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1+1’ 끼워 팔고도 부진 늪 빠진 애플…바보야! 문제는 ‘가성비’야

입력 2019.01.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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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5일~18일, 신형 애플 아이폰 X, XS, XS 맥스, XR 할인판매 내용(미국 코스트코)


애플 새 아이폰 1+1 파격 세일하고도 목표 매출 달성 못해

애플은 지난해 9월 신형 아이폰 3종인 XS와 XS 맥스, XR을 시장에 선보였다. '아이폰XS' 시리즈는 스마트폰 사상 가장 비쌌던 '아이폰X'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아이폰 XS의 가격은 미국 시장 기준으로 999달러부터, XS 맥스는 1,099달러로 시작한 것이다. 해외에서 512GB 저장 용량의 아이폰XS 맥스를 구입하려면 한화로 200만 원을 넘게 써야 한다. 아이폰 마니아들이야 기다리던 새 아이폰 시리즈를 구매한다는 기쁨에 들뜨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 아이폰을 보면 경쟁 모델과 비교해서 뭐가 뛰어난 거지? 라는 의문을 갖게 한 모델이다.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을 안 것일까? 애플은 불과 출시 두 달 만에 획기적인 세일에 들어갔다. 미국 내 창고형 대형 할인점인 코스트코(Costco Wholesale)에서 휴대폰 한 개를 사면 휴대폰 한 대를 더 주는 사실상 1+1 세일에 돌입한 것이다. 물론 통신업체와 제휴해 24개월로 통신비를 분납하는 조건으로 휴대전화를 싸게 파는 행사지만 애플은 이 행사에 신형 아이폰 3종을 포함해 구형 모델인 아이폰 X까지 밀어내기를 시도한 것이다.

아이폰 8, 아이폰X 시리즈 미국 내 판매가격(통신회사와 제휴 판매가 기준) 아이폰 8, 아이폰X 시리즈 미국 내 판매가격(통신회사와 제휴 판매가 기준)

애플, 추수감사절 전후 파격 세일 나섰지만 매출 15% 줄어
팀 쿡 애플 CEO "중국 경기, 미·중 무역 전쟁 영향"

당시 코스트코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특판에 들어간 아이폰들이 모두 구형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판매 중인 제품에 새 모델 3종이 포함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애플의 이 같은 판매는 사실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도 추수감사절(11월 22일~28일)에나 이어지는 블랙 프라이데이도 아닌데 이같은 1+1 세일에 나서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이 같은 이례적인 할인판매에 나서고도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현지시간 29일 지난 분기(2018년 10월~12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이폰 매출이 519억 8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 보다도 낮은 수치인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매출 부진이 주로 중국 경제권의 경제성장 둔화 때문이라고 투자자들에게 강조했다. 중국 경기가 둔화하며 수요가 위축된 점, 미·중 무역 전쟁에 따라 애플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심리가 자극을 받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은 지난해 1분기부터이다. 1분기에 올린 매출이 15조 3천억 원이었는데, 전년에 비해 무려 27%, 약 5조 5천억 원이나 감소했다.

중국 베이징 애플 매장(12월, 2018년), 사진 출처 :로이터 중국 베이징 애플 매장(12월, 2018년), 사진 출처 :로이터

IT 전문가들 "애플 가격 정책·제품 혁신이 근본적 문제"
AP통신 "애플 고가 정책 연말 쇼핑시즌 판매 저조로 역풍 맞아"
애플, 앞으로 '판매 대수' 공개 안해..'매출 실적'만 공개

미국 IT 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애플의 부진을 팀 쿡 최고경영자는 중국 시장 탓으로 돌리며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많은 외부 전문가들은 애플의 가격 정책이나 제품 자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일부러 높게 책정하는 프리미엄 가격 전략이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AP통신은 "애플이 아이폰의 수요증가 둔화세를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상쇄하기를 희망했으나 그 전략이 연말 쇼핑시즌에 판매가 저조해진 뒤 역풍을 맞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이폰은 중국 내에서 비슷한 성능을 보이면서 가격은 저렴한 화웨이나 샤오미와 같은 현지 업체에 분명하게 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비싼 이이폰이 현재 1,350 달러에 달했지만, 그 성능이 가격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가 아이폰 판매 하락에 직접적인 원인인지를 두고도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2% 감소했지만, 중국 화웨이와 비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각각 23%, 8%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에 불어닥친 '애국주의'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애플 아이폰의 가성비 문제가 꼽히는 이유이다.
아이폰 일부 모델의 경우 200만 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이 책정됐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이제 중국 토종 브랜드와 큰 차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애플은 올해 1분기 실적도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비수기에 해당하는 1분기에 550억~590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했는데 이 같은 수치는 시장의 전망치인 588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애플은 이번 분기부터는 아이폰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이날 아이폰 매출 실적은 발표됐지만, 판매 대수는 발표하지 않았다. 애플 창업자인 잡스의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의 경영 능력에 한계가 왔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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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31 07: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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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5일~18일, 신형 애플 아이폰 X, XS, XS 맥스, XR 할인판매 내용(미국 코스트코)


