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문재인 정부는 세금을 더 걷고 있나

입력 2019.01.25 (07:04) 수정 2019.01.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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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세(稅) 부담이 늘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강화, 여기에 각종 복지 지출로 인한 재원 마련 필요성으로 과거보다 세금을 더 걷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말 문재인 정부 들어 세금을 더 걷고 있는걸까? 팩트체크 K에서 알아본다.

1. 세수(稅收) 실적은 초과 달성 중

현 정부 들어 정부 곳간 사정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3년(8조 5000억 원)과 2014년(11조 원)에는 정부가 예상한 세입 규모 대비 세수가 10조 원 가량 부족했다. 목표했던 것보다 세금이 덜 걷혔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히기 시작했다. 초과 세수 규모는 2016년 9조 9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는 14조 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25조 원의 초과 세수를 기록했을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는 반도체와 부동산 경기 활황 영향이 컸다고 설명한다.

반도체 수출은 전 세계적인 공급부족으로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년 동안 매월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지난해 가을까지 계속됐던 부동산 경기 호황과 활발했던 부동산 거래도 세수 초과 달성의 요인이 됐다.

여기에는 현 정부의 증세 기조도 어느정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세법 개정에 따른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2→25%)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5억 이상 40→42%) 및 3~5억 과표 구간 신설(38→40%) 등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발표한 올해 전국 22만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무려 9.13%나 오른 것으로 나왔다. 고가주택을 타겟으로 했다지만, 부동산 보유세가 전반적으로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물론 20조원이 넘는 지난해 같은 이례적인 초과세수는 올해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와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올해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 증가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 1~10일 반도체 수출은 27%나 줄었다. 부동산 시장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는 지난해 11월 전년 동기 대비 12.8%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진보 정권이라 세금을 더 걷는다?

현 정부 들어 초과 세수가 있었던 건 사실인데, 중요한 건 "국민 부담이 늘었나" 여부다.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어느 정도 인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조세부담률이다. 국세와 지방세 세수가 경상 GDP(국내총생산)의 몇%를 차지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세금뿐 아니라 사회보장기여금까지 합쳐서 보는 것이 국민부담률이다. 사회보장기여금은 국민연금 등 4대 연금과 고용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을 말한다. 세금뿐 아니라 건보료 등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실질적인 국민 부담을 파악해보자는 취지의 지표다.

이 통계를 보면 정권별로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늘었다 줄었다 했다.


조세부담률이 빠르게 상승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 때다. 노무현 정부는 성장과 복지의 동반 성장을 위한 비전2030을 내놓으며 복지 지출 확대를 위한 증세 기조를 유지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만든 종합부동산세 신설에 상속 증여세 강화를 위한 완전포괄주의 도입 등으로 세금은 많이 늘었다. 이전에 17% 수준이던 조세부담률이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19.6%까지 올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 수치는 하락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세수 감소와 감세 정책으로 세금 부담률이 크게 떨어졌어져 2010년에는 17.9%까지 낮아졌다. 이때 감세정책을 주도했던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자 감세'라는 비판 속에서도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뚝심을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첫해인 2013년부터 조세부담률은 다시 우상향을 시작한다. 소득세율 최고 세율 구간 조정, 담뱃세 인상 영향으로 조세부담률은 꾸준히 상승했고, 정권의 사실상 마지막 해인 2016년에는 19.4%까지 치솟았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권 들어서도 이런 상승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사상 최초로 20%를 넘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 발표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9~2022년에 조세부담률이 20.3~20.4%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 대를 안정적으로 넘어선다는 얘기다.

국민부담률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25.2%인 국민부담률은 정부의 추계에 의하면 지난해 26.6%에서 올해는 27.8%로, 2020년에는 28.1%와 2022년에는 28.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조세부담률 등의 지표를 볼 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현 정권 들어 시작된 것은 아니고, 박근혜 정권 때인 2016년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복지 수요 증가에 따른 재정 지출 확대 때문에 증세 기조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3. 늘어나는 정부 씀씀이

앞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사업의 재정 지출 속도는 매우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복지·재정 사업은 ▲올해 기초연금 월 30만원으로 인상 ▲내년 최저임금 1만원 이상에 따른 정부보조 ▲누리과정 전액 지원 ▲아동수당 월 10만원 지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이다. 급속한 노령화로 기초연금에서만 앞으로 10년간 19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일명 문재인 케어) 관련 재정지출도 지난해 7조 2000억원에서 2027년에는 14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씀씀이가 늘면서 정부가 예상한 2018~2022년 재정지출증가율(7.3%)은 재정수입 증가율(5.2%)보다 2% 포인트 이상 높다. 올해의 경우 총지출증가율(9.5%)이 총수입증가율(6.5%)보다 훨씬 높다. 돈을 쓰는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서 걷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철학은 적극적인 재정을 통한 복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돈이 더 필요하면 세금을 더 걷거나 더 빌리는 방법(국채발행) 말고는 없다.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증세 보다는 적자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재정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아직 상당히 건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것)의 적자 폭이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향후 경기 대응 등을 위해 재정지출을 추가 확대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 추세라면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는 200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4. 외국과 비교하면 조세부담률은 어느 정도?

