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제재 중단’ 법원 결정문 들여다보니…정식 소송 영향은?

입력 2019.01.22 (17:51) 수정 2019.01.22 (17: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법원, 삼바 '증선위 제재' 효력정지 결정
"현시점 제재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분식회계 단정할 수 없다"
삼성바이오 "다행", 증선위 "항고 검토"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 수렁'에서 잠시 벗어나게 됐다.

법원은 오늘(22일) 삼성 바이오의 분식회계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금융당국이 내린 제재의 효력을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1심 판결 전에 제재를 중단하는 문제를 판단한 것이지만, 양측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 들어있기 때문에 정식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법원 결정문을 보면 금융감독원의 판단을 문제 삼은 삼성바이오의 주장을 받아들인 부분이 눈에 띈다. 금감원 판단이 오락가락했다는 게 삼성바이오의 주장인데, 정식 소송에서도 이 부분을 두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제재받으면 회복 어려운 손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를 상대로 낸 제재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정식 소송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제재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의 제재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지를 3가지 기준에서 판단했다. 첫 번째 기준은 '삼성바이오가 1심 판결 전에 제재를 받았을 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가'이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가 현시점에서 제재를 이행하고, 만약 1심 판결에서 삼성바이오가 승소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로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며, 감사인 지정,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임원 해임 권고, 재무제표 재작성 등을 통보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가 제재를 이행하면 "정식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특정 주주 내지 삼성바이오의 이익을 위해 4조 원이 넘는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 이미지와 신용 및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손해 또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 관념상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제재 집행이 공익 침해"
두 번째 기준은 '제재의 집행을 중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재판부는 제재를 잠시 중단한다고 해서 공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선위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제재 집행을 정지한다고 해서 "공익에 중대한 해를 입힐 개연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소명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공익을 위해 제재를 당장 이행해야 한다는 증선위의 주장을 단칼에 자른 것이다.

재판부는 오히려 제재를 중단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서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분식회계 단정할 수 없어"
마지막 기준은 '삼성바이오가 정식 소송에서 하는 주장이 따져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무리한 주장인가'이다. 재판부는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삼성바이오의 주장을 소송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가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합작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지배가 아닌 단독 지배로 회계 처리한 게 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라고 봤다.

증선위가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회계 처리의 적절성을 묻는 참여연대의 질의에 금융감독원이 처음에는 회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했다가 참여연대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감리를 거쳐 위법하다고 판단을 바꾼 것을 들었다.

또 금감원이 지난해 5월 내린 분식회계 결론도 근거가 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주식에 관한 권리관계 등의 변동이 없는데도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바이오에피스를 삼성바이오의 단독 지배에서 바이오젠과의 공동 지배로 변경하고 회사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당시 금감원은 회사의 성격을 중간에 단독 지배에서 공동 지배로 바꾼 것만 지적했고, 처음부터 어떤 성격의 회사로 처리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증선위는 이 문제에 대한 판단도 내놓으라고 재감리를 요구했고, 금감원은 재감리를 거쳐 바이오에피스는 2012년부터 공동 지배로 봤어야 한다고 결론 내 증선위가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금감원의 회사의 성격을 단독 지배에서 공동 지배로 바꾼 걸 지적한 1차 감리 결과는 단독 지배가 맞는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고, 2014년까지는 바이오에피스를 단독 지배로 처리한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는 이 전제에 맞게 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은 삼성바이오가 그동안 해온 주장에 상당 부분 힘을 실어준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금감원이 말 바꾸기를 했고, 금감원이 1차 감리에서는 2015년 전의 회계 처리를 문제 삼지 않다가 재감리에서 문제 삼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아울러 서울대와 고려대 교수 등 다수의 회계 전문가들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바이오에피스를 삼성바이오의 단독 지배회사로 회계처리를 한 게 회계 기준에 맞는다는 의견을 내놓은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정식 소송 영향은?
제재 집행정지 신청에서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서 정식 소송도 삼성바이오에게 무조건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현시점에서 제재를 이행하는 게 삼성바이오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치고 공익을 침해한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정식 소송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삼성바이오의 주장이 일리가 있느냐를 따져보면서 언급한 금감원의 판단은 정식 소송에서도 쟁점이 될 부분이다.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삼성바이오 입장에서는 금감원이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을 바꾸고, 2014년까지의 회계 처리에 대한 판단도 바꿨다는 게 중요한 근거다.

재판부가 이러한 내용을 핵심 근거로 제재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정식 소송에서 금감원의 판단을 두고 공방을 벌일 때만큼은 삼성바이오가 유리할 수 있다.

분식회계가 논란이 되는 과정에서 홈페이지 공식 입장을 발표해왔던 삼성바이오는 이번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에 대해 표정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다행"이라며 "앞으로 있을 정식 소송에서 다시 한 번 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짤막한 입장만 내놨다.

