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국민소득 1인당 3만 달러,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9.01.24 (19:20)
수정 2019.01.2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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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3만 달러면 우리 돈 3천 3백만 원이 넘으니까, 4인 가족이면 연간 소득이 1억 3천만 원 이상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렇게 많은 돈은 어디로 간 걸까요?
먼저 1인당 국민소득 계산에는 개개인의 집안 살림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는 걸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얻은 소득까지 모두 합한 다음, 그 금액을 5천만 명 인구로 나눠서 나온 답이 '1인당 국민소득'입니다. 그러니까 3만 달러 안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팔아서 번 소득도 들어있고, 정부가 꼼꼼하게 걷은 세금도 모두 포함된 겁니다.
3만 달러 중 개인이 비중은 2만 달러도 안 돼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소득에서 국민 개개인의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3만 달러 중에 내 지갑에 들어오는 금액이 얼마일지를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기준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1.3%였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고는 해도, 그중에 만 달러가 훌쩍 넘는 돈은 개인이 번 돈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기업(24.5%)과 정부(14.1%)가 벌어들인 덕분에 국민총소득에 계산돼 포함된 거죠.
또, 한국 경제는 국민소득에서 가계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미국(79%), 영국(75.2%), 독일(73%)과 비교해도 그렇고, OECD 평균(64.7%)보다도 낮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미국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똑같이 3만 달러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미국 가계의 소득은 가계 비중이 79%니까 2만 4천 달러 정도지만, 한국은 1만 8천 달러 정도가 됩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같아도 두 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여기에 더해서 한국의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마저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가계 비중이 62.3%였는데, 2년 만에 1%p 감소했습니다. 줄어든 만큼, 기업과 정부의 비중이 올라갔고요. 기업과 정부가 열심히 돈을 벌어들인 덕분에 1인당 소득이 올라갈 수 있었던 겁니다.
환율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달러당 1.130원에서 1,101원으로, 원화의 가치가 쑥 올라갔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원화로 계산된 금액을 달러로 바꿔서 계산합니다. 소득이 변함없이 그대로더라도 원화 가치가 올라갔다면, 1인당 국민소득도 덩달아 상승하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술집에 간 빌 게이츠.. 평균의 함정
3만 달러 중에 기업과 정부의 몫을 빼고 가계의 소득만 남겨놓더라도, 그건 전체 국민의 평균이라는 함정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술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 술집에 있는 사람의 평균 자산을 따져보면 그들은 모두 억만장자가 됩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가 술집을 떠나면, 그들은 이내 평범한 수준으로 돌아옵니다. 통계의 착시현상이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고 해도, 그건 5천만 명 전체 국민의 평균일 뿐이지, 모두가 3만 달러 이상의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게 아닌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가계소득에 가장 최근에 나온 통계를 볼까요? 2018년 3분기에 각 가구가 월평균 얼마를 벌었는지를 조사한 '가계동향조사' 가 있습니다. 상위 20%의 소득은 974만 원에 달하고, 하위 20%는 132만 원 수입을 올린 걸로 조사됐습니다. 상위 20%의 소득은 1년 전보다 8.8% 증가했고, 하위 20%는 7% 줄어들었습니다.
이 조사는 전국의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합니다. 요새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30%에 달하는데, 이들을 통계에 포함하면, 부자와 빈자의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집니다. 은행이자나 배당 같은 금융소득은 상위 10%가 전체의 90%를 독식하고 있고, 부동산 가치의 절반도 상위 10%의 몫입니다.