결국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세금을 더 걷거나,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데 복지 지출을 늘리는 상황에서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어렵다.

다행히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낮다. 2015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전체 35개 국가 중 33위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세금 부담이 낮은 나라는 터키와 멕시코에 불과하다.

국민부담률 역시 2017년 기준 통계를 보면 조사대상 34개국 중 30위다. 전체 평균(34.2%)보다 낮은 26.9%다. 즉, 세금이 외국보다 많다는 지적은 OECD 평균과 비교해보면 맞지 않는 얘기다. 증세론의 유력한 근거기도 하다.


물론 이 자료를 절대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OECD 회원국이 대부분 유럽 국가들인데, 이들 나라는 큰 정부와 높은 수준의 복지이라는 전통을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나라다.

GDP 세계 1위인 미국을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조세부담률은 20.0%다. 2015년 기준으로 하면 한국(18.5%)보다 다소 높지만, 2019~2022년 우리나라의 예상 조세부담률(20.3~20.4%) 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다. 일본의 경우도 조세부담률 수준은 2015년 기준으로 18.5% 정도다.

국민부담률(2017년 기준)도 미국(27.1%)에 근접했다.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2022년에는 28.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 보다는 못해도 미국과 일본 만큼은 이미 세금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지금 보다 높은 수준의 복지 단계로 나아가려면 본격적으로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5. 세제 개혁 필요성은?

이런 관점에서 향후 세제 개혁이 추진될 경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외국과 비교해보면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2016년 기준으로 각국의 국민부담액을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 비중은 한국(17.8%)이 OECD평균(23.8%)보다 6%포인트나 낮았다. 부가세 비중도 한국이 15.8%로 OECD평균(20.2%) 보다 4.4%포인트 낮았다.

반면 법인세 비중은 한국이 13.6%로 OECD 평균(9%)보다 4.6%포인트 높았다. 이 통계만 보면 법인세는 많이 걷고, 소득세와 간접세는 다른 나라보다 적게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의 경우 논란이 치열한 분야다. 각자 주장하는 바에 따라 인용하는 통계도 다르다. 현 정부들어 단행된 법인세 인상(22→25%)때 찬반 토론이 활발했다. 법인세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견해도 많았지만, 법인세 인상이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들어 기존 15~35%이던 법인세율을 21% 단일 세율로 바꿨다. 2008년 이후 OECD 회원국의 과반수인 17개 국가가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그러나 각종 세제혜택을 감안한 실효세율로 보면 아직도 외국에 비해 법인세가 높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실효세율을 계산해보면 2016년 기준으로 19.6% 수준이다. 미국 기업의 실효세율인 지난해 21% 수준임을 감안할때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소득세의 비중은 외국보다 낮다. 근로소득세 면제자가 전체 근로자의 절반(2015년 기준 46.5%)이나 된다. 물론 면세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면제구간에 해당되는 연봉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 많다는 얘기이긴하다. 소득세 최저세율도 6%에 불과해 미국(10%)보다 낮다.

부동산 보유세는 외국보다 낮은 게 사실이다. OECD 회원국 보유세 평균이 GDP 대비 1.1% 반면 한국은 0.8%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렇게 보유세 비중은 낮지만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로 구성된 거래세 비중은 높다. 이 때문에 GDP 대비 부동산 세금 비중은 2.4%로 OECD 평균(1.5%)을 훨씬 앞선다. 올해 전국 주택 공시가격도 크게 오를 예정이어서 외국과의 부동산 보유세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는 임기내 연평균 7%씩 정부의 지출 증가율을 늘리는 확장적 재정운용을 공약하면서 내부적으로 포괄적 증세 로드맵을 검토했다. 문 후보의 싱크탱크였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세제 개혁 보고서를 보면 자산이득 등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지난치게 높은 소득세 면제자 비중을 낮추는 등의 중장기 플랜이 명시돼 있다.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게 적절한 세금 부담을 하게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증세 논의가 가져올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제대로 된 증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다가올 국민연금 개혁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발표된 비전2030은 복지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1100조원에 달하는 재원 조달 계획이 없어 공허하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돈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상식 중의 상식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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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문재인 정부는 세금을 더 걷고 있나
    • 입력 2019-01-25 07:04:43
    • 수정2019-01-25 14:07:40
    팩트체크K
문재인 정부 들어 세(稅) 부담이 늘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강화, 여기에 각종 복지 지출로 인한 재원 마련 필요성으로 과거보다 세금을 더 걷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말 문재인 정부 들어 세금을 더 걷고 있는걸까? 팩트체크 K에서 알아본다.

