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주민 vs 노점상 갈등…창동역 앞에선 무슨 일?

입력 2019.01.23 (08:32) 수정 2019.01.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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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일 년 넘게 마을 주민들이 모여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창동역 주변인데요.

주민들이 반대하는 건 다름 아닌 노점상입니다.

한때는 역 주변 곳곳으로 50여 개가 넘는 포장마차와 노점상이 자리를 잡고 영업을 한지 30여 년이 넘는다는데요.

노점상들과 주민들 사이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어제저녁 지하철 창동역 부근,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는건 바로 지역 주민들입니다.

["노점상 재설치 결사반대. (결사반대). 우리의 보행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50여 명의 주민들이 이렇게 모인 건 노점상에 반대하기 위해서라는데요.

[김상우/창동역 노점 재설치 반대대책위원장 : "역사 하부에 노점상이 아직 들어온다고 하기 때문에 저희가 그걸 반대하기 위해서 모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반대 집회는 지난 일 년간 이어져 왔다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역 주민/음성변조 : "이 역사 교가 하부 밑에 (노점이) 쭉 있었고요. 또 상가 앞으로 쭉 있었고요. 55개가 있었어요."]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 2년 전만해도 창동역 인근은 포장마차와 노점상이 성업 중이었는데요.

1985년 4호선이 개통하면서 하나 둘 늘기 시작해 55개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음성변조 : "역전이 넓은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면 사람 다니는 거리, 사람 기다리는 자리는 다 노점상이 다 차지를 했어요."]

거리에 들어선 노점들 때문에 보행에 불편은 물론, 포장마차가 늘어선 고가철로 옆 아파트 주민들의 고충이 심했다는 겁니다.

[지역 주민/음성변조 : "아침에 나가보면 그냥 구토해놓고 (음식) 찌꺼기 이런 거를 하수구에 막 버려서 냄새가 어마어마하게 났고요."]

[지역 주민/음성변조 : "한여름 같은 때는요. 밤에 늦게까지 막 싸우는 소리에 또 경찰차 오고 밤에 이쪽 앞에 사는 분들은 제대로 잠을 못 잤어요."]

그런데 그 많던 노점상들은 현재 지하철 입구나 고가철도 밑 어디에서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는데요.

2년 전 구청의 환경 개선 사업 때문이라고 합니다.

[노점 상인/음성변조 : "구청이나 주민들이나 이제 포장마차 포장이 날아다니고 하니까 깔끔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손수 뜯어준 거지."]

지역주민과 노점상들의 갈등은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일단, 주민들은 노점이 사라지고 정비작업이 시작되자 반기는 분위기였다는데요.

[지역 주민/음성변조 : "지금 거기 다 (정비)해놓고 나니까 너무 깨끗하잖아요."]

[지역 주민 /음성변조 : "역사 하부에서도 갖은 기름 냄새 뭐 이런 게 안 나니까. 주민들이 내려와서도 상쾌함을 느끼고 공간이 넓으니까 우리의 권리를 찾은 것 같아요."]

하지만, 자취를 감춘줄 알았던 노점이 다시 들어서려는 조짐이 보이자 주민들이 들고 있어났습니다.

[지역 주민/음성변조 : "(구청과) 협약을 맺어서 다시 들어온다고 해서 우리가 주민을 단합해서 그때부터 시위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사실 처음 노점 상인들이 순순히 철거를 받아들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데요.

[노점 상인/음성변조 : "금방 두 달 만에 두세 달 만에 (다시) 하기로 한 거예요. 이렇게 반대를 할 것 같았으면 절대 (노점을) 헐어주지 않았죠."]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구청이 환경 개선 사업을 하며 지난 30년간 불법으로 난립하던 노점을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겠다는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주민들의 동의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겁니다.

결국, 노점을 재설치하는 날, 밤새 주민들과 대치극이 벌어졌습니다.

[노점 상인/음성변조 : "구의원, 시의원, 뭐 구청장 다 합의가 되었던 거예요. 이제 와서 못 들어간다고 하면 어떡하냐고요."]

[노점 상인/음성변조 : "(판매대도) 구청에서 맞추라고 해서 맞춘 거예요. 돈이 천오백만 원짜리에요. 장사를 해야 하니까 다 빚 얻어서……."]