이에 반해 증선위는 짧지만 강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증선위는 제재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항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정식 소송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대법원 판결까지는 짧게는 3년 안팎, 길게는 5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삼바 제재 중단’ 법원 결정문 들여다보니…정식 소송 영향은?
    • 입력 2019-01-22 17:51:56
    • 수정2019-01-22 17:55:34
    취재K
법원, 삼바 '증선위 제재' 효력정지 결정
"현시점 제재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분식회계 단정할 수 없다"
삼성바이오 "다행", 증선위 "항고 검토"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 수렁'에서 잠시 벗어나게 됐다.

법원은 오늘(22일) 삼성 바이오의 분식회계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금융당국이 내린 제재의 효력을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1심 판결 전에 제재를 중단하는 문제를 판단한 것이지만, 양측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 들어있기 때문에 정식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법원 결정문을 보면 금융감독원의 판단을 문제 삼은 삼성바이오의 주장을 받아들인 부분이 눈에 띈다. 금감원 판단이 오락가락했다는 게 삼성바이오의 주장인데, 정식 소송에서도 이 부분을 두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제재받으면 회복 어려운 손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를 상대로 낸 제재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정식 소송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제재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의 제재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지를 3가지 기준에서 판단했다. 첫 번째 기준은 '삼성바이오가 1심 판결 전에 제재를 받았을 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가'이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가 현시점에서 제재를 이행하고, 만약 1심 판결에서 삼성바이오가 승소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로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며, 감사인 지정,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임원 해임 권고, 재무제표 재작성 등을 통보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가 제재를 이행하면 "정식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특정 주주 내지 삼성바이오의 이익을 위해 4조 원이 넘는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 이미지와 신용 및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손해 또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 관념상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제재 집행이 공익 침해"
두 번째 기준은 '제재의 집행을 중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재판부는 제재를 잠시 중단한다고 해서 공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선위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제재 집행을 정지한다고 해서 "공익에 중대한 해를 입힐 개연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소명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공익을 위해 제재를 당장 이행해야 한다는 증선위의 주장을 단칼에 자른 것이다.

재판부는 오히려 제재를 중단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서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분식회계 단정할 수 없어"
마지막 기준은 '삼성바이오가 정식 소송에서 하는 주장이 따져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무리한 주장인가'이다. 재판부는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삼성바이오의 주장을 소송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가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합작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지배가 아닌 단독 지배로 회계 처리한 게 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라고 봤다.

증선위가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회계 처리의 적절성을 묻는 참여연대의 질의에 금융감독원이 처음에는 회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했다가 참여연대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감리를 거쳐 위법하다고 판단을 바꾼 것을 들었다.

또 금감원이 지난해 5월 내린 분식회계 결론도 근거가 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주식에 관한 권리관계 등의 변동이 없는데도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바이오에피스를 삼성바이오의 단독 지배에서 바이오젠과의 공동 지배로 변경하고 회사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당시 금감원은 회사의 성격을 중간에 단독 지배에서 공동 지배로 바꾼 것만 지적했고, 처음부터 어떤 성격의 회사로 처리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증선위는 이 문제에 대한 판단도 내놓으라고 재감리를 요구했고, 금감원은 재감리를 거쳐 바이오에피스는 2012년부터 공동 지배로 봤어야 한다고 결론 내 증선위가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금감원의 회사의 성격을 단독 지배에서 공동 지배로 바꾼 걸 지적한 1차 감리 결과는 단독 지배가 맞는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고, 2014년까지는 바이오에피스를 단독 지배로 처리한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는 이 전제에 맞게 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은 삼성바이오가 그동안 해온 주장에 상당 부분 힘을 실어준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금감원이 말 바꾸기를 했고, 금감원이 1차 감리에서는 2015년 전의 회계 처리를 문제 삼지 않다가 재감리에서 문제 삼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아울러 서울대와 고려대 교수 등 다수의 회계 전문가들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바이오에피스를 삼성바이오의 단독 지배회사로 회계처리를 한 게 회계 기준에 맞는다는 의견을 내놓은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정식 소송 영향은?
제재 집행정지 신청에서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서 정식 소송도 삼성바이오에게 무조건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현시점에서 제재를 이행하는 게 삼성바이오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치고 공익을 침해한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정식 소송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삼성바이오의 주장이 일리가 있느냐를 따져보면서 언급한 금감원의 판단은 정식 소송에서도 쟁점이 될 부분이다.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삼성바이오 입장에서는 금감원이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을 바꾸고, 2014년까지의 회계 처리에 대한 판단도 바꿨다는 게 중요한 근거다.

재판부가 이러한 내용을 핵심 근거로 제재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정식 소송에서 금감원의 판단을 두고 공방을 벌일 때만큼은 삼성바이오가 유리할 수 있다.

분식회계가 논란이 되는 과정에서 홈페이지 공식 입장을 발표해왔던 삼성바이오는 이번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에 대해 표정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다행"이라며 "앞으로 있을 정식 소송에서 다시 한 번 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짤막한 입장만 내놨다.

이에 반해 증선위는 짧지만 강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증선위는 제재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항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정식 소송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대법원 판결까지는 짧게는 3년 안팎, 길게는 5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