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독감 환자 방 창문 잠가라!”…아시아 휩쓰는 ‘독감 공포’

입력 2019.01.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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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에 걸린 환자를 혼자 두지 말고 창문을 잠가라"
"2층 주택이면 환자를 1층에 머물게 하라"

일본 보건당국이 내놓은 권고 사항이다. '독감에 걸렸을 뿐인데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반문할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감기 환자가 자기도 모르게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이상행동'을 한다면 완전히 달라진다.

지난 14일부터 20일 사이 일본 내 인플루엔자 추정 환자 수는 무려 200만 명을 넘어섰다. 독감이 크게 유행 중인 일본에서 현재 '이상행동'을 보이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타이완에서는 '중증' 독감으로 지난 석 달여 사이 21명이 사망했다. 국내에도 독감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전철역'에서 '아파트'에서 ... 독감 환자 '추락 사고' 속출

그제(22일) 오전, 도쿄 메구로 구의 전철역. 30대 여성이 전차에 치여 숨졌다. 기침을 하다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선로에 떨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여성의 몸에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같은 날 오후, 사이타마 현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년이 아파트 3층에서 떨어져 다쳤다. 이 소년도 인플루엔자 환자였다. 문제는 이런 환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겨울 독감 유행기인 2017년 늦가을부터 2018년 이른봄 사이에 발생한 인플루엔자 환자가 '이상행동'을 했다는 보고는 95건에 달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 수치가 의료기관 등이 보건당국에 알린 경우만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이상행동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상행동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갑자기 뛰는 행동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흥분해 창을 열고 뛰어내리려 하거나 같은 자리를 계속 걸어서 맴도는 등의 행동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이상행동은 주로 10살 전후 환자에게서 열이 난 지 이틀 내에 나타났다.

'타미플루' 부작용? ... "복용 안 해도 이상행동"
"이상행동 환자 20%는 타미플루계 약 복용 안 해"

독감에 걸렸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위험한 이상행동까지 보이는 걸까? 이상행동 증상을 가진 인플루엔자 환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타미플루'나 '이나비르' 같은 치료 약을 복용했다는 점이다. '타미플루'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여 모든 국민이 알 정도의 약이 됐다. 독감 환자가 타미플루를 복용하면 열도 빨리 떨어지고 합병증 발생률도 낮출 수 있다. 고위험군일수록 효과가 더 높다고 한다.


하지만 타미플루를 복용한 환자에게서 이상행동이 나타난다면 '부작용'의 결과일까? 많은 약이 부작용을 가진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플루엔자 감염 자체로 중추신경계 신경 정신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인플루엔자균은 호흡기뿐 아니라 중추신경계로 침투할 경우 뇌수막염까지 일으킬 수 있는 균으로 분류된다.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환청이나 환각 같은 증세가 타미플루의 부작용 때문인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영향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일본 후생성 발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상행동으로 보고된 환자 중 20% 정도는 타미플루계 약을 아예 먹지 않았다고 한다. NHK는 이상행동과 치료 약 복용 사이의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이상행동을 보인 인플루엔자 환자가 처음 보고된 건 2007년이다. 이후 매년 이상행동 환자 보고가 끊이질 않자 후생노동성은 10살 이상 19살 미만 청소년의 경우 고위험군이 아니면 될 수 있는 대로 타미플루를 처방받지 않도록 권고해왔다.

일본 전역 '기록적' 독감 확산 ... 환자 200만 명 넘어
일본 광역자치단체 47곳 중 42곳 독감 '경보'

이상행동과 치료약 사이의 인과 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안심해야 할까? 결코, 아닐 것이다. 바이러스 자체가 이상행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일차적으로 바이러스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인플루엔자 추정 환자 수가 지난 14일부터 20일 사이 207만 명을 기록해 사상 최다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광역자치단체 47곳 중 42곳에서 '경보'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부터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는데 정점에 치달은 것이다. 사망자 수도 10명을 넘어섰다.


특히 집단감염 사례도 잇따라 위기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주고 있다. 효고 현 아와지 시의 한 요양원에서는 입소자와 직원 등 74명이 인플루엔자에 걸려 7명이 숨졌다. 모두 70대 이상 노인 환자들이며 이 중 3명은 독감이 직접적인 사인이었고 다른 4명은 폐렴 등으로 이어져 사망했다. 교토 부 난탄 시의 노인 간병시설에서도 26명이 감염돼 80대 1명이 숨졌다. 이 시설에서는 지난 13일까지 일주일 동안 130명 이상이 예방 접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집단감염을 막지는 못한 것이다.

