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미세먼지 중국 탓’ 반성하는 사람도 있다”…누굴까?

입력 2019.01.18 (16:32) 수정 2019.01.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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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가 말하는 '반성하는 사람'은 누굴까?

사상 최악의 농도를 기록했던 미세먼지가 잠시 걷히는가 싶더니 또 짙어지고 있습니다. 주말은 서풍 영향으로 전국의 공기 질이 '나쁨'이나 '한때 나쁨' 상태일 거라고 합니다. 자욱한 스모그 아래서 불쾌한 한 주를 보낸 시민들! 중국에 대한 원망이 또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국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중국의 인식,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중국 관영매체의 시각을 볼 수 있는 기사가 지난 17일 잇따라 보도됐습니다.

먼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지난 17일 기사를 한번 볼까요? "한국 엄중 스모그 덮치다, 어떤 이는 "남 탓(중국 탓)", 반성하는 사람도 있다" 알 듯 말 듯한 제목입니다.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드러나는군요. 기사 본문에서 '한국의 야당과 언론, 인터넷 여론이 최근 극심한 스모그는 (한국) 석탄 화력 발전 때문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촉구했다'고 소개합니다. 최근 정치권 등에서 제기된 미세먼지 논쟁을 소개한 건데요.


환구시보는 한국의 대기 오염 원인을 두고 한국에서조차 , 우리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고는 오염원 역외유입 즉,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 미세먼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간단히 소개하고는 이런 사람들을 여전히 '중국 탓'하는 사람들이라고 몰아세웁니다. 반대로 우리 정부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한 야당과 언론, 인터넷 여론에 대해선 드디어 '중국 탓'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며 이런 주장을 '반성하는 사람 있다'고 묘사한 겁니다. 이런 걸 두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하는 걸까요? 환구시보는 이 기사에서 국내 한 매체의 사설도 친절히 소개합니다.

환구시보 조선일보 사설 인용 면환구시보 조선일보 사설 인용 면

조선일보 1.16 사설조선일보 1.16 사설

<정부 미세먼지 대책에 '원인 70%'가 빠져 있다>는 1월 16일 자 조선일보 사설인데요. 환구시보는 "한국의 질소산화물을 삭감하려면 각 오염원에 친환경 장치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개인과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눈앞 인기에 급급한) 정부가 국민 반발이 두려워하지 못한다"는 조선일보 사설 요지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도 한국정부가 제대로 하지 않아, 미세먼지가 심해졌다고 지적하는 데 어디서 중국 탓을 하느냐' 이런 뉘앙스입니다. 환구시보의 시각으로는 이 사설 역시 '중국 탓' 하지 않는 '반성하는 사람들'의 고견입니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소동을 겪으며, 우리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인터넷에서 오간 논쟁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중국 관영매체. 기본적으로 그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역시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을 도출하는 건강한 토론을 진행하였는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중국 관영매체 기사를 하나 더 볼까요?


'중국에 책임 떠넘긴다' 일본매체도 비판 ...출처는 없어!

1월 17일, 같은 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난 기사입니다. 기사는 지난 14일 한국 수도권 대기오염이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변했다면서 한국에서는 초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왔다는 설이 많은데, 중국 정부는 "초미세먼지는 한국 국내 배출에서 나온다"고 밝혔다고 전합니다. 그리고는 일본매체도 "한국이 지금 책임을 또 중국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합니다.

그런데 이 일본 매체가 어떤 매체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한마디로 출처도 없는 기사를 쓴 겁니다. 그리고는 기사 대부분을 지난해 12월 28일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한국의 대기오염은 중국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는 사실을 장황하게 늘어놓습니다. 2019년 1월 셋째 주에 발생한 미세먼지를 두고, 2018년 12월에 내놓은 중국 정부 팩트를 가져와서 '중국은 한국 미세먼지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겁니다. 저 같이 기사 쓰는 사람들은 출처도 팩트도 없는 이런 기사를 두고 한마디로 기사 요건이 안되는 '불량 기사'라고 말합니다.

한국 미세먼지 중국 영향 34~55%, 한·중·일 연구결과 올해 발표


중국의 오염물질이 한반도로 넘어온다는 건 지금껏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더라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 NASA와의 공동 연구에서는 48%가 우리나라 밖에서, 그중 34%는 중국에서 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4월 국립기상과학원이 다목적 기상 비행기를 띄워 서해 상공의 초미세먼지를 측정했더니 땅보다 오히려 하늘 위 초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았습니다. 한반도 대기오염 물질의 34~55%가 중국 등 외부 영향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오는 23일 서울에서 제23차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양국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를 기대합니다.

중국 지린성에서 유학 온 중국 학생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한 지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중국 때문에 한국 공기가 좋지 않다"는 말을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더라는 겁니다. 환구시보와 인민일보 같은 중국 관영매체의 이런 터무니 없는 기사가 그들의 생각을 굳게 만든건 아닐까요? 올해 9월 한·중·일 3국이 함께 연구한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관한 연구'가 발표됩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숫자 앞에 더는 중국도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한편에선 중국 관영매체 보도에서 보듯, 자국의 이익 앞에선 증명된 팩트 마저 왜곡하고 무시하는 '벽창호 중국'이 떠오릅니다. 이럴 때 중국은 관영매체는 물론 정부, 과학계, 시민 모두 한목소리로 똘똘 뭉칩니다. 이런 생각이 '기우'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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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8 16:32:07
    • 수정2019-01-18 16:38:20
    특파원 리포트
환구시보가 말하는 '반성하는 사람'은 누굴까?

