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초유의 남북미 ‘합숙 담판’, 다자회담 부활 신호탄일까?

입력 2019.01.22 (14: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김영철 방미에 뒤이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북미 간 첫 실무협상이 모두 마무리됐다.

다음 달 말 개최를 목표로 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 준비회담이 일단 순조롭게 첫발을 뗀 셈인데,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북미는 조만간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를 확정하는 수순을 밟아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눈길을 끄는 건 스톡홀름에서 등장한 새로운 비핵화 협상의 '틀'이다. 북미의 실무협상 파트너가 상견례 수준을 넘어 2박 3일간 삼시세끼 '합숙 담판'을 벌인 데다 우리 정부 대표단까지 그 자리에 동석했는데, 북미 협상의 긴 역사를 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스톡홀름 협상의 틀이 앞으로도 지속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각에서는 북미 중심으로 진행돼온 비핵화 협상이 남북미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향후 다자회담의 부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스톡홀름 협상을 마치고 스웨덴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돌아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KBS 촬영)스톡홀름 협상을 마치고 스웨덴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돌아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KBS 촬영)

초유의 40시간 합숙 담판 "삼시세끼 함께 식사..매우 화기애애"

"남북미 협상단이 2박 3일간 삼시세끼를 모두 함께하며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의 휴양시설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첫 실무 협상이 끝난 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소식통이 전한 회의 분위기다.

북미 양측은 비건 대표가 스톡홀름에 도착한 직후 열린 19일 오후 6시(현지시간)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사흘째 일정이 종료된 21일 오전 10시까지, 2박 3일간 무려 40시간 넘게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채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북미 실무협상 마치고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호텔에 도착한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북미 실무협상 마치고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호텔에 도착한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비록 숙소는 달랐지만 잠잘 때를 빼곤 시간 대부분을 함께 하며 밀도 있는 협상을 진행했으며, 특히 식사는 남북미가 모두 함께 했다는 전언이다. 19일 만찬부터 20일 아침·점심·저녁, 21일 아침까지 모두 다섯 끼를 연달아 함께 한 셈이다.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2차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상응 조치'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 등 각종 현안이 모두 테이블에 올라 그야말로 허심탄회한 논의가 진행됐을 거라는 관측된다.

특히 2박 3일 협상 과정에는 이례적으로 우리 측 대표단이 '중재역'으로 참여해 북미는 물론 한미, 남북 등 다양한 양자 회동과 남북미 3자 회동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세부 협상 내용과 형식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08년 12월 회의를 끝으로 중단된 다자간 '북핵 실무협의체'인 6자회담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스웨덴 "건설적 대화 진행"...북미 '2차 정상회담' 발표 임박했나?

핵심 당사국인 북미 모두 스톡홀름 회동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첫 실무 협상 결과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회동을 주선한 스웨덴 외무부는 "신뢰 구축과 경제 개발, 장기적 포용 정책 등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 건설적인(constructive) 대화가 진행됐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도 "이번 회동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좋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우리 정부 역시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논의가 진행됐다"는 외교 소식통의 전언에서 보듯, 스톡홀름 회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며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미 양측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조만간 '2월 말'로 윤곽이 나온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를 확정해 발표하는 수순을 밟아 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장기간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결과와 최선희 부상의 귀국 보고를 들은 뒤 조만간 2차 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한 자신을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협상 한국 참여는 놀라운 일"...다자협상 부활 신호탄되나?

앞서도 거론했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북미 실무 협상 결과 못지않게 외교가가 주목하는 건 이번 스톡홀름 협상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방식, 협상의 틀이다.

북미 대표단이 2박 3일간 장기 합숙을 함께하며 비핵화 협상을 진행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데, 이례적으로 중재자인 한국 대표단의 참석까지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북한은 과거에 항상 (미국과의 회담에서) 한국의 참여를 막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 대표의 참여를 허용했다"면서 "이는 놀라운 진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북미 회담 당시 우리 대표단은 회담이 끝난 뒤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미국 대표들에게 결과를 듣는 서글픈 시절이 있었다"며 "남북미 3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외교는 내용만큼이나 형식과 전례가 중요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남북미 3자 담판은 향후 비핵화 로드맵과 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 디테일 문제를 다뤄가는 협상의 틀로 다시 활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스톡홀름 회동에서 남북미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별개로 한반도 평화 체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 역시 주목되는 대목이다.

로이터 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이번 스톡홀름 3자 회동에서 "다양한 지역 안보 체제가 논의됐으며, 이 문제에 상당한 시간이 할애됐다(Different mechanisms for regional security have been discussed, that issue was something to which a lot of time was devoted)고 전했다.

