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외신에 비친 故 김복동 할머니, ‘I Can Speak’는 계속된다!

입력 2019.01.30 (17:42) 수정 2019.01.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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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인 김복동 할머니가 끝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이라는 평생의 한을 풀지 못한 채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 이후 국내에서 추모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외신들도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잇달아 전하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누비며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온 고인의 삶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는 이례적으로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장문의 '부고 기사'로 출고했고, 로이터 통신은 "끝까지 싸워달라"는 고인의 유언을 기사 제목에 그대로 담아 눈길을 끌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 별세 소식을 전하는 뉴욕타임스 부고 기사 캡처김복동 할머니 별세 소식을 전하는 뉴욕타임스 부고 기사 캡처

이례적인 NYT 부고 기사 "전시 성 노예 피해자들의 대표적인 인물" 조명

미국 뉴욕타임스는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29일 자 '부고면(Obituaries)'에 게재했다

주로 유명 인사가 숨졌을 때 부고면 기사를 통해 고인의 행적을 조명해온 뉴욕타임스의 기사 관행을 감안할 때, 한국인인 김복동 할머니의 부고 기사는 그 자체가 이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에 대한 배상을 촉구해온 전시 성 노예(Wartime Sex Slave), 김복동 할머니 92세에 숨을 거두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할머니를 수천 명에 달하는 성 노예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국제 사회의 관심을 상기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으며, 1990년대 초부터 '위안부'로 불리는 전시 성 노예 피해자들의 대표적인 인물로 활약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1992년 처음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 유엔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전시 성 노예 피해자들의 실상을 증언한 사실에 주목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속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정식 부고 기사인 만큼, 기사 분량은 꽤 길다.

김복동 할머니의 사연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들의 피해 실상을 조명하는가 하면, 1990년대 이후 한국 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회복 싸움과 그 과정에서의 고인의 역할,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정부 간 갈등까지 위안부 문제 전반을 조목조목 짚었다.

위안부 피해 실상과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먼저 김 할머니가 14살 어린 나이에 중국에 끌려간 뒤 홍콩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을 전전하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고 지적하면서, "평일에는 하루 15명,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50명이 넘었다.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당했다"는 김 할머니의 생전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에 이어 김복동 할머니가 1992년 피해 증언에 나서면서 한국 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수십 년간의 침묵을 깨고 본격적으로 일본 대사관 앞 시위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김 할머니는 맨 앞에서 이들의 명예회복 운동을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해 병상에서 나와 휠체어를 탄 채 1인 시위를 벌인 사실 등을 거론하며, 2016년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소녀상 앞에 앉아있는 김 할머니의 모습과 2016년 일본 대사관 근처 항의집회에 참석한 김 할머니의 사진을 기사 곳곳에 배치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1995년 박근혜-아베의 위안부 합의 논란, 최근의 화해 치유재단 폐쇄 결정까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기나긴 갈등 상황도 상세히 소개한 뉴욕타임스의 부고 기사는 "우리가 평생을 바쳐 싸워온 이유는 결코 돈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일본 정부의 진정 어린 사과와 법적 배상이다"는 김 할머니의 말로 끝을 맺고 있다.


■로이터 "'끝까지 싸워달라' 유언..고인이 원한 건 진정한 사과"

로이터 통신은 "끝까지 싸워달라(Fight until the end)"는 고인의 유언을 제목에 달아 부고 기사를 출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끝까지 싸워달라': 한국의 '위안부' 운동가 93세 사망"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김복동 할머니가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의 붙박이 참석자였다면서 "일본의 전시 성 노예 문제에 대한 논쟁의 한가운데서 평생을 보냈다"고 고인의 삶을 조명했다.

특히 김복동 할머니가 숨을 거두기 전날 갑자기 눈을 뜨고 긴 이야기를 했는데, "모든 걸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끝까지 싸워달라는 말이었다"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의 인터뷰를 전하며 고인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일본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로이터는 또 "진정한 사과(Sincere Apology)"라는 소제목의 기사에서 "위로금이라고 하는 건, 천억 원을 줘도 받을 수 없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김복동 할머니의 국회 발언 내용을 인용해 고인이 생전에 전하려던 메시지를 더욱 확실히 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국의 한 외교관은 "그녀(김복동 할머니)는 어떤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현명했다"면서 "고인이 원한 건 오직 진정한 사죄였고, 우리를 이를 충분히 존중했다. 고인이 정부의 일에 만족하지 못했을 때조차도 우리는 미안함을 느꼈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중동지역의 최대 언론사인 알자지라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도 김 할머니의 별세로 한국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23명만 생존자로 남게 됐다면서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을 잇달아 조명하고 있다.

"내가 증거여, 내몸이...여기 살아있는 모든 피해자가 증거여.왜 증거가 없다고 하는거여!"

위안부 피해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기위해 분투해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에 등장하는 대사다.

