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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로 레슬러다’ 김일 벨트는 우리 것!
입력 2019.01.23 (11:40) 수정 2019.01.23 (11:42) 취재K
‘나는 프로 레슬러다’ 김일 벨트는 우리 것!
‘파일 드라이버’라는 기술을 걸다가 목뼈를 다쳐본 적이 있는가?

1970-80년대 동네 개구쟁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있었다. 바로 '고전적인 이종 격투기' 프로레슬링이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 집에 옹기종기 모여 각각의 캐릭터로 변신하곤 했다.

헐크 호건, 워리어, 빅보스맨, 홍키통키맨…. 오락게임에도 나오는 주인공으로 변신해 서로에게 기술을 걸고 바디 슬램을 했던 시절이었다. 무릎 사이에 상대 머리를 넣고 거꾸로 매다는 '파일 드라이버 기술'은 이불 한 장 깔면 반칙, 반드시 이불 두 장이 필요했다.


복면가왕 보면서 ‘레이 미스테리오’가 떠오르면 진짜 프로 레슬링 팬

지상파에서 방송한 ‘복면가왕'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가면을 쓴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그 가수가 누구인지 노래만 듣고 맞히는 음악 쇼다. 가면을 쓴 가수가 누구인지 얼굴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미국프로레슬링)를 좋아하는 프로 레슬링광들은 복면가왕이란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레이 미스테리오가 종종 떠오르기도 한다. 스파이더맨처럼 가면을 쓰고 날아다니는’레이 미스터리 오'는 619라는 기술로 미국 프로 레슬링계의 정상적인 스타로 군림했다.

프로 레슬링 기술, 배워봅시다


경의선 중앙선 곡산 역에서 내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컨테이너식으로 된 미니 체육관이 나온다. 이름하여 '프로 레슬링 피트 체육관'. 이제 9명밖에 남지 않는 김일의 후예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곳이다.

벽에 붙어 있는 프로 레슬링 관련 사진들과 한화 이글스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어렸을 때 한화 팬이었던 김남석 선수는 야구를 하려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야구를 포기하고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프로 레슬러의 길로 들어섰다.

"한번 배워보실래요?" "준비 운동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김남석은 기술 시범에 앞서 부상을 걱정했다. 1년 365일 부상을 달고 사는 프로 레슬러의 친절한 말에 외투를 벗고 링 위에 올랐다.

어렸을 때 이불 위에서 하던 헐크 호건 놀이를 직접 해볼 기회였다. 프로 레슬러의 사각 링은 어렸을 때부터 동경의 장소이면서 공포의 장소이기도 했다. 로프 반동을 배워보고 어깨 공격을 배운 뒤 김남석 선수의 한 마디가 링에 울려 퍼진다. "이제 바디 슬램 한 번 가시죠." 순간 지난주 농구를 하다 삐끗한 허리가 떠올랐다.

촬영 스태프에게 부탁했다. 몸이 거꾸로 뒤집힌 채 공중에서 바닥으로 낙하하는 그의 모습. 링 바닥을 때리는 둔탁하고 경쾌한 파열음 뒤에 "허리가 조금 아프긴 한데 지금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안도했다.



1월 27일, 김일 벨트를 놓고 벌어지는 역사적인 ‘프로 레슬링 한일전’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김남석

2019년 1월 27일은 대한민국 프로 레슬링 사에 역사적인 날이다. 대한민국 대표 레슬러 김남석이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올 아시아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일본 챔피언과 격돌한다.

올 아시아 헤비급 타이틀은 프로레슬링 퍼시픽 연맹이 공인하고 일본 메이저 단체 중 한 곳인 '랜스앤드'가 관리하는 타이틀이다. 한국 프로레슬링의 역사와도 오래된 인연이 깊다. 올 아시아 헤비급 타이틀은 지난 1955년 11월 22일 역도산이 초대 왕좌에 오르며 탄생한 타이틀이다.

