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은은 중국에서 왜 제약회사를 찾았나?

입력 2019.01.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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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약브랜드 '동인당' 방문한 김정은..."고려의학 산업 현대화 의지"
북, '고려의학' 장려에 박차...주민들도 '고려약' 의존도 높아

■ 안전성 검증·중증 질환 치료에는 '미흡'..."현대화 아쉬운 의료체계 탓"

김정은, 350년 역사의 제약회사‘동인당’전격 방문

지난 1월 7일 4번째로 중국 방문에 나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의 방중 일정 중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방중 마지막 날인 1월 9일 김정은 내외를 태운 차량이 베이징 외곽에 있는 전통 약제기업인 동인당 제약 공장에 도착했다.


1669년 설립된 동인당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유망한 제약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인당의 현대화 시설과 생산 제품들을 살펴보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겼고,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에서 북한 고려의학 산업의 현대화 의지를 읽었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세계적으로 고려의학을 자랑하고 있는데 중국의 기술을 접목시켜 현대화시켜서 개혁개방의 중요한 사례로 고려의학을 확장하겠다는 차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방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인당 방문과 함께 주목 받고 있는 북한의 '고려의학'. 실제 산간지역에 약초가 많은 북한은 고려약 이라고 해서 한방 의약품을 예전부터 생산해 왔고, 우리의 한의학에 해당하는 고려의학 분야도 꽤 높은 수준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과연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주목받는 ‘고려의학’

북한 조선중앙TV는 최근 난치병을 치료한 환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고려의학의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2018년 11월에 방송된, 평안남도 개천시에 있는 '준혁리 인민병원'은 난치병 환자 치료로 북한 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평남 준혁리 인민병원평남 준혁리 인민병원

골수염과 대퇴골두 무균성 괴사로 입원했던 최성일 씨. '무균성 괴사' 즉, 뼈로 가는 혈액공급에 이상이 생겨 결국 뼈가 괴사되고 마는 난치병으로 시간이 지나면 영영 불구가 될 위험한 상태였다. 그런데 일어서지도 못했던 이 환자가 여기서 치료받은 뒤 스스로 걸어 병원을 나갔다고 매체는 선전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환자를 치료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외과적 수술이나 항생제 치료가 우선시 되는 '무균성 괴사'를 이곳 병원에선 우리의 한의학에 해당하는 뜸과 침, 약초로 치료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북한이 말하는 ‘고려의학’이다.

안주시 명의 조동옥안주시 명의 조동옥

평안남도 안주시에서 40년 간 고려의학을 전공해온 의사 조동옥 씨도 명의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는 산에서 나는 약초들을 채취해 직접 약을 만들어 난치병 환자들을 완치시키고 있는 고려의사로, 마을에선 환자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고려의학' 장려 정책

북한의 고려의학 장려 정책은 1954년 발표된 내각결정인 '인민보건을 개선·강화할데 대한 결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북한당국은 고려의사에 대한 자격시험을 실시했고, 1960년 평양의학대학를 시작으로 각 도 의학대학 11곳에 고려의학부를 설치해, 고려의사를 양성해 왔다.

이후 1990년대부터는 고려약 개발에 집중하는데, 여기엔 당시 북한이 처한 환경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부 경제난과 동구권 국가들의 붕괴로 수입에 의존하던 신약 공급체계가 와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탈북 한의사인 석영환 씨는 "양약의 원자재가 부족한데 고려의학적으로 약을 생산해서 치료를 하고 임상에 도움이 되니까 김일성, 김정일이 그 분야를 정책적으로 많이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약초 농장북한 약초 농장

실제 북한은 약초 재배와 수매 질서 등을 규정한 약초법을 제정하고 매년 4∼5월과 9∼10월을 `약초재배 월간'으로 설정, 전국적으로 약초 증산을 독려하고 있다. 이렇게 재배된 약초들은 고스란히 고려약의 원료로 쓰이는데 수십 년에 걸쳐 개발돼온 북한의 고려약은 특정 질환에 있어 그 효능도 입증 되었다고 한다. 탈북 한의사인 김지은 씨는 "골수염 치료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여러 나라에서 북한 골수염 치료약만 찾는다고 알려져 있고, 일부 몇 가지 약들에 대해서는 북한 제품 아니면 안 쓴다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고려약북한 고려약

