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국민연금…대한항공·한진칼 엇갈린 판단, 왜?

입력 2019.02.01 (20: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단서 붙은 제한적 경영 참여, 왜?

국민연금은 오늘(1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한진칼에 경영 참여(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행사 범위에 대해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연금은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 '횡령이나 배임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하는 정관 변경을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조양호 회장 등 이사 해임이나 사외이사 후보 추천보다는 한 걸음 물러선 겁니다.


경영 참여 주주권은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주주총회에 제안하거나 관련 임시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국민투표에 빗대면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국민투표 안건을 낼 수 있는 권한이죠. 이런 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1주일 정도에 불과합니다.

미리 마련된 지침이나 후보군이 없다면 이사 해임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리고 검증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당시 적극적인 경영 참여 주주권은 준비 기간을 가진 뒤 단계적으로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빼고 한진칼만 주주권 행사... 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한진칼과 달리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런 결정의 배경은 이른바 '10%룰' 입니다.

10%룰은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공시를 변경할 경우 6개월 내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입입니다.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은 7.34%로 10%에 미치지 않지만, 대한항공은 11.56%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입니다. 대한항공에 이사 선·해임이나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하려면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추산한 최근 3년간 반환금은 50억 원에서 300억 원 수준입니다.

10%룰은 기업 경영이 특정 기관이나 펀드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경영 참여로 주가를 띄워 단기간에 주식을 팔아치우는 일명 '먹튀'를 막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이 10%룰에 대해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지 금융위에 유권 해석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부정적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지난 상반기 곤두박질쳤다가 다시 회복했습니다.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가 주가 상승이나 실적 향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입니다. 법적으로 국민연금은 기금의 수익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다고 판단한 겁니다.

경영 참여 주주권, 경영권 침해인가?

지분을 가진 주주라면 자신의 지분만큼 권리를 갖습니다. 주주는 누구나 투자 목적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찬성이나 반대 등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는 여기에 이사 해임, 사외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가 추가되는 겁니다. 경영 참여 주주권은 이미 법적으로도 명시된 주주의 권리입니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과 기업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정치적 독립성입니다. 다른 해외 연기금과 달리 국민연금은 300곳에 가까운 국내 기업에 5%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규모로도 다른 기관투자자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현재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정부 등이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뤄집니다.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며 정치적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수탁자책임전문위를 구성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요 의사 결정 권한이 없는 자문 기구에 불과합니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스튜어드십코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의사결정 구조 등 점차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한발 물러선 국민연금…대한항공·한진칼 엇갈린 판단, 왜?
    • 입력 2019-02-01 20:19:49
    취재K
'최소한의' 단서 붙은 제한적 경영 참여, 왜?

국민연금은 오늘(1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한진칼에 경영 참여(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행사 범위에 대해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연금은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 '횡령이나 배임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하는 정관 변경을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조양호 회장 등 이사 해임이나 사외이사 후보 추천보다는 한 걸음 물러선 겁니다.


경영 참여 주주권은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주주총회에 제안하거나 관련 임시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국민투표에 빗대면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국민투표 안건을 낼 수 있는 권한이죠. 이런 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1주일 정도에 불과합니다.

미리 마련된 지침이나 후보군이 없다면 이사 해임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리고 검증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당시 적극적인 경영 참여 주주권은 준비 기간을 가진 뒤 단계적으로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빼고 한진칼만 주주권 행사... 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한진칼과 달리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런 결정의 배경은 이른바 '10%룰' 입니다.

10%룰은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공시를 변경할 경우 6개월 내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입입니다.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은 7.34%로 10%에 미치지 않지만, 대한항공은 11.56%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입니다. 대한항공에 이사 선·해임이나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하려면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추산한 최근 3년간 반환금은 50억 원에서 300억 원 수준입니다.

10%룰은 기업 경영이 특정 기관이나 펀드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경영 참여로 주가를 띄워 단기간에 주식을 팔아치우는 일명 '먹튀'를 막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이 10%룰에 대해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지 금융위에 유권 해석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부정적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지난 상반기 곤두박질쳤다가 다시 회복했습니다.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가 주가 상승이나 실적 향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입니다. 법적으로 국민연금은 기금의 수익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다고 판단한 겁니다.

경영 참여 주주권, 경영권 침해인가?

지분을 가진 주주라면 자신의 지분만큼 권리를 갖습니다. 주주는 누구나 투자 목적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찬성이나 반대 등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는 여기에 이사 해임, 사외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가 추가되는 겁니다. 경영 참여 주주권은 이미 법적으로도 명시된 주주의 권리입니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과 기업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정치적 독립성입니다. 다른 해외 연기금과 달리 국민연금은 300곳에 가까운 국내 기업에 5%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규모로도 다른 기관투자자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현재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정부 등이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뤄집니다.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며 정치적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수탁자책임전문위를 구성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요 의사 결정 권한이 없는 자문 기구에 불과합니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스튜어드십코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의사결정 구조 등 점차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