역도산의 사후 그의 제자 김일이 1968년 11월 9일 장충체육관에서 제2대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4, 5, 7대 챔피언에 오르며 아시아를 호령하는 강자로 군림했다. 역도산·김일 등 한국 프로레슬링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챔피언벨트다.

김남석은 이 대회를 인생경기로 삼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은 김일 이후 챔피언의 명맥이 사실상 끊겨있는 상황이다. 김남석을 필두로 김수빈 등이 한국 프로 레슬링의 자존심을 걸고 레슬링 부흥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10명의 프로 레슬러들에겐 10개의 프로 레슬링 세계가 있다. 특히 김남석과 김수빈의 레슬링 세계는 특징도 뚜렷하고 근성도 서려 있다. 다양한 프로레슬링에 대한 존중을 담은 김남석과 김수빈의 진지한 태도는 동작 하나하나부터 목소리로, 눈빛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Don't try this at home!

"집에서 따라 하지 마세요." 미국의 WWE를 시청하면 늘 되풀이되어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의 정서는 어떤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김일의 박치기를 따라 하다 머리를 다쳐본 사람이 줄을 이었던 일화도 레슬링의 인기를 대변해 주는 에피소드다.

프로레슬링에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집에서 따라 하지 말라는 WWE의 광고는 이처럼 고난도 기술과 높은 신체적 운동 능력을 요구하는 프로 레슬링의 특징이 녹아있다.

WWE 최고의 레슬러인 브록 레스너는 종합 격투기 최고의 무대인 UFC에서 흥행 돌풍까지 일으켰다. 전 헤비급 챔피언인 랜디 커투어를 TKO로 꺾고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WWE 한 무대에 작가가 수십 명이 달라붙는다. 프로레슬링을 드라마로 인정하고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한국에서는 한때 잘 나가던 프로레슬링이 '쇼'라는 사실 아닌 사실이 밝혀지며 인기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이 쏟는 땀과 노력마저 쇼는 아니다.
  • ‘나는 프로 레슬러다’ 김일 벨트는 우리 것!
    • 입력 2019.01.23 (11:40)
    • 수정 2019.01.23 (11:42)
    취재K
‘나는 프로 레슬러다’ 김일 벨트는 우리 것!
‘파일 드라이버’라는 기술을 걸다가 목뼈를 다쳐본 적이 있는가?

1970-80년대 동네 개구쟁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있었다. 바로 '고전적인 이종 격투기' 프로레슬링이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 집에 옹기종기 모여 각각의 캐릭터로 변신하곤 했다.

헐크 호건, 워리어, 빅보스맨, 홍키통키맨…. 오락게임에도 나오는 주인공으로 변신해 서로에게 기술을 걸고 바디 슬램을 했던 시절이었다. 무릎 사이에 상대 머리를 넣고 거꾸로 매다는 '파일 드라이버 기술'은 이불 한 장 깔면 반칙, 반드시 이불 두 장이 필요했다.


복면가왕 보면서 ‘레이 미스테리오’가 떠오르면 진짜 프로 레슬링 팬

지상파에서 방송한 ‘복면가왕'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가면을 쓴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그 가수가 누구인지 노래만 듣고 맞히는 음악 쇼다. 가면을 쓴 가수가 누구인지 얼굴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미국프로레슬링)를 좋아하는 프로 레슬링광들은 복면가왕이란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레이 미스테리오가 종종 떠오르기도 한다. 스파이더맨처럼 가면을 쓰고 날아다니는’레이 미스터리 오'는 619라는 기술로 미국 프로 레슬링계의 정상적인 스타로 군림했다.

프로 레슬링 기술, 배워봅시다


경의선 중앙선 곡산 역에서 내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컨테이너식으로 된 미니 체육관이 나온다. 이름하여 '프로 레슬링 피트 체육관'. 이제 9명밖에 남지 않는 김일의 후예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곳이다.

