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와 美-中 무역전쟁

입력 2019.01.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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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Starbucks) 매장은 중국 상하이 난징시루에 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라고 쓰여진 매장은 2층 규모로 흡사 작은 쇼핑몰을 보는 듯하다. 매장 안에는 다양한 커피뿐만 빵과 기념품 코너가 따로 있고 일반 스타벅스 매장과 다르게 맥주도 판다.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협업을 통해 IT 기술을 접목한 체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이 프리미엄 매장의 강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그 큰 매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항상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자리가 없으면 매장 밖에서 길게 줄을 늘어서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애플 다음 차례는 스타벅스라고 분석했지만, 그 영향은 거의‘제로’에 가깝다고 할 정도다. 오히려 중국 토종 브랜드 커피가 선전하면서 일어난 자연 감소에 따른 영향일 뿐이다. 고객들 또한 미중 무역전쟁과 스타벅스를 굳이 같이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 매장에서 반미 감정은 찾아 볼 수 없다. 한국 내 사드 배치로 중국 내에서 반한 감정이 일었던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다.


3월 1일이 앞으로 3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90일간의 휴전을 택한 미국과 중국은 이날까지 무역전쟁을 끝내야 한다. 양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파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 전 세계 총생산량(GDP)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간 충돌은 양국이 지니는 무게감만큼이나 전 세계에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지난 7∼9일 사흘간 베이징에서 차관급 협상을 벌인 양국은 오는 30∼31일에는 중국의 류허(劉鶴) 부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해 고위급 협상을 벌인다.

협상 전망을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면서 하루가 다르게 전 세계 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협상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미중간의 협상은 일방적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협상은 주고받을 때 성립된다. 하지만 미국은 손해만 봤다는 피해 의식이 강하고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밀려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모양새는 취하고 싶지 않다. 협상 전망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미중간의 신 냉전이 싹 트고 있다는 전망이 이래서 나온다. KBS 시사기획 창은 미중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으로 방송한바 있다.

[연관기사] 미중 신냉전 시대 오나?

현실적으로 미국 보다 ‘잃을 게’ 많다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최악의 경우 판을 깨고 중국이 미국에 ‘폭탄 관세’로 반격에 나서더라도 가능한 품목의 총액은 1,300억 달러(146조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은 이것의 거의 4배인 5,055억 달러(560조 원)에 이른다. 애당초 보복 관세로는 싸움이 될 수 없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질서가 결코 중국에 이롭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 지난해 체결된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는 단적인 예이다. 협정에서 미국, 캐나다, 멕시코 세 나라 가운데 어느 나라도 ‘비시장경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할 때 나머지 두 나라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냉전 시대와 같은 무역 협정이지만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중국을 ‘비시장경제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 봉쇄 독소 조항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세계무대에서 울림이 없다. 결국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2016년 9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간 첫 TV 토론회는 역대 미국 대선 TV 토론회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국 전역에서 8천3백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볼 정도로 뜨거웠던 이날 토론회에서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 주범을 ‘중국’이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중국은 미국이 만들어야 할 상품을 모두 만들고 있고 위안화 가치도 떨어뜨리고 있지만 미국은 그들과 맞서 싸울 사람이 없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자신만이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연설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중국의 무역 관행을 비판한 횟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유별나다고 할 정도다. 2015년 대선 출마 선언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고, 2011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 절하시켜 힘들게 하고 있지만 미국은 가만히 보고만 있다며 그걸 못 막는 미국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중국인들을 상대로 아파트도 팔았고 좋은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부터 중국에 사업을 많이 해왔다. 2017년에는 베이징시 정부가 40개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표권을 승인했다. 지난해에는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Trump Organization)을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에 투자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지난해 중국정부가 상표권 예비승인을 무더기로 내줘 무역전쟁 회유책이란 의심을 산 적이 있다.

이처럼 중국을 잘 안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무역전쟁을 종결할 수 있을까?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중국 측의 몇 가지 양보를 받고 트위터에 승리를 선언하고 일방적으로 무역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대중 무역적자를 줄여 제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그의 선거 전략을 버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 고지까지 호랑이 등을 탄 트럼프가 내릴 위치에 있지 않다.