북미의 공식 발표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북미 중심으로 진행돼온 비핵화 협상이 향후 중국과 한국 등을 포함한 다자회담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새삼 눈길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돋보기] 초유의 남북미 ‘합숙 담판’, 다자회담 부활 신호탄일까?
    • 입력 2019-01-22 14:38:34
    글로벌 돋보기
김영철 방미에 뒤이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북미 간 첫 실무협상이 모두 마무리됐다.

다음 달 말 개최를 목표로 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 준비회담이 일단 순조롭게 첫발을 뗀 셈인데,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북미는 조만간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를 확정하는 수순을 밟아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눈길을 끄는 건 스톡홀름에서 등장한 새로운 비핵화 협상의 '틀'이다. 북미의 실무협상 파트너가 상견례 수준을 넘어 2박 3일간 삼시세끼 '합숙 담판'을 벌인 데다 우리 정부 대표단까지 그 자리에 동석했는데, 북미 협상의 긴 역사를 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스톡홀름 협상의 틀이 앞으로도 지속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각에서는 북미 중심으로 진행돼온 비핵화 협상이 남북미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향후 다자회담의 부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스톡홀름 협상을 마치고 스웨덴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돌아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KBS 촬영)
초유의 40시간 합숙 담판 "삼시세끼 함께 식사..매우 화기애애"

"남북미 협상단이 2박 3일간 삼시세끼를 모두 함께하며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의 휴양시설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첫 실무 협상이 끝난 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소식통이 전한 회의 분위기다.

북미 양측은 비건 대표가 스톡홀름에 도착한 직후 열린 19일 오후 6시(현지시간)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사흘째 일정이 종료된 21일 오전 10시까지, 2박 3일간 무려 40시간 넘게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채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북미 실무협상 마치고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호텔에 도착한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비록 숙소는 달랐지만 잠잘 때를 빼곤 시간 대부분을 함께 하며 밀도 있는 협상을 진행했으며, 특히 식사는 남북미가 모두 함께 했다는 전언이다. 19일 만찬부터 20일 아침·점심·저녁, 21일 아침까지 모두 다섯 끼를 연달아 함께 한 셈이다.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2차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상응 조치'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 등 각종 현안이 모두 테이블에 올라 그야말로 허심탄회한 논의가 진행됐을 거라는 관측된다.

특히 2박 3일 협상 과정에는 이례적으로 우리 측 대표단이 '중재역'으로 참여해 북미는 물론 한미, 남북 등 다양한 양자 회동과 남북미 3자 회동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세부 협상 내용과 형식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08년 12월 회의를 끝으로 중단된 다자간 '북핵 실무협의체'인 6자회담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스웨덴 "건설적 대화 진행"...북미 '2차 정상회담' 발표 임박했나?

핵심 당사국인 북미 모두 스톡홀름 회동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첫 실무 협상 결과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회동을 주선한 스웨덴 외무부는 "신뢰 구축과 경제 개발, 장기적 포용 정책 등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 건설적인(constructive) 대화가 진행됐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도 "이번 회동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좋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우리 정부 역시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논의가 진행됐다"는 외교 소식통의 전언에서 보듯, 스톡홀름 회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며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미 양측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조만간 '2월 말'로 윤곽이 나온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를 확정해 발표하는 수순을 밟아 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장기간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결과와 최선희 부상의 귀국 보고를 들은 뒤 조만간 2차 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한 자신을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협상 한국 참여는 놀라운 일"...다자협상 부활 신호탄되나?

앞서도 거론했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북미 실무 협상 결과 못지않게 외교가가 주목하는 건 이번 스톡홀름 협상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방식, 협상의 틀이다.

북미 대표단이 2박 3일간 장기 합숙을 함께하며 비핵화 협상을 진행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데, 이례적으로 중재자인 한국 대표단의 참석까지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북한은 과거에 항상 (미국과의 회담에서) 한국의 참여를 막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 대표의 참여를 허용했다"면서 "이는 놀라운 진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북미 회담 당시 우리 대표단은 회담이 끝난 뒤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미국 대표들에게 결과를 듣는 서글픈 시절이 있었다"며 "남북미 3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외교는 내용만큼이나 형식과 전례가 중요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남북미 3자 담판은 향후 비핵화 로드맵과 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 디테일 문제를 다뤄가는 협상의 틀로 다시 활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스톡홀름 회동에서 남북미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별개로 한반도 평화 체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 역시 주목되는 대목이다.

로이터 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이번 스톡홀름 3자 회동에서 "다양한 지역 안보 체제가 논의됐으며, 이 문제에 상당한 시간이 할애됐다(Different mechanisms for regional security have been discussed, that issue was something to which a lot of time was devoted)고 전했다.

북미의 공식 발표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북미 중심으로 진행돼온 비핵화 협상이 향후 중국과 한국 등을 포함한 다자회담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새삼 눈길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