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돼, 얼마면 되는데!” 서민과 권력자의 세뱃돈 차이는

입력 2019.02.05 (07:03) 수정 2019.02.0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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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얼마나 준비하셨습니까?

조금 덜 쓰자니 조카들이 울고, 조금 더 쓰자니 내 지갑이 웁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황금비율은 얼마인지 많은 사람이 고민합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성인남녀 1,217명에게 적당한 세뱃돈 금액은 얼마인지 물어봤습니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에게는 1만 원, 중고등학생에게는 5만 원, 대학생도 5만 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가계에 부담된다면서도 계속 올라가는 세뱃돈. 예전에는 얼마였을까요.


만 원짜리로 주던 세뱃돈을 천 원짜리로

세뱃돈을 마련하는 게 버겁다는 보도는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후반부터 KBS 9시뉴스에 등장합니다.

IMF 사태가 터지고 처음 맞은 1998년 설. 헌돈을 새돈으로 바꿔주는 백화점 행사에서는 만원권 보다 천원권을 바꿔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은행에서도 천원권 새 지폐가 금세 바닥났습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 때문에 만원 단위로 주던 세뱃돈을 천원 단위로 줄인 겁니다. 만 원짜리 한 장보다 천 원짜리 다섯 장을 주면서 양이라도 많아 보이게 하겠다는 거죠.

당시 인터뷰를 했던 시민들은 이 방법으로 세뱃돈 지출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합니다.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기려는 눈물겨운 모습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은 5천 원, 중고등학생은 1만 원 정도 줘야 되지 않겠어요?

1999년에도 구정을 앞두고 세뱃돈에 거품이 끼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세뱃돈이 언제부터인가 1만 원 단위로 커져 합하면 수십만 원씩 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은 초등학생은 5천 원, 중고등학생은 1만 원을 적정 금액으로 제시합니다. 어쨌거나 한사람 당 1만 원은 넘기지 않는다는 계산이었습니다.

당시 민속학자들은 1만 원도 많다며 개탄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세뱃돈을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세뱃돈을 받기 위해 세배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줘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세뱃돈의 '1-3-5 법칙', 요즘은?

처음 언급한 잡코리아가 2016년에 한 똑같은 조사를 볼까요. 적절한 세뱃돈 금액으로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은 1만 원, 중고등학생은 3만 원, 대학생은 5만 원이라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한동안 세뱃돈의 황금 법칙으로 꼽히던 '1-3-5 법칙'입니다.

지난 9시뉴스와 비교해보니 15년여 세월이 흐르는 사이 초등학생은 2배, 중고등학생은 3배 올랐습니다. 인상률로만 본다면 가히 살인적이죠?

2009년 5만원권 지폐가 등장한 것이 세뱃돈 인플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만원권을 밀어내고 대세로 자리잡은 5만원권.

5만원 짜리 한장이 주는 편리함과 존재감은 2016년의 '1-3-5' 법칙을 4년만에 '1-5-5' 법칙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YS가 받은 세뱃돈 1만원
고관대작 자녀들의 세뱃돈은?

당대 권력자들의 세뱃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995년 구정 당일, 김영삼 대통령이 부친인 김홍조 옹에게 세배했습니다. 김홍조 옹은 대통령을 가까이 부른 뒤 안주머니에서 세뱃돈으로 1만 원을 꺼냅니다. 김 대통령은 멋쩍게 웃으며 1만 원을 손에 쥡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등 참모진들에게 세뱃돈으로 1만 원씩을 전했습니다. 정치 이벤트일지언정, 주고받기에 부담이 없는 금액은 1만 원이라는 생각이 깔렸습니다.


그런데 일부 권력자 자녀들의 세뱃돈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청문회에서 아들의 예금 4,000만 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자식이 초등학교 때부터 세뱃돈, 용돈으로 적금을 넣은 예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두 살 난 손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2천2백여만 원의 예금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장관 측은 친척과 지인들이 준 돌 축하금과 세뱃돈을 모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30대 딸은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2억 5천만 원의 재산을 지닌 것이 청문회에서 드러났습니다.

