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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이번 설에는 중국 미세먼지 폭탄(=폭죽)이 더 금지됐다는 희소식
입력 2019.02.04 (07:00) 수정 2019.02.04 (12:02)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이번 설에는 중국 미세먼지 폭탄(=폭죽)이 더 금지됐다는 희소식
중국 당국의 더 엄격해지는 폭죽 단속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석 달 그믐인데 베이징 도심의 공기가 나름 괜찮다. 잠도 잘 잤다. 원래는 엄청난 폭죽 소리에, 또 그로 인한 매캐한 냄새와 뿌연 공기로 괴로웠어야 할 중국에서의 설 연휴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설 연휴인 춘절 때 폭죽 터뜨리는 풍습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시 정부는 올해부터는 폭죽 구매 실명제를 도입했다. 5환 이내 도심에서는 폭죽 사용을 금지했고, 폭죽 판매점도 지난해 87곳에서 37곳으로 확 줄였다. 필자가 한 곳을 직접 찾아가 보니 외국인이라서 실명 인증인 안돼 살 수 없었다. 베이징만이 아니다. 올해부터는 톈진과 슝안 신구, 퉁저우 등 베이징 외곽 도시들도 폭죽 금지 대열에 동참했다. 상하이와 항저우, 난징 등 중국 전역에서 폭죽 금지 구역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폭죽의 추억과 함께 미세먼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출처 : 베이징시 환경보호감측센터출처 : 베이징시 환경보호감측센터

중국인들도 더는 못 참겠다는 폭죽 미세먼지

폭죽으로 인한 미세먼지가 돼봐야 얼마나 되겠느냐는 생각은 안일하다. 고등어 굽는 정도가 아니다. 산둥성 지난시 환경감측센터가 창고에서 실험했는데 일반 상점에서 파는 2천 발짜리 폭죽을 한 상자 터뜨렸더니 90㎍/㎥이던 초미세먼지가 9,200㎍/㎥까지 100배 이상 치솟았다. 장시성 난창 환경감측센터는 공터에서 실험했는데 5천 발짜리 한 상자를 터뜨리자 2m 옆에 설치돼있던 레이저 가스 분석기의 수치가 8000을 넘어서다 결국 고장이 나 버렸다.

폭죽 금지가 비교적 엄하지 않던 2016년 설날 미세먼지 측정 그래프를 보면 밤 10시를 기해 기하급수적으로 PM2.5 농도가 치솟기 시작해서 새벽 2시를 기점으로 700까지 치솟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의 경우 섣달 그믐밤부터 설날 당일까지 폭죽으로 인해 중국 전역의 105개 도시의 공기가 중도 오염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62개 도시는 PM2.5 기준으로 500㎍/㎥를 초과했다는 것이 중국 생태환경부의 발표다.

춘절에 폭죽을 터뜨리다 인근 공장에 불이 붙은 모습춘절에 폭죽을 터뜨리다 인근 공장에 불이 붙은 모습

터뜨려도 너무 많이 터뜨린다

중국인들은 폭죽을 터뜨려도 너무 많이 터뜨린다. KBS 베이징 지국의 한 중국인 직원은 춘절에 자신의 월급에 맞먹는 액수의 폭죽을 사서 집 앞에서 터뜨린다. 그렇게 해야 악귀를 물리치고 한해를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것이 있다. 폭죽의 종류도 다양해서 그냥 지상에서 터지는 것부터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토주류와 연화류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사고도 잦다.

해마다 폭죽으로 인한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재다. 중국 많은 도시가 하늘로 쏘아 올리는 토주류와 연화류 폭죽을 금지하는 이유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춘제 연휴에 수많은 화재 소식이 들려온다. 폭죽을 잘 못 다뤄 화상을 입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3월 2일 쓰촨성의 전자 폭죽쇼(사진=봉황망)지난해 3월 2일 쓰촨성의 전자 폭죽쇼(사진=봉황망)

중국발 폭죽 미세먼지 줄어들까? 신기한 전자 폭죽쇼!