결국 새로 맞춘 매장은 한동안 인근 골목에 방치됐고, 장사 시작은 기약없이 미뤄지다보니 상인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는데요.

[노점 상인/음성변조 : "말할 수 없이 미칠 것 같았어요. 생각을 해보세요. 먹고 살 데가 없는데 아르바이트 가면 일을 못하게 생겼다고 또 안 써주는 거야."]

[노점 상인/음성변조 : "돈 빌려서 썼죠. 저 소득층에 대출해주는 거 있잖아요. 항의도 해야 하고 구청에 가서 집회도 해야 되고 아무 일도 못 해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주민과 노점상인 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 결국 구청의 절충안이 나왔습니다.

[김득중/도봉구청 가로관리과장 : "생계용 거리 가게 32개만 저희가 주민들의 통행에 불편이 없는 곳으로 재배치를 완료했고 현재 점용 허가가 된 상태입니다."]

지난해 12월까지 32개 점포가 재배치를 완료했고, 일부는 이른바 노른자위를 포기하고 상가 골목으로 이전했습니다.

[노점 상인/음성변조 : "역 가까운 데 거기에서 장사하다가 밀려나서 여기로 온 거예요. 그래도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지하철 출구 앞 일부 점포는 재배치가 되지 않은 가운데, 주민들과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김상우/창동역 노점 재설치 반대대책위원장 : "지난 30년동안 인근의 3만여 명의 주민들은 소수의 노점상들 때문에 고통을 받았습니다. 보행권도 침해되고 환경권 침해되고 많은 문제가 노점상에 의해서 야기되었습니다."]

구청도 나름대로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김득중/도봉구청 가로관리과장 : "역사 하부 같은 곳은 안전상의 문제 또 통행의 문제 여러 가지 문제가 많기 때문에 (노점) 재배치는 불가하다고 하겠습니다. 대체 부지를 마련한다든지 직업 전환에 지대한 도움을 저희가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1년간 지역주민과 노점상인 사이에 깊어진 갈등의 골은 앞선 30여 년 세월동안 손님과 상인으로 만나왔던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는데요.

더 이상 서로가 얼굴 붉히는 일이 없기를 양측 모두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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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3 08:39:48
    • 수정2019-01-23 08: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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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넘게 마을 주민들이 모여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창동역 주변인데요.

주민들이 반대하는 건 다름 아닌 노점상입니다.

한때는 역 주변 곳곳으로 50여 개가 넘는 포장마차와 노점상이 자리를 잡고 영업을 한지 30여 년이 넘는다는데요.

노점상들과 주민들 사이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어제저녁 지하철 창동역 부근,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는건 바로 지역 주민들입니다.

["노점상 재설치 결사반대. (결사반대). 우리의 보행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50여 명의 주민들이 이렇게 모인 건 노점상에 반대하기 위해서라는데요.

[김상우/창동역 노점 재설치 반대대책위원장 : "역사 하부에 노점상이 아직 들어온다고 하기 때문에 저희가 그걸 반대하기 위해서 모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반대 집회는 지난 일 년간 이어져 왔다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역 주민/음성변조 : "이 역사 교가 하부 밑에 (노점이) 쭉 있었고요. 또 상가 앞으로 쭉 있었고요. 55개가 있었어요."]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 2년 전만해도 창동역 인근은 포장마차와 노점상이 성업 중이었는데요.

1985년 4호선이 개통하면서 하나 둘 늘기 시작해 55개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음성변조 : "역전이 넓은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면 사람 다니는 거리, 사람 기다리는 자리는 다 노점상이 다 차지를 했어요."]

거리에 들어선 노점들 때문에 보행에 불편은 물론, 포장마차가 늘어선 고가철로 옆 아파트 주민들의 고충이 심했다는 겁니다.

[지역 주민/음성변조 : "아침에 나가보면 그냥 구토해놓고 (음식) 찌꺼기 이런 거를 하수구에 막 버려서 냄새가 어마어마하게 났고요."]

[지역 주민/음성변조 : "한여름 같은 때는요. 밤에 늦게까지 막 싸우는 소리에 또 경찰차 오고 밤에 이쪽 앞에 사는 분들은 제대로 잠을 못 잤어요."]

