈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