타이완 독감은 '중증', 더 높은 치사율
21명 사망...5년 이래 가장 많은 사망자 기록

독감 공포에 휩싸인 건 일본만이 아니다. 타이완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300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했다. 타이완 독감은 '중증'이어서 더 심각하다. 환자 급증 추세 속에 A형뿐 아니라 B형까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중증 독감인 만큼 치사율이 높아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중증 독감 환자 300명 중 무려 21명이 사망했다. 지난주에는 단 한 주 동안 57명의 중증 환자가 새로 발생해 이 중 3명이나 숨졌다. '단일' 주간 피해로 환자 수와 사망자 수 모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CCTV는 전했다. 전체 사망자 수 21명은 '5년 이래 가장 많은' 독감 사망자로 기록됐다.

타이완 독감이 일본과 다른 점은 사망자의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지난주 독감으로 사망한 3명은 47살부터 66살 사이다. 모두 만성질환자로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일본과 비교해 예방접종률이 낮아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많다는 지적이다.


中 "인구 이동 많은 춘절 연휴 독감 유행 최고조 이를 것"
보건당국 "올해 독감 3월이나 4월까지 유행할 수 있다"

중국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인구 이동이 많은 최대명절 춘절 연휴 기간(2월 4일~10일) 독감 유행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며 "올해 독감은 심지어 3월이나 4월까지 유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1월, 예년보다 2주 정도 빨리 질병관리본부가 독감 유행 주의보를 내렸다. 지난달 기준 국내 독감 항바이러스제 처방 환자 수도 125만여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같은 기간(78만여 명)보다 60% 이상 폭증했다. 유행 최고 시점도 지난겨울에는 2018년 1월 초였지만 이번 겨울은 2018년 12월 마지막 주로 1주 정도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독감 환자가 유난히 많은 이번 겨울이다. 예방에 철저히 해야 함은 물론 약 복용 시 부작용 위험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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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독감 환자 방 창문 잠가라!”…아시아 휩쓰는 ‘독감 공포’
    • 입력 2019-01-24 16: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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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에 걸린 환자를 혼자 두지 말고 창문을 잠가라"
"2층 주택이면 환자를 1층에 머물게 하라"

일본 보건당국이 내놓은 권고 사항이다. '독감에 걸렸을 뿐인데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반문할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감기 환자가 자기도 모르게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이상행동'을 한다면 완전히 달라진다.

지난 14일부터 20일 사이 일본 내 인플루엔자 추정 환자 수는 무려 200만 명을 넘어섰다. 독감이 크게 유행 중인 일본에서 현재 '이상행동'을 보이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타이완에서는 '중증' 독감으로 지난 석 달여 사이 21명이 사망했다. 국내에도 독감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전철역'에서 '아파트'에서 ... 독감 환자 '추락 사고' 속출

그제(22일) 오전, 도쿄 메구로 구의 전철역. 30대 여성이 전차에 치여 숨졌다. 기침을 하다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선로에 떨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여성의 몸에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같은 날 오후, 사이타마 현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년이 아파트 3층에서 떨어져 다쳤다. 이 소년도 인플루엔자 환자였다. 문제는 이런 환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겨울 독감 유행기인 2017년 늦가을부터 2018년 이른봄 사이에 발생한 인플루엔자 환자가 '이상행동'을 했다는 보고는 95건에 달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 수치가 의료기관 등이 보건당국에 알린 경우만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이상행동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상행동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갑자기 뛰는 행동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흥분해 창을 열고 뛰어내리려 하거나 같은 자리를 계속 걸어서 맴도는 등의 행동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이상행동은 주로 10살 전후 환자에게서 열이 난 지 이틀 내에 나타났다.

'타미플루' 부작용? ... "복용 안 해도 이상행동"
"이상행동 환자 20%는 타미플루계 약 복용 안 해"

독감에 걸렸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위험한 이상행동까지 보이는 걸까? 이상행동 증상을 가진 인플루엔자 환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타미플루'나 '이나비르' 같은 치료 약을 복용했다는 점이다. '타미플루'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여 모든 국민이 알 정도의 약이 됐다. 독감 환자가 타미플루를 복용하면 열도 빨리 떨어지고 합병증 발생률도 낮출 수 있다. 고위험군일수록 효과가 더 높다고 한다.


