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임정의 발자취…신년축하회 장소를 찾다

입력 2019.01.19 (22:09) 수정 2019.01.1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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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19년 4월 상하이 임시정부가 출범한 이후 임정 요인들은 해마다 1월 1일이면 신년축하모임을 가지며 독립운동의 방향을 논하곤 했습니다.

현재는 1921년의 신년축하회 때 촬영한 사진이 남아있는데요,

베일에 쌓여있던 사진속의 역사적 장소를 찾아냈습니다.

임정의 발자취를 김도엽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21년 1월1일, 상하이 임시정부가 두 번째로 맞는 신년축하회의 사진입니다.

59명의 임시 의정원 의원들이 넉 줄로 도열해 자리를 잡았는데, 앞줄 왼쪽 세번째엔 김구 선생이, 그 뒷줄엔 신익희, 신규식, 그리고 안창호 선생이 앉아있습니다.

엇갈린 태극기 뒤로 어디론가 올라가는 석조 계단이 배경으로 보입니다.

회동은 당시 농림장관이었던 안창호 선생이 주도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가 묶었던 여관의 음식점에서 신년 축하회합을 했다는 겁니다.

사진 속 장소를 추적해봤습니다.

당시 안창호 선생이 애용했던 여관은 '대동여사'라는 이름의 여관입니다.

상하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이곳 '난징로'의 한 백화점 건물에 그 대동여사 라는 여관이 있었습니다.

그 건물은 아직도 고전양식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영안공사'란 회사 소유의 이 건물은 1918년에 문을 연 상하이 최초의 백화점으로, 부속시설로는 여관, 음식점, 놀이공원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현재도 영안백화점이란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상부터 6층까지... 내부에선 사진 속 장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잠겨 있는 문을 열고 옥상으로 올라가자 독특한 3층짜기 석조 누각이 나타납니다.

누각의 측면엔 눈에 익은 계단식 구조물이 보입니다.

계단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면 옛 사진과 똑같은 구도가 잡힙니다.

그간 상하이의 향토 역사 연구가들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있었던, 역사속 바로 그 장소입니다.

[이명필/히어로 역사연구회 회장 : "실제로 활동하셨던 그 흔적 자체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역사적 현장에 와보니까 남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동훈/히어로 역사연구회 회원 : "아이들 데리고 많이 왔었던 곳인데요, 이 건물이 1921년 1월1일날 기념 행사를 했던 데 인지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이 건물이 개방이 된다면 저희가 먼저 상해에 있는 아이들 꼭 데리고 같이 와보고 싶은 장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3층 구조물은 기운각이라 불렸습니다.

'비단 기'에 '구름 운'자를 써서 비단 구름의 누각이란 뜻인데, 당시 상하이에서는 꽤 알려진 건축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속에서는 계단만 보였기 때문에 여기였는지 여태 몰랐던겁니다.

건물 관리인에 따르면 당시 사진을 찍었던 옥상에는 찻집이 운영됐었다고 합니다.

그날, 임정 요인들은 이 건물 아래층의 '대채루'라는 음식점에서 신년축하 연회를 가졌습니다.

이어 정원이 꾸며진 건물 옥상으로 올라와 이 자리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던 것입니다.

[장신이/영안백화점 주임 : "원래 옥상 정원이었습니다. 탁자들이 여기 있어서 식사도 할 수 있었죠. 건물의 아랫층은 대부분 백화점으로 사용됐지만, 옥상에는 아이스링크도 있었고 다른 시설도 갖췄습니다. 놀이 시설도 있었고, 아이스링크에다 또 식사도 할 수 있었죠. 극장도 있었어요. 대동여사라는 여관도 있었고요."]

당시 상하이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였던 이곳은 임정요인들이 신년을 축하하며 독립의 의지를 새롭게 다지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을 겁니다.

임시정부가 세워진 지 100주년을 맞는 해인 2019년,

1월의 첫 출근일에 이곳에선 뜻 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상하이 지역의 독립유공자 후손과 사적지 관계자, 그리고 교민들이 98년전 신년축하회를 기념하기 위해 사진속 바로 그 장소에 모였습니다.

3층 누각 앞 계단앞에서 대형 태극기 두 개를 똑같이 펼치고 1921년의 신년축하회 사진속 당시 모습을 재연했습니다.

특히 59명의 임시의정원 의원 가운데 오영선, 김복형, 이복현 지사의 후손은 상하이에 거주하는 것이 확인돼 이번 행사에 특별 초청됐습니다.

3분의 후손들은 할아버지가 섰던 바로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윤식/이복현 지사 후손 ;"이 자리 초대받고 이 자리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그 자리를 특별히 배치해 주셨다는 게 굉장히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어 98년 전 신년축하연이 열렸던 아랫층 식당에서 참석자들은 떡국을 나누며, 선조들의 뜻을 새겼습니다.

[최영삼/상하이총영사 : "당시에도 아마 이 자리에서 떡국을 드시지 않았나 싶습니다.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계기를 마련해서 새해 첫날 첫일을 하는 시점에 1921년 1월1일을 회상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자는 취지에서 오늘 행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이 장소는 앞으로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관련 주요 방문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사유지인데다 현 건축법상 옥상 출입이 제한돼 있어 해결할 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백화점측에서는 '한국인들에게 의미가 깊은 장소를 관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 기쁘다'면서 가능하다면 옥상 공원으로 다시 단장해 일반에 공개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상하이에서 김도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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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임정의 발자취…신년축하회 장소를 찾다
    • 입력 2019-01-19 22:20:44
    • 수정2019-01-19 22: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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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19년 4월 상하이 임시정부가 출범한 이후 임정 요인들은 해마다 1월 1일이면 신년축하모임을 가지며 독립운동의 방향을 논하곤 했습니다.