신약 공급의 부족과 당국의 고려의학 장려 정책까지 겹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약초나 천연재료를 활용하는 고려약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인삼같이 효능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약재는 대표적 건강식품으로 활용되고 있고, 산지가 많은 북한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오미자, 도라지, 당귀 같은 재료들도 치료약으로 대체되고 있다.
사향과 우황으로 만든 안궁우황환과 우황청심환은 효능이 높은 고려약으로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현대적 시설까지 갖추고 대량생산은 물론 위생까지 보장한다는 게 북한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화되지 못한 북한 의료체계

안궁우황환안궁우황환

그런데 북한의 선전과 달리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려약의 안전성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외국에서 유통중인 북한산 식의약품 13종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10종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검출된 바 있다. 혈압강하제로 선전하는 안궁우황환의 경우 수은이 국내 허용 기준치의 20만 배 검출됐다. 더욱이 대부분 경미한 질환에 대한 약만 그 효능이 검증 되었을 뿐 결핵이나 간염등의 치료가 시급한 질병에 대한 약 개발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탈북 한의사들은 이같은 상황을 현대화 되지 못한 북한 의료체계 때문이라고 말한다. 탈북한 한의사 석영환씨는 "중금속 등은 쌓이면 2차적인 다른 물질대사 질환이나 다른 병이 생길까봐 우려되는 부분인데, 옛날 방식으로 처방을 하다 보니까 그런 일이 벌어졌다. 또 평양 지역 회사들, 즉 북한에서 간부들 또는 해외로 수출할 목적으로 생산하는 제약회사들은 엄격한 기준, 국가 규격에 맞춰 제대로 된 약이 나오고 있지만 지방에선 제약회사가 일반적으로 없어서 질이 좀 많이 떨어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망 직전까지도 고려약 공장을 시찰하며 발전 중요성을 당부했었고, 그 자리에는 후계자 시절의 김정은 위원장도 함께 했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려의학을 민족의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을 펼쳐온 북한. 4차 방중 기간 중 김정은 위원장이 보여준 의지처럼 북한 고려의학에 현대화된 투자와 개발을 추진한다면 발전 가능성을 기대할 점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작성: 하준수 기자, 이효진 ‘남북의 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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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김정은은 중국에서 왜 제약회사를 찾았나?
    • 입력 2019-01-19 0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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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약브랜드 '동인당' 방문한 김정은..."고려의학 산업 현대화 의지"
북, '고려의학' 장려에 박차...주민들도 '고려약' 의존도 높아

■ 안전성 검증·중증 질환 치료에는 '미흡'..."현대화 아쉬운 의료체계 탓"

김정은, 350년 역사의 제약회사‘동인당’전격 방문

지난 1월 7일 4번째로 중국 방문에 나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의 방중 일정 중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방중 마지막 날인 1월 9일 김정은 내외를 태운 차량이 베이징 외곽에 있는 전통 약제기업인 동인당 제약 공장에 도착했다.


1669년 설립된 동인당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유망한 제약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인당의 현대화 시설과 생산 제품들을 살펴보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겼고,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에서 북한 고려의학 산업의 현대화 의지를 읽었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세계적으로 고려의학을 자랑하고 있는데 중국의 기술을 접목시켜 현대화시켜서 개혁개방의 중요한 사례로 고려의학을 확장하겠다는 차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방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인당 방문과 함께 주목 받고 있는 북한의 '고려의학'. 실제 산간지역에 약초가 많은 북한은 고려약 이라고 해서 한방 의약품을 예전부터 생산해 왔고, 우리의 한의학에 해당하는 고려의학 분야도 꽤 높은 수준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과연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주목받는 ‘고려의학’

북한 조선중앙TV는 최근 난치병을 치료한 환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고려의학의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2018년 11월에 방송된, 평안남도 개천시에 있는 '준혁리 인민병원'은 난치병 환자 치료로 북한 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평남 준혁리 인민병원
골수염과 대퇴골두 무균성 괴사로 입원했던 최성일 씨. '무균성 괴사' 즉, 뼈로 가는 혈액공급에 이상이 생겨 결국 뼈가 괴사되고 마는 난치병으로 시간이 지나면 영영 불구가 될 위험한 상태였다. 그런데 일어서지도 못했던 이 환자가 여기서 치료받은 뒤 스스로 걸어 병원을 나갔다고 매체는 선전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환자를 치료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외과적 수술이나 항생제 치료가 우선시 되는 '무균성 괴사'를 이곳 병원에선 우리의 한의학에 해당하는 뜸과 침, 약초로 치료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북한이 말하는 ‘고려의학’이다.