중국에서 이렇게 생성된 폭죽 미세먼지는 결국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 생태환경부가 한국이 '남 탓한다'고 반발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지난해 설 연휴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단계까지 상승한 것이 중국발 폭죽 미세먼지 때문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상승한 1월 30일 새벽에 대전 지역에서 칼륨 농도가 7배 높아진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칼륨은 중국산 폭죽의 산화제로 쓰이는 물질이다. 폭죽이 터질 때 칼륨은 물론 이산화황과 각종 질소산화물, 그리고 중금속이 배출된다는 점에서 이런 성분들도 분명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폭죽 금지 정책이 우리에게 희소식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이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부인하는 것은 괘씸하기도 하고 또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중국이 스스로 주장하듯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만은 분명 평가할 만하다. 중국은 폭죽을 단속하면서 한편으로 전자 폭죽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 춘절 쓰촨성의 339m 고층 방송탑에서 레이저를 활용한 전자 폭죽쇼가 벌어졌다. 미세먼지와 쓰레기, 그리고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전자 폭죽쇼라니 중국인의 상상력과 스케일은 알아줄 만하다.
  • [특파원리포트] 이번 설에는 중국 미세먼지 폭탄(=폭죽)이 더 금지됐다는 희소식
    • 입력 2019.02.04 (07:00)
    • 수정 2019.02.04 (12:02)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이번 설에는 중국 미세먼지 폭탄(=폭죽)이 더 금지됐다는 희소식
중국 당국의 더 엄격해지는 폭죽 단속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석 달 그믐인데 베이징 도심의 공기가 나름 괜찮다. 잠도 잘 잤다. 원래는 엄청난 폭죽 소리에, 또 그로 인한 매캐한 냄새와 뿌연 공기로 괴로웠어야 할 중국에서의 설 연휴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설 연휴인 춘절 때 폭죽 터뜨리는 풍습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시 정부는 올해부터는 폭죽 구매 실명제를 도입했다. 5환 이내 도심에서는 폭죽 사용을 금지했고, 폭죽 판매점도 지난해 87곳에서 37곳으로 확 줄였다. 필자가 한 곳을 직접 찾아가 보니 외국인이라서 실명 인증인 안돼 살 수 없었다. 베이징만이 아니다. 올해부터는 톈진과 슝안 신구, 퉁저우 등 베이징 외곽 도시들도 폭죽 금지 대열에 동참했다. 상하이와 항저우, 난징 등 중국 전역에서 폭죽 금지 구역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폭죽의 추억과 함께 미세먼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출처 : 베이징시 환경보호감측센터출처 : 베이징시 환경보호감측센터

중국인들도 더는 못 참겠다는 폭죽 미세먼지

폭죽으로 인한 미세먼지가 돼봐야 얼마나 되겠느냐는 생각은 안일하다. 고등어 굽는 정도가 아니다. 산둥성 지난시 환경감측센터가 창고에서 실험했는데 일반 상점에서 파는 2천 발짜리 폭죽을 한 상자 터뜨렸더니 90㎍/㎥이던 초미세먼지가 9,200㎍/㎥까지 100배 이상 치솟았다. 장시성 난창 환경감측센터는 공터에서 실험했는데 5천 발짜리 한 상자를 터뜨리자 2m 옆에 설치돼있던 레이저 가스 분석기의 수치가 8000을 넘어서다 결국 고장이 나 버렸다.

폭죽 금지가 비교적 엄하지 않던 2016년 설날 미세먼지 측정 그래프를 보면 밤 10시를 기해 기하급수적으로 PM2.5 농도가 치솟기 시작해서 새벽 2시를 기점으로 700까지 치솟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의 경우 섣달 그믐밤부터 설날 당일까지 폭죽으로 인해 중국 전역의 105개 도시의 공기가 중도 오염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62개 도시는 PM2.5 기준으로 500㎍/㎥를 초과했다는 것이 중국 생태환경부의 발표다.

춘절에 폭죽을 터뜨리다 인근 공장에 불이 붙은 모습춘절에 폭죽을 터뜨리다 인근 공장에 불이 붙은 모습

터뜨려도 너무 많이 터뜨린다

중국인들은 폭죽을 터뜨려도 너무 많이 터뜨린다. KBS 베이징 지국의 한 중국인 직원은 춘절에 자신의 월급에 맞먹는 액수의 폭죽을 사서 집 앞에서 터뜨린다. 그렇게 해야 악귀를 물리치고 한해를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것이 있다. 폭죽의 종류도 다양해서 그냥 지상에서 터지는 것부터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토주류와 연화류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사고도 잦다.

해마다 폭죽으로 인한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재다. 중국 많은 도시가 하늘로 쏘아 올리는 토주류와 연화류 폭죽을 금지하는 이유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춘제 연휴에 수많은 화재 소식이 들려온다. 폭죽을 잘 못 다뤄 화상을 입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3월 2일 쓰촨성의 전자 폭죽쇼(사진=봉황망)지난해 3월 2일 쓰촨성의 전자 폭죽쇼(사진=봉황망)

중국발 폭죽 미세먼지 줄어들까? 신기한 전자 폭죽쇼!

중국에서 이렇게 생성된 폭죽 미세먼지는 결국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 생태환경부가 한국이 '남 탓한다'고 반발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지난해 설 연휴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단계까지 상승한 것이 중국발 폭죽 미세먼지 때문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상승한 1월 30일 새벽에 대전 지역에서 칼륨 농도가 7배 높아진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칼륨은 중국산 폭죽의 산화제로 쓰이는 물질이다. 폭죽이 터질 때 칼륨은 물론 이산화황과 각종 질소산화물, 그리고 중금속이 배출된다는 점에서 이런 성분들도 분명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폭죽 금지 정책이 우리에게 희소식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이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부인하는 것은 괘씸하기도 하고 또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중국이 스스로 주장하듯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만은 분명 평가할 만하다. 중국은 폭죽을 단속하면서 한편으로 전자 폭죽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 춘절 쓰촨성의 339m 고층 방송탑에서 레이저를 활용한 전자 폭죽쇼가 벌어졌다. 미세먼지와 쓰레기, 그리고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전자 폭죽쇼라니 중국인의 상상력과 스케일은 알아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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