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입헌군주제 국가에서 공주가 총리가 된다면?

입력 2019.02.0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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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본랏 라차깐야 태국 공주(출처: The Nation)

소문은 하루 전날부터 있었지만, 태국 언론 어느 곳도 기사를 쓰지는 않았다. 확신할 정도의 정보가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태국 근대 정치사상 한 번도 왕실 인사가 총리로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 달 24일 시행되는 태국 총선에 총리 후보로 나선 현 와치랄롱꼰 국왕의 누나 우본랏 라차깐야(67) 공주 얘기다.

태국 국왕 누나가 탁신계 정당 후보로 총리 도전

8일 오전 9시 해외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의 지지세력인 푸어타이당의 '자매 정당'인 타이락사차트 당 지도부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중요한 외부 인사를 총리 후보로 등록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공개한 접수 서류에는 현 국왕의 손위 누나인 우본랏 공주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우본랏 공주는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뒤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와 그의 여동생이자 역시 2014년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 도피 중인 잉락 전 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공주를 총리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하는 타이락사차트 당(출처: The Nation)공주를 총리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하는 타이락사차트 당(출처: The Nation)

탁신·잉락과 가까운 사이…군부 출신 총리 재집권 시나리오에 타격

우본랏 공주의 총리직 도전은 지금까지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던 태국 왕실의 전통을 깨는 것으로 1932년 입헌군주제 채택 이후 태국 왕실 직계 구성원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왕실의 권위가 대단한 태국에서 공주가 총리직 도전하게 됨으로써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현 군부 정권의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재집권 시나리오도 타격을 받게 됐다.

2014년 5월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운데) (출처: 태국 TV pool)2014년 5월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운데) (출처: 태국 TV pool)

친 군부 정당, 공주 총리 후보 자격 문제 제기

당장 군부와 가까운 정당들은 공주의 총리 후보 자격 문제를 들고 나왔다. 군부와 가까운 국민개혁당은 "공주의 총리 후보 지명은 정당이 왕실을 선거 운동에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선거법에 기초해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선관위에 공주의 총리 후보 지명을 무효로 해달라는 서한을 제출했다.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왕실 칭호 포기…‘신분’ 문제가 핵심 쟁점

핵심 쟁점은 우본랏 공주의 '왕실 신분' 문제.

우본랏 공주는 21살이던 1972년 미국 유학 중 만난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차오 파(Chao Fa/Her Royal Highness and Princess)로 불리는 태국 왕실 칭호(royal title)를 포기했다. 평민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우본랏 공주는 그 후 26년간 미국에서 살다 이혼한 뒤 태국으로 돌아와 태국 공주의 신분으로 다양한 왕실 행사에는 참석해왔으며 4곳의 비영리 재단을 이끌며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해왔다.


우본랏 공주가 왕실 칭호(royal title)를 포기했다는 것에 대해 총리 후보 자격 문제를 제기한 국민개혁당은 "군주제는 왕실 칭호가 아니라 출생에 기반한다"고 밝혔다. 왕실의 타이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왕의 누나가 총리 후보로 나섰다는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향후 선관위의 결정에도 공주의 '신분' 문제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공주의 총리 후보 출마로 태국 총선 정국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입헌 군주제 국가에서 왕의 누나가 총리를 맡게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될지는 6주 후 치러질 태국 총선에서 결정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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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입헌군주제 국가에서 공주가 총리가 된다면?
    • 입력 2019-02-09 07:08:24
    특파원 리포트
▲ 우본랏 라차깐야 태국 공주(출처: The Nation)

소문은 하루 전날부터 있었지만, 태국 언론 어느 곳도 기사를 쓰지는 않았다. 확신할 정도의 정보가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태국 근대 정치사상 한 번도 왕실 인사가 총리로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 달 24일 시행되는 태국 총선에 총리 후보로 나선 현 와치랄롱꼰 국왕의 누나 우본랏 라차깐야(67) 공주 얘기다.

태국 국왕 누나가 탁신계 정당 후보로 총리 도전

8일 오전 9시 해외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의 지지세력인 푸어타이당의 '자매 정당'인 타이락사차트 당 지도부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중요한 외부 인사를 총리 후보로 등록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공개한 접수 서류에는 현 국왕의 손위 누나인 우본랏 공주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우본랏 공주는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뒤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와 그의 여동생이자 역시 2014년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 도피 중인 잉락 전 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공주를 총리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하는 타이락사차트 당(출처: The Nation)
탁신·잉락과 가까운 사이…군부 출신 총리 재집권 시나리오에 타격

우본랏 공주의 총리직 도전은 지금까지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던 태국 왕실의 전통을 깨는 것으로 1932년 입헌군주제 채택 이후 태국 왕실 직계 구성원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왕실의 권위가 대단한 태국에서 공주가 총리직 도전하게 됨으로써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현 군부 정권의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재집권 시나리오도 타격을 받게 됐다.

2014년 5월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운데) (출처: 태국 TV pool)
친 군부 정당, 공주 총리 후보 자격 문제 제기

당장 군부와 가까운 정당들은 공주의 총리 후보 자격 문제를 들고 나왔다. 군부와 가까운 국민개혁당은 "공주의 총리 후보 지명은 정당이 왕실을 선거 운동에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선거법에 기초해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선관위에 공주의 총리 후보 지명을 무효로 해달라는 서한을 제출했다.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왕실 칭호 포기…‘신분’ 문제가 핵심 쟁점

핵심 쟁점은 우본랏 공주의 '왕실 신분' 문제.

우본랏 공주는 21살이던 1972년 미국 유학 중 만난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차오 파(Chao Fa/Her Royal Highness and Princess)로 불리는 태국 왕실 칭호(royal title)를 포기했다. 평민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우본랏 공주는 그 후 26년간 미국에서 살다 이혼한 뒤 태국으로 돌아와 태국 공주의 신분으로 다양한 왕실 행사에는 참석해왔으며 4곳의 비영리 재단을 이끌며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해왔다.


우본랏 공주가 왕실 칭호(royal title)를 포기했다는 것에 대해 총리 후보 자격 문제를 제기한 국민개혁당은 "군주제는 왕실 칭호가 아니라 출생에 기반한다"고 밝혔다. 왕실의 타이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왕의 누나가 총리 후보로 나섰다는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향후 선관위의 결정에도 공주의 '신분' 문제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공주의 총리 후보 출마로 태국 총선 정국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입헌 군주제 국가에서 왕의 누나가 총리를 맡게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될지는 6주 후 치러질 태국 총선에서 결정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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