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김경수 선고에 영향?…‘매크로 조작’에 이례적 실형 선고

입력 2019.01.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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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관 검색어 조작' 징역 8개월 선고
동일한 조작 방식, 드루킹-김경수는?

<'연관 검색어 조작' 박 모 씨, 징역 8개월 실형 선고>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연관 검색어를 조작한 30살 박 모 씨에게 내려진 선고입니다. 지난해 4월부터 두 달 동안 연관 검색어를 1천190회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에 대한 법적 판단이었습니다.

그는 자동입력시스템인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연관 검색어를 조작했습니다. 우선 자신의 사무실에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30여 대 씩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테더링이나 비행기 탑승모드전환을 통해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수시로 변경해 가며 검색어를 조작했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활성산소'라는 단어와 함께 특정 건강기능식품의 이름을 자동 검색하게 만들어, 해당 상품이 연관 검색어로 노출되도록 조작하는 식이었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


여기서 박 씨가 사용했다는 '매크로 프로그램',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용어입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때문입니다.

당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공소장에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범이라고 적시했습니다. 드루킹 등이 자체 개발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선거운동의 공범이라는 겁니다.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을 한 곳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속칭 '산채' 사무실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뤄진 댓글 조작은 대선 전 6개월 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댓글 118만 개에 8천800여만 번이었습니다.

실형이 선고된 박 씨 범행의 7만 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범행 방식은 박 씨의 방법과 같았습니다. 박 씨의 매크로 프로그램은 더욱 정교해진 '킹크랩', 박 씨의 사무실은 조직적 범행이 이뤄진 '산채'로 그대로 대체됩니다.

<'동일 방식' 드루킹에겐 어떤 판단?>


드루킹은 첫 재판부터 댓글 조작과 관련된 모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관련법의 선고 형량 자체가 무겁지 않았던 점에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실제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죄가 만들어진 1995년 이후 현재까지 이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 씨에게 이례적으로 징역형, 그것도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박 씨의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인터넷 포털 운영자의 업무를 방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허위의 정보를 제공해 유·무형의 피해를 입게 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허익범 특검팀의 공소장과 같은 취지의 해석이었습니다. 드루킹과 김 지사의 선고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공범’ 김경수 지사...‘킹크랩 허락 여부’ 핵심 쟁점>


그렇다면 공범으로 지목된 김 지사는 어떤 판단을 받게 될까요?

핵심은 '산채'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김 지사가 보고 허락했는지 여부입니다. 즉, 김 지사가 드루킹의 댓글 조작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직·간접적으로 댓글 조작을 용인 혹은 지시했느냐입니다. 특검은 시연회와 관련된 물적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시연회에 참석한 이들의 진술 등이 명확하게 일치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 지사 측은 시연회 여부가 아닌 김 지사가 시연회를 봤다는 걸 입증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일관되게 '킹크랩'은 모른다는 겁니다.

특검은 한 달 전 결심 공판에서 김 지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업무방해 혐의 징역 3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징역 2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김 지사를 "선거를 위해서라면 공직을 거래 대상으로 취급하는 일탈한 정치인의 행태"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드루킹 김 씨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김 지사의 유무죄가 갖는 정치적 파장은 매우 큽니다. 무죄가 선고될 경우, 김 지사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는 단단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드루킹 특검은 결국 많은 국민에게 김경수 지사를 각인시켜준 특검으로 남을 겁니다.

하지만 댓글조작 공모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게 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됩니다. '대선 승리를 위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특검 수사 결과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사실상 정치적 생명을 잃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김 지사의 정치적 운명이 달린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지사와 드루킹 김 씨의 선고 공판은 모레(30일)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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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루킹-김경수 선고에 영향?…‘매크로 조작’에 이례적 실형 선고
    • 입력 2019-01-28 17:13:04
    취재K
■ '연관 검색어 조작' 징역 8개월 선고
동일한 조작 방식, 드루킹-김경수는?

<'연관 검색어 조작' 박 모 씨, 징역 8개월 실형 선고>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연관 검색어를 조작한 30살 박 모 씨에게 내려진 선고입니다. 지난해 4월부터 두 달 동안 연관 검색어를 1천190회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에 대한 법적 판단이었습니다.

그는 자동입력시스템인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연관 검색어를 조작했습니다. 우선 자신의 사무실에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30여 대 씩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테더링이나 비행기 탑승모드전환을 통해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수시로 변경해 가며 검색어를 조작했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활성산소'라는 단어와 함께 특정 건강기능식품의 이름을 자동 검색하게 만들어, 해당 상품이 연관 검색어로 노출되도록 조작하는 식이었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


여기서 박 씨가 사용했다는 '매크로 프로그램',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용어입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때문입니다.

당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공소장에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범이라고 적시했습니다. 드루킹 등이 자체 개발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선거운동의 공범이라는 겁니다.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을 한 곳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속칭 '산채' 사무실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뤄진 댓글 조작은 대선 전 6개월 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댓글 118만 개에 8천800여만 번이었습니다.

실형이 선고된 박 씨 범행의 7만 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범행 방식은 박 씨의 방법과 같았습니다. 박 씨의 매크로 프로그램은 더욱 정교해진 '킹크랩', 박 씨의 사무실은 조직적 범행이 이뤄진 '산채'로 그대로 대체됩니다.

<'동일 방식' 드루킹에겐 어떤 판단?>


드루킹은 첫 재판부터 댓글 조작과 관련된 모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관련법의 선고 형량 자체가 무겁지 않았던 점에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실제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죄가 만들어진 1995년 이후 현재까지 이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 씨에게 이례적으로 징역형, 그것도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박 씨의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인터넷 포털 운영자의 업무를 방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허위의 정보를 제공해 유·무형의 피해를 입게 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허익범 특검팀의 공소장과 같은 취지의 해석이었습니다. 드루킹과 김 지사의 선고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공범’ 김경수 지사...‘킹크랩 허락 여부’ 핵심 쟁점>


그렇다면 공범으로 지목된 김 지사는 어떤 판단을 받게 될까요?

핵심은 '산채'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김 지사가 보고 허락했는지 여부입니다. 즉, 김 지사가 드루킹의 댓글 조작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직·간접적으로 댓글 조작을 용인 혹은 지시했느냐입니다. 특검은 시연회와 관련된 물적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시연회에 참석한 이들의 진술 등이 명확하게 일치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 지사 측은 시연회 여부가 아닌 김 지사가 시연회를 봤다는 걸 입증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일관되게 '킹크랩'은 모른다는 겁니다.

특검은 한 달 전 결심 공판에서 김 지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업무방해 혐의 징역 3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징역 2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김 지사를 "선거를 위해서라면 공직을 거래 대상으로 취급하는 일탈한 정치인의 행태"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드루킹 김 씨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김 지사의 유무죄가 갖는 정치적 파장은 매우 큽니다. 무죄가 선고될 경우, 김 지사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는 단단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드루킹 특검은 결국 많은 국민에게 김경수 지사를 각인시켜준 특검으로 남을 겁니다.

하지만 댓글조작 공모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게 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됩니다. '대선 승리를 위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특검 수사 결과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사실상 정치적 생명을 잃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김 지사의 정치적 운명이 달린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지사와 드루킹 김 씨의 선고 공판은 모레(30일)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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