하지만 타미플루를 복용한 환자에게서 이상행동이 나타난다면 '부작용'의 결과일까? 많은 약이 부작용을 가진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플루엔자 감염 자체로 중추신경계 신경 정신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인플루엔자균은 호흡기뿐 아니라 중추신경계로 침투할 경우 뇌수막염까지 일으킬 수 있는 균으로 분류된다.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환청이나 환각 같은 증세가 타미플루의 부작용 때문인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영향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일본 후생성 발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상행동으로 보고된 환자 중 20% 정도는 타미플루계 약을 아예 먹지 않았다고 한다. NHK는 이상행동과 치료 약 복용 사이의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이상행동을 보인 인플루엔자 환자가 처음 보고된 건 2007년이다. 이후 매년 이상행동 환자 보고가 끊이질 않자 후생노동성은 10살 이상 19살 미만 청소년의 경우 고위험군이 아니면 될 수 있는 대로 타미플루를 처방받지 않도록 권고해왔다.

일본 전역 '기록적' 독감 확산 ... 환자 200만 명 넘어
일본 광역자치단체 47곳 중 42곳 독감 '경보'

이상행동과 치료약 사이의 인과 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안심해야 할까? 결코, 아닐 것이다. 바이러스 자체가 이상행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일차적으로 바이러스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인플루엔자 추정 환자 수가 지난 14일부터 20일 사이 207만 명을 기록해 사상 최다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광역자치단체 47곳 중 42곳에서 '경보'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부터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는데 정점에 치달은 것이다. 사망자 수도 10명을 넘어섰다.


특히 집단감염 사례도 잇따라 위기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주고 있다. 효고 현 아와지 시의 한 요양원에서는 입소자와 직원 등 74명이 인플루엔자에 걸려 7명이 숨졌다. 모두 70대 이상 노인 환자들이며 이 중 3명은 독감이 직접적인 사인이었고 다른 4명은 폐렴 등으로 이어져 사망했다. 교토 부 난탄 시의 노인 간병시설에서도 26명이 감염돼 80대 1명이 숨졌다. 이 시설에서는 지난 13일까지 일주일 동안 130명 이상이 예방 접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집단감염을 막지는 못한 것이다.

타이완 독감은 '중증', 더 높은 치사율
21명 사망...5년 이래 가장 많은 사망자 기록

독감 공포에 휩싸인 건 일본만이 아니다. 타이완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300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했다. 타이완 독감은 '중증'이어서 더 심각하다. 환자 급증 추세 속에 A형뿐 아니라 B형까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중증 독감인 만큼 치사율이 높아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중증 독감 환자 300명 중 무려 21명이 사망했다. 지난주에는 단 한 주 동안 57명의 중증 환자가 새로 발생해 이 중 3명이나 숨졌다. '단일' 주간 피해로 환자 수와 사망자 수 모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CCTV는 전했다. 전체 사망자 수 21명은 '5년 이래 가장 많은' 독감 사망자로 기록됐다.

타이완 독감이 일본과 다른 점은 사망자의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지난주 독감으로 사망한 3명은 47살부터 66살 사이다. 모두 만성질환자로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일본과 비교해 예방접종률이 낮아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많다는 지적이다.


中 "인구 이동 많은 춘절 연휴 독감 유행 최고조 이를 것"
보건당국 "올해 독감 3월이나 4월까지 유행할 수 있다"

중국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인구 이동이 많은 최대명절 춘절 연휴 기간(2월 4일~10일) 독감 유행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며 "올해 독감은 심지어 3월이나 4월까지 유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1월, 예년보다 2주 정도 빨리 질병관리본부가 독감 유행 주의보를 내렸다. 지난달 기준 국내 독감 항바이러스제 처방 환자 수도 125만여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같은 기간(78만여 명)보다 60% 이상 폭증했다. 유행 최고 시점도 지난겨울에는 2018년 1월 초였지만 이번 겨울은 2018년 12월 마지막 주로 1주 정도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독감 환자가 유난히 많은 이번 겨울이다. 예방에 철저히 해야 함은 물론 약 복용 시 부작용 위험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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