최근 미국 의회는 중국 화웨이·ZTE에 미국산 반도체 칩과 부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금지 법안에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미국 조야가 미중 무역전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증거다. 이와 관련해 방한한 댄 아이켄슨 미 카토(CATO)연구소 무역정책연구센터장은 흥미로운 비유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연합군 사령관의 리더십 얘기다. 1944년 6월 6일 개시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해안에서 많은 병사들이 죽을 것이 확실했지만 그는 더 큰 임무를 위해 필요한 희생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싸움에서도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법무부는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에 대해 기술탈취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체포로 중국과의 갈등이 증폭된 상황에서 미국은 갈 길을 그냥 가고 있을 뿐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정치에서 프레임은 승패의 관건이라고 주장한다.‘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상대의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상대의 가치와 논리를 따르게 돼 결코 상대를 넘어설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프레임은 ‘투키디데스의 함정’ (Tuchididdes Trap)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는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편찬한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주장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르면 기원전 5세기 기존 맹주였던 스파르타는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는 해석이다. 하버드 대 그레이엄 앨리슨는 그의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War)에서 지난 500년간 세계사를 통해 부상하는 권력이 헤게모니를 쥔 통치 권력에 위협을 가한 적이 모두 16번 있었는데 그 중 12번은 전쟁으로 이어졌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는 4번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앨리슨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부상하는 권력으로 미국의 지위와 입지를 계속 잠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미국 또한 패권국가로서 쉽게 물러나지 않으려 하면서 냉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은 머지않아“내가 더 크고 힘이 세니까 좀 더 큰 지배력을 가질만해, 미국이 뭔데 멋대로 우리 해상에 침입하고 그래”라고 말할 것이고 미국은 네가 뭔데 질서를 바꾸고 성장하려는 거야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런 냉전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전조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 사건이다. 중국은 이 사건으로 미국이 아닌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에게 언제 통지문이 날아올지 모를 일이다. 우리가 아니면 북한이다. 중국은 혈맹인 북한에게 미국이나 한국과의 관계 복원을 원치 않는다며 공공연하게 압박할 수도 있다. 앨리슨 교수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힘의 관계를 보일 것이라며 제 3자의 도발이나 우연한 행동이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타이완에서 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중국에서 군사적으로 대응하면 미국이 이에 개입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럴 경우 나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장자(莊子)’에 나오는‘당랑재후(螳螂在後)’란 고사가 있다. 매미가 이슬을 마시려 집중하는 동안 뒤에서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먹으려 집중하고, 또한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먹으려 집중하는 동안 그 뒤에서 참새가 사마귀를 잡아먹으려 노려보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뜻하는 말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신냉전으로 치달고 있는 지금 우리는 너무나 한가한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넘쳐나던 상하이 스타벅스에 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빗나간 애국주의 열풍으로 오성홍기를 앞세운 중국인들이 매장을 공격할 때 신냉전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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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벅스와 美-中 무역전쟁
    • 입력 2019-01-21 20:23:47
    취재K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Starbucks) 매장은 중국 상하이 난징시루에 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라고 쓰여진 매장은 2층 규모로 흡사 작은 쇼핑몰을 보는 듯하다. 매장 안에는 다양한 커피뿐만 빵과 기념품 코너가 따로 있고 일반 스타벅스 매장과 다르게 맥주도 판다.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협업을 통해 IT 기술을 접목한 체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이 프리미엄 매장의 강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그 큰 매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항상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자리가 없으면 매장 밖에서 길게 줄을 늘어서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애플 다음 차례는 스타벅스라고 분석했지만, 그 영향은 거의‘제로’에 가깝다고 할 정도다. 오히려 중국 토종 브랜드 커피가 선전하면서 일어난 자연 감소에 따른 영향일 뿐이다. 고객들 또한 미중 무역전쟁과 스타벅스를 굳이 같이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 매장에서 반미 감정은 찾아 볼 수 없다. 한국 내 사드 배치로 중국 내에서 반한 감정이 일었던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다.


3월 1일이 앞으로 3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90일간의 휴전을 택한 미국과 중국은 이날까지 무역전쟁을 끝내야 한다. 양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파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 전 세계 총생산량(GDP)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간 충돌은 양국이 지니는 무게감만큼이나 전 세계에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지난 7∼9일 사흘간 베이징에서 차관급 협상을 벌인 양국은 오는 30∼31일에는 중국의 류허(劉鶴) 부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해 고위급 협상을 벌인다.

협상 전망을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면서 하루가 다르게 전 세계 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협상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미중간의 협상은 일방적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협상은 주고받을 때 성립된다. 하지만 미국은 손해만 봤다는 피해 의식이 강하고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밀려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모양새는 취하고 싶지 않다. 협상 전망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미중간의 신 냉전이 싹 트고 있다는 전망이 이래서 나온다. KBS 시사기획 창은 미중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으로 방송한바 있다.

[연관기사] 미중 신냉전 시대 오나?

