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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엘리베이터에서 김영철 마주친 날, ‘스파이채널’이 가동됐다
입력 2019.01.23 (07:04)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엘리베이터에서 김영철 마주친 날, ‘스파이채널’이 가동됐다
의외의 숙소, 그리고 철저히 감춰진 동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워싱턴 방미 때 묵은 숙소는 워싱턴 D.C 중심가에 있는 '더 듀퐁 서클' 호텔, 백악관과 2킬로미터 이내에 위치해 있는 호텔 이다. 백악관 주변에는 트럼프 호텔을 비롯해 고급 호텔이 즐비하지만, 북한 대표단은 4성급 비즈니스 호텔인 이 곳에 묵었다. 심지어 호텔에 들어갈 때도 정문을 피해 커다란 쓰레기통이 놓인 작은 뒷문을 통해 들어갔다. 김 부위원장이 호텔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여러 고급 호텔을 수소문하며 취재를 했지만 번번이 허탕을 친 것도, 호텔에 들어가는 장면조차 찍을 수 없었던 것도 바로 철저히 베일에 싸였던 그의 동선 때문이었다.

지난해 5월 김 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 묵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숙소가 시설면에서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신 철통 경호를 보장받았다. 대표단은 8층 객실의 절반 가량을 사용했고, 미 국무부는 8층 전체를 빌려 일반인 출입을 통제했다. 한국, 일본은 물론 현지 언론들은 호텔 정문과 뒷문에 카메라를 세워두고 김 부위원장 일행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좀처럼 북한 대표단을 만날 기회는 오지 않았다.

호텔 투숙 취재중 엘레베이터가 열리고...김영철 일행과 마주치다

현지시간 18일 오후 7시 10분, 호텔 8층에 올라갔다. 오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을 시작으로 오찬, 그리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협상으로 이어지기까지 대부분의 일정이 호텔에서 소화된 만큼 투숙 취재를 하던 참이었다.

호텔 8층에 들어서니 건너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북한 대표단 일행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들어가고 있었다. 급하게 쫓아갔더니, 엘리베이터가 다시 열리고 그 안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있었다.

[관련기사] 김영철 행보도 '판이'...'숙소 밖 외출' 카메라에 포착!


김영철 부위원장의 표정은 무표정했지만 살짝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의 질문에 침묵했고, 이내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박철'이라는 북한 당국자도 함께 탔는데, 김 부위원장이 기자를 향해 가라는 손짓을 하자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가장 근거리에서 마주한 김영철 부위원장, 북한 대표단은 그 시간에 누구를 만나기 위해 나섰을까? 오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동, 백악관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뒤 비건 특별대표와 오후 6시까지 회의를 한 뒤 숙소를 나오던 것으로 짐작된다. 외투를 입지 않은 점으로 미뤄볼 때 호텔 안에서 은밀히 누군가를 만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영철, 방미 이튿날 CIA부국장 회동"...스파이채널 가동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이 기자가 김 부위원장과 마주쳤던 바로 그날 저녁, 김 부위원장이 비밀리에 미 중앙정보국, CIA 측과 비공개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정보기관, 정찰총국 수장 출신의 김 부위원장과 비숍 부국장이 만난 것은 북미 간 전·현직 정보 라인이 가동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신문은 구체적인 회동 시간이나 장소, 배석자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을 때, 비숍 부국장과 만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비숍 부국장은 지난 1981년부터 30년 동안 CIA에 재직하다가 2011년 퇴임했고,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부국장으로 지명됐다.