김영주 전 장관은 "남편 집이 5남매인데 집안이 다 모이면 20여 명"이라며 "설날 등 명절이 되면 200여만 원의 세뱃돈을 받아 (저축하는) 통장이 18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05년 보육원생들에게 세뱃돈 100만 원을 건네 다른 의미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간식비이자 누군가에게는 재산형성의 한 몫이 돼준 세뱃돈. 이번 설엔 얼마나 준비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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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면 돼, 얼마면 되는데!” 서민과 권력자의 세뱃돈 차이는
    • 입력 2019-02-05 07:03:36
    • 수정2019-02-05 10:57:46
    취재K
올해는 얼마나 준비하셨습니까? 조금 덜 쓰자니 조카들이 울고, 조금 더 쓰자니 내 지갑이 웁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황금비율은 얼마인지 많은 사람이 고민합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성인남녀 1,217명에게 적당한 세뱃돈 금액은 얼마인지 물어봤습니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에게는 1만 원, 중고등학생에게는 5만 원, 대학생도 5만 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가계에 부담된다면서도 계속 올라가는 세뱃돈. 예전에는 얼마였을까요. 만 원짜리로 주던 세뱃돈을 천 원짜리로 세뱃돈을 마련하는 게 버겁다는 보도는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후반부터 KBS 9시뉴스에 등장합니다. IMF 사태가 터지고 처음 맞은 1998년 설. 헌돈을 새돈으로 바꿔주는 백화점 행사에서는 만원권 보다 천원권을 바꿔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은행에서도 천원권 새 지폐가 금세 바닥났습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 때문에 만원 단위로 주던 세뱃돈을 천원 단위로 줄인 겁니다. 만 원짜리 한 장보다 천 원짜리 다섯 장을 주면서 양이라도 많아 보이게 하겠다는 거죠. 당시 인터뷰를 했던 시민들은 이 방법으로 세뱃돈 지출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합니다.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기려는 눈물겨운 모습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은 5천 원, 중고등학생은 1만 원 정도 줘야 되지 않겠어요? 1999년에도 구정을 앞두고 세뱃돈에 거품이 끼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세뱃돈이 언제부터인가 1만 원 단위로 커져 합하면 수십만 원씩 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은 초등학생은 5천 원, 중고등학생은 1만 원을 적정 금액으로 제시합니다. 어쨌거나 한사람 당 1만 원은 넘기지 않는다는 계산이었습니다. 당시 민속학자들은 1만 원도 많다며 개탄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세뱃돈을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세뱃돈을 받기 위해 세배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줘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세뱃돈의 '1-3-5 법칙', 요즘은? 처음 언급한 잡코리아가 2016년에 한 똑같은 조사를 볼까요. 적절한 세뱃돈 금액으로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은 1만 원, 중고등학생은 3만 원, 대학생은 5만 원이라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한동안 세뱃돈의 황금 법칙으로 꼽히던 '1-3-5 법칙'입니다. 지난 9시뉴스와 비교해보니 15년여 세월이 흐르는 사이 초등학생은 2배, 중고등학생은 3배 올랐습니다. 인상률로만 본다면 가히 살인적이죠? 2009년 5만원권 지폐가 등장한 것이 세뱃돈 인플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만원권을 밀어내고 대세로 자리잡은 5만원권. 5만원 짜리 한장이 주는 편리함과 존재감은 2016년의 '1-3-5' 법칙을 4년만에 '1-5-5' 법칙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YS가 받은 세뱃돈 1만원 고관대작 자녀들의 세뱃돈은? 당대 권력자들의 세뱃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995년 구정 당일, 김영삼 대통령이 부친인 김홍조 옹에게 세배했습니다. 김홍조 옹은 대통령을 가까이 부른 뒤 안주머니에서 세뱃돈으로 1만 원을 꺼냅니다. 김 대통령은 멋쩍게 웃으며 1만 원을 손에 쥡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등 참모진들에게 세뱃돈으로 1만 원씩을 전했습니다. 정치 이벤트일지언정, 주고받기에 부담이 없는 금액은 1만 원이라는 생각이 깔렸습니다. 그런데 일부 권력자 자녀들의 세뱃돈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청문회에서 아들의 예금 4,000만 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자식이 초등학교 때부터 세뱃돈, 용돈으로 적금을 넣은 예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두 살 난 손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2천2백여만 원의 예금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장관 측은 친척과 지인들이 준 돌 축하금과 세뱃돈을 모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30대 딸은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2억 5천만 원의 재산을 지닌 것이 청문회에서 드러났습니다. 김영주 전 장관은 "남편 집이 5남매인데 집안이 다 모이면 20여 명"이라며 "설날 등 명절이 되면 200여만 원의 세뱃돈을 받아 (저축하는) 통장이 18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05년 보육원생들에게 세뱃돈 100만 원을 건네 다른 의미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간식비이자 누군가에게는 재산형성의 한 몫이 돼준 세뱃돈. 이번 설엔 얼마나 준비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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