현실적으로 미국 보다 ‘잃을 게’ 많다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최악의 경우 판을 깨고 중국이 미국에 ‘폭탄 관세’로 반격에 나서더라도 가능한 품목의 총액은 1,300억 달러(146조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은 이것의 거의 4배인 5,055억 달러(560조 원)에 이른다. 애당초 보복 관세로는 싸움이 될 수 없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질서가 결코 중국에 이롭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 지난해 체결된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는 단적인 예이다. 협정에서 미국, 캐나다, 멕시코 세 나라 가운데 어느 나라도 ‘비시장경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할 때 나머지 두 나라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냉전 시대와 같은 무역 협정이지만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중국을 ‘비시장경제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 봉쇄 독소 조항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세계무대에서 울림이 없다. 결국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2016년 9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간 첫 TV 토론회는 역대 미국 대선 TV 토론회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국 전역에서 8천3백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볼 정도로 뜨거웠던 이날 토론회에서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 주범을 ‘중국’이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중국은 미국이 만들어야 할 상품을 모두 만들고 있고 위안화 가치도 떨어뜨리고 있지만 미국은 그들과 맞서 싸울 사람이 없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자신만이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연설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중국의 무역 관행을 비판한 횟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유별나다고 할 정도다. 2015년 대선 출마 선언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고, 2011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 절하시켜 힘들게 하고 있지만 미국은 가만히 보고만 있다며 그걸 못 막는 미국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중국인들을 상대로 아파트도 팔았고 좋은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부터 중국에 사업을 많이 해왔다. 2017년에는 베이징시 정부가 40개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표권을 승인했다. 지난해에는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Trump Organization)을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에 투자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지난해 중국정부가 상표권 예비승인을 무더기로 내줘 무역전쟁 회유책이란 의심을 산 적이 있다.

이처럼 중국을 잘 안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무역전쟁을 종결할 수 있을까?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중국 측의 몇 가지 양보를 받고 트위터에 승리를 선언하고 일방적으로 무역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대중 무역적자를 줄여 제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그의 선거 전략을 버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 고지까지 호랑이 등을 탄 트럼프가 내릴 위치에 있지 않다.


최근 미국 의회는 중국 화웨이·ZTE에 미국산 반도체 칩과 부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금지 법안에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미국 조야가 미중 무역전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증거다. 이와 관련해 방한한 댄 아이켄슨 미 카토(CATO)연구소 무역정책연구센터장은 흥미로운 비유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연합군 사령관의 리더십 얘기다. 1944년 6월 6일 개시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해안에서 많은 병사들이 죽을 것이 확실했지만 그는 더 큰 임무를 위해 필요한 희생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싸움에서도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법무부는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에 대해 기술탈취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체포로 중국과의 갈등이 증폭된 상황에서 미국은 갈 길을 그냥 가고 있을 뿐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정치에서 프레임은 승패의 관건이라고 주장한다.‘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상대의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상대의 가치와 논리를 따르게 돼 결코 상대를 넘어설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프레임은 ‘투키디데스의 함정’ (Tuchididdes Trap)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는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편찬한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주장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르면 기원전 5세기 기존 맹주였던 스파르타는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는 해석이다. 하버드 대 그레이엄 앨리슨는 그의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War)에서 지난 500년간 세계사를 통해 부상하는 권력이 헤게모니를 쥔 통치 권력에 위협을 가한 적이 모두 16번 있었는데 그 중 12번은 전쟁으로 이어졌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는 4번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앨리슨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부상하는 권력으로 미국의 지위와 입지를 계속 잠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미국 또한 패권국가로서 쉽게 물러나지 않으려 하면서 냉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은 머지않아“내가 더 크고 힘이 세니까 좀 더 큰 지배력을 가질만해, 미국이 뭔데 멋대로 우리 해상에 침입하고 그래”라고 말할 것이고 미국은 네가 뭔데 질서를 바꾸고 성장하려는 거야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런 냉전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전조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 사건이다. 중국은 이 사건으로 미국이 아닌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에게 언제 통지문이 날아올지 모를 일이다. 우리가 아니면 북한이다. 중국은 혈맹인 북한에게 미국이나 한국과의 관계 복원을 원치 않는다며 공공연하게 압박할 수도 있다. 앨리슨 교수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힘의 관계를 보일 것이라며 제 3자의 도발이나 우연한 행동이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타이완에서 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중국에서 군사적으로 대응하면 미국이 이에 개입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럴 경우 나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장자(莊子)’에 나오는‘당랑재후(螳螂在後)’란 고사가 있다. 매미가 이슬을 마시려 집중하는 동안 뒤에서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먹으려 집중하고, 또한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먹으려 집중하는 동안 그 뒤에서 참새가 사마귀를 잡아먹으려 노려보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뜻하는 말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신냉전으로 치달고 있는 지금 우리는 너무나 한가한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넘쳐나던 상하이 스타벅스에 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빗나간 애국주의 열풍으로 오성홍기를 앞세운 중국인들이 매장을 공격할 때 신냉전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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