벽에 붙어 있는 프로 레슬링 관련 사진들과 한화 이글스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어렸을 때 한화 팬이었던 김남석 선수는 야구를 하려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야구를 포기하고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프로 레슬러의 길로 들어섰다.

"한번 배워보실래요?" "준비 운동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김남석은 기술 시범에 앞서 부상을 걱정했다. 1년 365일 부상을 달고 사는 프로 레슬러의 친절한 말에 외투를 벗고 링 위에 올랐다.

어렸을 때 이불 위에서 하던 헐크 호건 놀이를 직접 해볼 기회였다. 프로 레슬러의 사각 링은 어렸을 때부터 동경의 장소이면서 공포의 장소이기도 했다. 로프 반동을 배워보고 어깨 공격을 배운 뒤 김남석 선수의 한 마디가 링에 울려 퍼진다. "이제 바디 슬램 한 번 가시죠." 순간 지난주 농구를 하다 삐끗한 허리가 떠올랐다.

촬영 스태프에게 부탁했다. 몸이 거꾸로 뒤집힌 채 공중에서 바닥으로 낙하하는 그의 모습. 링 바닥을 때리는 둔탁하고 경쾌한 파열음 뒤에 "허리가 조금 아프긴 한데 지금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안도했다.



1월 27일, 김일 벨트를 놓고 벌어지는 역사적인 ‘프로 레슬링 한일전’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김남석

2019년 1월 27일은 대한민국 프로 레슬링 사에 역사적인 날이다. 대한민국 대표 레슬러 김남석이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올 아시아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일본 챔피언과 격돌한다.

올 아시아 헤비급 타이틀은 프로레슬링 퍼시픽 연맹이 공인하고 일본 메이저 단체 중 한 곳인 '랜스앤드'가 관리하는 타이틀이다. 한국 프로레슬링의 역사와도 오래된 인연이 깊다. 올 아시아 헤비급 타이틀은 지난 1955년 11월 22일 역도산이 초대 왕좌에 오르며 탄생한 타이틀이다.

역도산의 사후 그의 제자 김일이 1968년 11월 9일 장충체육관에서 제2대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4, 5, 7대 챔피언에 오르며 아시아를 호령하는 강자로 군림했다. 역도산·김일 등 한국 프로레슬링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챔피언벨트다.

김남석은 이 대회를 인생경기로 삼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은 김일 이후 챔피언의 명맥이 사실상 끊겨있는 상황이다. 김남석을 필두로 김수빈 등이 한국 프로 레슬링의 자존심을 걸고 레슬링 부흥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10명의 프로 레슬러들에겐 10개의 프로 레슬링 세계가 있다. 특히 김남석과 김수빈의 레슬링 세계는 특징도 뚜렷하고 근성도 서려 있다. 다양한 프로레슬링에 대한 존중을 담은 김남석과 김수빈의 진지한 태도는 동작 하나하나부터 목소리로, 눈빛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Don't try this at home!

"집에서 따라 하지 마세요." 미국의 WWE를 시청하면 늘 되풀이되어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의 정서는 어떤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김일의 박치기를 따라 하다 머리를 다쳐본 사람이 줄을 이었던 일화도 레슬링의 인기를 대변해 주는 에피소드다.

프로레슬링에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집에서 따라 하지 말라는 WWE의 광고는 이처럼 고난도 기술과 높은 신체적 운동 능력을 요구하는 프로 레슬링의 특징이 녹아있다.

WWE 최고의 레슬러인 브록 레스너는 종합 격투기 최고의 무대인 UFC에서 흥행 돌풍까지 일으켰다. 전 헤비급 챔피언인 랜디 커투어를 TKO로 꺾고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WWE 한 무대에 작가가 수십 명이 달라붙는다. 프로레슬링을 드라마로 인정하고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한국에서는 한때 잘 나가던 프로레슬링이 '쇼'라는 사실 아닌 사실이 밝혀지며 인기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이 쏟는 땀과 노력마저 쇼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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