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림프절 전이 원리 규명…조기치료 한 발짝 ‘성큼’

국내 연구진이 암이 림프절에 퍼져나가는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림프절은 각종 림프구와 백혈구가 모여 있는 면역기관입니다. 암이 림프절에 전이된 정도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고 치료 방향을 정하는 중요 판단 기준으로 쓰입니다. 하지만 면역 기관인 림프절에 암이 어떻게 전이되고 자라는지는 지금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은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습니다.

기존 연구에서 대부분 암세포는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는 포도당이 아닌 지방산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연구진은 흑색종과 유방암에 걸린 생쥐에 지방산 대사를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자 림프절 전이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암세포가 더 이상 에너지를 얻지 못해 전이가 진행되지 않는 셈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고 단장 팀은 림프절의 암세포에서 YAP 전사인자의 발현을 억제하자 지방산 산화가 줄어들고, 암의 전이가 줄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YAP 전사인자는 종양 발생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진 전사인자입니다.

결과적으로 지방산 산화나 YAP 전사인자 발현을 억제하면 암의 림프절 전이를 막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면역기관인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의 생존전략을 규명해 향후 암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고규영 단장과 논문 제1저자 이충근 박사는 "이번 연구는 추후 림프절 전이를 표적으로 삼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온라인 판에 오늘(8일) 새벽 4시 게재됐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