안주시 명의 조동옥
평안남도 안주시에서 40년 간 고려의학을 전공해온 의사 조동옥 씨도 명의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는 산에서 나는 약초들을 채취해 직접 약을 만들어 난치병 환자들을 완치시키고 있는 고려의사로, 마을에선 환자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고려의학' 장려 정책

북한의 고려의학 장려 정책은 1954년 발표된 내각결정인 '인민보건을 개선·강화할데 대한 결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북한당국은 고려의사에 대한 자격시험을 실시했고, 1960년 평양의학대학를 시작으로 각 도 의학대학 11곳에 고려의학부를 설치해, 고려의사를 양성해 왔다.

이후 1990년대부터는 고려약 개발에 집중하는데, 여기엔 당시 북한이 처한 환경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부 경제난과 동구권 국가들의 붕괴로 수입에 의존하던 신약 공급체계가 와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탈북 한의사인 석영환 씨는 "양약의 원자재가 부족한데 고려의학적으로 약을 생산해서 치료를 하고 임상에 도움이 되니까 김일성, 김정일이 그 분야를 정책적으로 많이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약초 농장
실제 북한은 약초 재배와 수매 질서 등을 규정한 약초법을 제정하고 매년 4∼5월과 9∼10월을 `약초재배 월간'으로 설정, 전국적으로 약초 증산을 독려하고 있다. 이렇게 재배된 약초들은 고스란히 고려약의 원료로 쓰이는데 수십 년에 걸쳐 개발돼온 북한의 고려약은 특정 질환에 있어 그 효능도 입증 되었다고 한다. 탈북 한의사인 김지은 씨는 "골수염 치료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여러 나라에서 북한 골수염 치료약만 찾는다고 알려져 있고, 일부 몇 가지 약들에 대해서는 북한 제품 아니면 안 쓴다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고려약
신약 공급의 부족과 당국의 고려의학 장려 정책까지 겹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약초나 천연재료를 활용하는 고려약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인삼같이 효능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약재는 대표적 건강식품으로 활용되고 있고, 산지가 많은 북한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오미자, 도라지, 당귀 같은 재료들도 치료약으로 대체되고 있다.
사향과 우황으로 만든 안궁우황환과 우황청심환은 효능이 높은 고려약으로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현대적 시설까지 갖추고 대량생산은 물론 위생까지 보장한다는 게 북한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화되지 못한 북한 의료체계

안궁우황환
그런데 북한의 선전과 달리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려약의 안전성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외국에서 유통중인 북한산 식의약품 13종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10종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검출된 바 있다. 혈압강하제로 선전하는 안궁우황환의 경우 수은이 국내 허용 기준치의 20만 배 검출됐다. 더욱이 대부분 경미한 질환에 대한 약만 그 효능이 검증 되었을 뿐 결핵이나 간염등의 치료가 시급한 질병에 대한 약 개발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탈북 한의사들은 이같은 상황을 현대화 되지 못한 북한 의료체계 때문이라고 말한다. 탈북한 한의사 석영환씨는 "중금속 등은 쌓이면 2차적인 다른 물질대사 질환이나 다른 병이 생길까봐 우려되는 부분인데, 옛날 방식으로 처방을 하다 보니까 그런 일이 벌어졌다. 또 평양 지역 회사들, 즉 북한에서 간부들 또는 해외로 수출할 목적으로 생산하는 제약회사들은 엄격한 기준, 국가 규격에 맞춰 제대로 된 약이 나오고 있지만 지방에선 제약회사가 일반적으로 없어서 질이 좀 많이 떨어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망 직전까지도 고려약 공장을 시찰하며 발전 중요성을 당부했었고, 그 자리에는 후계자 시절의 김정은 위원장도 함께 했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려의학을 민족의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을 펼쳐온 북한. 4차 방중 기간 중 김정은 위원장이 보여준 의지처럼 북한 고려의학에 현대화된 투자와 개발을 추진한다면 발전 가능성을 기대할 점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작성: 하준수 기자, 이효진 ‘남북의 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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