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vs 사익’ 넘어 손혜원 논란 이후의 도시재생은?

입력 2019.01.27 (10:00) 수정 2019.01.27 (10: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손혜원 학습효과' 목포,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 시도
■ 기획력·자금 부족해도 주민이 주도할 수 있는 시민신탁
■ 공익vs사익 대립 벗어나, 이익의 지역 환류 목표


손혜원 의원이 매입한 박물관 터는 목포역에서 걸어서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습니다. 항구와 철도가 맞닿는 교통의 요충지로 목포가 전국 6대 도시의 위상을 떨치던 1930년대 형성된 옛 중심 시가지입니다.

그 영화로운 역사는 아직 지명에 남아 있습니다. '로데오 광장'을 가로지르면 '번화로'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가 빠진 것처럼 거리 주변 상가 곳곳은 매장이 텅 비었습니다. '임대'를 원한다는 안내문이 을씨년스럽게 펄럭일 뿐이었습니다.

손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목포에서 자청한 이유도, 아마 기자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였겠지요. 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 논란에는 건물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도시개발에 따른 이익 환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불신이 깔려있습니다.

대규모 정부 예산이 투입돼 환경 정비가 이뤄지면 지가상승에 편승해 혜택을 볼 수 있으니, 정비 대상지의 부동산 매입은 '사익' 추구이고 투기라는 게 통념입니다.

반대로 손 의원은 매입한 빈집에 자신의 자본을 투자해 이전할 나전칠기 박물관이 쇠퇴한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공익'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쇠퇴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도시재생에서 공익과 사익은 대립하기만 하는 것일까요? 공직자로서 이해충돌 문제를 별도로 구분해서 본다면, 도시재생에서 건물주의 이익을 '공익 대 사익' 구도로 보는 것은 그리 분명하지도,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도시재생뉴딜 사업대상지인 전남 목포시 만호동 일대도시재생뉴딜 사업대상지인 전남 목포시 만호동 일대

"공익과 사익을 넘어…이익의 공유와 지역 환류 고민해야"

손 의원 의혹으로 관심이 집중된 목포 도시재생 사업을 담당하는 전은호 목포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을 만났습니다. 전 센터장은 손 의원 논란이 목포 지역 주민들에게 도시재생에 대한 일종의 '학습효과'가 됐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전국적 관심 속에 원도심 주민들은 장기간 폐가로 방치했던 건물의 가치를 재평가하면서 매물을 거두고, 매수 희망자들도 투기 논란에 주춤하면서 일종의 '거래 동결' 상태라는 겁니다.

그런데 노령화된 원주민 건물주들은 손 의원처럼 빈집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획력이나 관리 능력, 자본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전 센터장은 목포의 지금 상황이 새로운 도시재생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진단했습니다.

전은호 목포 도시재생지원센터장전은호 목포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도시재생은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건물주도 함께 노력해서 도시를 활성화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는 겁니다. 그런데 가치 상승으로 지가가 어느 정도 오르면, 공적인 요인으로 상승한 가치를 공적으로 모아서 지역에 순환시키는 게 바람직합니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그 가치 평가방법이나 순환 장치가 없는 거죠."

공적 자금 투입의 효과가 건물주에게 돌아오면 매매할 때 부담금이나 조세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방식을 넘어, 원주민 건물주가 지역에 자산을 유지하면서도 도시재생의 이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새로운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전은호 센터장은 손 의원 논란이 불거지기 며칠 전, 목포시로부터 행정과 주민의 중간지원조직인 도시재생지원센터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국토연구원, 토지+자유연구소, 나눔과 미래에서 연구와 현장 활동을 해온 전 센터장은 시민 자산화와 젠트리피케이션(내몰림) 대책 등에 관한 전문가로 꼽힙니다.