1. 세수(稅收) 실적은 초과 달성 중

현 정부 들어 정부 곳간 사정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3년(8조 5000억 원)과 2014년(11조 원)에는 정부가 예상한 세입 규모 대비 세수가 10조 원 가량 부족했다. 목표했던 것보다 세금이 덜 걷혔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히기 시작했다. 초과 세수 규모는 2016년 9조 9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는 14조 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25조 원의 초과 세수를 기록했을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는 반도체와 부동산 경기 활황 영향이 컸다고 설명한다.

반도체 수출은 전 세계적인 공급부족으로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년 동안 매월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지난해 가을까지 계속됐던 부동산 경기 호황과 활발했던 부동산 거래도 세수 초과 달성의 요인이 됐다.

여기에는 현 정부의 증세 기조도 어느정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세법 개정에 따른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2→25%)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5억 이상 40→42%) 및 3~5억 과표 구간 신설(38→40%) 등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발표한 올해 전국 22만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무려 9.13%나 오른 것으로 나왔다. 고가주택을 타겟으로 했다지만, 부동산 보유세가 전반적으로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물론 20조원이 넘는 지난해 같은 이례적인 초과세수는 올해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와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올해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 증가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 1~10일 반도체 수출은 27%나 줄었다. 부동산 시장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는 지난해 11월 전년 동기 대비 12.8%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진보 정권이라 세금을 더 걷는다?

현 정부 들어 초과 세수가 있었던 건 사실인데, 중요한 건 "국민 부담이 늘었나" 여부다.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어느 정도 인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조세부담률이다. 국세와 지방세 세수가 경상 GDP(국내총생산)의 몇%를 차지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세금뿐 아니라 사회보장기여금까지 합쳐서 보는 것이 국민부담률이다. 사회보장기여금은 국민연금 등 4대 연금과 고용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을 말한다. 세금뿐 아니라 건보료 등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실질적인 국민 부담을 파악해보자는 취지의 지표다.

이 통계를 보면 정권별로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늘었다 줄었다 했다.


조세부담률이 빠르게 상승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 때다. 노무현 정부는 성장과 복지의 동반 성장을 위한 비전2030을 내놓으며 복지 지출 확대를 위한 증세 기조를 유지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만든 종합부동산세 신설에 상속 증여세 강화를 위한 완전포괄주의 도입 등으로 세금은 많이 늘었다. 이전에 17% 수준이던 조세부담률이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19.6%까지 올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 수치는 하락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세수 감소와 감세 정책으로 세금 부담률이 크게 떨어졌어져 2010년에는 17.9%까지 낮아졌다. 이때 감세정책을 주도했던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자 감세'라는 비판 속에서도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뚝심을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첫해인 2013년부터 조세부담률은 다시 우상향을 시작한다. 소득세율 최고 세율 구간 조정, 담뱃세 인상 영향으로 조세부담률은 꾸준히 상승했고, 정권의 사실상 마지막 해인 2016년에는 19.4%까지 치솟았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권 들어서도 이런 상승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사상 최초로 20%를 넘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 발표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9~2022년에 조세부담률이 20.3~20.4%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 대를 안정적으로 넘어선다는 얘기다.

국민부담률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25.2%인 국민부담률은 정부의 추계에 의하면 지난해 26.6%에서 올해는 27.8%로, 2020년에는 28.1%와 2022년에는 28.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조세부담률 등의 지표를 볼 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현 정권 들어 시작된 것은 아니고, 박근혜 정권 때인 2016년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복지 수요 증가에 따른 재정 지출 확대 때문에 증세 기조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3. 늘어나는 정부 씀씀이

앞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사업의 재정 지출 속도는 매우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복지·재정 사업은 ▲올해 기초연금 월 30만원으로 인상 ▲내년 최저임금 1만원 이상에 따른 정부보조 ▲누리과정 전액 지원 ▲아동수당 월 10만원 지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이다. 급속한 노령화로 기초연금에서만 앞으로 10년간 19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일명 문재인 케어) 관련 재정지출도 지난해 7조 2000억원에서 2027년에는 14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씀씀이가 늘면서 정부가 예상한 2018~2022년 재정지출증가율(7.3%)은 재정수입 증가율(5.2%)보다 2% 포인트 이상 높다. 올해의 경우 총지출증가율(9.5%)이 총수입증가율(6.5%)보다 훨씬 높다. 돈을 쓰는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서 걷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철학은 적극적인 재정을 통한 복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돈이 더 필요하면 세금을 더 걷거나 더 빌리는 방법(국채발행) 말고는 없다.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증세 보다는 적자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재정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아직 상당히 건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것)의 적자 폭이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향후 경기 대응 등을 위해 재정지출을 추가 확대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 추세라면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는 200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4. 외국과 비교하면 조세부담률은 어느 정도?