기업들이 소득을 올려 1인당 국민소득을 끌어올렸다고 했지만, 정확히는 대기업의 역할입니다. 지난해 3분기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8.39%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지만,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3%였습니다. 대기업이 잘 벌면 중소기업도 수익을 내는 구조여야 하지만, 인건비 등 생산비용 부담이 중소기업에 떠넘겨지는 게 한국 경제의 현실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한국 경제가 일궈낸 분명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그 성과의 높이 만큼이나 양극화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는 한, 여전히 허리를 졸라매야 하는 서민들에게 3만 달러는 영원히 닿기 어려운 신기루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1인당 국민소득 계산에는 개개인의 집안 살림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는 걸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얻은 소득까지 모두 합한 다음, 그 금액을 5천만 명 인구로 나눠서 나온 답이 '1인당 국민소득'입니다. 그러니까 3만 달러 안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팔아서 번 소득도 들어있고, 정부가 꼼꼼하게 걷은 세금도 모두 포함된 겁니다.
3만 달러 중 개인이 비중은 2만 달러도 안 돼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소득에서 국민 개개인의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3만 달러 중에 내 지갑에 들어오는 금액이 얼마일지를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기준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1.3%였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고는 해도, 그중에 만 달러가 훌쩍 넘는 돈은 개인이 번 돈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기업(24.5%)과 정부(14.1%)가 벌어들인 덕분에 국민총소득에 계산돼 포함된 거죠.
또, 한국 경제는 국민소득에서 가계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미국(79%), 영국(75.2%), 독일(73%)과 비교해도 그렇고, OECD 평균(64.7%)보다도 낮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미국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똑같이 3만 달러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미국 가계의 소득은 가계 비중이 79%니까 2만 4천 달러 정도지만, 한국은 1만 8천 달러 정도가 됩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같아도 두 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여기에 더해서 한국의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마저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가계 비중이 62.3%였는데, 2년 만에 1%p 감소했습니다. 줄어든 만큼, 기업과 정부의 비중이 올라갔고요. 기업과 정부가 열심히 돈을 벌어들인 덕분에 1인당 소득이 올라갈 수 있었던 겁니다.
환율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달러당 1.130원에서 1,101원으로, 원화의 가치가 쑥 올라갔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원화로 계산된 금액을 달러로 바꿔서 계산합니다. 소득이 변함없이 그대로더라도 원화 가치가 올라갔다면, 1인당 국민소득도 덩달아 상승하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술집에 간 빌 게이츠.. 평균의 함정
3만 달러 중에 기업과 정부의 몫을 빼고 가계의 소득만 남겨놓더라도, 그건 전체 국민의 평균이라는 함정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술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 술집에 있는 사람의 평균 자산을 따져보면 그들은 모두 억만장자가 됩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가 술집을 떠나면, 그들은 이내 평범한 수준으로 돌아옵니다. 통계의 착시현상이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고 해도, 그건 5천만 명 전체 국민의 평균일 뿐이지, 모두가 3만 달러 이상의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게 아닌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가계소득에 가장 최근에 나온 통계를 볼까요? 2018년 3분기에 각 가구가 월평균 얼마를 벌었는지를 조사한 '가계동향조사' 가 있습니다. 상위 20%의 소득은 974만 원에 달하고, 하위 20%는 132만 원 수입을 올린 걸로 조사됐습니다. 상위 20%의 소득은 1년 전보다 8.8% 증가했고, 하위 20%는 7% 줄어들었습니다.
이 조사는 전국의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합니다. 요새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30%에 달하는데, 이들을 통계에 포함하면, 부자와 빈자의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집니다. 은행이자나 배당 같은 금융소득은 상위 10%가 전체의 90%를 독식하고 있고, 부동산 가치의 절반도 상위 10%의 몫입니다.
기업들이 소득을 올려 1인당 국민소득을 끌어올렸다고 했지만, 정확히는 대기업의 역할입니다. 지난해 3분기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8.39%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지만,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3%였습니다. 대기업이 잘 벌면 중소기업도 수익을 내는 구조여야 하지만, 인건비 등 생산비용 부담이 중소기업에 떠넘겨지는 게 한국 경제의 현실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한국 경제가 일궈낸 분명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그 성과의 높이 만큼이나 양극화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는 한, 여전히 허리를 졸라매야 하는 서민들에게 3만 달러는 영원히 닿기 어려운 신기루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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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24 19: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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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3만 달러면 우리 돈 3천 3백만 원이 넘으니까, 4인 가족이면 연간 소득이 1억 3천만 원 이상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렇게 많은 돈은 어디로 간 걸까요?