시민신탁, 기획력·자금력 부족해도 주민 주도로 지역을 재생할 수 있는 방법


전 센터장의 첫째 제안은 '시민신탁'입니다. 지역공동체가 비영리조직을 통해 부동산을 공동으로 운영 관리하는, 일종의 공동체 토지 신탁(Community Land Trust)입니다.

예를 들어, 빈집을 가진 건물주와 목포시는 10년 정도 이상의 신탁계약을 맺습니다. 건물주는 사적 소유권을 유지하되, 빈집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시에 맡기게 됩니다.

시는 빈집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건물주와 손익을 공유하게 됩니다. 이 때 돌려주는 수익의 일부는 운영비를 포함한 '지역기금'으로 적립하게 됩니다.

손 의원이 활용방안으로 언급한 게스트하우스·공방·카페 등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을 수 있는 시설의 조성과 임대는 주민조직이 맡습니다. 협동조합이나 법인 형태의 주민조직은 빈집을 위탁받아 공간을 개보수하고 운영해 수익을 창출합니다.

어찌 보면 민간 부동산 관리전문회사의 역할과 비슷해 보이지만, 장소성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지역을 관리하고 지역 활성화에 따른 이익을 건물주가 사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기금 조성으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시민신탁 방식은 구분됩니다.

시는 주민조직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정부의 도시재생 예산을 시민신탁에 참여한 구역에 우선 투입함으로써, 도시재생이 정부 예산으로 건물주를 배불린다는 비판을 비껴갈 수 있습니다.

정부·건물주·주민이 함께 지역활성화, 이익도 함께 공유


이 제안대로라면 건물주는 빈집 활용에 따른 수익을 시로부터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활성화에 따른 자산 가치의 회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민조직은 빈집을 개보수하고 유지 관리, 임대 운영을 하면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주민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주민 스스로 거주 지역의 생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역량이 형성되는 것은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입니다.

지방정부는 빈집이 사라지고, 주민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스스로 지역관리 역량이 증진되는 도시재생 뉴딜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지역 활성화로 대상지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재산세가 늘어나는 세입 증가도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부재 지주에게 부동산을 팔고 떠나 정착률이 낮아지고 부재지주들이 임대료를 급등시켜 세입자를 내모는, 도시재생의 역효과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시민신탁 건물의 세입자는 저렴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고, 원도심 주민들은 활성화된 도시의 기회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어떨까요. '마중물 예산'이라는 명칭처럼, 정부의 도시재생 예산은 지역 활성화의 시동을 걸기 위한 예산일 뿐입니다.

정부 프로젝트 사업 기간 시민신탁을 통해 스스로 지역기금을 조성한 지역은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의 지원 예산이 중단된 뒤에도 지역기금으로 재생 활동을 지속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미국 공동체 토지 신탁 (Community Land Trust) 현황 [출처 : Grounded Solutions Network]미국 공동체 토지 신탁 (Community Land Trust) 현황 [출처 : Grounded Solutions Network]

협력적·융합적 수단의 제도화 필요…국회의원의 역할은?

전 센터장의 또 다른 제안은 가치있는 근대건축물을 공공뿐만 아니라 시민이 매입하는 '시민자산'입니다. 가치있는 지역건축물이 매물로 나왔을 때, 시민이 새로운 건물주가 되자는 겁니다.