현재는 1921년의 신년축하회 때 촬영한 사진이 남아있는데요,

베일에 쌓여있던 사진속의 역사적 장소를 찾아냈습니다.

임정의 발자취를 김도엽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21년 1월1일, 상하이 임시정부가 두 번째로 맞는 신년축하회의 사진입니다.

59명의 임시 의정원 의원들이 넉 줄로 도열해 자리를 잡았는데, 앞줄 왼쪽 세번째엔 김구 선생이, 그 뒷줄엔 신익희, 신규식, 그리고 안창호 선생이 앉아있습니다.

엇갈린 태극기 뒤로 어디론가 올라가는 석조 계단이 배경으로 보입니다.

회동은 당시 농림장관이었던 안창호 선생이 주도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가 묶었던 여관의 음식점에서 신년 축하회합을 했다는 겁니다.

사진 속 장소를 추적해봤습니다.

당시 안창호 선생이 애용했던 여관은 '대동여사'라는 이름의 여관입니다.

상하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이곳 '난징로'의 한 백화점 건물에 그 대동여사 라는 여관이 있었습니다.

그 건물은 아직도 고전양식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영안공사'란 회사 소유의 이 건물은 1918년에 문을 연 상하이 최초의 백화점으로, 부속시설로는 여관, 음식점, 놀이공원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현재도 영안백화점이란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상부터 6층까지... 내부에선 사진 속 장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잠겨 있는 문을 열고 옥상으로 올라가자 독특한 3층짜기 석조 누각이 나타납니다.

누각의 측면엔 눈에 익은 계단식 구조물이 보입니다.

계단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면 옛 사진과 똑같은 구도가 잡힙니다.

그간 상하이의 향토 역사 연구가들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있었던, 역사속 바로 그 장소입니다.

[이명필/히어로 역사연구회 회장 : "실제로 활동하셨던 그 흔적 자체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역사적 현장에 와보니까 남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동훈/히어로 역사연구회 회원 : "아이들 데리고 많이 왔었던 곳인데요, 이 건물이 1921년 1월1일날 기념 행사를 했던 데 인지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이 건물이 개방이 된다면 저희가 먼저 상해에 있는 아이들 꼭 데리고 같이 와보고 싶은 장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3층 구조물은 기운각이라 불렸습니다.

'비단 기'에 '구름 운'자를 써서 비단 구름의 누각이란 뜻인데, 당시 상하이에서는 꽤 알려진 건축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속에서는 계단만 보였기 때문에 여기였는지 여태 몰랐던겁니다.

건물 관리인에 따르면 당시 사진을 찍었던 옥상에는 찻집이 운영됐었다고 합니다.

그날, 임정 요인들은 이 건물 아래층의 '대채루'라는 음식점에서 신년축하 연회를 가졌습니다.

이어 정원이 꾸며진 건물 옥상으로 올라와 이 자리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던 것입니다.

[장신이/영안백화점 주임 : "원래 옥상 정원이었습니다. 탁자들이 여기 있어서 식사도 할 수 있었죠. 건물의 아랫층은 대부분 백화점으로 사용됐지만, 옥상에는 아이스링크도 있었고 다른 시설도 갖췄습니다. 놀이 시설도 있었고, 아이스링크에다 또 식사도 할 수 있었죠. 극장도 있었어요. 대동여사라는 여관도 있었고요."]

당시 상하이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였던 이곳은 임정요인들이 신년을 축하하며 독립의 의지를 새롭게 다지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을 겁니다.

임시정부가 세워진 지 100주년을 맞는 해인 2019년,

1월의 첫 출근일에 이곳에선 뜻 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상하이 지역의 독립유공자 후손과 사적지 관계자, 그리고 교민들이 98년전 신년축하회를 기념하기 위해 사진속 바로 그 장소에 모였습니다.

3층 누각 앞 계단앞에서 대형 태극기 두 개를 똑같이 펼치고 1921년의 신년축하회 사진속 당시 모습을 재연했습니다.

특히 59명의 임시의정원 의원 가운데 오영선, 김복형, 이복현 지사의 후손은 상하이에 거주하는 것이 확인돼 이번 행사에 특별 초청됐습니다.

3분의 후손들은 할아버지가 섰던 바로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윤식/이복현 지사 후손 ;"이 자리 초대받고 이 자리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그 자리를 특별히 배치해 주셨다는 게 굉장히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어 98년 전 신년축하연이 열렸던 아랫층 식당에서 참석자들은 떡국을 나누며, 선조들의 뜻을 새겼습니다.

[최영삼/상하이총영사 : "당시에도 아마 이 자리에서 떡국을 드시지 않았나 싶습니다.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계기를 마련해서 새해 첫날 첫일을 하는 시점에 1921년 1월1일을 회상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자는 취지에서 오늘 행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이 장소는 앞으로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관련 주요 방문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사유지인데다 현 건축법상 옥상 출입이 제한돼 있어 해결할 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백화점측에서는 '한국인들에게 의미가 깊은 장소를 관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 기쁘다'면서 가능하다면 옥상 공원으로 다시 단장해 일반에 공개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상하이에서 김도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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