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죽음 부르는 일본 자위대 권력 갑질 ‘파와하라’

입력 2019.01.31 (17:41) 수정 2019.01.3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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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 자위대 함정


군대인 듯 군대 아닌 군대 같은 무장 조직. 일본 자위대가 그렇다. 실질적인 군사력을 보유했지만 헌법적 지위는 없다. 전쟁만 하지 않을 뿐, 하는 일도 여느 나라 군대와 별반 다름없다. 우방으로 알고 있던 이웃 나라의 함정에 위협성 저공비행을 반복하는 것으로 봐서는 '잠재적 호전성'까지 우려되는 수준이다. 아베 총리는 그런 자위대에 헌법적 근거를 부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제 첨단 무기를 잔뜩 갖춘 채 무장을 더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내부에서는 기본 규율 또는 훈련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인권침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상자위대 권력형 괴롭힘으로 함정 승무원 자살

NHK는 최근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발생한 함정 승무원 자살사건을 상세히 보도했다. 지난해 가을 함정 승무원이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함장 등에 의한 권력형 괴롭힘(파와하라,パワハラ)이 큰 원인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자위대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엄격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해상 자위대 보급함 ‘도키와’해상 자위대 보급함 ‘도키와’

사건은 지난해 9월 해상자위대 보급함 '도키와'에서 발생했다. 도키와는 가나가와 현 요코스카 기지를 모항으로 삼고 있다. 요코스카는 해상자위대뿐만 아니라 미국 해군의 주요 주둔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시 도키와의 함정 안에서 30대 남성 자위대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승조원들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권력형 괴롭힘을 의심하게 만드는 답변이 여럿 나왔다. 자위대가 공식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살 사건의 정확한 배경 파악에 나섰다.

권력형 괴롭힘으로 사람이 죽었는데, 처벌은 정직 30일

조사 결과, 당시 도키와의 함장이던 '2등 해좌(중령)'가 자살한 승무원 등 여러 부하 대원에게 위압적인 언동이나 폭언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등 해좌(소령) 등 상급 장교 2명은 승무원에게 "바보 아냐?" 등의 폭언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는 부하대원에 대한 장교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이 자살의 큰 요인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무라카와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 격)무라카와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 격)

해상자위대 수장인 '무라카와 유타가'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은 "권력형 괴롭힘이나 잘못된 지도가 자위대원을 자살로 내몬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엄격한 조치와 처분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함장에게는 정직 30일, 상사 2명에게는 정직 20일 징계가 내려졌다.

일본 해상 자위대 함정일본 해상 자위대 함정

집단 괴롭힘 혹은 권력형 괴롭힘의 문제는 학교, 직장, 자위대 등 일본 사회에서 집단생활이 이뤄지는 곳에서 발생하는 보편적 문제가 됐다. 더 큰 문제는 한 사람의 죽음이 권력형 괴롭힘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기까지는 길고도 괴로운 또 하나의 싸움을 견뎌야 한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권력형 괴롭힘...해상자위대의 고질병인가?

해상자위대에서는 2004년과 2014년에도 집단 괴롭힘과 관련한 자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됐다.

2004년 발생한 자살 사건은 관련 재판이 10년을 끌었다. 2014년 도쿄 고등법원은 "집단 괴롭힘 때문에 자살한 자위대원 유족에게 국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집단 괴롭힘에 의한 자살 사건이 벌어졌다.

2014년 요코스카 기지에서 발생한 해상자위대원 자살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NHK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부하 대원의 머리를 때리고, 선박 출입문에 손을 끼워 넣는가 하면, 양동이를 들고 서 있게 하고, 무릎을 꿇린 채 이마를 땅바닥에 대도록 강요했다. 따돌림을 넘어서 학대에 가까웠다.

자위대원들에게 전우애라는 것은?

고문 수준의 괴롭힘이 반복되자, 피해자는 3차례나 퇴선을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모두 묵살됐다. 간부와의 면담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구제 조치는 없었다. 게다가 당시 동료 대원 수십 명이 이러한 괴롭힘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두 모른 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 전우애라는 것이 과연 있었을까?

당시에도 해상막료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했다. "괴롭힘이 계기가 된 자살을 막지 못해 애석함을 금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대응이 잘못됐다"며 머리를 숙였다.