꼭 목포 시민이 아니라도 같이 투자해서 지역자산을 매입하고, 그 건물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게 된다면 콘도 회원권처럼 이용권을 주는 식의 보상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목포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주민협의체가 구성되면 앞서 설명한 시민신탁 구상을 포함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도시재생 사례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뜻 있는 지역 건물주 몇 명이라도 참여해 시범 모델을 보여주면,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시민신탁은 낯선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청주와 창원에서 도시재생신탁업무센터가 설립돼 상가 활성화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공동체 토지 신탁이 출발한 미국에서는 이미 220여 개의 공동체 토지 신탁이 저소득층을 위한 이른바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부동산 신탁업은 금융업으로 분류돼 금융위원회의 인가 사항입니다. 공동체 토지 신탁이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 연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태인 거죠.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이해충돌 금지 논란 없이 국회의원이 도시재생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공익 vs 사익’ 넘어 손혜원 논란 이후의 도시재생은?
    • 입력 2019-01-27 10:00:51
    • 수정2019-01-27 10:29:14
    취재K
■ '손혜원 학습효과' 목포,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 시도 ■ 기획력·자금 부족해도 주민이 주도할 수 있는 시민신탁 ■ 공익vs사익 대립 벗어나, 이익의 지역 환류 목표 손혜원 의원이 매입한 박물관 터는 목포역에서 걸어서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습니다. 항구와 철도가 맞닿는 교통의 요충지로 목포가 전국 6대 도시의 위상을 떨치던 1930년대 형성된 옛 중심 시가지입니다. 그 영화로운 역사는 아직 지명에 남아 있습니다. '로데오 광장'을 가로지르면 '번화로'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가 빠진 것처럼 거리 주변 상가 곳곳은 매장이 텅 비었습니다. '임대'를 원한다는 안내문이 을씨년스럽게 펄럭일 뿐이었습니다. 손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목포에서 자청한 이유도, 아마 기자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였겠지요. 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 논란에는 건물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도시개발에 따른 이익 환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불신이 깔려있습니다. 대규모 정부 예산이 투입돼 환경 정비가 이뤄지면 지가상승에 편승해 혜택을 볼 수 있으니, 정비 대상지의 부동산 매입은 '사익' 추구이고 투기라는 게 통념입니다. 반대로 손 의원은 매입한 빈집에 자신의 자본을 투자해 이전할 나전칠기 박물관이 쇠퇴한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공익'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쇠퇴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도시재생에서 공익과 사익은 대립하기만 하는 것일까요? 공직자로서 이해충돌 문제를 별도로 구분해서 본다면, 도시재생에서 건물주의 이익을 '공익 대 사익' 구도로 보는 것은 그리 분명하지도,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도시재생뉴딜 사업대상지인 전남 목포시 만호동 일대 "공익과 사익을 넘어…이익의 공유와 지역 환류 고민해야" 손 의원 의혹으로 관심이 집중된 목포 도시재생 사업을 담당하는 전은호 목포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을 만났습니다. 전 센터장은 손 의원 논란이 목포 지역 주민들에게 도시재생에 대한 일종의 '학습효과'가 됐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전국적 관심 속에 원도심 주민들은 장기간 폐가로 방치했던 건물의 가치를 재평가하면서 매물을 거두고, 매수 희망자들도 투기 논란에 주춤하면서 일종의 '거래 동결' 상태라는 겁니다. 그런데 노령화된 원주민 건물주들은 손 의원처럼 빈집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획력이나 관리 능력, 자본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전 센터장은 목포의 지금 상황이 새로운 도시재생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진단했습니다. 전은호 목포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도시재생은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건물주도 함께 노력해서 도시를 활성화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는 겁니다. 그런데 가치 상승으로 지가가 어느 정도 오르면, 공적인 요인으로 상승한 가치를 공적으로 모아서 지역에 순환시키는 게 바람직합니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그 가치 평가방법이나 순환 장치가 없는 거죠." 공적 자금 투입의 효과가 건물주에게 돌아오면 매매할 때 부담금이나 조세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방식을 넘어, 원주민 건물주가 지역에 자산을 유지하면서도 도시재생의 이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새로운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전은호 센터장은 손 의원 논란이 불거지기 며칠 전, 목포시로부터 행정과 주민의 중간지원조직인 도시재생지원센터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국토연구원, 토지+자유연구소, 나눔과 미래에서 연구와 현장 활동을 해온 전 센터장은 시민 자산화와 젠트리피케이션(내몰림) 대책 등에 관한 전문가로 꼽힙니다. 