월스트리트저녈은 2009년부터 미국과 북한 정보기관 간 민감한 핵심 정보들이 교환됐다고 전했다. 공식적인 소통 창구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 채널'이지만, 북핵과 같은 중요한 정보는 '정보 채널'을 가동해 전달한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그리고 우연히 포착된 그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적어도 두 개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공식적인 발표를 최소화하는 등 언론의 기대치를 낮춘 것은 물론 연방정부 셧다운 상태인 정치 상황을 감안해, 북미 모두 신중한 행보를 보였지만 양측 정상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핵심 소통 채널이 남북미 3자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CIA를 접촉한 데 이어, 김영철 부위원장이 비숍 CIA 부국장을 순차적으로 만난 것은, 물밑에서 남북미 정보채널이 조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웨덴에서는 남북미가 2박 3일간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통미봉남'으로 대변되는, 북미 협상 시기가 되면 남한을 배제하려고 했던 북한의 과거 협상 태도와 비교해 보면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이제 남은 것은 꼬인 실타래를 차례대로 풀면서 비핵화 의지를 이행하는 것이다.
  • [특파원리포트] 엘리베이터에서 김영철 마주친 날, ‘스파이채널’이 가동됐다
    • 입력 2019.01.23 (07:04)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엘리베이터에서 김영철 마주친 날, ‘스파이채널’이 가동됐다
의외의 숙소, 그리고 철저히 감춰진 동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워싱턴 방미 때 묵은 숙소는 워싱턴 D.C 중심가에 있는 '더 듀퐁 서클' 호텔, 백악관과 2킬로미터 이내에 위치해 있는 호텔 이다. 백악관 주변에는 트럼프 호텔을 비롯해 고급 호텔이 즐비하지만, 북한 대표단은 4성급 비즈니스 호텔인 이 곳에 묵었다. 심지어 호텔에 들어갈 때도 정문을 피해 커다란 쓰레기통이 놓인 작은 뒷문을 통해 들어갔다. 김 부위원장이 호텔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여러 고급 호텔을 수소문하며 취재를 했지만 번번이 허탕을 친 것도, 호텔에 들어가는 장면조차 찍을 수 없었던 것도 바로 철저히 베일에 싸였던 그의 동선 때문이었다.

지난해 5월 김 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 묵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숙소가 시설면에서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신 철통 경호를 보장받았다. 대표단은 8층 객실의 절반 가량을 사용했고, 미 국무부는 8층 전체를 빌려 일반인 출입을 통제했다. 한국, 일본은 물론 현지 언론들은 호텔 정문과 뒷문에 카메라를 세워두고 김 부위원장 일행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좀처럼 북한 대표단을 만날 기회는 오지 않았다.

호텔 투숙 취재중 엘레베이터가 열리고...김영철 일행과 마주치다

현지시간 18일 오후 7시 10분, 호텔 8층에 올라갔다. 오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을 시작으로 오찬, 그리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협상으로 이어지기까지 대부분의 일정이 호텔에서 소화된 만큼 투숙 취재를 하던 참이었다.

호텔 8층에 들어서니 건너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북한 대표단 일행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들어가고 있었다. 급하게 쫓아갔더니, 엘리베이터가 다시 열리고 그 안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있었다.

[관련기사] 김영철 행보도 '판이'...'숙소 밖 외출' 카메라에 포착!


김영철 부위원장의 표정은 무표정했지만 살짝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의 질문에 침묵했고, 이내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박철'이라는 북한 당국자도 함께 탔는데, 김 부위원장이 기자를 향해 가라는 손짓을 하자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가장 근거리에서 마주한 김영철 부위원장, 북한 대표단은 그 시간에 누구를 만나기 위해 나섰을까? 오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동, 백악관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뒤 비건 특별대표와 오후 6시까지 회의를 한 뒤 숙소를 나오던 것으로 짐작된다. 외투를 입지 않은 점으로 미뤄볼 때 호텔 안에서 은밀히 누군가를 만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영철, 방미 이튿날 CIA부국장 회동"...스파이채널 가동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이 기자가 김 부위원장과 마주쳤던 바로 그날 저녁, 김 부위원장이 비밀리에 미 중앙정보국, CIA 측과 비공개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정보기관, 정찰총국 수장 출신의 김 부위원장과 비숍 부국장이 만난 것은 북미 간 전·현직 정보 라인이 가동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신문은 구체적인 회동 시간이나 장소, 배석자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을 때, 비숍 부국장과 만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비숍 부국장은 지난 1981년부터 30년 동안 CIA에 재직하다가 2011년 퇴임했고,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부국장으로 지명됐다.

월스트리트저녈은 2009년부터 미국과 북한 정보기관 간 민감한 핵심 정보들이 교환됐다고 전했다. 공식적인 소통 창구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 채널'이지만, 북핵과 같은 중요한 정보는 '정보 채널'을 가동해 전달한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그리고 우연히 포착된 그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적어도 두 개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공식적인 발표를 최소화하는 등 언론의 기대치를 낮춘 것은 물론 연방정부 셧다운 상태인 정치 상황을 감안해, 북미 모두 신중한 행보를 보였지만 양측 정상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핵심 소통 채널이 남북미 3자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CIA를 접촉한 데 이어, 김영철 부위원장이 비숍 CIA 부국장을 순차적으로 만난 것은, 물밑에서 남북미 정보채널이 조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웨덴에서는 남북미가 2박 3일간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통미봉남'으로 대변되는, 북미 협상 시기가 되면 남한을 배제하려고 했던 북한의 과거 협상 태도와 비교해 보면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이제 남은 것은 꼬인 실타래를 차례대로 풀면서 비핵화 의지를 이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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