자위대 안에서 집단 괴롭힘, 권력형 괴롭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지휘부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비슷한 류의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상담 강화 등 이런저런 재발방지 대책을 세웠지만, 실효성에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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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1-31 20:11:21
    특파원 리포트
▲일본 해상 자위대 함정


군대인 듯 군대 아닌 군대 같은 무장 조직. 일본 자위대가 그렇다. 실질적인 군사력을 보유했지만 헌법적 지위는 없다. 전쟁만 하지 않을 뿐, 하는 일도 여느 나라 군대와 별반 다름없다. 우방으로 알고 있던 이웃 나라의 함정에 위협성 저공비행을 반복하는 것으로 봐서는 '잠재적 호전성'까지 우려되는 수준이다. 아베 총리는 그런 자위대에 헌법적 근거를 부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제 첨단 무기를 잔뜩 갖춘 채 무장을 더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내부에서는 기본 규율 또는 훈련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인권침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상자위대 권력형 괴롭힘으로 함정 승무원 자살

NHK는 최근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발생한 함정 승무원 자살사건을 상세히 보도했다. 지난해 가을 함정 승무원이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함장 등에 의한 권력형 괴롭힘(파와하라,パワハラ)이 큰 원인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자위대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엄격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해상 자위대 보급함 ‘도키와’
사건은 지난해 9월 해상자위대 보급함 '도키와'에서 발생했다. 도키와는 가나가와 현 요코스카 기지를 모항으로 삼고 있다. 요코스카는 해상자위대뿐만 아니라 미국 해군의 주요 주둔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시 도키와의 함정 안에서 30대 남성 자위대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승조원들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권력형 괴롭힘을 의심하게 만드는 답변이 여럿 나왔다. 자위대가 공식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살 사건의 정확한 배경 파악에 나섰다.

권력형 괴롭힘으로 사람이 죽었는데, 처벌은 정직 30일

조사 결과, 당시 도키와의 함장이던 '2등 해좌(중령)'가 자살한 승무원 등 여러 부하 대원에게 위압적인 언동이나 폭언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등 해좌(소령) 등 상급 장교 2명은 승무원에게 "바보 아냐?" 등의 폭언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는 부하대원에 대한 장교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이 자살의 큰 요인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무라카와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 격)
해상자위대 수장인 '무라카와 유타가'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은 "권력형 괴롭힘이나 잘못된 지도가 자위대원을 자살로 내몬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엄격한 조치와 처분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함장에게는 정직 30일, 상사 2명에게는 정직 20일 징계가 내려졌다.

일본 해상 자위대 함정
집단 괴롭힘 혹은 권력형 괴롭힘의 문제는 학교, 직장, 자위대 등 일본 사회에서 집단생활이 이뤄지는 곳에서 발생하는 보편적 문제가 됐다. 더 큰 문제는 한 사람의 죽음이 권력형 괴롭힘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기까지는 길고도 괴로운 또 하나의 싸움을 견뎌야 한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권력형 괴롭힘...해상자위대의 고질병인가?

해상자위대에서는 2004년과 2014년에도 집단 괴롭힘과 관련한 자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됐다.

2004년 발생한 자살 사건은 관련 재판이 10년을 끌었다. 2014년 도쿄 고등법원은 "집단 괴롭힘 때문에 자살한 자위대원 유족에게 국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집단 괴롭힘에 의한 자살 사건이 벌어졌다.

2014년 요코스카 기지에서 발생한 해상자위대원 자살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NHK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부하 대원의 머리를 때리고, 선박 출입문에 손을 끼워 넣는가 하면, 양동이를 들고 서 있게 하고, 무릎을 꿇린 채 이마를 땅바닥에 대도록 강요했다. 따돌림을 넘어서 학대에 가까웠다.

자위대원들에게 전우애라는 것은?

고문 수준의 괴롭힘이 반복되자, 피해자는 3차례나 퇴선을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모두 묵살됐다. 간부와의 면담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구제 조치는 없었다. 게다가 당시 동료 대원 수십 명이 이러한 괴롭힘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두 모른 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 전우애라는 것이 과연 있었을까?

당시에도 해상막료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했다. "괴롭힘이 계기가 된 자살을 막지 못해 애석함을 금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대응이 잘못됐다"며 머리를 숙였다.

자위대 안에서 집단 괴롭힘, 권력형 괴롭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지휘부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비슷한 류의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상담 강화 등 이런저런 재발방지 대책을 세웠지만, 실효성에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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