결국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세금을 더 걷거나,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데 복지 지출을 늘리는 상황에서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어렵다.

다행히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낮다. 2015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전체 35개 국가 중 33위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세금 부담이 낮은 나라는 터키와 멕시코에 불과하다.

국민부담률 역시 2017년 기준 통계를 보면 조사대상 34개국 중 30위다. 전체 평균(34.2%)보다 낮은 26.9%다. 즉, 세금이 외국보다 많다는 지적은 OECD 평균과 비교해보면 맞지 않는 얘기다. 증세론의 유력한 근거기도 하다.


물론 이 자료를 절대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OECD 회원국이 대부분 유럽 국가들인데, 이들 나라는 큰 정부와 높은 수준의 복지이라는 전통을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나라다.

GDP 세계 1위인 미국을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조세부담률은 20.0%다. 2015년 기준으로 하면 한국(18.5%)보다 다소 높지만, 2019~2022년 우리나라의 예상 조세부담률(20.3~20.4%) 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다. 일본의 경우도 조세부담률 수준은 2015년 기준으로 18.5% 정도다.

국민부담률(2017년 기준)도 미국(27.1%)에 근접했다.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2022년에는 28.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 보다는 못해도 미국과 일본 만큼은 이미 세금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지금 보다 높은 수준의 복지 단계로 나아가려면 본격적으로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5. 세제 개혁 필요성은?

이런 관점에서 향후 세제 개혁이 추진될 경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외국과 비교해보면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2016년 기준으로 각국의 국민부담액을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 비중은 한국(17.8%)이 OECD평균(23.8%)보다 6%포인트나 낮았다. 부가세 비중도 한국이 15.8%로 OECD평균(20.2%) 보다 4.4%포인트 낮았다.

반면 법인세 비중은 한국이 13.6%로 OECD 평균(9%)보다 4.6%포인트 높았다. 이 통계만 보면 법인세는 많이 걷고, 소득세와 간접세는 다른 나라보다 적게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의 경우 논란이 치열한 분야다. 각자 주장하는 바에 따라 인용하는 통계도 다르다. 현 정부들어 단행된 법인세 인상(22→25%)때 찬반 토론이 활발했다. 법인세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견해도 많았지만, 법인세 인상이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들어 기존 15~35%이던 법인세율을 21% 단일 세율로 바꿨다. 2008년 이후 OECD 회원국의 과반수인 17개 국가가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그러나 각종 세제혜택을 감안한 실효세율로 보면 아직도 외국에 비해 법인세가 높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실효세율을 계산해보면 2016년 기준으로 19.6% 수준이다. 미국 기업의 실효세율인 지난해 21% 수준임을 감안할때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소득세의 비중은 외국보다 낮다. 근로소득세 면제자가 전체 근로자의 절반(2015년 기준 46.5%)이나 된다. 물론 면세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면제구간에 해당되는 연봉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 많다는 얘기이긴하다. 소득세 최저세율도 6%에 불과해 미국(10%)보다 낮다.

부동산 보유세는 외국보다 낮은 게 사실이다. OECD 회원국 보유세 평균이 GDP 대비 1.1% 반면 한국은 0.8%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렇게 보유세 비중은 낮지만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로 구성된 거래세 비중은 높다. 이 때문에 GDP 대비 부동산 세금 비중은 2.4%로 OECD 평균(1.5%)을 훨씬 앞선다. 올해 전국 주택 공시가격도 크게 오를 예정이어서 외국과의 부동산 보유세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는 임기내 연평균 7%씩 정부의 지출 증가율을 늘리는 확장적 재정운용을 공약하면서 내부적으로 포괄적 증세 로드맵을 검토했다. 문 후보의 싱크탱크였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세제 개혁 보고서를 보면 자산이득 등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지난치게 높은 소득세 면제자 비중을 낮추는 등의 중장기 플랜이 명시돼 있다.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게 적절한 세금 부담을 하게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증세 논의가 가져올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제대로 된 증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다가올 국민연금 개혁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발표된 비전2030은 복지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1100조원에 달하는 재원 조달 계획이 없어 공허하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돈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상식 중의 상식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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