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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삭제한 ‘김영란법 이해충돌’, 손혜원 논란 막을 수 있었나?
입력 2019.01.22 (17:54) 수정 2019.01.22 (19:30) 취재K
국회가 삭제한 ‘김영란법 이해충돌’, 손혜원 논란 막을 수 있었나?
"이해충돌 방지 감시기구는 없습니다…법이 없거든요"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를 감시·심의하거나 판단하는 기능은 지금 국회에 없습니다. 관련법이 없거든요. 다른 정부부처도 마찬가지일 걸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 이해충돌 방지 문제를 다루는 조직이 있느냐는 KBS의 질문에 국회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입니다.

이른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당초 이해충돌 방지 관련 조항이 들어있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고, 이에 따라 이를 감시하거나 규제하는 기능도 없다는 설명입니다.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 금지" 당초 김영란법에 포함

정부가 처음 제출한 김영란법에는 공직자 이해출돌 방지 규정이 매우 엄격하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공직자 자신이나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이거나, 직무관련 단체에 재직하는 경우에는 아예 해당 직무에서 제척, 그러니까 배제하라는 규정입니다.

공직에서의 업무가 사익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데 앞서서, 아예 사익에 연결될 가능성이 있으면 관련 업무를 맡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도 이해충돌 방지를 명시하고 있지만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과는 달리, 김영란법 원안은 이해충돌 원칙을 위반할 경우 재산상의 이익을 환수하고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직무상 알게 된 비밀로 재산상 이익을 얻을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을 입안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김영란법의 핵심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던 이해충돌 방지 관련 조항은,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라졌습니다.

법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반대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김기식 의원은 김영란 법 논의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김기식 의원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의 보완책으로 사전 신고제를 제안했습니다.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사적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는 친족 등이 있으면 업무에서 배제하는 대신 소속 기관장에게 사전 신고하도록 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기관장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고제 논의는 신고 대상과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다가 흐지부지 됐습니다. 결국 김영란법은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추후 논의한다'는 여야의 합의 속에 이 부분을 아예 제외하고 처리됐습니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이해충돌 방지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한 가지가 빠졌다"면서 "반쪽자리 법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후 2016년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지난해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등이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해충돌 방지규정 있었다면…손혜원 논란 막을 수 있었나?

2015년 김영란법이 통과될 때 원안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면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최근의 이해충돌 논란을 막을 수 있었을까요? 법안 내용을 그대로 적용해본다면,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손 의원의 직무를 좁은 의미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로 한정해 본다면, 목포에서 카페나 숙박업을 하는 조카를 문화재와 체육, 관광 관련 업무의 '직무관련자'로 볼 수 있을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편 손 의원의 직무를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입법 업무로 넓혀서 본다면 경제활동을 하는 4촌 이내 거의 모든 친족이 '직무관련자'가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회 문제의 제도 정비,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배제돼야 하는 업무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입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포괄성'과 '모호성'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우려 때문에 김영란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아예 통째로 삭제했던 것이 과연 최선이었던 걸까요?

손 의원에 대한 이해충돌 방지 논란의 핵심은 이런 것입니다. '본인과 관련된 재단과 주변인들이 목포 특정 지역에 부동산을 매입하도록 한 뒤, 해당 지역에 장기적 이익을 줄 수 있는 도시재생을 여러차례 언급한 것은 공익을 사익으로 연결시키려 한 것 아니냐'하는 것입니다.

손 의원은 '해당 지역의 도시재생을 언급한 것은 지역을 살리기 위한 공익 때문이었고, 사전에 문화재 지정을 알지도 못했으며, 이익을 얻으려 한 일도 실제 실현된 이익도 없다'고 항변합니다.

같은 행동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해충돌 방지를 지적하는 쪽은 김영란법 원안과 같이 "'의도'와 관계 없이 본인과 관련된 이익이 있을 수 있으면 관련한 직무는 아예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손 의원 쪽은 "사익을 취하려는 의도가 없었는데, 왜 그렇게 포괄적으로 해석해 공격하느냐"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영란법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 도입을 둘러싼 과거 논란이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고 본다면 과도한 해석일까요?

"이해충돌 방지 조항 되살려 최소한의 경각심 줘야"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김영란법의 처음 취지를 되살려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이제라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선언적인 내용을 넘어 처벌 규정까지 법에 명시돼 있으면 공직자들에게 최소한의 경각심은 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은 입법화 과정에서 대상을 좀 더 명확히 한다던지 예외 조항을 두는 식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몇 가지 부정적 예를 들어서 아예 하지 말자고 하기보다는 일단 이해충돌 방지를 포함하기로 하고, 현실적으로 예상 가능한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체적 방안을 찾아보자는 제안입니다.

이해충돌 방지 여부 심사는 국민권익위원회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맡을 수 있습니다. 공직자윤리위는 김영란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지면서 공직자 재산등록과 퇴직자 취업심사, 주식백지신탁 업무만 하고 있습니다.