시민신탁, 기획력·자금력 부족해도 주민 주도로 지역을 재생할 수 있는 방법 전 센터장의 첫째 제안은 '시민신탁'입니다. 지역공동체가 비영리조직을 통해 부동산을 공동으로 운영 관리하는, 일종의 공동체 토지 신탁(Community Land Trust)입니다. 예를 들어, 빈집을 가진 건물주와 목포시는 10년 정도 이상의 신탁계약을 맺습니다. 건물주는 사적 소유권을 유지하되, 빈집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시에 맡기게 됩니다. 시는 빈집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건물주와 손익을 공유하게 됩니다. 이 때 돌려주는 수익의 일부는 운영비를 포함한 '지역기금'으로 적립하게 됩니다. 손 의원이 활용방안으로 언급한 게스트하우스·공방·카페 등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을 수 있는 시설의 조성과 임대는 주민조직이 맡습니다. 협동조합이나 법인 형태의 주민조직은 빈집을 위탁받아 공간을 개보수하고 운영해 수익을 창출합니다. 어찌 보면 민간 부동산 관리전문회사의 역할과 비슷해 보이지만, 장소성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지역을 관리하고 지역 활성화에 따른 이익을 건물주가 사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기금 조성으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시민신탁 방식은 구분됩니다. 시는 주민조직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정부의 도시재생 예산을 시민신탁에 참여한 구역에 우선 투입함으로써, 도시재생이 정부 예산으로 건물주를 배불린다는 비판을 비껴갈 수 있습니다. 정부·건물주·주민이 함께 지역활성화, 이익도 함께 공유 이 제안대로라면 건물주는 빈집 활용에 따른 수익을 시로부터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활성화에 따른 자산 가치의 회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민조직은 빈집을 개보수하고 유지 관리, 임대 운영을 하면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주민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주민 스스로 거주 지역의 생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역량이 형성되는 것은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입니다. 지방정부는 빈집이 사라지고, 주민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스스로 지역관리 역량이 증진되는 도시재생 뉴딜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지역 활성화로 대상지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재산세가 늘어나는 세입 증가도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부재 지주에게 부동산을 팔고 떠나 정착률이 낮아지고 부재지주들이 임대료를 급등시켜 세입자를 내모는, 도시재생의 역효과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시민신탁 건물의 세입자는 저렴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고, 원도심 주민들은 활성화된 도시의 기회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어떨까요. '마중물 예산'이라는 명칭처럼, 정부의 도시재생 예산은 지역 활성화의 시동을 걸기 위한 예산일 뿐입니다. 정부 프로젝트 사업 기간 시민신탁을 통해 스스로 지역기금을 조성한 지역은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의 지원 예산이 중단된 뒤에도 지역기금으로 재생 활동을 지속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미국 공동체 토지 신탁 (Community Land Trust) 현황 [출처 : Grounded Solutions Network] 협력적·융합적 수단의 제도화 필요…국회의원의 역할은? 전 센터장의 또 다른 제안은 가치있는 근대건축물을 공공뿐만 아니라 시민이 매입하는 '시민자산'입니다. 가치있는 지역건축물이 매물로 나왔을 때, 시민이 새로운 건물주가 되자는 겁니다. 꼭 목포 시민이 아니라도 같이 투자해서 지역자산을 매입하고, 그 건물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게 된다면 콘도 회원권처럼 이용권을 주는 식의 보상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목포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주민협의체가 구성되면 앞서 설명한 시민신탁 구상을 포함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도시재생 사례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뜻 있는 지역 건물주 몇 명이라도 참여해 시범 모델을 보여주면,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시민신탁은 낯선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청주와 창원에서 도시재생신탁업무센터가 설립돼 상가 활성화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공동체 토지 신탁이 출발한 미국에서는 이미 220여 개의 공동체 토지 신탁이 저소득층을 위한 이른바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부동산 신탁업은 금융업으로 분류돼 금융위원회의 인가 사항입니다. 공동체 토지 신탁이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 연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태인 거죠.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이해충돌 금지 논란 없이 국회의원이 도시재생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