애플 새 아이폰 1+1 파격 세일하고도 목표 매출 달성 못해

애플은 지난해 9월 신형 아이폰 3종인 XS와 XS 맥스, XR을 시장에 선보였다. '아이폰XS' 시리즈는 스마트폰 사상 가장 비쌌던 '아이폰X'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아이폰 XS의 가격은 미국 시장 기준으로 999달러부터, XS 맥스는 1,099달러로 시작한 것이다. 해외에서 512GB 저장 용량의 아이폰XS 맥스를 구입하려면 한화로 200만 원을 넘게 써야 한다. 아이폰 마니아들이야 기다리던 새 아이폰 시리즈를 구매한다는 기쁨에 들뜨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 아이폰을 보면 경쟁 모델과 비교해서 뭐가 뛰어난 거지? 라는 의문을 갖게 한 모델이다.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을 안 것일까? 애플은 불과 출시 두 달 만에 획기적인 세일에 들어갔다. 미국 내 창고형 대형 할인점인 코스트코(Costco Wholesale)에서 휴대폰 한 개를 사면 휴대폰 한 대를 더 주는 사실상 1+1 세일에 돌입한 것이다. 물론 통신업체와 제휴해 24개월로 통신비를 분납하는 조건으로 휴대전화를 싸게 파는 행사지만 애플은 이 행사에 신형 아이폰 3종을 포함해 구형 모델인 아이폰 X까지 밀어내기를 시도한 것이다.

아이폰 8, 아이폰X 시리즈 미국 내 판매가격(통신회사와 제휴 판매가 기준)
애플, 추수감사절 전후 파격 세일 나섰지만 매출 15% 줄어
팀 쿡 애플 CEO "중국 경기, 미·중 무역 전쟁 영향"

당시 코스트코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특판에 들어간 아이폰들이 모두 구형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판매 중인 제품에 새 모델 3종이 포함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애플의 이 같은 판매는 사실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도 추수감사절(11월 22일~28일)에나 이어지는 블랙 프라이데이도 아닌데 이같은 1+1 세일에 나서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이 같은 이례적인 할인판매에 나서고도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현지시간 29일 지난 분기(2018년 10월~12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이폰 매출이 519억 8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 보다도 낮은 수치인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매출 부진이 주로 중국 경제권의 경제성장 둔화 때문이라고 투자자들에게 강조했다. 중국 경기가 둔화하며 수요가 위축된 점, 미·중 무역 전쟁에 따라 애플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심리가 자극을 받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은 지난해 1분기부터이다. 1분기에 올린 매출이 15조 3천억 원이었는데, 전년에 비해 무려 27%, 약 5조 5천억 원이나 감소했다.

중국 베이징 애플 매장(12월, 2018년), 사진 출처 :로이터
IT 전문가들 "애플 가격 정책·제품 혁신이 근본적 문제"
AP통신 "애플 고가 정책 연말 쇼핑시즌 판매 저조로 역풍 맞아"
애플, 앞으로 '판매 대수' 공개 안해..'매출 실적'만 공개

미국 IT 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애플의 부진을 팀 쿡 최고경영자는 중국 시장 탓으로 돌리며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많은 외부 전문가들은 애플의 가격 정책이나 제품 자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일부러 높게 책정하는 프리미엄 가격 전략이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AP통신은 "애플이 아이폰의 수요증가 둔화세를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상쇄하기를 희망했으나 그 전략이 연말 쇼핑시즌에 판매가 저조해진 뒤 역풍을 맞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이폰은 중국 내에서 비슷한 성능을 보이면서 가격은 저렴한 화웨이나 샤오미와 같은 현지 업체에 분명하게 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비싼 이이폰이 현재 1,350 달러에 달했지만, 그 성능이 가격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가 아이폰 판매 하락에 직접적인 원인인지를 두고도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2% 감소했지만, 중국 화웨이와 비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각각 23%, 8%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에 불어닥친 '애국주의'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애플 아이폰의 가성비 문제가 꼽히는 이유이다.
아이폰 일부 모델의 경우 200만 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이 책정됐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이제 중국 토종 브랜드와 큰 차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애플은 올해 1분기 실적도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비수기에 해당하는 1분기에 550억~590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했는데 이 같은 수치는 시장의 전망치인 588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애플은 이번 분기부터는 아이폰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이날 아이폰 매출 실적은 발표됐지만, 판매 대수는 발표하지 않았다. 애플 창업자인 잡스의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의 경영 능력에 한계가 왔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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