법안 개정을 통해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포함되면 이를 감시, 심사하고 판단하는 업무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능만 제대로 작동되더라도 최근의 손혜원 의원 사건과 같은 사회적 논란과 에너지 낭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어갑니다. 도입 당시 큰 논란이 있었던 이 법은 안착돼 가고 있습니다.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부정한 청탁'에 경각심을 주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면, 지금 우리 사회 모습은,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지금의 논란은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어쩌면 손 의원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다시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계기를 제공해 준 건 아닐까요?
  • 국회가 삭제한 ‘김영란법 이해충돌’, 손혜원 논란 막을 수 있었나?
    • 입력 2019.01.22 (17:54)
    • 수정 2019.01.22 (19:30)
    취재K
국회가 삭제한 ‘김영란법 이해충돌’, 손혜원 논란 막을 수 있었나?
"이해충돌 방지 감시기구는 없습니다…법이 없거든요"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를 감시·심의하거나 판단하는 기능은 지금 국회에 없습니다. 관련법이 없거든요. 다른 정부부처도 마찬가지일 걸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 이해충돌 방지 문제를 다루는 조직이 있느냐는 KBS의 질문에 국회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입니다.

이른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당초 이해충돌 방지 관련 조항이 들어있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고, 이에 따라 이를 감시하거나 규제하는 기능도 없다는 설명입니다.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 금지" 당초 김영란법에 포함

정부가 처음 제출한 김영란법에는 공직자 이해출돌 방지 규정이 매우 엄격하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공직자 자신이나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이거나, 직무관련 단체에 재직하는 경우에는 아예 해당 직무에서 제척, 그러니까 배제하라는 규정입니다.

공직에서의 업무가 사익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데 앞서서, 아예 사익에 연결될 가능성이 있으면 관련 업무를 맡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도 이해충돌 방지를 명시하고 있지만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과는 달리, 김영란법 원안은 이해충돌 원칙을 위반할 경우 재산상의 이익을 환수하고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직무상 알게 된 비밀로 재산상 이익을 얻을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을 입안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김영란법의 핵심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던 이해충돌 방지 관련 조항은,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라졌습니다.

법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반대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김기식 의원은 김영란 법 논의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김기식 의원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의 보완책으로 사전 신고제를 제안했습니다.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사적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는 친족 등이 있으면 업무에서 배제하는 대신 소속 기관장에게 사전 신고하도록 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기관장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고제 논의는 신고 대상과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다가 흐지부지 됐습니다. 결국 김영란법은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추후 논의한다'는 여야의 합의 속에 이 부분을 아예 제외하고 처리됐습니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이해충돌 방지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한 가지가 빠졌다"면서 "반쪽자리 법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후 2016년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지난해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등이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해충돌 방지규정 있었다면…손혜원 논란 막을 수 있었나?

2015년 김영란법이 통과될 때 원안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면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최근의 이해충돌 논란을 막을 수 있었을까요? 법안 내용을 그대로 적용해본다면,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손 의원의 직무를 좁은 의미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로 한정해 본다면, 목포에서 카페나 숙박업을 하는 조카를 문화재와 체육, 관광 관련 업무의 '직무관련자'로 볼 수 있을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편 손 의원의 직무를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입법 업무로 넓혀서 본다면 경제활동을 하는 4촌 이내 거의 모든 친족이 '직무관련자'가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회 문제의 제도 정비,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배제돼야 하는 업무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입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포괄성'과 '모호성'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우려 때문에 김영란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아예 통째로 삭제했던 것이 과연 최선이었던 걸까요?

손 의원에 대한 이해충돌 방지 논란의 핵심은 이런 것입니다. '본인과 관련된 재단과 주변인들이 목포 특정 지역에 부동산을 매입하도록 한 뒤, 해당 지역에 장기적 이익을 줄 수 있는 도시재생을 여러차례 언급한 것은 공익을 사익으로 연결시키려 한 것 아니냐'하는 것입니다.

손 의원은 '해당 지역의 도시재생을 언급한 것은 지역을 살리기 위한 공익 때문이었고, 사전에 문화재 지정을 알지도 못했으며, 이익을 얻으려 한 일도 실제 실현된 이익도 없다'고 항변합니다.

같은 행동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해충돌 방지를 지적하는 쪽은 김영란법 원안과 같이 "'의도'와 관계 없이 본인과 관련된 이익이 있을 수 있으면 관련한 직무는 아예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손 의원 쪽은 "사익을 취하려는 의도가 없었는데, 왜 그렇게 포괄적으로 해석해 공격하느냐"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영란법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 도입을 둘러싼 과거 논란이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고 본다면 과도한 해석일까요?

"이해충돌 방지 조항 되살려 최소한의 경각심 줘야"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김영란법의 처음 취지를 되살려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이제라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선언적인 내용을 넘어 처벌 규정까지 법에 명시돼 있으면 공직자들에게 최소한의 경각심은 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은 입법화 과정에서 대상을 좀 더 명확히 한다던지 예외 조항을 두는 식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몇 가지 부정적 예를 들어서 아예 하지 말자고 하기보다는 일단 이해충돌 방지를 포함하기로 하고, 현실적으로 예상 가능한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체적 방안을 찾아보자는 제안입니다.

이해충돌 방지 여부 심사는 국민권익위원회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맡을 수 있습니다. 공직자윤리위는 김영란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지면서 공직자 재산등록과 퇴직자 취업심사, 주식백지신탁 업무만 하고 있습니다.

법안 개정을 통해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포함되면 이를 감시, 심사하고 판단하는 업무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능만 제대로 작동되더라도 최근의 손혜원 의원 사건과 같은 사회적 논란과 에너지 낭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어갑니다. 도입 당시 큰 논란이 있었던 이 법은 안착돼 가고 있습니다.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부정한 청탁'에 경각심을 주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면, 지금 우리 사회 모습은,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지금의 논란은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어쩌면 손 의원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다시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계기를 제공해 준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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