먼저 1인당 국민소득 계산에는 개개인의 집안 살림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는 걸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얻은 소득까지 모두 합한 다음, 그 금액을 5천만 명 인구로 나눠서 나온 답이 '1인당 국민소득'입니다. 그러니까 3만 달러 안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팔아서 번 소득도 들어있고, 정부가 꼼꼼하게 걷은 세금도 모두 포함된 겁니다.
3만 달러 중 개인이 비중은 2만 달러도 안 돼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소득에서 국민 개개인의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3만 달러 중에 내 지갑에 들어오는 금액이 얼마일지를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기준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1.3%였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고는 해도, 그중에 만 달러가 훌쩍 넘는 돈은 개인이 번 돈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기업(24.5%)과 정부(14.1%)가 벌어들인 덕분에 국민총소득에 계산돼 포함된 거죠.
또, 한국 경제는 국민소득에서 가계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미국(79%), 영국(75.2%), 독일(73%)과 비교해도 그렇고, OECD 평균(64.7%)보다도 낮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미국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똑같이 3만 달러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미국 가계의 소득은 가계 비중이 79%니까 2만 4천 달러 정도지만, 한국은 1만 8천 달러 정도가 됩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같아도 두 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여기에 더해서 한국의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마저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가계 비중이 62.3%였는데, 2년 만에 1%p 감소했습니다. 줄어든 만큼, 기업과 정부의 비중이 올라갔고요. 기업과 정부가 열심히 돈을 벌어들인 덕분에 1인당 소득이 올라갈 수 있었던 겁니다.
환율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달러당 1.130원에서 1,101원으로, 원화의 가치가 쑥 올라갔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원화로 계산된 금액을 달러로 바꿔서 계산합니다. 소득이 변함없이 그대로더라도 원화 가치가 올라갔다면, 1인당 국민소득도 덩달아 상승하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술집에 간 빌 게이츠.. 평균의 함정
3만 달러 중에 기업과 정부의 몫을 빼고 가계의 소득만 남겨놓더라도, 그건 전체 국민의 평균이라는 함정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술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 술집에 있는 사람의 평균 자산을 따져보면 그들은 모두 억만장자가 됩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가 술집을 떠나면, 그들은 이내 평범한 수준으로 돌아옵니다. 통계의 착시현상이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고 해도, 그건 5천만 명 전체 국민의 평균일 뿐이지, 모두가 3만 달러 이상의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게 아닌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가계소득에 가장 최근에 나온 통계를 볼까요? 2018년 3분기에 각 가구가 월평균 얼마를 벌었는지를 조사한 '가계동향조사' 가 있습니다. 상위 20%의 소득은 974만 원에 달하고, 하위 20%는 132만 원 수입을 올린 걸로 조사됐습니다. 상위 20%의 소득은 1년 전보다 8.8% 증가했고, 하위 20%는 7% 줄어들었습니다.
이 조사는 전국의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합니다. 요새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30%에 달하는데, 이들을 통계에 포함하면, 부자와 빈자의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집니다. 은행이자나 배당 같은 금융소득은 상위 10%가 전체의 90%를 독식하고 있고, 부동산 가치의 절반도 상위 10%의 몫입니다.