그런데 그 많던 노점상들은 현재 지하철 입구나 고가철도 밑 어디에서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는데요.

2년 전 구청의 환경 개선 사업 때문이라고 합니다.

[노점 상인/음성변조 : "구청이나 주민들이나 이제 포장마차 포장이 날아다니고 하니까 깔끔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손수 뜯어준 거지."]

지역주민과 노점상들의 갈등은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일단, 주민들은 노점이 사라지고 정비작업이 시작되자 반기는 분위기였다는데요.

[지역 주민/음성변조 : "지금 거기 다 (정비)해놓고 나니까 너무 깨끗하잖아요."]

[지역 주민 /음성변조 : "역사 하부에서도 갖은 기름 냄새 뭐 이런 게 안 나니까. 주민들이 내려와서도 상쾌함을 느끼고 공간이 넓으니까 우리의 권리를 찾은 것 같아요."]

하지만, 자취를 감춘줄 알았던 노점이 다시 들어서려는 조짐이 보이자 주민들이 들고 있어났습니다.

[지역 주민/음성변조 : "(구청과) 협약을 맺어서 다시 들어온다고 해서 우리가 주민을 단합해서 그때부터 시위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사실 처음 노점 상인들이 순순히 철거를 받아들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데요.

[노점 상인/음성변조 : "금방 두 달 만에 두세 달 만에 (다시) 하기로 한 거예요. 이렇게 반대를 할 것 같았으면 절대 (노점을) 헐어주지 않았죠."]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구청이 환경 개선 사업을 하며 지난 30년간 불법으로 난립하던 노점을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겠다는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주민들의 동의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겁니다.

결국, 노점을 재설치하는 날, 밤새 주민들과 대치극이 벌어졌습니다.

[노점 상인/음성변조 : "구의원, 시의원, 뭐 구청장 다 합의가 되었던 거예요. 이제 와서 못 들어간다고 하면 어떡하냐고요."]

[노점 상인/음성변조 : "(판매대도) 구청에서 맞추라고 해서 맞춘 거예요. 돈이 천오백만 원짜리에요. 장사를 해야 하니까 다 빚 얻어서……."]

결국 새로 맞춘 매장은 한동안 인근 골목에 방치됐고, 장사 시작은 기약없이 미뤄지다보니 상인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는데요.

[노점 상인/음성변조 : "말할 수 없이 미칠 것 같았어요. 생각을 해보세요. 먹고 살 데가 없는데 아르바이트 가면 일을 못하게 생겼다고 또 안 써주는 거야."]

[노점 상인/음성변조 : "돈 빌려서 썼죠. 저 소득층에 대출해주는 거 있잖아요. 항의도 해야 하고 구청에 가서 집회도 해야 되고 아무 일도 못 해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주민과 노점상인 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 결국 구청의 절충안이 나왔습니다.

[김득중/도봉구청 가로관리과장 : "생계용 거리 가게 32개만 저희가 주민들의 통행에 불편이 없는 곳으로 재배치를 완료했고 현재 점용 허가가 된 상태입니다."]

지난해 12월까지 32개 점포가 재배치를 완료했고, 일부는 이른바 노른자위를 포기하고 상가 골목으로 이전했습니다.

[노점 상인/음성변조 : "역 가까운 데 거기에서 장사하다가 밀려나서 여기로 온 거예요. 그래도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지하철 출구 앞 일부 점포는 재배치가 되지 않은 가운데, 주민들과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김상우/창동역 노점 재설치 반대대책위원장 : "지난 30년동안 인근의 3만여 명의 주민들은 소수의 노점상들 때문에 고통을 받았습니다. 보행권도 침해되고 환경권 침해되고 많은 문제가 노점상에 의해서 야기되었습니다."]

구청도 나름대로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김득중/도봉구청 가로관리과장 : "역사 하부 같은 곳은 안전상의 문제 또 통행의 문제 여러 가지 문제가 많기 때문에 (노점) 재배치는 불가하다고 하겠습니다. 대체 부지를 마련한다든지 직업 전환에 지대한 도움을 저희가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1년간 지역주민과 노점상인 사이에 깊어진 갈등의 골은 앞선 30여 년 세월동안 손님과 상인으로 만나왔던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는데요.

더 이상 서로가 얼굴 붉히는 일이 없기를 양측 모두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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