사상 최악의 농도를 기록했던 미세먼지가 잠시 걷히는가 싶더니 또 짙어지고 있습니다. 주말은 서풍 영향으로 전국의 공기 질이 '나쁨'이나 '한때 나쁨' 상태일 거라고 합니다. 자욱한 스모그 아래서 불쾌한 한 주를 보낸 시민들! 중국에 대한 원망이 또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국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중국의 인식,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중국 관영매체의 시각을 볼 수 있는 기사가 지난 17일 잇따라 보도됐습니다.

먼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지난 17일 기사를 한번 볼까요? "한국 엄중 스모그 덮치다, 어떤 이는 "남 탓(중국 탓)", 반성하는 사람도 있다" 알 듯 말 듯한 제목입니다.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드러나는군요. 기사 본문에서 '한국의 야당과 언론, 인터넷 여론이 최근 극심한 스모그는 (한국) 석탄 화력 발전 때문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촉구했다'고 소개합니다. 최근 정치권 등에서 제기된 미세먼지 논쟁을 소개한 건데요.


환구시보는 한국의 대기 오염 원인을 두고 한국에서조차 , 우리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고는 오염원 역외유입 즉,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 미세먼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간단히 소개하고는 이런 사람들을 여전히 '중국 탓'하는 사람들이라고 몰아세웁니다. 반대로 우리 정부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한 야당과 언론, 인터넷 여론에 대해선 드디어 '중국 탓'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며 이런 주장을 '반성하는 사람 있다'고 묘사한 겁니다. 이런 걸 두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하는 걸까요? 환구시보는 이 기사에서 국내 한 매체의 사설도 친절히 소개합니다.

환구시보 조선일보 사설 인용 면
조선일보 1.16 사설
<정부 미세먼지 대책에 '원인 70%'가 빠져 있다>는 1월 16일 자 조선일보 사설인데요. 환구시보는 "한국의 질소산화물을 삭감하려면 각 오염원에 친환경 장치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개인과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눈앞 인기에 급급한) 정부가 국민 반발이 두려워하지 못한다"는 조선일보 사설 요지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도 한국정부가 제대로 하지 않아, 미세먼지가 심해졌다고 지적하는 데 어디서 중국 탓을 하느냐' 이런 뉘앙스입니다. 환구시보의 시각으로는 이 사설 역시 '중국 탓' 하지 않는 '반성하는 사람들'의 고견입니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소동을 겪으며, 우리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인터넷에서 오간 논쟁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중국 관영매체. 기본적으로 그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역시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을 도출하는 건강한 토론을 진행하였는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중국 관영매체 기사를 하나 더 볼까요?


'중국에 책임 떠넘긴다' 일본매체도 비판 ...출처는 없어!

1월 17일, 같은 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난 기사입니다. 기사는 지난 14일 한국 수도권 대기오염이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변했다면서 한국에서는 초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왔다는 설이 많은데, 중국 정부는 "초미세먼지는 한국 국내 배출에서 나온다"고 밝혔다고 전합니다. 그리고는 일본매체도 "한국이 지금 책임을 또 중국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합니다.

그런데 이 일본 매체가 어떤 매체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한마디로 출처도 없는 기사를 쓴 겁니다. 그리고는 기사 대부분을 지난해 12월 28일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한국의 대기오염은 중국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는 사실을 장황하게 늘어놓습니다. 2019년 1월 셋째 주에 발생한 미세먼지를 두고, 2018년 12월에 내놓은 중국 정부 팩트를 가져와서 '중국은 한국 미세먼지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겁니다. 저 같이 기사 쓰는 사람들은 출처도 팩트도 없는 이런 기사를 두고 한마디로 기사 요건이 안되는 '불량 기사'라고 말합니다.

한국 미세먼지 중국 영향 34~55%, 한·중·일 연구결과 올해 발표


중국의 오염물질이 한반도로 넘어온다는 건 지금껏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더라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 NASA와의 공동 연구에서는 48%가 우리나라 밖에서, 그중 34%는 중국에서 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4월 국립기상과학원이 다목적 기상 비행기를 띄워 서해 상공의 초미세먼지를 측정했더니 땅보다 오히려 하늘 위 초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았습니다. 한반도 대기오염 물질의 34~55%가 중국 등 외부 영향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오는 23일 서울에서 제23차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양국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를 기대합니다.

중국 지린성에서 유학 온 중국 학생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한 지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중국 때문에 한국 공기가 좋지 않다"는 말을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더라는 겁니다. 환구시보와 인민일보 같은 중국 관영매체의 이런 터무니 없는 기사가 그들의 생각을 굳게 만든건 아닐까요? 올해 9월 한·중·일 3국이 함께 연구한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관한 연구'가 발표됩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숫자 앞에 더는 중국도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한편에선 중국 관영매체 보도에서 보듯, 자국의 이익 앞에선 증명된 팩트 마저 왜곡하고 무시하는 '벽창호 중국'이 떠오릅니다. 이럴 때 중국은 관영매체는 물론 정부, 과학계, 시민 모두 한목소리로 똘똘 뭉칩니다. 이런 생각이 '기우'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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