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벌집 움막 가득한 로힝야 난민촌…“귀향 희망도 포기”

입력 2019.01.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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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km나 되는 천연 백사장으로 유명한 방글라데시 남동부 벵골만에 있는 콕스 바자르 해변.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은 아니지만, 방글라데시 최고의 해변 휴양지다. 아직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해변이라는 수식어도 종종 붙는 곳이기도 하다.

콕스 바자르 해변콕스 바자르 해변

그런데 여기서 차로 불과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세계 최대의 난민촌이 있다. 바로 콕스 바자르 로힝야 난민촌이다. 불교도가 대다수인 미얀마에서 학살·인종 청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극심한 박해를 받아온 이슬람교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 백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난민촌을 한국 방송사로서는 KBS가 처음으로 취재했다.

로힝야 난민촌을 취재하고 있는 KBS 취재진로힝야 난민촌을 취재하고 있는 KBS 취재진
 
모두 27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로힝야 난민촌은 전체 14㎢의 면적으로 여의도 1.7배 크기이다. 하지만 여기에 수용된 난민은 정식 등록된 사람만 92만 명, 실제 사는 사람은 100만 명을 훨씬 넘는다. 그러다 보니 마치 예전 서울 달동네 모습처럼 벌집같이 조그만 움막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빈 공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난민촌 생성 이전 모습의 울창했던 모습(위)과 현재 모습(아래)난민촌 생성 이전 모습의 울창했던 모습(위)과 현재 모습(아래)

난민촌이 생긴 지 1년 6개월 이상 지나면서 국제 구호단체들의 지원도 있고 해서 밖에서 봤을 때는 마을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했지만, 움막집 안 사정은 열악했다. 10 ㎡ 정도의 비좁은 공간에 5~8명씩 생활하고 있고 안은 전기가 없다 보니 어두컴컴했다. NGO 단체들이 마을 입구에 공동화장실을 설치해 주기는 했지만 하수 처리가 안되다 보니 마을 곳곳에 오물이 그대로 흘러내려 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환경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언제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미얀마 군이 들이닥쳐 마을 전체를 불태우고 남자들을 다 잡아가자 만삭의 몸으로 아들을 데리고 탈출해 이곳까지 온 아스마 카뜬(25)씨. 난민촌에 도착한 지 1주일 만에 딸을 출산했다. 아직도 미얀마군에 붙잡혀 간 남편 생사는 알 길이 없다.

만삭의 몸으로 탈출해 난민촌에서 딸을 출산한 카뜬(25)씨만삭의 몸으로 탈출해 난민촌에서 딸을 출산한 카뜬(25)씨

남자 없이 어린 아이 둘을 키우는 카뜬씨는 난민으로서의 고통뿐 아니라 이슬람 사회 특유의 여성 차별도 감내해야 한다. 구호단체의 구호물품은 아주 기본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생계를 유지하려면 이곳에서도 돈이 있어야 한다. 100만 명이 모여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난민촌 안에 시장이 생겼고 일당 6~7달러를 받고 일할 수 있는 국제 구호단체들의 취로 사업장도 생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슬람 사회에서는 남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여성 난민들은 성폭행과 인신매매의 위험에도 항상 노출되어 있다.

로힝야 난민촌 내 시장로힝야 난민촌 내 시장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해도 가지 않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부모와 형제자매, 그리고 자신의 딸이 미얀마 군대에 의해 살해됐다는 누르 바노(45)씨는 돌아가면 미얀마군의 보복이 뻔한데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냐며 자신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로힝야 난민 문제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정부가 이들의 귀환을 협의 중이지만, 신변 안전과 시민권 보장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한치의 진전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로힝야 난민들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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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벌집 움막 가득한 로힝야 난민촌…“귀향 희망도 포기”
    • 입력 2019-01-27 07:06:58
    특파원 리포트
120km나 되는 천연 백사장으로 유명한 방글라데시 남동부 벵골만에 있는 콕스 바자르 해변.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은 아니지만, 방글라데시 최고의 해변 휴양지다. 아직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해변이라는 수식어도 종종 붙는 곳이기도 하다.

콕스 바자르 해변
그런데 여기서 차로 불과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세계 최대의 난민촌이 있다. 바로 콕스 바자르 로힝야 난민촌이다. 불교도가 대다수인 미얀마에서 학살·인종 청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극심한 박해를 받아온 이슬람교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 백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난민촌을 한국 방송사로서는 KBS가 처음으로 취재했다.

로힝야 난민촌을 취재하고 있는 KBS 취재진 
모두 27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로힝야 난민촌은 전체 14㎢의 면적으로 여의도 1.7배 크기이다. 하지만 여기에 수용된 난민은 정식 등록된 사람만 92만 명, 실제 사는 사람은 100만 명을 훨씬 넘는다. 그러다 보니 마치 예전 서울 달동네 모습처럼 벌집같이 조그만 움막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빈 공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난민촌 생성 이전 모습의 울창했던 모습(위)과 현재 모습(아래)
난민촌이 생긴 지 1년 6개월 이상 지나면서 국제 구호단체들의 지원도 있고 해서 밖에서 봤을 때는 마을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했지만, 움막집 안 사정은 열악했다. 10 ㎡ 정도의 비좁은 공간에 5~8명씩 생활하고 있고 안은 전기가 없다 보니 어두컴컴했다. NGO 단체들이 마을 입구에 공동화장실을 설치해 주기는 했지만 하수 처리가 안되다 보니 마을 곳곳에 오물이 그대로 흘러내려 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환경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언제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미얀마 군이 들이닥쳐 마을 전체를 불태우고 남자들을 다 잡아가자 만삭의 몸으로 아들을 데리고 탈출해 이곳까지 온 아스마 카뜬(25)씨. 난민촌에 도착한 지 1주일 만에 딸을 출산했다. 아직도 미얀마군에 붙잡혀 간 남편 생사는 알 길이 없다.

만삭의 몸으로 탈출해 난민촌에서 딸을 출산한 카뜬(25)씨
남자 없이 어린 아이 둘을 키우는 카뜬씨는 난민으로서의 고통뿐 아니라 이슬람 사회 특유의 여성 차별도 감내해야 한다. 구호단체의 구호물품은 아주 기본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생계를 유지하려면 이곳에서도 돈이 있어야 한다. 100만 명이 모여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난민촌 안에 시장이 생겼고 일당 6~7달러를 받고 일할 수 있는 국제 구호단체들의 취로 사업장도 생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슬람 사회에서는 남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여성 난민들은 성폭행과 인신매매의 위험에도 항상 노출되어 있다.

로힝야 난민촌 내 시장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해도 가지 않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부모와 형제자매, 그리고 자신의 딸이 미얀마 군대에 의해 살해됐다는 누르 바노(45)씨는 돌아가면 미얀마군의 보복이 뻔한데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냐며 자신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로힝야 난민 문제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정부가 이들의 귀환을 협의 중이지만, 신변 안전과 시민권 보장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한치의 진전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로힝야 난민들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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