故 김복동 할머니의 'I Can Speak', 세계를 향한 외침은 생을 마감한 뒤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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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30 17:42:53
    • 수정2019-01-30 21: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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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인 김복동 할머니가 끝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이라는 평생의 한을 풀지 못한 채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 이후 국내에서 추모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외신들도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잇달아 전하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누비며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온 고인의 삶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는 이례적으로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장문의 '부고 기사'로 출고했고, 로이터 통신은 "끝까지 싸워달라"는 고인의 유언을 기사 제목에 그대로 담아 눈길을 끌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 별세 소식을 전하는 뉴욕타임스 부고 기사 캡처
이례적인 NYT 부고 기사 "전시 성 노예 피해자들의 대표적인 인물" 조명

미국 뉴욕타임스는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29일 자 '부고면(Obituaries)'에 게재했다

주로 유명 인사가 숨졌을 때 부고면 기사를 통해 고인의 행적을 조명해온 뉴욕타임스의 기사 관행을 감안할 때, 한국인인 김복동 할머니의 부고 기사는 그 자체가 이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에 대한 배상을 촉구해온 전시 성 노예(Wartime Sex Slave), 김복동 할머니 92세에 숨을 거두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할머니를 수천 명에 달하는 성 노예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국제 사회의 관심을 상기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으며, 1990년대 초부터 '위안부'로 불리는 전시 성 노예 피해자들의 대표적인 인물로 활약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1992년 처음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 유엔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전시 성 노예 피해자들의 실상을 증언한 사실에 주목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속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정식 부고 기사인 만큼, 기사 분량은 꽤 길다.

김복동 할머니의 사연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들의 피해 실상을 조명하는가 하면, 1990년대 이후 한국 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회복 싸움과 그 과정에서의 고인의 역할,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정부 간 갈등까지 위안부 문제 전반을 조목조목 짚었다.

위안부 피해 실상과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먼저 김 할머니가 14살 어린 나이에 중국에 끌려간 뒤 홍콩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을 전전하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고 지적하면서, "평일에는 하루 15명,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50명이 넘었다.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당했다"는 김 할머니의 생전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에 이어 김복동 할머니가 1992년 피해 증언에 나서면서 한국 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수십 년간의 침묵을 깨고 본격적으로 일본 대사관 앞 시위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김 할머니는 맨 앞에서 이들의 명예회복 운동을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해 병상에서 나와 휠체어를 탄 채 1인 시위를 벌인 사실 등을 거론하며, 2016년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소녀상 앞에 앉아있는 김 할머니의 모습과 2016년 일본 대사관 근처 항의집회에 참석한 김 할머니의 사진을 기사 곳곳에 배치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1995년 박근혜-아베의 위안부 합의 논란, 최근의 화해 치유재단 폐쇄 결정까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기나긴 갈등 상황도 상세히 소개한 뉴욕타임스의 부고 기사는 "우리가 평생을 바쳐 싸워온 이유는 결코 돈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일본 정부의 진정 어린 사과와 법적 배상이다"는 김 할머니의 말로 끝을 맺고 있다.


■로이터 "'끝까지 싸워달라' 유언..고인이 원한 건 진정한 사과"

로이터 통신은 "끝까지 싸워달라(Fight until the end)"는 고인의 유언을 제목에 달아 부고 기사를 출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끝까지 싸워달라': 한국의 '위안부' 운동가 93세 사망"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김복동 할머니가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의 붙박이 참석자였다면서 "일본의 전시 성 노예 문제에 대한 논쟁의 한가운데서 평생을 보냈다"고 고인의 삶을 조명했다.

특히 김복동 할머니가 숨을 거두기 전날 갑자기 눈을 뜨고 긴 이야기를 했는데, "모든 걸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끝까지 싸워달라는 말이었다"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의 인터뷰를 전하며 고인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일본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로이터는 또 "진정한 사과(Sincere Apology)"라는 소제목의 기사에서 "위로금이라고 하는 건, 천억 원을 줘도 받을 수 없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김복동 할머니의 국회 발언 내용을 인용해 고인이 생전에 전하려던 메시지를 더욱 확실히 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국의 한 외교관은 "그녀(김복동 할머니)는 어떤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현명했다"면서 "고인이 원한 건 오직 진정한 사죄였고, 우리를 이를 충분히 존중했다. 고인이 정부의 일에 만족하지 못했을 때조차도 우리는 미안함을 느꼈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중동지역의 최대 언론사인 알자지라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도 김 할머니의 별세로 한국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23명만 생존자로 남게 됐다면서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을 잇달아 조명하고 있다.

"내가 증거여, 내몸이...여기 살아있는 모든 피해자가 증거여.왜 증거가 없다고 하는거여!"

위안부 피해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기위해 분투해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에 등장하는 대사다.

故 김복동 할머니의 'I Can Speak', 세계를 향한 외침은 생을 마감한 뒤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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