기업들이 소득을 올려 1인당 국민소득을 끌어올렸다고 했지만, 정확히는 대기업의 역할입니다. 지난해 3분기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8.39%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지만,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3%였습니다. 대기업이 잘 벌면 중소기업도 수익을 내는 구조여야 하지만, 인건비 등 생산비용 부담이 중소기업에 떠넘겨지는 게 한국 경제의 현실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한국 경제가 일궈낸 분명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그 성과의 높이 만큼이나 양극화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는 한, 여전히 허리를 졸라매야 하는 서민들에게 3만 달러는 영원히 닿기 어려운 신기루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1인당 국민소득 계산에는 개개인의 집안 살림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는 걸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얻은 소득까지 모두 합한 다음, 그 금액을 5천만 명 인구로 나눠서 나온 답이 '1인당 국민소득'입니다. 그러니까 3만 달러 안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팔아서 번 소득도 들어있고, 정부가 꼼꼼하게 걷은 세금도 모두 포함된 겁니다.
3만 달러 중 개인이 비중은 2만 달러도 안 돼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소득에서 국민 개개인의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3만 달러 중에 내 지갑에 들어오는 금액이 얼마일지를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기준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1.3%였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고는 해도, 그중에 만 달러가 훌쩍 넘는 돈은 개인이 번 돈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기업(24.5%)과 정부(14.1%)가 벌어들인 덕분에 국민총소득에 계산돼 포함된 거죠.
또, 한국 경제는 국민소득에서 가계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미국(79%), 영국(75.2%), 독일(73%)과 비교해도 그렇고, OECD 평균(64.7%)보다도 낮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미국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똑같이 3만 달러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미국 가계의 소득은 가계 비중이 79%니까 2만 4천 달러 정도지만, 한국은 1만 8천 달러 정도가 됩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같아도 두 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여기에 더해서 한국의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마저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가계 비중이 62.3%였는데, 2년 만에 1%p 감소했습니다. 줄어든 만큼, 기업과 정부의 비중이 올라갔고요. 기업과 정부가 열심히 돈을 벌어들인 덕분에 1인당 소득이 올라갈 수 있었던 겁니다.
환율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달러당 1.130원에서 1,101원으로, 원화의 가치가 쑥 올라갔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원화로 계산된 금액을 달러로 바꿔서 계산합니다. 소득이 변함없이 그대로더라도 원화 가치가 올라갔다면, 1인당 국민소득도 덩달아 상승하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술집에 간 빌 게이츠.. 평균의 함정
3만 달러 중에 기업과 정부의 몫을 빼고 가계의 소득만 남겨놓더라도, 그건 전체 국민의 평균이라는 함정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술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 술집에 있는 사람의 평균 자산을 따져보면 그들은 모두 억만장자가 됩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가 술집을 떠나면, 그들은 이내 평범한 수준으로 돌아옵니다. 통계의 착시현상이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고 해도, 그건 5천만 명 전체 국민의 평균일 뿐이지, 모두가 3만 달러 이상의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게 아닌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가계소득에 가장 최근에 나온 통계를 볼까요? 2018년 3분기에 각 가구가 월평균 얼마를 벌었는지를 조사한 '가계동향조사' 가 있습니다. 상위 20%의 소득은 974만 원에 달하고, 하위 20%는 132만 원 수입을 올린 걸로 조사됐습니다. 상위 20%의 소득은 1년 전보다 8.8% 증가했고, 하위 20%는 7% 줄어들었습니다.
이 조사는 전국의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합니다. 요새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30%에 달하는데, 이들을 통계에 포함하면, 부자와 빈자의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집니다. 은행이자나 배당 같은 금융소득은 상위 10%가 전체의 90%를 독식하고 있고, 부동산 가치의 절반도 상위 10%의 몫입니다.
기업들이 소득을 올려 1인당 국민소득을 끌어올렸다고 했지만, 정확히는 대기업의 역할입니다. 지난해 3분기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8.39%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지만,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3%였습니다. 대기업이 잘 벌면 중소기업도 수익을 내는 구조여야 하지만, 인건비 등 생산비용 부담이 중소기업에 떠넘겨지는 게 한국 경제의 현실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한국 경제가 일궈낸 분명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그 성과의 높이 만큼이나 양극화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는 한, 여전히 허리를 졸라매야 하는 서민들에게 3만 달러는 영원히 닿기 어려운 신기루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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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흠 기자 hm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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